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컴퓨터공학에서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서울대 유튜브 샤로잡다의 이재욱 교수님 인터뷰 정리해봤어용
AI가 코드를 대신 작성하면서 어떤 변화를 체감하고 계신가요?
진행자
AI가 코드를 대신 작성하면서 어떤 변화를 체감하고 계신가요?
이재욱 교수
가장 큰 변화는 ‘쓰는 시간’보다 ‘읽고 판단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논문이나 코드, 발표 자료를 직접 만드는 데 많은 에너지를 썼다면, 이제는 AI가 만든 결과를 읽고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씁니다.
아이디어를 실제 결과물로 구현하는 일은 상당히 쉬워졌습니다. 반면 무엇이 좋은 결과인지 판단하고 비판적으로 읽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간이 직접 코드를 작성하지 않게 될까요?
진행자
앞으로는 인간이 직접 손가락으로 코딩할 일이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시나요?
이재욱 교수
프로그램 코드를 작성하는 부분은 거의 100%에 가까운 수준까지 자동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을 구현해야 하는지 결정하고, 문제를 나누고 정의하며, 역할을 배분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으로 남을 것입니다.
AI와 일하는 방식은 여러 에이전트를 관리하는 엔지니어링 매니저의 역할과 비슷합니다. 엔지니어링 경험이 없는 사람이 좋은 엔지니어링 매니저가 되기 어렵듯, 직접 코딩해 본 경험이 없으면 AI에게 일을 제대로 위임하기도 어렵습니다.
구현하고 개선하는 작업은 상당 부분 자동화되겠지만,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 판단하고 일을 설계하는 역할은 인간에게 남을 것입니다.
개발자가 AI의 영향을 가장 먼저 크게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진행자
많은 직업 가운데 개발자가 AI의 영향을 가장 먼저 크게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재욱 교수
실제 AI 활용 사례를 보면 코딩이 차지하는 비중이 초기부터 상당히 높았습니다. 개발자 중에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사용하는 얼리어답터가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인터넷에는 AI가 학습할 수 있는 코드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코드 자체도 논리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어 AI가 학습하기 좋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이 AI의 가장 첫 번째 대상이 된 것 같습니다.
바이브 코딩만으로도 실무용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요?
진행자
정규 코딩 교육을 받지 않고 바이브 코딩만으로도 실제 업무에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까요?
이재욱 교수
기본적인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는 상당히 유용합니다. 특정 분야의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AI를 활용하면, 개발 경험이 많지 않더라도 현업에 도움이 되는 도구나 시스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토타입과 실제 서비스는 다릅니다. 소프트웨어가 95% 정도 제대로 작동하더라도 나머지 5%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실제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99%의 정확도도 높게 들리지만, 10억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라면 1,000만 명이 잘못된 결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금융이나 보안과 관련된 서비스에서는 99%도 매우 허술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AI를 잘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진행자
AI를 높은 수준으로 사용하는 사람과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나요?
이재욱 교수
AI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사용자의 활용 역량이 성장하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립니다. 그 결과 AI를 잘 사용하는 파워 유저와 평균적인 사용자 사이의 생산성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AI를 잘 사용하려면 두 가지를 알아야 합니다.
첫째, AI로 어떤 범주의 작업을 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둘째, AI가 할 수 없는 일과 한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AI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정확히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 사용자 사이의 격차가 생기며, 그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AI 때문에 기존 컴퓨터공학 과제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
진행자
AI가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를 거의 완벽하게 풀 수 있다면, 기존의 컴퓨터공학 과제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요?
이재욱 교수
교과서에 나오는 정형화된 문제는 인터넷에 관련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AI가 거의 완벽하게 풀 수 있습니다. 그런 문제들은 더 이상 유용한 학습 도구가 되기 어렵습니다.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학생이 ‘중간 배달원’이 되는 것입니다.
교수가 문제를 내면 학생이 그 문제를 AI에 전달하고, AI가 만든 답을 다시 교수에게 제출하는 것이죠. 과거에는 학생이 직접 시간과 노력을 들여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학습이 일어났지만, 이런 구조에서는 유의미한 학습이 발생하기 어렵습니다.
학습은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이나 문제를 직접 푸는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계산기가 있다고 해서 사칙연산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원리를 알아야 결과의 의미를 해석하고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초 개념을 체화하기 위한 시험과 퀴즈 같은 방법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동시에 정답이 정해진 문제 대신 최소한의 조건만 주고, 학생이 직접 문제와 해결책을 설계하도록 하는 교육도 필요합니다.
지금도 컴퓨터공학을 전공할 가치가 있을까요?
진행자
코딩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된다면 굳이 컴퓨터공학을 전공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이재욱 교수
컴퓨터공학은 단순히 코딩 방법을 배우는 전공이 아닙니다. 현실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를 컴퓨터라는 도구를 이용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입니다.
