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점은 없는데 문서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실무를 하다 보면
정말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끔은 “일하는 모습” 자체에 더 집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전에 팀 회의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날 회의의 목적은
팀의 역할과 책임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어떤 업무를 맡을지,
운영 중 생기는 이슈는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
앞으로 협업은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회의 도중 한 사람이 갑자기 말을 꺼냈습니다.
“제가 이번에 문서를 새로 다 현행화해서 다시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그거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문서 정리 이야기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곧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 문서는 이미 기존에 있었고,
그 이후 실제로 변경된 내용도 없었습니다.
새로 추가된 것도 없고,
삭제된 것도 없고,
운영 기준이 바뀐 것도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변경점이 없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문서를 다시 만들었다는 말은
조금 애매하게 들렸습니다.
회의에 있던 팀장님도 바로 물었습니다.
“변경된 게 있나요?”
“기존 문서와 달라진 내용이 뭔가요?”
“변경된 게 없으면 기존 문서를 쓰면 되는 거 아닌가요?”
회의실에 잠깐 정적이 흘렀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질문이었습니다.
문서 정리는 중요합니다.
문서가 오래됐거나,
내용이 틀렸거나,
실제 운영 상태와 맞지 않으면
반드시 현행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변경점이 없는데 문서를 새로 만드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그건 현행화라기보다
“무언가를 했다는 표시”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물론 문서 포맷을 정리하거나
가독성을 높이는 작업도 의미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이슈가 따로 있는데,
변경점 없는 문서를 다시 만드는 일이
가장 먼저 보고할 성과였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운영 현장에는 늘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장애 예방을 위한 점검도 있고,
실제 변경 작업도 있고,
성능이나 용량 추이도 봐야 하고,
고객이나 다른 팀과 조율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겉으로 보기 좋은 작업만 반복되면
팀의 에너지는 엉뚱한 곳에 쓰이게 됩니다.
저는 이때 느꼈습니다.
문서 작업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일의 본질보다
“내가 뭔가 하고 있다”는 표시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입니다.
실무에서 필요한 성실함은
무언가를 계속 만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경점이 있는 문서를 갱신하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변경점이 없는 문서를 다시 만들며
그것을 주요 성과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운영에서 중요한 건
문서의 양이 아니라 정합성이고,
보고의 횟수가 아니라 실제 기여도입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 것이 맞을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기존 문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판단일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를 했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불필요한 일을 만들어내면,
그건 성실함이라기보다 팀의 피로가 됩니다.
진짜 실무자는
문서를 다시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 그 문서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부터 판단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경험 있으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실무에서
“일을 한 것처럼 보이는 일”과
“실제로 필요한 일”을 어떻게 구분하시나요?
관련해서 정리해둔 글이 하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만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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