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이제 슬슬 출근해 볼까. S2EP1
그는 독감 이후 빠르게 몸이 회복됐다. 한 번 심하게 앓다 보니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이 시기에 그녀와 연애는 공개적으로 시작됐는데, 모두가 그들을 부러워했다. 연애만큼이나 일도 부족함 없이 잘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회사에서 빠르게 인정받았다. 그로 인해 시기와 질투도 많았다. 일이면 일, 연애면 연애, 뭐든 잘하니 배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아닌 게 아니라 시기와 질투는 인간의 진정한 본성이며, 아무리 숨긴다고 한들 가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알게 되겠지만, 삶에는 늘 좋은 날만 있는 게 아니다. 맑은 날이 있으며 흐린 날도 있고, 흐린 날이 있으면 맑은 날도 있다. 안타깝게도, 혹은 다행이기도 맑은 날은 여기까지다. 그들에게는 곧 시련이 닥칠 예정이다.
하늘은 붉은색 노을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란히 걷기 시작했고 곧이어 어둠이 내렸다. 서로 말없이 묵묵히 걷던 도중 그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그만 만나.”
그녀는 발을 멈추고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그러자, 우리 사이에 무슨 법적인 계약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원할 때 언제든 떠나도 좋아.”
“내가 왜 그만 만나자고 하는지 알고 싶지 않아?”
“아니, 난 그 정도로 호기심이 많지 않아.”
“뭐 그렇다면 그냥 말할게, 내가 떠나는 이유는 너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야.”
“그게 이유라면 나에게는 잘된 일이네, 넌 날 만족시키지 못했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휙 돌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한 쌍의 남녀가 얼마나 쉽게 헤어지는지 봤다. 여자는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한 남자를 탓했는데, 여기서 무엇을 만족시키지 못했는지는 ‘신’만이 아실 것이다. 사실 서술자는 자세히 표현하고 싶었으나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고, 동일한 이유로 핀잔을 받은 기억이 있어 입을 열지 않을 작정이다.
아무튼 여자는 남자에게 원하는 게 있었고, 남자는 여자가 원하는 걸 채워주질 못 했다. 남자는 애석하게도 스스로를 자책하며 이별을 말했다. 그렇게 단호하게 나올지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그녀에게서, 아냐, 괜찮아,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야,라는 말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후회가 밀려오면서 성급하게 말한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뒤쫓아 달려가 말할까. 미안해, 내가 더 열심히 할게,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몸에 좋은 것도 더 많이 먹어서, 네가 원할 때까지, 네가 만족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게,라고 말이다. 하지만 늦었다. 사람들은 이럴 때 종 쳤다고 표현한다. 맞다. 종 쳤다. 그에게서 그녀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한여름밤 꿈처럼. 마치 몽정에서 막 깨어난 것처럼 말이다.
그는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떴다. 우울했다. 어젯밤 이별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을 다잡았다. 세상 모든 것은 상대적인 거야. 모든 불행도 더 나쁜 것과 비교하면 견딜만 해지지, 그러니 눈물을 닦고 남자답게 행동해야 돼, 그리고 지난 일을 후회 한들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일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고, 지금 나는 일을 해야 하는 거야. 스스로도 이 기특한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힘주어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슬슬 출근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