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UiPath 3년차 개발자이구요. 중소기업, 대기업 일 다 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RPA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아직도 ERP SAP 애드온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RPA 의뢰하는 클라이언트부터 보자면 "RPA그게 뭐징? 한번 해볼까?ㅋㅋ"(이걸 근사하게 말해서 Proof of Concept 라고 하고 줄여서 POC라고 합니다.)하는 대기업 위주의 회사들이 많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실험 삼아 푸는 돈이 너무 커서 아예 포기하거나 최대한 뽑아먹으려고 이것저것 많이 시키는 편입니다. 그리고 대기업 중소기업 건수는 동일합니다. 그래서 개발사는 대기업 일만 받고 싶어 합니다. 어쨌든 수입이 짭짤하니까요.
그런데 현실은 무엇을 자동화할지 대기업조차도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개발자는 현업 도메인을 이해 못하고, 현업은 개발 마인드가 없으니 크롤링 후 이메일 안내, 엑셀데이터 받아서 SAP 조작 등 아주 기초적인 프로젝트밖에 선정하지 못합니다.(물론 Cascade식 개발 모델에 입각하여 기초 자동화부터 닦아야 추가 자동화가 가능해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작 그거 해주고 한달 천만원 받고 신입 개발자에게 적당히 삼백 쥐어주면 되니 국내에 수십개 기업이 우후죽순 생기는 게 이해가 갑니다. 대기업은 어찌저찌하니 SAP 자동화 이렇게 했습니다 보고하면 그만인데, 중소기업은 SAP사용을 안 하니 자동화가 수행하는 일 처리 계산 때려서 얼마나 맨먼스 이익이 나느냐를 먼저 따집니다. 이걸 해결하려면 자동화 최적화를 위해 RPA 개발 마인드도 장착되었고 도메인에도 빠삭한 전문가가 필요한데 그런 전설 속의 위인은 대기업에도 없고 개발사에도 없죠...정말 있다면 보통 대기업에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럼 굳이 하청 줄 필요가 없습니다.
자동화가 현업에 도움되기 위해 현업분의 서포트(기획)가 필요한데 보통 대기업이 조금이라도 나은 수준입니다. 현업자가 자기 업무를 위협할 수 있는 자동화 프로젝트에 진심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영국의 러다이트 운동이 떠오릅니다.) 그냥 위에 사람이 시키니까 하는거죠. 대기업 사장님이시니까 계획이 다 있으시겠죠? 그렇다면 RPA가 메인스트림은 아닌 겁니다.
위의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몇 가지 프로젝트는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불완전한 자동화가 맞습니다. 물론 몇 가지는 정말 현업자의 시간을 좀먹는 단순반복업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만 보통 그런 업무에서 효과를 보는 곳은 대기업이 많고, 중소기업은 소소한 혜택만을 봅니다. 현업자 말로는 약 5%로 정도만 자동화가 되었다고 하는 수준이니 말 다했죠. 그 정도면 중소기업은 여차하면 인건비로 싸게 데려와서 일 시키면 됩니다. 사장님 입장에선 같은 돈을 들인다면 자동으로 하던 사람이 하던 일단 일이 굴러가게 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불완전한 자동화는 자동화 구축비용+인건비가 들어가니까 고려할 가치도 없구요.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POC 일이 어느 정도 들어와서 숨통만 트이는 수준인데, 앞으로 POC 일은 고갈 되고, 고도화는 AI를 능가한 지능화를 요구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발 외에 도메인도 익혀야 하고 AI도 익혀야 하니 산 넘어 산이네요.
물론 이런 문제점을 전무 뛰어넘으면 휘황찬란한 End to End HyperAutomate 시대가 열릴 거라고 합니다. 회사는 말 그대로 자동으로 돌아가고 어디 SF 소설처럼 회사에서 일하는 생물이라곤 이상한 사람 못 들어가게 문 지키는 개 한마리와 개에게 먹이주는 사람 한명이 전부가 될 거라고 봅니다만, 먼 미래죠.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까요? 개발자가 RPA 도 쓰고 API 이곳저곳 끌어다가 자동으로 돌아가는 자기만의 회사를 만드는 게 빠를까요? 아니면 회사가 RPA로 기존에 있었던 업무를 대체하는 게 빠를까요? 확실한 건 RPA만 파고들기엔 세상이 너무 넓다는 겁니다. 지금 RPA의 모습을 보면 대기업에, 특히 ERP SAP 시스템에 너무 기생하는 것 같아 보여 잠재성이 많은데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때로는 '이정도까지밖에 안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그 잠재성을 이끌어 내야하는 게 RPA 개발자라면 더욱 RPA 외 기술이나 도메인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 팀장님은 이 주장이 맘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딴 생각이 있으신건지...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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