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괜찮았다. ep2
물론 원치않는 php를 하고 있으나 보수는 괜찮았고, 동료들도 나쁘다 할 수 없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돈이야. 자바를 했다면 좋았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요즘 같은 시기에는 무엇이든 일을하는게 중요해, 라고 생각하자 스스로 만족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근무 시간에 잔게 아닌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깐 백일몽을 꾸었을 뿐, 동료들은 눈치채지 못 했다. 해는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었다. 한참 바쁠 사무실은 이상할만치 고요했다. 낯익은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더니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 예기치 않은 불안의 이유를 찾아보려 했다. 어쩌면 일을 다 마치지 못한 채 그만둬야 하는 사람의 자연스러운 반응인지도 몰랐다.
생각을 물리치고 자신이 짠 코드를 봤다. 흐뭇했다. 깔끔했다. 글자 그대로 클린코드 그 자체였고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누군가에게 코드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사실, 이게 내가 만든 꿀이야. 하고 자랑할 수 있는 벌이 어디 있겠는가. 그때, 그가 앉은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 친하지 않은 동료 두 명의 대화가 그의 귀에 간신히 들렸다.
그게 언젠데? 그러자 다른 동료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이번 달 까지야. 프로젝트 자금사정으로 인해 인원 감축한데. 요즘 다 그렇잖아.
몇명이나 나가는데.
절반, 최근들어 온 개발자들이 대상이야.
그의 눈이 귀보다 이 대화를 더 잘 이해한 듯 둥그렇게 커졌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떨렸다. 다시 일자리를 잃을게 분명했다. 불쌍한 사람. 어둠의 손이 다시 그에게 손을 뻗쳤다. 아, 이런데도 사람들은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가엾은 그에게 축북을 빌어주는 것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에 괴로워하는 건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않아.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이번 달 까지 일한 월급과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얼마나 생활이 가능할지 계산 한다. 하루 두끼만 먹고, 그 중 한끼는 삶은 달걀과 우유 한 컵이면 돼, 나머지 한끼는 햇반 하나와 김으로 해결하면 되니, 어디보자 6개월 정도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의 눈에는 눈물이 자신도 모르게 흘려 내렸다. 서글픈 생각때문이다. 눈물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슬퍼서, 누군가가 떠나 가서, 어렸을땐 할 줄 아는게 우는 것 뿐이라서, 어른이 되서 우는 건 자신의 의지가 아니다. 그건 삶이 주는 비애 때문이다. 다시한번 그에게 축복을 빌어주자. 분명 그의 수호천사가 한 눈 팔고 있으니, 그가 제 일을 제대로 할 때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