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서 쓰는 일본 vs 바로 퍼포먼스를 원하는 한국
프폴로그
안녕하세요.
최근에 한 SI 회사에 입사하였지만, 팀장으로부터 같이 계속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고 혼란스러워진 한 신입 개발자입니다.
이 분야가 공급망관리(SCM) 분야라 사이트에서 파견가서 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저는 사이트에 나가지는 않고 있습니다.
회사는 C#을 주언어로 사용하고 저는 Visual Studio 상에서 회사가 만든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짜는게 업무라고 합니다. 솔루션 자체는 사이트에 있는 고객에게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도록하고 UI단에서만 다루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회사 처음 들어왔을 때는 신입이 일을 하기까지 최소 1년은 걸리니 길게보고 급하게 마음먹지 말라고 말씀은 해 주셨습니다.
사람들도 다 좋았고, 약간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출퇴근도 빡빡하게 보지는 않아서 나름 괜찮은 회사라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수습 기간 한 달째부터 제가 회사 솔루션을 빨리 못 배우는 것 같아 보이자 조금 더 분발해야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부터 주말에 다니던 외국어 학원도 끊고 인근 도서관에 점심부터 저녁까지 있으면서 회사 업무를 빨리 익히기 위해서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투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덧 전체적인 회사의 솔루션 구조가 파악된다고 생각했는데, 팀장님께서는 두 번째 달에도 제가 잘 못따라간다는 인상을 받으셨나 봅니다.
그래서 제가 너무 답답해서 그럼 저를 시험보시면 되지 않겠느냐고 공손하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하시네요, 이번 달 중순에 시험을 봐서 제가 통과를 못하면 안된다고 하십니다.
처음에는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배우라고 하시고서는 한달 지나시니 말씀이 달라지시는게 조금 의아하긴 했습니다만, 나중에 사정을 알고보니 회사에 책임급들은 부족한데 선임급들만 많아 실무를 할 수 있는 인원이적어 영업팀이 일을 물고와도 못해서 답답한 상황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최대한 선임급들을 빨리 훈련시켜 현장에 투입하도록 팀장급들이 압박을 받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상황에서 그게 자신들의 성과와 직결되니 그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 분야가 한 두달 스스로를 갈아넣는다고해서 빨리 이해가될 수 있는 분야가 저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산업공학에서 다룰 법한 제조 물류 관리 등의 이론을 열심히 공부하고는 있는데 산업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제가 이 모든 내용을 3개월만에 알 수는 없습니다. 그건 제가 아니라 많은 선배들이 말씀하신 겁니다. 그래서 테스트를 얼마나 빡빡하게 보실지는 모르겠으나, 어렵게 나온다면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
제가 개발자라는 직무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위해 커리어 전환을 많이 했었고 이제 겨우 30대 중반의 나이에 웹개발은 아니지만 그래도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직무로 왔는데, 제 노력이 한번에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 착잡합니다.
그래서 혹시 모르는 마음에 짤린다면 다른 일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까하여 잡포털 사이트를 서핑하던 중 일본 신입 개발자 취업 공고를 보았습니다. 블랙 기업으로 의심되는 공고도 있었으나, 몇몇은 꽤 상세하게 취업하게되면 얻게되는 총 급여에 대해 기술했고, 프로그래머로 입사하면 회사가 처음부터 키워줄 것이며 장기적으로 어떻게 커리어를 만들어 주겠다는 청사진까지 제시한 공고도 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그 많은 신입 취업 공고에 지원해도 연락 한번 받기 힘든데, 일본에서는 아예 대놓고 "프로그래머 경력 없어도 되고 키워줄테니 일본으로오라!"라고 이야기하는게 정말 부럽더군요.
