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보다 더 거대한 AI의 변화...구글 딥마인드 CEO 인터뷰
에밀리 창: 다시 만나 반갑다. 샌프란시스코 이후 처음이다. 제미나이 3가 나왔고 OpenAI 내부적으로 '코드 레드'가 발령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구글이 다시 본래의 저력을 되찾았다고 느끼나?
데미스 하사비스: 내가 평가할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좋은 한 해를 보냈다. 기술과 모델을 다시 최신 최고 수준(SOTA)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특히 제미나이 3와 이미지 생성 모델인 이마젠(Imagen)을 통해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빠르게 결과물을 내놓는 '스타트업 에너지'를 조직에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에밀리 창: 사람들이 구글을 과소평가했거나 무언가 잘못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나?
데미스 하사비스: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는 항상 이 분야의 선두에 설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지난 10년만 봐도 트랜스포머, 알파고, 심층 강화 학습 등 현대 AI 산업이 의존하는 대부분의 혁신을 구글과 딥마인드가 발명했다. 또한 검색, 이메일, 크롬 등 AI를 적용하기에 완벽한 10억 사용자 규모의 제품들도 보유하고 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요소를 제대로 조직화하는 것이었는데, 지난 몇 년간 그 작업을 해냈고 이제 그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에밀리 창: 그렇다면 구글의 우위가 얼마나 크고, 또 얼마나 지속될 것이라 보나?
데미스 하사비스: 모든 것은 연구에서 시작된다. 특히 모델이 모든 벤치마크에서 최고 성능을 내는 것이 기본이다. 우리는 딥마인드와 구글이 합쳐질 때 이 부분에 가장 집중했다. 또한 우리는 TPU와 데이터센터 같은 하드웨어부터 클라우드 비즈니스, 최첨단 연구소, 그리고 AI가 적용될 제품군까지 '풀 스택'을 갖춘 유일한 조직이다. 구조적으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앞으로 보여줄 성장 여력이 훨씬 많이 남아 있다.
에밀리 창: 최첨단 AI 기업 CEO의 하루는 어떤가? 새벽 1시에서 4시 사이에 주로 생각한다고 들었다. 마음 편할 날이 없나?
데미스 하사비스: 결코 편하지 않다. 지난 3~4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도가 높았다. 연간 50주, 주당 100시간씩 일하는 게 일상이다. 기술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고 경쟁이 역사상 가장 치열하기 때문이다. AGI와 관련된 막대한 상업적, 과학적 가치가 걸려 있다. 하지만 내가 평생 꿈꿔온 'AI를 통한 과학적 발견 가속화'가 실현되는 시점이라, 할 일이 많아서뿐만 아니라 너무 설레어서 잠들기 힘들기도 하다.
에밀리 창: AI가 과학 발전을 이끈다는 점은 잘 알겠다. 최근 제미나이가 휴머노이드 로봇에 탑재되고 있는데, 물리적 세계에서도 '알파폴드 모멘트'가 오고 있나?
데미스 하사비스: 작년에 로봇 공학을 면밀히 검토했다. 물리적 지능의 돌파구가 임박했다고 본다. 약 18개월에서 2년 정도 남았다고 생각한다. 제미나이를 처음부터 멀티모달로 설계한 이유 중 하나도 로봇 공학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에밀리 창: 물리적 세계에서의 그 순간은 어떤 모습일까?
데미스 하사비스: 로봇이 현실 세계에서 유용한 작업을 신뢰성 있게 수행하는 것이다. 아직은 알고리즘의 견고함이 부족하고, 디지털 영역보다 학습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하드웨어, 특히 인간의 손과 같은 정교함을 기계로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 현대차와의 협력을 통해 자동차 제조 공정 등에 적용해 보고 있으며, 1~2년 내에 확장 가능한 인상적인 데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에밀리 창: 1년 전 중국의 '딥시크(DeepSeek)'가 서구권에 큰 충격을 줬다. 중국의 경쟁력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나?
데미스 하사비스: 처음부터 서구권의 반응이 과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인상적인 성과였고 바이트댄스 같은 기업은 매우 유능하다. 선두와의 격차는 1~2년이 아니라 6개월 정도라고 본다. 하지만 그들은 서구권 모델을 기반으로 하거나 미세 조정(fine-tuning)한 측면이 있다. 진짜 관건은 중국 기업들이 추격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최전선(frontier)을 뛰어넘는 혁신을 보여줄 수 있느냐인데, 그건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에밀리 창: 2030년까지 AGI 도달 확률이 50%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여전히 유효한가?
데미스 하사비스: 그렇다. 여전히 유효하다. 나의 AGI 기준은 꽤 높다. 인간의 모든 인지 능력을 갖추고,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을 넘어 과학적 가설이나 문제를 스스로 제기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현재 시스템은 아직 그 단계가 아니다. 연속 학습(continual learning)처럼 훈련된 범위를 넘어 실시간으로 배우는 능력 등 몇 가지 핵심 기능이 더 필요하다.
에밀리 창: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는 5년 내 엔트리급 사무직의 50%가 사라질 거라 했다. 동의하나?
