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 개발자 취업으로 SI 회사 괜찮을까요? 에 대한 생각
한 주 전 제가 다녔던 학원에서 저를 가르쳤던 선생님으로부터
현재 수료를 앞두고 취직만을 남겨둔 학생들에게 먼저 취업한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해줄 수 없겠냐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터라 흔쾌히 수락했습니다만, 정작 제 자신이 베테랑이 아니었기 때문에 선생님께 한 가지 부탁을 드렸습니다.
현재 구직 중인 학생들이 해당 주제에 대해 어떤 점이 궁금한지 취합해 주시면, 제가 답변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하여 대답해 드리겠다고 말이죠.
이틀 뒤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학생들의 질문을 읽어보고는 솔직히 놀랐습니다.
저는 솔직히 면접 tip이나 직무에 대한 궁금증, 또는 앞으로 공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뭐 그런 질문들이 올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뜻밖에도 질문지의 절반 가까운 내용이 'SI 회사' 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SI 회사' 라는 것이 현재 개발자들 사이에서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 대충 알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마침 이전에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법한 글을 Okky에 쓴적이 있습니다.
해당 글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관심을 받은 모양이더라구요.
그 '한 마디' 를 준비하는 동시에, 여기에도 글을 써 공유할 수 있으면
미약한 제 말에 도움을 받는 분이 한 분이라도 더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 곳에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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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분들이 보통 학원을 수료하고 가시는 곳...
개인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상당수 인원들이 SI 회사에 취업하십니다.
그런데 막상 SI 회사에 들어가려니 민심이 흉흉합니다.
SI는 대부분 X소라는 께름칙한 소문이나, 코드 수준이 떨어져 커리어를 쌓기 힘들고
심지어는 이직하는데까지 지장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이상한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죠.
오늘은 조금 먼저 취업한 비전공자 신입사원의 입장으로서, SI 업계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토대로
SI 업계가 실제로는 어떠한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 글은 제가 SI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려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1. SI 회사의 코드는 질이 떨어진다?
제가 회사를 다니며 느낀 바로는,
코드의 질을 판가름하는 요소는 회사의 규모가 아닌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주어진 시간과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지는지의 여부입니다.
그러나 좋은 회사라고 해서 수준이 높으리란 법 없고, 작은 회사라고 해서 수준이 낮으리라는 법 없다는 사실이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생에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합당한 보수를 제공하며 수용 가능한 데드라인을 가진 회사'에 입사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입사하셔야 하는 회사는 무조건 규모가 크고 복지가 빵빵하며 연봉이 높은 회사가 아니라,
적어도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처리 가능한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입니다.
(물론 시작부터 규모도 크고 복지도 빵빵한 회사 입사하면 좋지만,
비전공자 학원 출신 신입을 그런 조건에 냉큼 뽑아 주는 회사는 이승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돈이 급하다', '갈 곳이 없다' 라는 이유로 '비상식적인 회사' 에 입사를 결정하십니다.
회사가 이러한 상식 밖에 있으면 여러분은 몸고생, 마음고생 실컷 하다가
비통한 심정으로 코딩에 오만 정이 다 떨어진 채 '저는 이 길이 아닌가 봅니다.' 하는 글을 남기고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쓸쓸한 결말을 맞게 됩니다.
단적으로 제가 다녔던 학원 출신 비전공자 절반 이상이, 1년 내에 개발을 그만 두고 다른 업종으로 옮겨갔습니다.
회사의 '시간'에 대한 마인드가 상식 밖에 있으면 죽도록 야근해야 합니다. 직원들의 집중도가 떨어져 좋은 코드가 나올 수 없습니다.
회사의 '보수'에 대한 마인드가 상식 밖에 있으면 성취감이 없습니다.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좋은 코드가 나올 수 없습니다.
둘 다 상식 밖에 있는 회사는 필연적으로 좋은 코드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회사의 '시간'에 대한 마인드가 상식 내에 있으면 직원들은 자신의 일을 계획하고 그에 맞게 실천할 여유를 얻습니다. 불필요한 야근을 할 필요가 없죠.
당연히 코드의 질과 업무효율이 그만큼 올라갑니다.
회사의 '보수'에 대한 마인드가 상식 내에 있으면 직원들은 받은 만큼 일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생깁니다.
당연히 코드의 질과 업무효율이 그만큼 올라갑니다.