그 핵심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복잡한 작업을 단순한 단계들의 조합으로 풀어내는 계산적·알고리즘적 사고입니다.
다른 하나는 데이터의 분포를 이해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얻는 데이터 기반 사고입니다.
AI와 기술이 계속 발전하더라도 이러한 소양에 대한 필요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컴퓨터공학은 앞으로도 계속 유용한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AI 시대에 개발자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요?
진행자
AI가 발전하면 개발자의 일자리는 늘어날까요, 아니면 줄어들까요?
이재욱 교수
두 가지 관점이 공존합니다.
AI 덕분에 코딩이 쉬워지면 만들어지는 소프트웨어의 총량과 산업 전체의 규모가 커져 개발자 수요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AI가 코딩을 대부분 자동화하면서 인간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현실은 아마 그 중간 어딘가에 있을 것입니다.
과거 ATM이 등장했을 때도 은행원들이 모두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행원들은 이후 상담이나 전략, 투자처럼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AI 역시 개발자와 엔지니어의 역량을 높이고 산업 전체의 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초급 개발자가 처음 경력을 시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은 현재 실제로 나타나는 문제입니다. 이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지금 다시 스무 살이 된다면 컴퓨터공학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진행자
지금 다시 스무 살의 신입생으로 돌아간다면 컴퓨터공학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이재욱 교수
저는 선택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보면 모두에게 공평한 상황입니다. AI가 가져온 변화는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도,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모두 새롭기 때문입니다.
경력이 많은 사람과 엔트리 레벨의 주니어 모두 이 기술 앞에서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누구든지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이 과거 어느 때보다 넓어졌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굉장히 흥미로운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개발자가 길러야 할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요?
진행자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능력의 가치가 이전보다 줄어든다면, 앞으로 개발자는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할까요?
이재욱 교수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직접 구현해 보는 훈련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훌륭한 엔지니어링 매니저들은 대부분 풍부한 엔지니어링 경험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AI 시대에는 일을 여러 단위로 나누고 AI 도구에 위임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하지만 코딩에 대한 감각이 없으면 일을 적절히 나누거나 위임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개념과 기술을 직접 경험하고 체화하는 과정은 AI 시대에도 필요합니다.
그와 함께 어떤 문제를 정의할 것인지, 좋은 해결책이 무엇인지 판별하는 안목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이런 안목은 많은 경험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직접 여러 가지를 만들어 보고, 좋지 않은 해결책을 버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신만의 판단 기준과 취향이 생깁니다.
컴퓨터공학 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진행자
AI 시대에 맞춰 컴퓨터공학 교육과정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이재욱 교수
교육과정 자체가 AI 네이티브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모든 과목에서 학생들이 AI 도구를 기본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커리큘럼을 새롭게 설계해야 합니다.
AI 도구를 사용하면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높은 수준의 과제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를 정의하고 설계하는 단계부터 실제 결과물을 공개하는 단계까지 경험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ㅡ
비평하는 훈련도 중요합니다. 코드나 디자인을 보고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평가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모든 학생에게 같은 프로젝트를 주기보다 최소한의 제약 조건만 제시하고, 그 안에서 각자가 창의적으로 문제와 해결책을 설계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기획자와 개발자의 역할도 합쳐질까요?
진행자
한 사람이 기획부터 개발까지 모두 수행하는 시대가 오면 기획자와 개발자의 역할도 합쳐질까요?
이재욱 교수
한 사람이 기획부터 개발까지 수행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를 기획자와 개발자를 합친 ‘기발자’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앞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AI 관련 공모전의 입상 사례를 보면 특정 분야에서 좋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 산업이나 직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필요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AI로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컴퓨터공학 교육도 다른 사람이 정의한 문제를 구현하는 수준을 넘어야 합니다. 문제를 어떻게 발견하고, 어떻게 정확하게 정의할 것인지 훈련하는 일이 앞으로 교육과정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비전공자는 AI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요?
진행자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은 AI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요?
이재욱 교수
우리가 마주치는 대부분의 문제를 AI로 풀 수 있다고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거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이고 작은 문제를 하나 선택해 AI 도구로 해결해 보는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 AI가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에 대한 감각이 생깁니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나누고, AI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이해도 높아집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분야에서 AI를 이용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진행자
거대한 변화의 시기를 살아가는 학생들과 미래 세대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재욱 교수
AI는 모든 사람에게 새로운 기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을 비슷한 출발선에 세우는 ‘그레이트 이퀄라이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변화를 지나치게 두려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AI를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인간 중심의 기술로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위치와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컴퓨터공학은 코딩만 가르치는 학과가 아닙니다.
복잡한 문제를 추상화하고, 해결 가능한 형태로 변환하는 문제 해결 방식을 가르치는 학문입니다.
앞으로도 컴퓨터공학은 그런 부분에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공학을 비롯해 다른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도 AI의 변화에 지나친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