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SI 시장 상황에 관한 개인적인 느낌
금융권 등 일부 영역의 이야기는 제외하고, 일반적인 SI 시장을 보면서 최근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정리해봤습니다.
1. 코로나 시기의 과잉 인력
코로나 시기 온라인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온라인 기반 사업을 하는 회사뿐 아니라 많은 기업이 개발 인력을 적극적으로 확보했습니다.
당시에는 말 그대로 "개발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분위기까지 있었고, 너도나도 개발자를 채용하면서 개발자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시장에 들어온 신규 개발 인력들이 이제 3~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반면 기업들은 예전처럼 공격적으로 개발 인력을 늘리기보다는 수익성을 따지기 시작했고, 시장 상황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2. SI로 유입되는 인력과 AI의 등장
물론 치밀하고 체계적인 인사이트를 가지고 개발자를 확보하거나, 그만큼의 기술력을 갖춘 회사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도 많았고, 이런 회사들이 자사에 넘쳐나는 개발 인력을 활용해 수익을 내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 중 하나는 결국 SI 프로젝트를 수주하거나 인력을 외부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프로젝트 규모 역시 커지는 경우가 많은데, 개발자 품귀 현상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경력이 짧은 개발자가 기존에는 고경력자가 담당하던 업무를 맡게 되는 상황도 많았다는 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AI가 빠르게 등장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경험 많은 외부 개발자에게 맡겼을 만한 업무도, 이제는 비교적 경력이 짧은 개발자에게 AI를 활용하도록 하면서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결과 제대로 된 프로세스나 충분한 검증 없이 AI에 의존해 진행된 프로젝트에서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긴 뒤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간에 고급 개발자를 찾는 공고가 등장하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고급 인력 역시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장기적으로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이라면 향후 유지보수와 운영을 위해 계약을 연장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문제를 해결한 과정과 노하우를 기존 인력에게 전달하고, 이를 다시 AI를 활용해 이어가는 방식도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3. 앞으로의 전망
특정 업무에 대한 깊은 도메인 지식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앞으로 고급 개발자의 일자리 중 상당수는 장기 계약보다는 단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신규 개발자의 상황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개발자로 유입된 인력이 이미 상당히 많고, AI로 인해 과거보다 적은 인원으로도 일정 수준의 개발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모 통신사의 차세대 프로젝트를 보면 일종의 대규모 실험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외주 개발자들에게 Claude Code와 같은 AI 개발 도구를 제공하고, 이를 활용했음에도 기대하는 수준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 인력은 빠르게 계약을 종료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이미 역량이 검증된 인력은 이런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시장은 점점 '많은 개발자를 장기간 투입하는 구조'에서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역량을 가진 개발자를 투입하는 구조'로 변해갈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다소 비관적인 전망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장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적어도 SI 분야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이미 어느 정도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