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로 수습이 끝나서 해외 취업 후기를 써볼까 생각했다가
자바!도 아니고 북미나 유럽도 아니라 딱히 도움 될 것 같지 않아 접었는데
명절인데 집에만 있다 보니 할 일도 없겠다 썰 풀어봅니다.
먼저 요약하자면
영어 완벽하게 준비한 후 나갈 생각이면 못 나감
정식 지원할 거면 ATS 점수 체크할 것(리쿠르터, 헤드헌터 통하면 가이드에 맞춤 )
만만한 회사부터 지원해서 인터뷰 경험 쌓고 원하는 곳 도전
급여 조건은 꼼꼼히 확인할 것(세금, 베네핏, 퇴직금, 연금, 보험 등)
일단 제 백그라운드는
어릴 적 C나 VB를 공부하긴 했지만, 펑펑 노는 바람에 대학을 디자인 학과 갔다가 중퇴하고
PC방 알바로 살아갈 뻔한걸 와이프가 프로그래밍 경험 있다는 얘기 듣고 국비라도 가보라고 해서
국비 수료 후 PowerBuilder로 전산경력을 시작했습니다.
뭐 일명 고졸 국비네요.
언어는 PB-C#을 주로 사용했고 가~~~끔 java, jsp로 인터페이스나 좀 건드려봤고
자신 있는 건 T-SQL, DBMS여서 DBA로 전직을 시도하다 1년도 안 돼 사업부 날아가서
안정적인 걸 찾다가 Salesforce라는 CRM 솔루션으로 5년쯤 경력 쌓아
총 12년 즈음 되는 경력으로 2020년 2월에 태국으로 넘어왔습니다.
태국을 선택한 이유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었습니다.
와이프나 저나 태국이 편하고 싸서 한 20번쯤 왔던 동네라
처음 생각했던 캐나다로 가기 전에 좀 쉬면서 영어나 싸게 공부하다 영어 준비되면
다른 데로 가야지 생각했었습니다.
뭐 코로나로 인종차별 관련 뉴스가 팡팡 터지고 와이프가 백인 국가는 아예 기피 하게 돼서
앞으로도 북미나 유럽은 갈 일이 없을 것 같네요.
처음 태국에 왔을 때는 코로나가 그렇게 심하지 않을 무렵이라
태국의 대기업이나 글로벌 Big4 컨설팅 펌 등에서 제안이 들어와서
아 영어 준비되면 태국에서도 일 구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심해지고 태국 내수가 악화되면서 나중에 본격적으로 구직을 시작했을 땐
좋은 일자리는 안보이더라고요.
영어는 어영부영 5월까지 허송세월하고 온라인 1시간 2달
오프라인 3시간 3달 정도 했습니다.
제는 이 정도로는 영어가 눈에 띄게 늘지는 않네요.
지금도 주변에서 이제 영어 잘하겠다고 하면 참…. 부끄럽습니다.
본격적인 구직은 8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중간중간 구인시장 정찰도 하고 들어오는 오퍼 보면서 긴장감이 별로 없었는데
LinkedIn의 Direct Message를 통해 받는 오퍼 중 구인하는 회사 소속 리쿠루터가 아니면
뭐 걍 우리나라 헤드헌터 인력파견업체나 다름없더군요.
채용 포탈은 LinkedIn과 Reed, GlassDoor, JobDB, Indeed를 통해서 했습니다.
주로 급여가 쌘 지역의 리모트를 지원해서
지원은... 한 300곳? 면접은... 10곳 정도 했습니다.
입사 지원하면서 느낀 점은
사내 채용담당자를 통해 진행하는 게 아닌
포털(내/외부)을 통해 지원하면 일단 ATS(Application Tracking System)으로 필터링 되기 때문에
ATS에서 까이지 않게 이력서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300곳이나 넣었는데 면접을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밖에 못 본 건
ATS Score가 낮아 까이거나 VISA 때문에 아예 제외된 경우더군요.
너~~~~~~~~~~무 면접단계까지 못가다 보니 이력서에 문제가 있나 싶어
같은 업계 LinkedIn 1촌에게 물어봤더니 ATS에서 까인 거라고 ATS 점수를 높이라고 조언받았습니다.
