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사람들만 아는 FDE 포지션의 배경
엔터프라이즈 AI 솔루션 분야에 종사 중이라면 이미 아는 내용일테니 스킵하기를 권장한다.
질문은 또 다시 “팔란티어의 FDE 는 뭐가 다르냐”라는 것이다. “고객사 현장에 가서 엔지니어링 하는 게 다 SI랑 같은 거 아니냐” 라는 것이다.
놀랍게도 업계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B2B 소프트웨어의 유통 구조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회사를 “벤더”라고 한다. IBM을 비롯해 Oracle, AWS, MS 같은 글로벌 기업부터 수많은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 소프트웨어를 고객 환경에 맞게 조합하고 구축하는 회사를 보통 SI사 또는 파트너사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K은행에서 “일정관리 앱 구축” 프로젝트가 나왔다고 해보자. 이 경우 SI사는 벤더사의 DB, API Gateway, 모니터링 도구, 인증 솔루션 등을 활용해 시스템을 구축한다.
범용적인 기능은 벤더사의 소프트웨어가 담당하되, 포탈 등 과제 specific 한 커스텀 기능은 SI사가 담당하는 형태가 된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점은, “일반적으로 벤더사는 고객사에 들어가 SI 개발을 직접 수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벤더사들은 수많은 고객들의 구축, 계약, 운영, 현장 대응, 검수, 유지보수까지 모두 직접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파트너/SI에게 위임해버린다. 그들의 목적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파는 것”이지, “고객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팔란티어가 비집고 들어간 틈이 나온다. 팔란티어는 FDE 라는 포지션을 정의하면서 “우리는 벤더지만 직접 구축도 해요” 라는 포지션을 자처한 것이다. 보통 벤더는 제품을 만들고, SI가 고객 환경에 맞게 구현한다. 하지만 팔란티어는 자사 엔지니어를 고객사 현장에 투입해 고객의 데이터와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플랫폼 위에서 실제 동작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런 모델이 가능해진 배경에는 점점 표준화되고 덩치가 커지는 AI 플랫폼이 있다. 과거 벤더사의 제품이 DB, API Gateway, 모니터링 도구처럼 개발을 위한 개별 도구에 가까웠다면, 최근 AI 플랫폼은 AI 학습부터 배포, 지식 검색, 포털, Agent 구축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AI 종합 선물 세트’에 가까운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SI사가 담당하던 커스터마이징 영역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벤더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고 있다. 벤더 입장에서도 고객사의 커스터마이징 요구를 플랫폼에 빠르게 흡수해야 경쟁력이 생기는 상황이 되었다. 고객 역시 소프트웨어를 가장 잘 이해하는 주체, 즉 벤더가 직접 현장의 문제를 이해하고 시스템 구축까지 함께 해주길 기대하게 된 것이다.
정리하자면 팔란티어 FDE의 “고객사 현장에 투입되어 문제 해결” 이라는 뻔하디 뻔한 캐치프레이즈가 먹혀들어갈 수 있었던 배경은,
(놀랍게도) 기존 벤더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점
AI 플랫폼들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SI 커스터마이징 요건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
더 많은 커스텀 요건들이 빠르게 AI 플랫폼에 녹아들어야 하는 니즈가 생겼다는 점
에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