"알파고 만들자면서 사기는 바닥까지 떨궈놨죠" [나는 대한민국 SW개발자 입니다]
"알파고 만들자면서 사기는 바닥까지 떨궈놨죠"
[나는 대한민국 SW개발자 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개발자'입니다. 그동안 개발자가 무슨 일을 하는 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했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알파고 덕분에 개발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경기가 이뤄졌던 기간에는 주위에서 하도 이것저것 물어보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시 제일 지겹게 들은 질문은 "우리나라는 왜 알파고같은 걸 만드는 개발자가 없느냐"라는 것입니다. 무엇이라고 답을 해줘야할 지 한숨부터 나오더라고요. "아직은 힘들다"라고 답하면 다들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우리나라가 IT강국 아니냐"라는 반문이 돌아오기 일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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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자 전문가 필요없다, 10년 미만 저임금 개발자만 찾는게 현실
개발자를 대하는 우리나라 시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은 오랜 경력의 고임금 개발자보다 경력 10년 미만 저임금 인력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하도급, 외주 위주의 불안정한 산업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성을 유지하며 고급 개발자로 성장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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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개발자라고 하면 엄청난 지식을 가지고 복잡한 프로그래밍을 설계하는 사람들로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업계에서 하는 대부분의 개발일들은 '노가다를 한다'라는 말로 표현될 만한 일들입니다. 국내에는 아직 고급기술에 대한 수요도 많이 없습니다.
현재 기업이 채용하는 개발자들은 대부분 고급인력이 아닌 2개월의 교육을 받고 실무로 바로 투입된 '초짜'들입니다. 누구라도 각종 교육기관등을 통해 2개월의 교육을 받으면 초보 개발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업무를 제대로 알려주기라도 한다면 다행이죠. 짧은 교육을 통해 배운 지식을 짜내 주말도 반납하고 맡겨진 업무를 해내야만 합니다. 결국 기존에 했던 사용했던 소스들을 '복붙(복사하고 붙이기)'해서 후다닥 만들어내게 됩니다. 악순환은 반복됩니다. 기업들이 정보기술(IT)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최대한 싸게 구색을 갖춰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죠.
■개발자의 피와 땀이 담긴 콘텐츠(게임)가 마약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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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구는 "게임이 마약이나 다름없다고 얘기하면 우리는 마약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얘기"라며 "밖에서 누굴 만나서 게임을 개발한다고 하면 여전히 아이들 공부못하게 하는 나쁜 것을 개발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는 것을 견딜수가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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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 SW 개발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발자들을 제대로 대우해줄때 SW경쟁력이 높아집니다. 개발자들의 경력이 쌓이면 당연히 비용이 비싸집니다. 하지만 업계는 여전히 보다 싼 인력만을 원합니다. 재하청구조 때문입니다.
30대 후반이 되면 개발자들은 선택을 해야합니다. 개발자의 길을 계속 걷느냐, 관리자의 길로 걷느냐, 혹은 아예 다른 진로를 선택해야하느냐. 업계에서 개발자들의 미래는 결국엔 '치킨집 사장'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는데 슬프게도 주변에 보면 이런 사례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노인개발자'가 꿈, SW교육도 중요하지만 '무대'도 마련해주길
물론 한국개발자들이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한국 개발자들이 일을 열심히하고, 국내에서도 실리콘밸리와 같은 외국에 나가서 두각을 발휘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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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만 이제라도 '노인개발자'들이 많아지고, 경험이 쌓여 알파고같은 훌륭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합니다.
참, 그런데 이렇게 열악한 환경인 것을 알고서도 왜 개발자가 됐냐고요? 혼자 종이접기만 완성해도 그럴듯한 기분이 느껴지는데, 그 완성되는 순간의 짜릿한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한답니다. 많은 개발자들이 기계적으로 일을 하지만 '왜 그러지'라는 호기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파고든다면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개발자의 길을 걷고있습니다.
jjoony@fnnews.com 허준,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