실제 무료로 ATS score를 확인 할 수 있는 사이트에 이력서 넣고 돌려보니
100점 만점에 30점대였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서칭하고 수정하고 해서 최종적으론 95점까지 올렸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VISA 문제가 크더군요.
미국은 일단 VISA 없으면 안 되는 곳이고 북미 유럽도 역시 초청받을 정도로 아니면
VISA 있는 사람부터 뽑는데 한국인에다 해외 경험도 없는 저로선 회사 입장에선 모험이니
아예 다음 단계까지 가지 않더라고요.
인터뷰는 역시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첫 인터뷰가 액센츄어였는데 첫 영어 면접이라 망했습니다.
그 후로는 인터뷰어 레벨(영어, 스킬)에 따라 제 답변이 오락가락하더라고요.
스킬이 안되는 소기업 면접관이랑 면접을 보면 '그런 걸 나한테 물어봐? 이것도 몰라?'라는 느낌으로
정답만 말하고 대화가 매끄럽게 연결이 안 되었고
영어가 저한테 맞지 않는 면접관(인도인, 네이티브인데 말이 빠른 사람)은 질문 내용을 완벽히 이해 못 하고
감으로 답변하다 보니 동문서답을 많이 했습니다.
인터뷰는 지원 분야가 Architect다 보니 코딩테스트를 경험하진 못했고
보통 솔루션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어떻게 설계,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한
질의응답이 주였습니다.
구직활동이 2달이 넘어가니 말 그대로 생활비는 다 떨어지고
자신감도 떨어져서 고르지 않고 막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지금 다니는 딜로이트의 리쿠루터가 먼저 연락해서
서류전형 1번, 면접 3번, 평판 조회 절차를 2주 만에 끝내고 10월 말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돼서 그때 당시는 정확한 Job title이나 JD도 확인 못 하고 얼렁뚱땅 진행했습니다.
가장 길고 힘들었던 건 서류전형 2번 면접 6번으로 3개월 만에 불합격한……. ㅠ.ㅠ
입사하고 후회했던 게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을 때 진행했던 거라
처음 희망 연봉보다 낮춘 상태로 시작해서 연봉을 그다지 많이 못 받았습니다.
그래도 한국보다 25% 정도 더 받았지만, 퇴직금이 없고. 그래도 연 5000불 한도 실비보험을 온 가족 들어주니
흐음... 그리고 태국이니까 뭐 만족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더 받고 싶었던 게....
입사하자마자 정확히는 입사일 1주일 전에 한국으로 비자를 받기 위해 귀국해서
리모트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첫날부터 일을 받아서 시작했지만 쉬운 일이라 쉬엄쉬엄하다
한국 간 김에 한국 일도 도와 달라고 해서 한국프로젝트에 발을 담갔는데....
역시 한국 일은 하기 싫어지네요.
그리고 다시 태국에 들어와서 총 태국, 싱가폴, 한국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확실히 재미있는 점은 회사가 글로벌 원 펌이라 태국에 있지만, 세계 여러 국가의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네요.
들은 얘기로는 코로나 전에는 한 달에 한 두 번은 국외 출장이 있었다는 데;;@;;
수습평가가 끝나고 매니저와 미팅 때는
뭐 기술은 좋은데 너 매니저다 PPT도 좀 이쁘게 하고 리소스 관리도 신경 쓰면 더 좋은 매니저가 될 거다
라는 얘기를 듣었네요;;; 아 문서작업 ㅠ.ㅠ
입사하고 출근을 4번밖에 안 해서 사실 아직도 집에서 알바하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낮은 집중력으로 길게 일하고 있습니다. ㅎㅎ
아무래도 아이도 집에서 원격수업하고 방학하고 그러다 보니
불쑥불쑥 들어와서 봐달라고 매달리는데 재택근무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실 글을 남겨볼까 했을 때는 좀 정리해서 쓰려고 했는데
역시 전 글 쓰는 재주는 없는 것 같네요.
일단 수습은 넘어갔으니 앞으로도 잘 생존해 보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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