둘 다 상식 내에 있는 회사는 필연적으로 좋은 코드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간단한 문제인데,
유독 SI 업계에서 이런 흉흉한 말들이 자주나오는 이유는 우리나라 특유의 기형적인 개발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쁜 회사들은, 뒤틀린 상식을 정상인 것 처럼 포장하여 구직자들을 꼬드깁니다.
주로 '관행', '합의' 라는 말을 통해 그것이 '상식' 인 양 여러분을 현혹할 것입니다.
'시간'에 대한 상식을 비틀어버린 회사들은 신입인 당신을 3년차 개발자로 둔갑시킨다거나,
'보수'에 대한 상식을 비틀어버린 회사들은 무급대기, 퇴직금포함, 내일채움공제 시 연봉 XXXX만원 따위의 말을 꺼내며 당신을 우롱합니다.
당연히 절대 가면 안되는 회사들이죠.
그렇기에 앞으로 취업을 생각하시는 분은 위의 사항을 마음 속에 새겨두고 계시다가,
면접 같은 곳에 가시면 저러한 사항이 상식 선에 있는가를 반드시 생각해 보시는게 좋습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곳으로의 취업은 10달이 걸려도 늦지 않습니다.
2. SI 회사에 있으면 커리어가 안쌓인다?
중요한건 제가 상식적이다라고 말한 '좋은 회사' 에 입사하는 것이지,
'SI 회사'냐 아니냐는것이 아닙니다.
안그래도 최근에 두 살 위의 형님께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 분 역시 학원 출신이며 비전공자십니다.
'면접 본 곳에서 출근하라고 하던데, 여기가 SI 회사라 커리어가 제대로 안쌓일까봐 걱정된다. 가지말까?'
그 회사가 좋은 회사고 아니고를 따지기에 앞서 당장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아직 취업하시지 않은 분들 입에서 나오는 현실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야근이 많다고 한다.', '연봉이 터무니 없이 적다.' 라는 이유라면 차라리 괜찮습니다.
그러나 낮은 자세로 '어디든 가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구직하신 분들이,
다 괜찮은데 'SI 회사'라는 단어 하나에 커리어를 걱정하며 회사의 코드 수준을 걱정하는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해는 합니다.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을만한 시간적 여유가 되지 않는 현실을 충분히 저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적어도 이제 첫 회사를 준비하시는 '신입' 분들이 하실 생각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해두고 싶습니다.
또한, 제가 위의 1번 항목에서 말했던 '상식적인 회사'에 입사하신다면, 이러한 걱정은 기우로 끝날 것임을 장담합니다.
애초에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명확한 생각이 있었다면 SI를 갈까? 말까? 라는 고민을 안했을 것입니다.
상기 이유가 아니라면,
SI 회사에 가면 잡일만 하다가 볼짱 다 본다고 생각하신건가요?
개발자라면 개발이 일이니 회사에서도 당연히 '개발'만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죠?
SI 회사에서 하루종일 개발자들이 모니터 앞에 앉아 근무시간 내내 코드만 써내려가지 않습니다.
운영 중인 사이트에 대한 피드백과 기능 개선에 대한 회의, 그리고 관리해야 할 문서들과 고객과의 컨택 등,
개발자가 하는 일은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 외에도 많습니다.
신입사원의 입장에서는, 회사라는 단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이 곧 경험이자, 실력의 밑바탕이 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 회사가 나를 오롯이 키워줄거라는 생각은 버리셔야합니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내가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밑거름으로 삼아 성장해야 합니다.
실무를 토대로 자기계발을 병행하시면 금상첨화입니다.
회사에서 2~3년 열심히 일하면 저절로 고수가 될 것 같으신가요?
그것은 업무에 익숙해지는 것일 뿐, 결코 개발 실력이 늘었다라는 말과는 동등하지 않습니다.
자기 계발은 자신이 주도해야 합니다. 남이 이끌어주는게 아니라요.
이 사항을 실천 가능하다면, 사실 어느 회사에 가서든 커리어 쌓을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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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여러 질문이 있었지만, '케바케입니다.' 로 퉁칠 수 있거나 조언 없이도 판단 가능한 사항들은 쓰지 않았습니다.
'신입이 SI를 가면 무슨 일을 하게 되나요?' 'SI 연봉 이정도면 괜찮은건가요?' 등등...
말을 장황하게 길게 썼지만, 요약하면 결국 '상식적으로 일 시키는' 회사에 가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코로나 때문에 힘든 요즘, 모든 구직자 분들을 응원합니다.
P.S. 저보다 더 경력있는 분들께서 이런 부분을 추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