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몰랐어?
잘되던 코덱스가 갑자기 멈췄고, 크레딧 사용 초과 메시지에 당황한 나머지, 자리를 박차고 나와 그룹장에게 서둘러 갔다. 그룹장은 자리에 나를 앉히고 주위를 둘러본 다음 내 앞에 서서 두 손가락으로 콧등의 안경을 조정한 다음 말했다.
"한 팀장, 한 팀장에게 할 말이 있어. 내가 앞서 설명했었는데, 그때는 주의 깊게 듣지 않았지, 지금은 주의해서 잘 들어. 결과에는 원인이 있고, 아니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던가, 아무튼 한 팀장, 한 팀장 팀에서 소모한 크레딧은 회사에서 부담하는 비용이고, 비용은 돈이며, 돈은 아껴야지. 자, 그럼 말이야, 지금처럼 맘껏 사용하고 싶다면, 다른 쪽에서 비용을 줄여야 돼. 시소처럼 한쪽이 가벼워지면 반대쪽도 비워야 균형이 맞지. 좋아, 한 팀장은 머리가 좋으니 알아들었을 거야."
라고 말했지만 나는 알아듣지 못했고, 비용 같은 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찝찝했다. 아예 처음부터 AI를 몰랐다면 모를까 이제는 맛 들려서 AI 없이는 도통 일이 진행되지 않았으니, 신발 신은 원숭이 우화가 생각났다. ㅈ됐다. 이럴 줄 알았다.
그룹장은 내 얼굴에 나타난 복잡한 심정을 보자, 고개를 저으며 안경을 벗고 콧대를 지그시 눌렀다. 그런 후 안경을 다시 쓰는 동작에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다음 날, 업무 효율화에 따른 AI 도입 현황과 인원 감축 소식이 알려졌고, 우리 팀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어제 그룹장의 옅은 미소가 떠 올랐다. 정말 이럴 줄 몰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