일본이 부러운 이유
제가 대학 시절에 알게된 일본인 친구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일본에 돌아가기전 졸업할 시기에 소프트뱅크에 내정이되었고, 그 다음해에 입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3월 쯤 내정이 되어 그 다음해 1월 부터 근무를 하게되니 9개월 정도의 휴식을 얻게되어 그 동안 해보고 싶었던 해외여행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하네요. 정말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취업 확정되자마자 1달 이내에는 바로 입사를 해야하는데 졸업생에게 충분히 재충전 할 시간을 주었다는게 부러웠습니다. 가장 부러웠던 것은 졸업하기전에 취업을 확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죠.
요즘 "박가네"라는 유튜브 채널을 즐겨봅니다. 오래전부터 한일 관계나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저는 자연스럽게 두 나라의 경제나 정치적 환경에 대해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 일본은 정치적으로는 우리보다 덜 민주적이라고 봅니다만, 경제적으로는 더 "관대한" 나라인 것 같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나면, "투자가 필요한 곳에 돈을 쓰는 것을 한국만큼 아깝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만, 논란의 범위를 최소화하기위해 저는 순수하게 일자리의 관점에서만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은 아주 예전부터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게 미덕처럼 여겨지는 사회였습니다. 그래서 이직을 하는것이 사회적으로 좋지 않게 여겨졌고, 지금도 많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그 흐름은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에서는 그래서 다른 직장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을 채용하기 보다는, 새로 노동시장에 나오는 졸업생들을 고용해 그들을 자신의 시스템에 맞게 트레이닝 시키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이는 어쩌면 노동 시장의 경직으로 우려할 수 있지만, 그만큼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가르칠 의지가 있는 회사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합니다. 이러한 회사들이 많을수록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취업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며, 이는 정서적 안정으로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염려할 일을 줄여줍니다. 최소한 대학 졸업 후 당장 먹고살 문제에 대해서는 걱정이 크게 자유롭고, 특히 IT분야에서는 자신의 커리어를 시작하지 못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처음부터 조건 좋은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직이 유리하고 기회가 많은 IT 분야에서는 언제든지 스텝업의 기회가 있기에 그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이렇게 신입을 키워서 쓸 의사가 있으면 사회자체의 활력이 유지됩니다. 사회의 활력이 유지되면, 사람들은 취업 이상을 바라볼 수 있고, 그 이후에 올 수 있는 것은 마음에 맞는 이성과의 연애와 결혼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역대급으로 출산율이 낮은 것은 어쩌면 청년층이 미래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취업난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보금자리가 위험하면 그 이상을 생각할 수 없습니다. 먹고 사는 것에만 급급하고 가족을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 이전 세대에서는 결혼하지 않는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의 비아냥이라는 형태로 처벌을 했다면, 지금은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고 결혼을 재촉하는 것이 비매너로 여겨지는 시대입니다. 이렇게 달라진 상황에서는 결혼과 출산을 하도록 채찍이 아닌 "당근"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가장 중요한 당근은 취업난의 해결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문화와 의식 수준을 보았을 때 "왜 회사가 신입을 가르쳐야하나?", "회사가 학교냐?"라는 부정적 반응이 많기때문에 이 문제는 일본의 방식을 완전히 따라해서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보입니다.
