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탄] 일본 IT 취업 준비, 시작 전에 확인해야 할 3가지
벌써 3번째 글이 되네요.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1탄] https://okky.kr/articles/1557547
[2탄] https://okky.kr/articles/1557861
안녕하세요. 18년 동안 일본 IT 업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PM으로 활동하고 있는 개발자입니다. 5년 전부터는 프리랜서로 전향해 도쿄에서 나름의 루틴을 만들며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일본 취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후배님들에게 제가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경험한 '진짜 일본 IT업계' 이야기를 조금씩 연재해보려 합니다. 제가 일본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새로 도전을 시작하려는 분들께 작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원래 한 편으로 쓰려던 글인데, 분량이 길어져 두 편으로 나눴습니다. 이번 글은 그 첫 번째이고, 나머지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일본 IT 취업, 언제부터 준비해야 할까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먼저 이렇게 되묻습니다.
“지금 이력서를 내면, 면접에서 설명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나요?”
일본 취업 준비는 일본어 시험처럼 “몇 월부터 시작하면 합격”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준비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기준은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SI 개발자로 2~3년 일한 뒤 일본 이직을 고민하는 분이라면, 준비의 핵심은 “일본어를 완벽하게 만든 뒤 지원하자”가 아닙니다.
내가 지금 일본 기업과 대화할 수 있는 상태인가. 여러분은 이 질문에 먼저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본 IT 시장은 여전히 개발자가 부족합니다
경제산업성이 2019년에 공개한 「IT人材需給に関する調査」에서는 2030年に IT 인재가 시나리오에 따라 약 16만 명에서 최대 약 79만 명까지 부족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중간 시나리오에서도 약 45만 명 부족입니다.
조금 오래된 조사이긴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와 크게 어긋나지는 않습니다. AI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는 지금도, 실무를 맡길 수 있는 개발자를 찾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계속 들립니다.
기업이 원하는 것은 ‘자기 경험을 설명할 수 있는 개발자’입니다
다만 이 숫자를 “일본에 가면 누구나 취업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인재가 부족하다는 말과, 아무나 뽑는다는 말은 전혀 다릅니다.
기업이 찾는 사람은 “개발을 해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맡은 일을 설명하고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개발자입니다.
면접에서 화려한 기술 이름을 나열하는 것보다, “이 문제를 왜 이렇게 풀었는지”를 차분히 설명하는 사람이 더 강하게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외국인 채용이 늘어난 만큼, 경쟁도 같이 늘었습니다
기회만 늘어난 게 아닙니다.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자체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후생노동성의 2025년 「外国人雇用状況」에 따르면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수는 257만 1,037명으로, 신고 제도 시작 이후 역대 최다였습니다. 그중 전문적·기술적 분야의 재류자격을 가진 인력도 86만 명 이상입니다.
다시 말해 일본 기업은 이미 외국인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리한 시대는 지났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대신 그만큼 함께 비교되는 지원자도 늘었습니다. 일본어를 조금 한다는 이유로, 혹은 “일본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지만으로 뽑히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결국 기업의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경력, 일본어, 포트폴리오를 ‘기업과 대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한 개발자입니다. 지금부터 일본 취업을 준비하신다면, 먼저 이 3가지를 본인의 상황에 맞게 점검해야 합니다.
1. 내 경력은 일본 기업에 어떻게 보일까
신입, 주니어, 경력직은 일본 기업이 보는 관점과 준비 포인트가 다릅니다.
신입 (경력 없음 / 인턴·알바 경험만 있음)
신입분을의 경우 완성된 실력보다 성장 가능성, 전공 기초(자료구조·OS·네트워크 등 CS 지식), 학습 의지를 봅니다.
강점: 특정 회사 방식에 물들지 않아 새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가르치면 그대로 흡수함
약점: 실무 경험이 없어 "이 사람이 현장에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가 안 보임
현실 조언: 신입은 완성된 인재가 아니라 가르쳐서 쓸 수 있는 사람을 찾습니다. 그래서 완벽한 코드보다 개인 프로젝트 2~3개로 "왜 만들었고, 어디서 막혔고,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설명하는 연습이 더 중요합니다. 일본어는 N2가 없어도 회화로 프로젝트를 설명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주니어 (경력 1~3년)
한국 SI 3년차처럼 완전 신입도, 경력직도 아닌 애매한 위치입니다. 일본 기업은 이 단계에서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가"를 봅니다.
강점: 신입보다 실무 경험이 있고, 경력직보다 학습 속도가 빠르며 연봉 부담도 적음. 기업이 데려와서 키우기 좋은 위치
약점: 경험이 어중간해 "이 사람을 어디에 배치해야 할지"가 안 보일 수 있음. "SI에서 개발했습니다" 정도로는 강점이 드러나지 않음
현실 조언: 가장 중요한 건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입니다. "배치 처리 성능 개선으로 처리 시간 30% 단축"처럼 작은 성과라도 숫자로 표현하세요. 그래야 면접관이 "이 사람은 이런 일을 맡기면 되겠다"고 그림을 그립니다.
저도 주니어 때 일본에 왔습니다. 한국에서의 경력은 짧았고 많이 어설픈 일본어 실력이었지만 면접에서 "무엇을 했는지", "일본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말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일본에 와서 바로 실무에 투입됐습니다.
경력직 (경력 3년 이상, 특정 기술 스택 경험 있음)
경력직은 신입처럼 가능성을 보는 단계가 아닙니다. 기업은 "우리 프로젝트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가"를 봅니다.
