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티비+ <세브란스: 단절>을 보셨나요?
드라마에 등장하는 세브란스(Severance)는 업무 중의 나와 퇴근 후의 나의 자아를 분리하여 서로 기억하지 못하게 하는 시술입니다. 두 자아가 서로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업무 중의 내가 고통스러워하더라도 퇴근 후의 나는 그 고통을 알지 못하므로 일을 계속하도록 강요한다든가요.

처음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직장인의 삶에 대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무의미한 업무를 진지하게 수행하고, 너무나 하찮은 보상을 얻고자 경쟁합니다. 그들이 회사가 선물하는 하찮은 보상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는 일하는 자아에게는 돈이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일하는 자아는 돈을 쓰는 경험을 하지 못하고, 오직 노동을 할 뿐입니다. 그들이 의식하는 시간은 평일 8시간 동안뿐이고, 그들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퇴근 엘리베이터를 탄 직후, 다시 출근해 있습니다. (한편으로 출퇴근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 점은 장점이네요) 특히 그들에게 주말이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매일 자발적 노예 생활을 하기 위해 부지런히 출근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가득한 드라마입니다.
p.s. 근데 제목 Severance 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과 동일한 단어네요. 1899년 폐쇄된 제중원이 모체인 세브란스 병원을 두고 서울대 병원이 제중원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단절이 느껴지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