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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쉽을 8월에 마치고, 9월부터 3월까지는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원래 9월부터 인턴쉽 평가를 기준으로 Hiring Committee (채용 위원회)에서 풀타임 오퍼를 결정을 내릴 예정이었고, 늦어도 10월중에는 결론이 날거라 예상했었는데 작년부터 시장 상황이 안좋아지더니 채용 결정을 무기한으로 미루더군요. 처음엔 11월, 그 뒤엔 1월, 다음엔 3월로 미뤄졌었습니다.
1월까지는 그래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ChatGPT가 엄청난 화제가 되면서 반대급부로 구글 주식은 바닥을 치고, 결국 1월에 12000명을 해고하기로 발표하는걸 보면서 이대로라면 오퍼를 못받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냥 손놓고 있진 않았습니다. 계속 학교 수업 들으면서 리트코드를 풀고, 사이드 프로젝트도 하고, 해커톤도 가고 멘토도 하고.. 그러면서 대략 200여곳 가까이 닥치는대로 지원을 해봤지만 서류 통과율 자체가 처참하더군요. 올해 4월까지 서류를 통과하고 면접까지 이어진 회사가 단 한 곳이었습니다.
그래도 구글에서 인턴쉽을 했고 실력도 있으니 이 시장 상황만 나아지면 어디든 갈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면접 기회도 없고 열린 포지션도 없다보니 점점 자신감이 떨어지더라구요.
그러다 3월 2일, 구글 리크루터에게 전화가 와서는 지금 시장 상황으로 인해 현재 풀타임 전환을 진행중에 있는 모든 인턴들의 서류 진행을 중단하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예상했었던 일이고, 실망이 컸지만 어쩌겠어요. 이건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하고 컨트롤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했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운동을 하고, 다이어트를 해서 우울한 기분이 드는걸 최대한 막고, 그동안 공부하고 인턴쉽을 하며 알게된 인맥을 총동원해서 현재 이러저러한 상황인데 일자리가 있으면 알려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당장 별다른 성과는 없었습니다. 그 당시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아예 신입을 대상으로 채용 예산 책정이 안났었거든요. 게다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큰회사들에서 수만명을 해고한 덕분에 원래대로라면 졸업한 학부생을 채용해야할 포지션에 1-3년차의 (해고된) 주니어들이 물밀듯이 지원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다 4월 중순, 제가 인턴으로 일할 당시 옆 팀의 시니어가 링크드인으로 메시지를 보내더니, 예전 제 팀, 제가 하던 일자리에 채용 공고가 났다고 알려줍니다. 구글 기준에서 신입인 L3 포지션은 아니고 3-5년차 이상인 L4 포지션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L3-L5까지 고려하고 있고, 본인이 적극 추천해줄테니 지원해보라고 하더라구요.
즉시 인턴시절 제 담당 사수였던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추천을 부탁하고, 흔쾌히 추천을 받아서 지원을 하고, 면접을 진행하게 됩니다.
원래대로였다면 면접은 총 5라운드로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5월 동안 부모님과 함께 유럽 여행할 예정이라 5라운드 면접을 대체 어떻게 봐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제 인턴 시절 프로젝트 기록을 바탕삼아 면접도 면제받고, 30분간 매니저와 간단하게 team matching call만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밖에도 면접 진행 1주일전에 심한 목감기가 나와 기침이 멎지 않아서 고생하던 것, 파리에서 안정적인 와이파이 신호와 조용한 회의 공간을 찾아 헤매다 coworking space를 찾아들어간 것, 그 뒤에도 3주 가까이 애태우며 기다려야 했던 것 등 온갖 우여곡절이 있었네요.
결국 어제, 리크루터에게서 모든 과정을 통과하고 Hiring Committee에게서 최종 승인을 받았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시애틀에서 8월 초부터 일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번 일을 겪고나서 뼈저리게 느낀 점은 역시 네트워킹이었네요. 물론 인턴 기간 내내 열심히 하긴 했지만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저를 좋게 봐주지 않았다면 절대 이런 기회를 받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인턴쉽 끝나고 제 링크드인에 추천하는 말을 엄청 극찬을 써서 남겨준 제 사수와 부사수, 지나가는 인턴이라 흘려넘길수도 있었을텐데 굳이 자리 났다고 말걸어주고 갖은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던 시니어, 자기 업무시간 할애해가며 모의면접 해준 학교 선배 등 자기일처럼 발벗고 도와줬던 여러 구글러 분들이 아니었다면 정말 거의 불가능했을거라 생각하네요 ㅠ
특히나 이번 취업 시즌에 아무곳도 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자존감이 떨어져서 너무 고생하다보니 계약서 맨 마지막의 상투적인 문구가 마음에 듭니다. 물론 바로 다음 장에 At-Will Employment라 언제든 이유없이 계약이 종료될 수 있다는 문구가 있긴 하지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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