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 안맞지만 개발을 하고자 하시는 분들께
제 인생 얘기라 부끄럽지만 저는 개발 입문 전에 원래 예술을 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계속 좋아했고 내 길은 오직 이것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20대가 가기 전에 꿈을 이루겠다고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장장 3년을 모아둔 돈 쓰고 시간 쓰고 정신 망가져가며 보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정말 재능도 없었고, 가능성도 없었으며 하루하루가 괴로움 뿐이었는데도 시간이 갈수록 더 놓을수가 없었어요. 나이는 먹어가고 기회비용은 커져가고, 지금은 아니지만 어느 날 번뜩 정신을 차려서 내 숨겨진 재능이 꽃을 피울거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거든요.
마치 절대 올 리 없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 같았어요. 버스를 기다려도 기다려도 안 오는데… 그럼 빨리 정류장을 떠나서 전철을 타러 가야 하는데, 5분쯤 기다렸을 땐 에이 안오네, 하고 갈 수 있지만 한시간, 한시간 반을 기다리면 기다린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요. 곧… 곧 올 거 같은데… 내가 돌아서면 버스가 나를 지나쳐 갈 것만 같은 기분…
그렇게 20대를 다 날리고 3년만에 그 길을 포기하기로 선언하던 날 그렇게 많이 울었습니다. 사실은 그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현실을 직면하기 무서워 눈을 피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후 사람 노릇은 하려고 일용직도 하고, 지게차 면허도 따다가 우연히 발들인 개발로 이렇게 어찌저찌 먹고 살고 있네요.
이번에 친구 녀석이 이쪽(웹개발은 아니고 보안쪽)으로 온다고 하길래 진심으로 응원해 주면서 최선을 다해보고 그래도 정 맞지 않으면 너무 애쓰진 마라. 라고 말해 줬습니다.
개발학원 다니면서… 너무 예술 하던 때의 저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거든요. 그 분들도 저처럼 그렇게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진짜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시는데 전혀 이해를 못하시고요. 근데 전 개발수업이 너무 재밌고 쉬웠거든요. 제가 스트레스로 벽에 머리를 쿵쿵 찧으면서 과제를 할 때 그들은 그냥 즐겁게 예술을 했겠구나, 맞지 않는 신발을 신은 나만 발이 아파 땅바닥을 보고 있었구나, 전 제 삶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개발 커뮤니티에서 이런 말을 하는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내가 이게 전공이고, 다른 관심사가 없어 관성으로 개발의 길을 걷고는 있는데 개발이 너무나 어렵고, 성과도 없고, 재미도 없다면
내가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건지, 그저 버스의 배차간격이 긴 것 뿐인건지 용기를 갖고 한 번 고개를 들어 확인을 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같이 큰 수업료를 치루기 전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