얼핏보면 우리와 비교해서 신입 때 급여가 높지 않기에, 별로 메리트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보면 이 인력들이 경력이 쌓이고 1인분을 할 수 있는 5년차 정도를 지날때 쯤이면 급여가 오르는 폭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맡은 일의 전문가가 되었을 시기인 10년차 정도가되면 우리나라 대기업 과장 혹은 부장 정도의 급여를 받게됩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초봉이 높게 책정되나, 그 상승폭이 연차가 높을 수록 작아지는 시스템으로 보여집니다(물론 일부 그렇지 않은 케이스도 있을 것이지만 보편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차라리 경력 초반에는 많은 기여를 할 수 없을 때는 250~30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으면서 회사에서 트레이닝을 시간을 가지고 받다가, 점차 자신이 회사에 필수 인력으로 성장하면서 급여를 큰 폭으로 높이는 일본의 시스템이 장기적으로는 사회적으로 더 좋지 않냐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 말에 반대하는 분들,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슈퍼스타처럼 일하실 수 있는 분들은 애초에 대기업이나 GAFA같은 세계적 기업에서 일하시거나, 프리랜서가 되시면 됩니다. 능력이 뛰어난 소수에게는 항상 그 몸에 맞는 자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은 전 세계 어디를 가나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신입이 회사에 당장 입사해서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저는 일본의 시스템이 더 효과적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속도의 한국 vs 정확성의 일본
제가 일본이 부럽다고 느끼는 점은, 우리나라는 "속도"를 중시하는 반면, 일본은 "정확성"이 우선이라는 점 입니다. 우리나라의 회사들은 무언가 빠르게 성과를 올리는 것에 중시해 정확성을 무시할 때가 많습니다. 정확하고 빠르게 일하는 것은 그 일에 대한 숙련도가 쌓여야하는데, 누구나 숙련도가 쌓이기까지는 그 만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사람을 최대한 압박해 짧은 시간에 그 일을 해내도록하고 그렇지 못하면 처벌하는 문화는 상대적으로 여유없이 돌아가는 우리나라 비즈니스 환경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지만, 매우 아쉽습니다. 그러나 모든 업계에서 잘하는 사람들이 나오려면 반드시 그 사람에 대한 시간적, 물적 투자가 이루어져야합니다. 그러한 투자를 하지 않고 그러한 사람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씨앗을 심지않고 열매가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
일본 회사들은 어떤 상황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메뉴얼이 매우 체계적으로 잡혀있습니다. 그 메뉴얼에 정해진대로만하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 매뉴얼대로만해서 유연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기도합니다.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것이 중요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는 분명이 답답한 점입니다. 그러나, 모든 일은 그 일을 하는데 필요한 과정이 있습니다. 이 과정들을 정확하게 밟지않고 끝맺으면, 반드시 어디선가 그 댓가를 치뤄야합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조심스러워도 일본식으로, 특히 신입의 입장에서 일을 배우는게 장기적으로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신입에게는 속도보다는 정확성이 우선순위가 더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축구를 정말 좋아합니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대하는 한국과 일본의 행정에서도 저는 두 나라 사고방식의 차이를 발견합니다. 일본은 수십년 전부터 유럽 축구 시스템을 자국에 이식하려는 노력을 해 왔습니다. 유럽을 순방하고보니, 스페인 선수들이 자신들과 체격도 비슷하고, 그 선수들이 피지컬이 아닌 패스로 게임을 풀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스페인식 패스 축구가 자신들에게 맞다는 판단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때부터 스페인의 패스 축구를 따라해 유소년때부터 피지컬을 키우기보다는 기본기를 연마하는데 중점을 두고 언제든지 패스를 부드럽게 받고 건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데 집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것을 해내기위해 스페인 축구를 참고해 많은 것들의 체계를 잡고 메뉴얼화했습니다. 또한 2050년 쯤에 일본의 월드컵 우승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잡았습니다. 타국에서 보면 코웃음 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들은 이렇게 장기적인 목표를 잡고 그것을 이루기위해 자신들의 시스템을 체계화하여 차근차근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유럽에서 활약하는 일본 선수들이 많고 지금 일본 국가 대표팀은 유럽파로만 2군까지 모두 채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들 중 다수가 준주전급으로 소속팀에서 활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일본 선수들은 "더 좋은 선수들이 나오기 위해 거쳐가는 과정"으로 여깁니다. 진짜 좋은 선수들은 2050년 일본의 월드컵 우승의 기회에 맞추어 나올 것이라고 하네요.
