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그리고 몸담았던 직장을 정리하며...
안녕하세요.
내년이면 17년차 개발자되는 회원입니다.
이 바닥에 16년이나 있었는데 뭐 딱히 이루어놓은것도 없고...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여러가지 많은 부분에 염증을 느껴
꽤나 오랫동안 운영했던 웹에이전시를 정리하면서
다시 고용인에서 피고용인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간의 경험(개발, 관리, 협업)을 살려 스타트업이나 벤처에서 역량을 발휘할 포지션을 찾아보려고 했으나
저 또한 회사를 운영해온 입장에서 CTO나 manager 의 포지션을
저같이 딱히 내세울만한 스펙이 없는 지원자의 resume와 단시간의 인터뷰만으로
채용하기 쉽지 않다는걸 잘 알고 있기에 적극적인 어프로치가 잘 되지를 않네요.
정말 하기 싫지만 또 다시 SI 판으로 들어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전에 다같이 고생하고 있는 이 커뮤니티의 선/후배 동료들께,
혹은 앞으로 개발자로서의 이직 또는 신규 진입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에게
몇가지 주제 넘은 코멘트를 드리고 싶어 몇마디 남겨볼까 합니다.
[쉼 없는 자기 개발]
아.. 말만 들어도 굉장히 고단해 보입니다.
사실 제가 창업할 무렵까지만해도 서버,프론트,iOS,android,아키텍처 설계까지 혼자 다 해냈으니 주변에서의 평가도 좋았고 나름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창업 이후 제가 잘하는 skill set이 best인줄 착각하고 수년을 지내온 이후 이직을 생각하고 최근의 trend를 확인하고는 정말 충격이 컸습니다.
'난 무인도에 혼자 살며 완장차고 열심히 골목대장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 였으니까요.
퇴직하고 프로그램으로 먹고살게 아닌 다음에야 계속 공부하셔야 합니다.
외부에서 열리는 컨퍼런스도 가급적 많이 참석 하시구요...
회사에서 시간을 안빼주면 개인 연차를 사용해서라도 말이죠.
컨퍼런스 참석은 '자기 계발'을 위한 것이지 회사와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을 위한 것이 아니거든요.
"꼰대" 소리 듣기 싫으시면 끊임없이 공부하세요 ^^
[개발자로서의 가치]
아주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조직의 구조, 분위기, product manager(owner)의 가치관에 따라 같은 사람을 놓고도 그 가치는 극에서 극으로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저는 사실 개발자로서 language나 tool의 절대적인 가치는 상당히 낮게 평가하는 편입니다.
개발 환경이나 도구라는 것은 사실 해당 조직의 기술 책임자가 본인이 가장 잘하는(잘 아는) 환경으로 만들어 놓은 그야말로 도구에 불과할 뿐이니까요.
어떤 환경에서든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language와 tool 그리고 환경에 잘 적응하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진짜 '뛰어난' 개발자가 아닐까요?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발에 아무리 뛰어난들 유연하게 움직이는 Product owner와 시장요구사항에 제대로 부합하지 못하는 결과물을 내 놓는다면, 개발비용보다 협업비용이 더 많이 드는 개발자라면 별 메리트가 없어 보입니다.
'제가 올해 00년차인데 연봉을 얼마 받으면 적당할까요?'
오키 뿐만 아니라 IT관련 종사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라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질문들이죠.
제가 가장 싫어하는(혐오하는) 질문입니다.
IT 엔지니어가 무슨 공산품이나 오래 숙성될수록 가치를 인정받는 양주 원액같은게 아니잖아요? ㅎㅎ
내가 받는 연봉이 객관적으로 정당한 댓가를 받고 있는건지 궁금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경우에라도 최소한의 스펙(학력, 연차, 주로 경험했던 업무분야, 스킬셋, 개인/업무적 장,단점)정도는 함께 올려주셔야 동료들이 평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 주변에 있는 나와 비슷한 년차의 동료들보다 급여를 적게 준다고 사장을 욕하지 마세요.
스스로의 가치를 그정도 밖에 만들지 못한(혹은 인정 받지 못한) 본인을 탓하시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게 노력하세요.
[SI 시장의 현실]
제 경력의 8~9할 정도는 SI(웹에이전시) 경력입니다.
또 그중의 3~4할 정도는 사장 노릇을 해봤으니 고용인과 피 고용인의 입장을 양쪽 모두 잘 이해한다고 스스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최대한 짧게 정리 해 볼께요.
1. SI나 웹에이전시에 최.소.한. 정규직으로는 입사하지 마세요.
발주처에서 지급하는 용역비는 1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같습니다.
잘하시는 분들에게 제대로된 처우를 해주기 무척 어려운 구조입니다.
심지어 공공부문에서도 상당히 많은 사업들이 '최저가입찰' 이라는 말도 안되는 짓거리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회에서 '컨설팅' 개념이 아닌 단순히 비용을 감소하기 위해 '구축(개발) 용역'을 수행하는 사업 자체가 사라지지 않으면 이 구조는 절대 개선되지 않을겁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실 거라면 SI, 웹에이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사장들 너무 욕하지 마세요.
업체에서 단가 700받아서 프리랜서에게 500 지급하면 200만원이 그냥 불로소득인 것 같죠?
'우리 프로젝트에 10명 들어와 있으니, 우와. 사장은 그냥 앉아서 매당 2천씩 버네?'
그렇게 생각하실 것 없어요.
그 사장은 프로젝트 영업하기 위해 술 접대, 골프접대 해야 하고 담당자의 갖가지 갑질을 온몸으로 다 받아내야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때에는 모든 손해를 본인이 감수해야 합니다.
무급으로 인수인계, 교육을 강요하고 프로젝트 리스크를 근로자(프리랜서)에게 전가하며 고객사가 요구한다고해서 이유도 없이 야근과 휴일 출근을 윽박지르는 X양아치 같은 인력장사들 옹호하려는건 아닙니다.
다만, 그들이 영업해온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본인도 생계를 꾸려가는 입장에서 하청업체 사장을 너무 그렇게 색안경쓰고 볼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본인이 겪어보지 않은 어려움과 리스크가 그들에게는 있으니까요.
2017년을 마무리하며 몇자 적고나니
제속은 조금이나마 후련해졌습니다만 너무 주제 넘는 글이 되어 버린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혹시라도 내용중에 불편한 부분이 있으시다면 이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 해 주시는 차원에서 기분좋게 지나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에 어딘가 프로젝트나 회사에서 만나뵙게될 동료분들, 2018년 한해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 후 이 페이지로 돌아와 바로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