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입장에서 쓰는 6개월 맥북 후기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okky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러다보니 그에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과
어떤 이유로든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그 동안 SI에서 천태만상을 경험하느라
시간이 흐르다보니 벌써 제가 개발일에 몸을 담은지 햇수로는 4년이 흘러가있네요.
마침 올해 제가 맡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업무적으로 소강상태인 참에 그동안 제가 겪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개발자를 막 시작하시는 분들께 소개하는 글을 써볼까 했습니다만,
생각하면 할수록 이제 고작 4년차가 된 코찔찔이 주제에 왕고분들이 포진해있는 개발자 커뮤니티에 나 이런 일을 겪었소.
하고 글을 쓰는 것이 꼭 공자님 앞에서 중국어 학원차리는 모양새인지라 포기했습니다.
대신 뭔가 써보고 싶기는 해서 고민하던 찰나, 뭘로 글을 한번 써볼까 생각하다가 옆에 놓인 맥북이 보이더군요.
생각해보니 Okky를 종종 볼 적에도 많은 분들이 맥북과 윈도우 노트북 사이에서 고민하시던 모습을 자주 보았고,
저도 지금껏 윈도우 노트북만 쓰다가 맥북을 6개월 넘게 사용해보고 난 뒤의 느낀점이나 후기를 올린다면
잊을만 하면 불이 붙는 'Macbook vs Windows 노트북'같은 해묵은 논쟁으로 서로가 소모전을 벌일 필요가 줄어들지 않을까 해서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기우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혹여나 제가 올린 이 글로 인해서 또 다른 논쟁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우선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아셔야 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MacOS와 Windows를 비교할 때 둘 사이에 절대적인 어떤 기준을 놓고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의 개념으로 접근하시면 안된다는 겁니다.
MacOS와 Windows는 서로의 분야에서 각자의 장단점이 있으며,
그 장단점과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 사이에서 Macbook이 가진 장점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무턱대고 '야 개발자는 무조건 맥북이지 장난해?' 혹은 '주제도 모르는게 겉멋들어서 맥쓰지 말고 윈도우나 써!' 라고 하시는 분들 말은 안들어도 됩니다.
참고로 저는 Macbook M1 pro 14와 Galaxy Book Pro를 사용하였으며,
현재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Mac을 기준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또 제가 MacOS와 Windows에 전문가 수준의 해박한 지식을 가진 것이 아니라 저 역시 Macbook과 Windows 노트북을 사용해 본 일반적인 개발자 입장에서 말씀드리는 것이니 내용 상 부족한 부분이나 미처 알지 못하고 말씀드리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적당히 걸러 들으시고, 일개 사용자의 사용기보다 더욱 자세한 리뷰를 얻고 싶다면 유명 리뷰 유튜버나 정보를 직접 찾아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입니다.
혹여나 Macbook이나 Windows 노트북에서 '잘 모르시나본데 이런 것들은 꼭 한 번 사용해 볼만하다!' 라는게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Mac의 장점
- 기똥찬 사용자만족도
정말 여기서는 두 말할 필요도 없이 Mac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잘 빠진 폼 팩터와 디자인, 그리고 무엇보다 기가 막히는 디스플레이와 사운드.
한 번 애플 제품을 사용해 보신 분들이 쉽사리 타사의 제품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 분들이나 영상 편집을 업으로 삼는 분들이 애플 외의 다른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겠죠.
감히 말씀드립니다만 이런 디스플레이와 사운드 수준을 가진 노트북은 윈도우 노트북에서는 확실히 찾기 힘들다고 봅니다.
듣기로는 3~400만원 상당의 고가 게이밍 노트북에서나 일부 구현 해놓는 수준이라더군요.
이럴거면 Macbook을 사는게 맞습니다.
저도 집에 있는 데스크탑에 비싸게 주고 산 메인보드와 외장 사운드카드, BOSE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지만,
까놓고 말해서 그것보다 맥북의 스피커 사운드가 더 풍부하고 좋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사운드나 디스플레이 뿐만이 아닙니다. UI는 또 얼마나 예쁜지...
단순히 Chrome 브라우저만 켜놔도 Windows와는 다른 그 예쁘장함에 계속 검색을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미적인 만족감이 있습니다.
근데 이러한 사항은 개발자분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사항이긴 합니다.
그래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죠.
Macbook을 사용함으로써 얻는 그러한 미적 만족감은 제게 뭐라도 개발하고 싶게 만들고 자꾸만 손이 가도록 만드는 효과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적어도 노트북을 사놓고 방구석에 장기간 방치해두는 경우는 개인이 노트북으로 할 일이 있는 한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 효용성이 대단하다
해당 주제는 Macbook만의 이야기가 아닌 Apple이라는 생태계의 전체를 아우르는 의견입니다.