데미스 하사비스: 나는 좀 더 오래 걸릴 거라 본다. 현재 AI는 '들쭉날쭉한 지능(jagged intelligence)'을 가지고 있다. 특정 업무는 아주 잘하지만 다른 건 못한다. 사람의 직무를 완전히 대체하려면 95%가 아니라 전체 업무를 일관성 있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수준의 일관성을 갖추기까진 아직 할 일이 많다.
에밀리 창: 하지만 결국 그런 파괴적 변화는 일어날까?
데미스 하사비스: 결국은 그렇다. AGI가 완성되면 경제 구조 자체가 바뀔 것이다. 에너지, 신소재 문제 등이 해결되면서 우리는 '결핍이 없는(post-scarcity)' 급진적으로 풍요로운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에밀리 창: 그 과정에서 겪을 혼란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자녀들에게 미래에 대해 뭐라고 말해주나?
데미스 하사비스: 산업혁명보다 100배 더 크고 빠른 격변의 시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력이 뛰어나다. 아이들에게는 이 새로운 도구들에 완전히 능숙해지라고 조언한다. 이는 창의적인 분야에서 10명의 몫을 혼자 해낼 수 있는 '슈퍼파워'를 얻는 것과 같다.
에밀리 창: 규제 마련을 위해 개발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 세계가 다 같이 멈춘다면 동의하겠나?
데미스 하사비스: 그렇다. 나는 예전부터 AGI 임계점에 다다르면 국제적인 'CERN(유럽입자물리연구소)' 같은 기구를 만들어 전 세계 최고의 지성들이 과학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한 국가나 기업만 멈춰서는 소용이 없으므로 국제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현재 국제 정세상 어렵긴 하지만, 안전한 AGI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접근이다.
에밀리 창: 얀 르쿤(메타 AI 수석과학자)은 트랜스포머와 LLM만으로는 AGI에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동의하나?
데미스 하사비스: 그것들이 '막다른 길'이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미 엄청나게 유용하지 않은가. 다만 그것만으로 충분한지는 과학적 검증이 필요한 문제다. LLM은 AGI의 핵심 부품이 될 것이 확실하다. 다만 월드 모델, 추론 능력, 장기 계획 등 한두 가지(5개 미만)의 추가적인 돌파구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
에밀리 창: 일리야 수츠케버는 '스케일링(규모 확대)의 시대'가 거의 끝났다고 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동의하지 않는다. 딥마인드 입장에서 우리는 '연구의 시대'를 떠난 적이 없다. 지난 10년 혁신의 90%를 우리가 만들었다. 앞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면, 과거처럼 우리가 다시 해낼 것이다. 스케일링과 새로운 발명, 두 가지 모두를 극한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에밀리 창: 일론 머스크는 우리가 이미 '특이점'에 진입했다고 한다.
데미스 하사비스: 너무 섣부른 판단이다. 특이점은 완전한 AGI의 도래를 뜻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에밀리 창: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현재 얼마나 관여하고 있나?
데미스 하사비스: 매우 깊이 관여한다. 래리는 전략적인 부분에서, 세르게이는 제미나이 팀에서 직접 코딩을 하며 알고리즘 세부 사항을 챙긴다. 두 창업자 모두 컴퓨터 과학자로서 역사적인 순간을 즐기고 있다. 나는 스타트업의 속도와 대기업의 자원을 결합하고, 장기 연구를 보호하는 균형을 맞추려 노력 중이다. 현재 우리의 발전 속도와 궤적에 매우 만족한다.
에밀리 창: 당신은 노벨상 수상자다. 만약 AI가 노벨상급 발견을 한다면 상은 누가 받아야 하나?
데미스 하사비스: 여전히 인간이라고 본다. AI는 현미경이나 망원경이 진화한 형태의, 궁극적인 과학 도구다. 도구를 활용해 가설을 세우고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에밀리 창: 왜 대중이 구글을 신뢰해야 하나?
데미스 하사비스: 기업의 행동과 리더의 동기를 봐야 한다. 구글은 태생부터 과학적인 기업이며, 이사회 구성원들도 노벨상 수상자 등 과학자들로 채워져 있다. '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화한다'는 구글의 미션과 '지능을 해결해 모든 문제를 푼다'는 딥마인드의 미션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우리는 이 기술을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다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에밀리 창: '결핍 없는 세상'이 와서 더 이상 일이 필요 없어지면 당신은 무엇을 할 건가?
데미스 하사비스: 물리학의 한계를 탐구하고 싶다. 현실의 본질, 의식, 시간, 중력 같은 거대한 질문들 말이다. AI를 활용해 우주를 탐험하고 이런 심오한 미스터리를 풀고 싶다.
에밀리 창: 마지막으로, 10년 후 사람들이 범했을 가장 큰 실수는 무엇일까? 조언을 해준다면.
데미스 하사비스: 젊은 세대에게는 '학습하는 법(learning to learn)'을 익히라고 하고 싶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리더들에게는 올바른 철학을 가진 파트너를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기술을 올바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파트너와 함께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