좋은 선수가 두각을 나타낼 확률을 높이려면 유소년 뿐 아니라, 전체적인 축구선수의 풀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일반인들도 축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와 연계해 생활체육의 기회를 대폭넓혔습니다. 일본의 초중등 학생들은 정말 과외 활동을 많이합니다. 정말 많은 학생들이 최소 한 가지 운동부에 가입해 활약하는데 모든 학교가 축구부를 가지고 있고, 지역 조기축구회도 매우 잘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은 아마추어리그팀에 스카웃될 수도 있고, 거기서도 잘하면 준 프로리그, 거기서도 잘하면 프로급인 J2, J1리그 등에 진출할 수도 있게 됩니다. 이영표 선수는 "국민 한 사람당 체육 활동을 늘리면 국가적으로 수천억의 보건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축구풀을 키우면서도, 동시에 생활체육을 활성화에 국민 보건 증진에 기여하는 매우 영리한 전략입니다. 중학교만 들어가도 공부에만 온 힘을 쏟아야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보면 정말 부러울 따름입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행정은 보기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2002년 성과에 취해 그때 성공한 인물들만 감독을 하거나 축구계에 자리를 잡고있고, 그 성공에 취한 인물들은 그 이후로 학습을 멈추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우리나라는 단 한번도 아시안컵을 우승한적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우승했을 때는 거의 50년전 온 세상이 씨끌벅적할 때 대회가 지금의 체계적인 모습을 갖지 못했을 때 이루어낸 업적입니다. 일본은 4회 우승인데 모두 90년도 이후에 나왔습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그 어떠한 청사진을 발표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 동안 일본은 발전을 했고, 우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2002년 월드컵 이후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일본을 상대전적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는 것에서도 드러납니다. 감독 선임도 그나마 체계가 있었던 벤투 감독 이후, 그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고 회장의 입맛에 맛는 사람을 감독으로 골랐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시다시피 매우 참혹했습니다. 역대 최악의 외국인 감독을 경험했고, 대표팀의 분위기는 지금 역대 최악입니다. 축구협회는 선수들간의 불화를 중재하는 것이 아니라 무책임하게 외부에 발설했고, 이미 올림픽 감독인 황선홍 감독에게 지나치게 너무 많은 짐을 주고있습니다. 감독을 체계없이 선임해놓고 똑같은 실수를 또 반복하고 있습니다. 전혀 비전도 보이지않고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는 조직의 모습입니다. 그저 여론의 불씨를 끄기에 급급해 점진적으로 주의깊게 일을 처리해야할판에, 눈 앞의 문제에만 집중하여 전혀 멀리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축구협회가 이런식이라면 한국이 일본을 앞서는 일은 영영 없을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일본처럼 어렸을 때 운동할 기회를 잃는 것은 사실 매우 안타깝습니다. 스포츠는 건강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팀워크가 무엇인지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축구는 한 팀에 메시나 호날두가 있어도 다른 선수들이 그 선수들과 유기적으로, 전략적으로 플레이하지 못하면 그보다 훨씬 전력이 약해도 한 팀으로 움직이는 팀에게 질 수도 있는 종목입니다. 그만큼 나만 잘해서는 안되며, 내 동료가 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가 아시안컵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기억하신다면 이 말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각자도생이라는 이름아래 자기 자신만 생각하도록 내버려진 것은, 어쩌면 사회적으로 진정한 팀워크의 중요성을 어렸을 때부터 충분히 교육받지 못한채, 그저 시험이나 경쟁을 통해 옆 친구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어 상대적으로 더 좋은 대학이나 직장 혹은 수입을 얻는 것에만 온나라의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 아닌가합니다.
일본 회사의 제품들은 가만 보면 정말 장인같은 구석이 있습니다. 칼 하나를 만드는데도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저는 도쿄일렉트론이라는 반도체 장비 회사의 장비를 볼 때면 정말 놀랍습니다.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이 거기에 베어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모든 부품을 정교하고 정성스럽게 만든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최근 이 회사는 하이브리드 식각기라는 기술을 고안해 반도체 식각 분야에서 절대적인 강자였던 미국의 램리서치(Lam Research)를 고심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일본회사에게 시장 점유율을 크게 내어줄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은 절대 약자가 아닙니다. 반도체에 들어가는 많은 소재와 장비 산업을 일본이 꽉잡고 있기 때문이죠. 일본이 1970년대 미국을 위협할 정도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특유의 장인 정신이 그들 제품에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디테일에 강한 것은 급하게 진행했다면 절대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간을 장기적으로 더 투자하더라도 최대한 일을 완성도 높여 끝내는 것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는 생각이 요즘 일본을 보면서 많이 듭니다.