따라서 Macbook만 갖고 계신분들은 납득하지 못하실 수도 있어요.
그리고 Windows 노트북의 여러 관련 소프트웨어를 잘 사용하고 계신분들은
이 점을 MacOS만이 갖는 특장점이라고 여기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렇지 않았던 제가 Macbook을 사용했을 때 정말 놀라웠던 점은
보유한 다른 Apple 기기간의 교차 사용감이 무척 좋았다는 겁니다.
1. 몇 가지 설정만으로 간단하게 iPad와의 유니버설 컨트롤 구성으로 하나의 트랙패드를 통해 두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컨트롤하거나,
iPad를 Macbook의 듀얼 모니터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확장성.
2.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등을 iCloud에 넣어두고, 언제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기기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마치 콘텐츠를 보관하는 상자는 따로 있되, 내가 무슨 기기를 사용하던 그 상자에서 바로 콘텐츠를 꺼내 쓸 수 있는 편리함.
Mac은 이러한 사용자 클라우드를 포함한 편의적 기능들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습니다.
윈도우 역시 OneDrive를 위시하여 유사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만,
신뢰도나 편의성, 타 기기와의 연동성 측면에 있어 Mac에 비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OneDrive를 사용해보았던 1년여 동안 정말 틈만나면 파일이 누락되거나 오류가 발생한 경험이 있던 제게 iCloud는 마치 신세계와도 같았습니다.
자신이 iPhone이나 iPad등의 주변기기를 소지했다면 오히려 Macbook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여겨질 정도입니다.
어렴풋이 들은 이야기 중에, Apple은 운영체제가 지원하는 바운더리 안에서 이용하기에는 이만한게 없다는 말을 들은게 생각납니다.
과연 그 말이 거짓말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물씬 들었습니다.
- 준수한 성능
윈도우 운영체제의 CPU로 대표되는 Intel이나 Ryzen CPU와, 현재의 맥북 M1, M2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확실히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동일한 작업을 진행했을 때 맥북이 윈도우 노트북에 비해 딱히 꿇리거나 모자란 점이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제 Galaxy Book Pro는 몇 개의 작업을 동시에 실행하면 살려달라고 팬이 세차게 돌면서 고함을 지릅니다.
Galaxy Book Pro가 개발 작업을 하기에 크게 성능이 나쁜 편이 아닌데도요.
반면 Macbook은 침묵 그 자체입니다. 상주 메모리 사용량이 11GB 까지 올라도, 꽤 규모가 있는 프로젝트를 build하거나 여러 작업을 동시에 실행해도 그저 잠잠합니다.
조용한 곳에서 두 노트북을 사용해보면,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M1 pro 프로세서의 성능과 메모리 효율이 좋다고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는게 제 전반적인 생각입니다.
Mac의 단점
- 돈은 돈을 부르고 소비는 소비를 부른다.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Apple 생태계를 이미 갖추고 계신 분, 혹은 Apple 제품을 하나도 쓰고 있지 않으신 분과 관계 없이,
모두 Apple의 단점으로 '돈'을 꼽습니다. Macbook도 예외가 아닙니다.
길게 말씀드릴 필요 없이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 가셔서 Macbook 구매 누르시고,
램이나 코어를 최고 사양으로 높여보세요. 노트북 하나 가격이 800만원에 육박합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Macbook의 사용효율을 높이기 위해 드는 악세사리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상기했던 유니버설 컨트롤사용을 위해 iPad를 하나 구매한다고 하면 거기서 200만원이 빠져나갑니다.
효율성과 다양한 콘텐츠 이용을 위해 iPhone이나 Apple Watch 구매한다고 하면 300만원 돈이 또 빠져나갑니다.
Macbook Air 제품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sd카드 이용이나 포트를 늘리기 위해 허브를 구매하실텐데,
이것도 괜찮은 제품은 10만원이 넘습니다.
Macbook용 트랙패드를 구매한다? 20만원입니다.
마우스 필요하세요? 10만원입니다.
아 별도 키보드도 필요하십니까? iPad에 연결해서 쓰는거요? 그거 50만원입니다.
충전하셔야죠? 요즘 MacSafe가 유행이거든요? 요즘 3in1 이라고 해서 벨킨에서 나오는 제품이 유명합니다. 이것도 20만원입니다.
그냥 공부하려고 Macbook을 샀을 뿐인데 제대로 녹여쓰기 위해 필요한 돈이 거의 반반한 중고차 한 대 값입니다.