강점: SI에서 쌓은 운영·장애 대응 경험, 그리고 특정 스택(Spring Boot, Oracle, AWS 등)을 실무에서 써본 경험 자체가 차별화 요소
약점: 맡은 범위가 일부 화면·API·배치에 한정돼 전체 시스템 이해도가 약해 보이거나, 환경이 이미 정해진 프로젝트가 많아 기술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음
현실 조언: "SI 프로젝트 참여"라고만 쓰면 어디까지 책임졌는지 안 보입니다. 담당 범위·사용 기술·개선 결과를 숫자와 함께 쓰세요. (예: "검색 쿼리 개선으로 평균 응답 40% 단축", "야간 배치 2시간 → 50분 단축")
이 정도까지 정리해 둬야 면접에서 "그때 왜 그렇게 처리했나요?"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명심할 점이 있습니다. 3년 이상의 경력직이라도 일본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사실상 신입과 비슷한 출발선에 서게 됩니다. 한국에서의 경력을 인정해 주고 안 해주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사소통이 안 되면 맡은 일을 설명할 수도, 협업할 수도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됩니다.
2. 일본어는 자격증보다 실제 말하기 능력이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일본 취업 준비를 "JLPT 점수 만들기"를 목표로 시작합니다. 물론 자격증은 도움이 됩니다. N2가 실질적인 기준선이고, N1은 있으면 유리하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자격증은 출발점일 뿐입니다. 실무 면접에서 통과를 가르는 건 자격증이 아니라, 내 경험을 일본어로 설명할 수 있는가입니다.
실제로 일본어가 합격을 결정하는 비중은 직무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고객 대응·요건 정의·문서 작성이 많은 포지션은 높은 일본어가 필요하지만, 순수 개발 중심 포지션은 N2가 없어도 지원 가능한 곳이 여전히 있습니다. (TokyoDev, Japan Dev, 커리어크로스의 '일본어 불문' 필터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자리는 외국계·글로벌 팀에 몰려 있고 경력·전문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격증 점수보다 먼저 점검할 건 이것입니다.
내 프로젝트에 대해서 일본어로 설명할 수 있는가.
문법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대신 아래 질문에는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시스템을 만들었나요?
본인이 담당한 부분은 어디인가요?
어려웠던 문제는 무엇이었나요?
어떻게 해결했나요?
팀에서는 어떤 역할이었나요?
일본어 공부를 “시험 준비”로만 하면 이 부분이 비어버립니다. 취업 준비용 일본어는 따로 연습해야 합니다.
저도 여러 회사에서 면접을 보면서, 한국어로는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인데 일본어로는 바로 나오지 않아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격증 공부와 별개로, 내 경력과 프로젝트를 일본어로 말하는 연습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또 주의 하셔야 할 부분이, "일본에서도 영어만 잘하면 된다"는 글도 종종 보입니다만 앞에서 말했듯이 그건 외국계 기업이나 글로벌 팀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일본 진출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영어는 잠시 접어두고 일본어에 집중하시길 권합니다.
3. 포트폴리오는 ‘예쁜 결과물’보다 설명 가능한 증거입니다
포트폴리오는 거창한 서비스가 아닙니다. 면접관이 "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개발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신입: 실무 경험이 없으니 포트폴리오가 거의 유일한 증거입니다. 큰 서비스보다 작게라도 끝까지 완성하고, 왜 만들었고 어디서 막혔고 어떻게 풀었는지 README로 설명하세요.
주니어: 회사 업무와 비슷한 구조의 프로젝트로 "제가 이렇게 개발합니다"를 보여주세요. 기능 수보다 하나라도 설계 의도와 개선 과정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력직: 포트폴리오보다 직무경력서가 중심입니다. 코드를 공개하기 어려우니, 만든다면 장애 대응·쿼리 튜닝처럼 본인 강점 사례를 재현하고 개선 전후를 정리하세요.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예쁘게 만들었다"가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고 해결했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입니다.
마무리하며: 결국 기준은 ‘기업과 대화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일본 취업은 특별한 사람만 가는 길이 아닙니다. 다만 준비 없이 지원하면 면접에서 바로 막힙니다.
그리고 이건 합격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 경험으로는, 같이 일본에 왔던 동료들 중 준비가 부족했던 분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3년 안에 절반 정도가, 5년 뒤에는 80% 정도가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뒤로 만난 분들도 대부분 비슷한 길을 밟았습니다.
준비는 합격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결국 일본에서 오래 일하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정리한 3가지, 내 경력 단계, 일본어로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능력, 보여줄 결과물(또는 직무경력서)를 먼저 점검해야 합니다.
완벽해진 뒤에 움직이겠다고 생각하면 계속 미뤄집니다. 목표는 완벽해지는 게 아니라, 기업과 대화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그 상태가 되는 순간부터 기회가 생깁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기준을 바탕으로, 2년 전·1년 전·6개월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단계별 로드맵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도쿄에서 동료로 만날 그날을 기대하겠습니다.
참고 출처
후생노동성, 「外国人雇用状況」の届出状況まとめ(令和6年10月末時点), 2025년 1월 공표
경제산업성, 「IT人材需給に関する調査」, 2019년
후생노동성, 「令和6年 外国人雇用実態調査」
出入国在留管理庁, 在留資格「技術・人文知識・国際業務」 (2026년 4월 15일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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