가끔, 아니 꽤 자주 이 커뮤니티에서 열악한 회사에서 경력 뻥튀기 되어 들어간다는 글을 읽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신입을 채용해 제대로된 트레이닝 시스템이 잡혀있지 않으면서도 신입에게는 불가능한 미션을 요구하는 곳이 많습니다. "안되면 되게하라"는 "억지로 안되는데 되게하라"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그렇게하는 것이죠. 제 아무리 구글이라도 어제 입사한 신입에게 1달 안에 유튜브에서 악성 댓글을 자동으로 지우도록하는 AI를 만들라고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노동자의 희생을 너무 당연시 해 온 나머지 하루 10시간 12시간 일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한 사람의 에너지를 단기간에 너무 깎아먹는 행위이며, 엄연히 불합리한 관행입니다. 학사 과정에서 4년 동안 통계 및 수리학을 배운 사람과, 단 6개월 만에 부트캠프에서 단기속성으로 통계를 배운 사람을 비교한다면,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6개월 급하게 배운 사람의 깊이가 더 좁을 수 밖에 없습니다.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배워야(그렇다고 나태하게 배운다는 것은 아닙니다. 영어 단어를 하루에 100개 외우는 것보다는 10일 동안 하루 10개씩 외우는게 기억에도 더 잘 남고 영어공부를 오래할 수 있는 끈기를 기를 수 있어 장기적으로 더 좋습니다. 저는 이런 꾸준함의 관점에서 말씀을 드립니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사회가 "기다려주는 태도"가 있어야합니다. 급하게 빨리 빨리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잘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속도"가 여전히 한국의 해답일까?
그 악명 높았던 일본에서도 정부가 블랙기업을 많이 솎아내려고 노력한 끝에 현재 주간 40시간 이내로 일하는 회사가 90%가 넘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퇴근 후에도 잔업을 많이 하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고합니다. 물론 우리나라와 비교해서 업무 시간에 핸드폰을 볼 수 없고, 사적으로 회사 사람들과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것이 단점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근무환경은 분명 나아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회사들보다 훨씬 양호하며 블랙기업도 많이 줄어들어 상대적으로 급여가 적어 아쉽거나, 생활비가 비싼 점을 제외하면 업무 환경 자체에 대해서 불만을 갖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 보였습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잘하는 것도 있습니다. 기민하게 시장의 흐름에 반응해야하는 일에서는 우리가 일본보다 더 성과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케이팝 같은 최첨단 유행을 선도하는 나라는 한국입니다. 한국의 가혹한 트레이닝 및 경쟁과 평가 시스템은 일본을 포함한 그 어떤 나라도 쉽게 같은 결과를 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 비해서 AI 기술도 한국이 우위라도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IT 기술, 그 중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은 최첨단의 길을 걷는 분야로써 매일 매일 새로운 논문이 쏟아집니다. 이런 분야에서는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이고 학습하는 한국이 분명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너무 속도에만 치중해 사회의 내구성과 완성도를 높이는 일을 너무 등한시한 나머지, 새계 최저의 출산율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이 초저출산은 많은 사회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하는데, 그 바탕에는 한국인들의 지나친 경쟁의식, 성과우선주의, 너무나 일상속에서 발견되는 너무 큰 압박과 벅찰정도로 빠른 속도 때문이 아닌가합니다. 저는 몇 년전 김누리 교수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이탈리아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는 한국 사회의 특징을 네가지로 짚는다.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리듬의 초가속화가 그것이다." 지금 나라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데, 나이가들면 많은 것들에 어두침침해 질텐데 언제까지 이런 광속의 사회를 한국인들이 견뎌낼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무엇이 좋은 것인지 고민이 되는 요즘입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빠르고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이 끝까지 한국의 답일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보고 조금 느리더라도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것이 지금 한국에 맞는 것인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이 나라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드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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