카페에 가서 스터디하려고 가방에 Macbook, iPad와 악세사리 몇 개를 넣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거기엔 사람이 아니라 황금고블린 한 마리가 서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명백히 비싼 금액입니다.
- 불친절하다.
Macbook을 손에 넣고 초기설정을 마친 뒤 가장 처음 느낀것은, '그래서 이제 뭐함?' 입니다.
분명 무언가를 하기 위해 사긴 샀는데, 처음 써보시는 분들은 뭘 어떻게 해야할지 진짜 막막할겁니다.
특히 linux와 같은 CLI 환경을 경험해보지 않은 분들은 100% 해당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저와 같은 주니어 개발자분들이 실제로도 Macbook을 사고 금세 중고시장에 올리게 되는 이유가 이것이라고 봅니다.
큰 꿈을 안고 지른 맥북 -> 터미널에서 뭘 설치해야한다는데 도무지 모르겠음 -> 어떻게 따라는 했는데 실행이 제대로 안됨(트러블슈팅 능력부재) -> 좌절 -> 유튜브머신이나 단순 웹서핑 용도로 전락 -> 중고 판매의 사이클을 겪게 되는겁니다.
Windows 환경에서는 보통 직관적으로 생각하는 절차를 거쳐 소프트웨어를 쉽게 설치할 수 있지만,
MacOS에서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설치한다고 끝나는 경우가 아니거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방법 자체가 Windows와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아 적응하기 힘이 듭니다.
예를들어, 개발 혹은 관련 스터디를 목적으로 맥북을 구매하신 분은 Mac전용 패키지 매니저인 homebrew 설치를 가장 먼저 하시게 됩니다.
인터넷에서 homebrew 설치법을 검색해보시면 알 수 있듯이, 이 homebrew를 설치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그러한 과정들을 과연, 개발을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 단순히 따라하라고 하면 따라할 수 있을지 저는 의문스럽습니다.
남의 글을 단순 복사하여 자신의 블로그에도 끄적여놓는 찌라시들이 판을 치는 한국 구글 검색 환경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찾는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니 만큼 Mac에 익숙하지 않다면 4년차인 제가 해도 어려운 일입니다.
게다가 여차저차 해서 homebrew를 설치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homebrew를 제대로 설치하셨다면 좀 더 편해지겠지만,
iterms2 라던지 node, npm, oh my zsh 등 Macbook을 개발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으레 설치하게 되는 것들이 더러 있는데
그것들을 설치하는 것도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 우리나라의 폐쇄적인 환경
우리나라의 관공서 홈페이지나 은행 홈페이지를 이용할 때 각종 애로사항이 무수히 꽃핍니다.
아직까지도 ActiveX와 IE 환경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지금, 아니 오히려 벗어날 생각조차 없는 우리나라 웹 환경에서 Mac 사용자가 겪어야 할 애로사항은 매우 가혹합니다.
관공서 사이트 가면 대놓고 해당 OS에서는 사용할 수 없으니, Windows에서 하라고 쫓아냅니다.
Macbook을 가지고 있어도 Windows 운영체제를 하나 더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생각해보면 Windows 환경에서 해도 오류투성이에 껄끄럽고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결론이 무엇이냐?
개발자들에게 Macbook은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며, 뿌리깊은 역사와 활용성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은 진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막 개발 혹은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거나, bash나 zsh와 같은 linux CLI 환경이 아직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정말정말 Macbook을 권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사실 모든 개발자분들께 iOS나 xCode를 이용한 개발을 하실게 아니라면, 그냥 Windows 노트북을 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게아니면 직원들에게 기본적으로 Macbook을 지급하는 회사에 입사하시고 실제 업무와 부딪혀보면서 배우는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사용해보니 가격의 벽과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상당히 높으며, 장점으로 소개했던 iCloud와 같은 것들도
Windows에서 분명 충분한 대용품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 개발자들이 Mac의 전통적인 장점으로 꼽던 터미널 환경 역시 WSL2의 등장으로 인해 퇴색된 감이 없지 않고,
근본적으로 터미널 쓰자고 Macbook을 쓴다는 것이 개발하는 측면에서 무엇이 이득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 돈이라면 훨씬 더 성능이 좋은 Windows 노트북을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Macbook의 장점으로 소개드렸던 소위 말하는 Apple의 '감성'은 개발하는데 있어 개인의 역량과는 하등 상관이 없는 요소이며,
결정적으로 Mac에서 할 수 있는 개발들의 대부분은 Windows에서 똑같이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그런 걸림돌들을 감수해가며 Macbook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저도 앞으로 제 돈주고는 절대 Macbook을 사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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