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IT업계 분위기는 실제로 어떨까?
안녕하세요. 18년 동안 일본 IT 업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PM으로 활동하고 있는 개발자입니다. 5년 전부터는 프리랜서로 전향해 도쿄에서 나름의 루틴을 만들며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매번 조용히 눈팅만 하다가, 최근 일본 취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후배님들에게 제가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경험한 '진짜 일본 IT업계' 이야기를 조금씩 연재해보려 합니다. 제가 일본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새로 도전을 시작하려는 분들께 작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한국 개발자가 일본에서 일하며 느낀 점들
일본 개발자 취업을 생각하면 많은 분이 이런 이미지를 먼저 떠올립니다.
야근이 많다
분위기가 딱딱하다
상명하복 문화다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이 많다
일본어를 엄청 잘해야 한다
저도 일본에 오기 전에는 비슷하게 생각했습니다. 제가 처음 일본에 왔던 2008년도만 해도 위 내용이 거의 맞았으니까요. 하지만 요 몇 년 동안(특히 코로나를 기점으로) 일본 IT 업계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오늘은 "실제로 느낀 일본 IT 업계 분위기"를 가볍게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회사마다 분위기 차이가 정말 큽니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은 특히 회사별 온도 차가 큽니다. 전통적인 일본 기업 스타일부터 스타트업, 외국계 기업, SI나 SES 기업까지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일본 회사는 다 이렇다”라는 식의 일반화된 이야기를 너무 믿지 마세요. 자유로운 복장, 재택근무, 영어 사용, 수평적인 문화를 가진 회사도 아주 많습니다.
참고로 저는 5년 전부터 100% 재택근무만 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찾을 때 처음부터 '재택근무 가능'을 우선 조건으로 두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유연한 근무 형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 생각보다 “조용한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있습니다
한국 회사는 비교적 빠르고 직접적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경우가 많죠. 반면 일본은 부드러운 표현, 상대방에 대한 배려, 강한 표현을 피하는 문화가 강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이거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바로 말한다면, 일본에서는 “조금 확인해보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처럼 돌려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소모적인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장점도 있습니다.
3. 문서화와 공유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일본 IT 업계에서 꽤 인상 깊었던 부분입니다. 회의 내용 정리, 작업 절차 문서화, 매뉴얼 작성, 일정 공유 등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처음엔 “왜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적지?” 싶을 수 있지만, 인수인계나 장애 대응, 팀 협업 과정에서 엄청난 효율을 발휘합니다. 최근 많은 스타트업은 AI를 활용해 이런 문서화 과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4. 야근 문화는 회사마다 다릅니다
예전엔 일본 IT 하면 야근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많이 변했습니다. 재택근무 증가, 업무 효율 중시, 잔업 제한 등이 정착되는 추세입니다. 물론 납기 직전이나 장애 대응 등 바쁜 현장도 있지만, “무조건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것이 미덕”이라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습니다.
저 또한 멤버들의 잔교가 일정 수준에 달아면 미리미리 상담을 하고 다른 팀원들과 분배나 일정을 조절합니다. 이런 것을 재대로 해내지 못하면 매니저로써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스케쥴을 맞추기 위해 멤버들을 갈아 넣던 시대랑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5. 외국인 개발자가 정말 많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가장 크게 바뀐 점입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중국, 한국, 베트남, 인도,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일정 경력이 쌓이면 국적에 따른 기술력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능력을 더 중요하게 보는 분위기입니다.
“나는 일본인이 아니니까 어렵지 않을까?”라고 겁먹지 마세요. 저 역시 한국인, 미국인, 중국인, 일본인이 섞인 팀에서 일할 때 일어가 안 통하면 영어로 소통하며 함께 프로젝트를 완수하곤 했습니다.
6. 일본어는 “완벽”보다 “전달”이 중요합니다
취업을 고민할 때 가장 걱정하시는 부분일 겁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완벽한 문법이나 어려운 표현보다 보고 가능, 질문 가능, 협업 가능이 훨씬 중요합니다. 오히려 조용히 있는 사람, 질문 안 하는 사람이 현장에서는 더 위험하게 비칩니다.
틀려도 좋으니 계속 이야기하세요. 문법 수준은 중학교 1학년 영어 수준으로도 충분합니다. 발음이나 억양이 조금 어색해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전달"만 된다면, 일본 엔지니어들도 전혀 문제 삼지 않습니다.
마무리하며: 회사는 최종 목적지가 아닌 첫 단계입니다
일본 IT 업계도 좋은 회사와 힘든 회사가 공존하는,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한국과는 일하는 방식이나 스타일이 조금 다를 뿐이죠.
처음부터 완벽한 회사를 찾으려 하기보다, 우선 일본 현장에서 개발 경험과 커리어를 시작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보면 일본식 개발 문화와 업무 흐름, 커리어의 방향성이 훨씬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첫 회사를 '최종 목적지'가 아닌, 장기적인 커리어의 첫 단계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다음 글에서는 많은 분이 가장 궁금해하는 “일본 개발자는 일본어를 실제로 어느 정도 해야 할까?”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혹시 일본 취업을 생각할 때 가장 두려운 점이 무엇인가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음 글에서 꼭 다뤄보겠습니다.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 후 이 페이지로 돌아와 바로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