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OKKY 사이트에 가입했는데, 일본 IT 취업 정보를 질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마 기억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나이 많고 경력이 없을 때 일본 IT 취업이 가능할까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결론은, 아주 많이 포기하면 되기는 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이고, 제가 가입한 당일에도 게시판에 33살인데 일본 취업하겠다는 분에 대한 답변인가가 있었던 걸로 봐서, 아마 일본 취업 고민을 하시는 분이 꽤 계실 것같아 참고하시라고 적어 봅니다.
그 유명하다는 동경유학생모임인가 뭔가 하는 다음 카페에 가서, 개발자 구한다는 글에 메일을 보내 봤습니다. OKKY에서 한국인이 경영하는 SI 업체는 피하라는 글을 하도 봐서, 일본인이 경영한다는 SI 회사 한 군데에만 지원했습니다. 비디오 통화로 온라인 면접을 했는데, 이력서도 제대로 안 읽은 것같고, 그냥 일본인 두 명이 시간 때우기식 내용만 묻더군요. 개발에 관한 지식은 거의 하나도 안 물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약 40분 정도 걸렸습니다. 모집하는 사람은 마치 지원자가 원하는 언어로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서, 저는 제가 하고 싶었던 C#이나 ASP.NET 개발을 할 수 있을 줄 알고 지원했는데, 실제 면접을 보니 PHP를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반응이 매우 느려요. 4월 초에 메일 보냈더니 한 2주 지나서 면접을 하고, 그 다음 주에 면접 합격했다고 2차 면접이 있다고 답장이 오더군요. 2차 면접도 담당자 바쁘다고 연기해서 2주 지나서 5월 초에 했습니다. 별 내용 없고, 1차 면접 때 못 본 다른 일본인이 와서, 총 일본인 두 명이 그냥 성격이나 뭐 그런 쓸데 없는 것만 묻다가 한 30분 정도에 끝났습니다. 그럴 바에는 왜 1차 2차 두 번 하는지... 그냥 한 번에 몰아서 한 시간에 끝내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2차 면접도 합격했다고 그 다음 주에 알려 주던데, 코딩 테스트를 한다고, PHP/Laravel로 문의하기 웹 애플리케이션을 작성해 보라는 겁니다. 저야 PHP는 10년 전에 학교 다닐 때 조금 해 봤고,Laravel은 처음 들어 봤습니다만, 솔직히 속으로는 "좀 어려운 과제를 내 줘야지 이런 수준 문제를 내다니...."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뭐 어쨌든 구글 검색을 활용해서 별로 어렵지 않게 완성해서 보냈습니다. 만들면서 디폴트 템플리팅 엔진인 Blade인가하는 것을 알게 되어, "어 이거 좋네" 이런 생각하고 있었는데, 만들어 보냈더니, 자기네 회사는 Blade 안 쓰고 Twig인가 뭔가 쓰니, 여력이 되면 Twig로 바꿔 보라길래, 구글 검색으로 Blade 부분을 Twig로 바꿔서도 보냈습니다. 이틀 뒤에, 귀하와 우리 개발 팀에서 같이 일하고 싶으니, 인사담당자 연락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2주 정도 지나서 담당자가 또 온라인 면담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면담을 해 보니, 회사에 들어 오면 파견을 가야 한다, 월급은 뭐 얼마다 이런, 그냥 메일로 해도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메일로 근로계약서를 보내 주면 그 걸 보고 나서 얘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면담은 10분 정도에 끝났고, 며칠 뒤에 문서를 받았는데 (결국, 4월 중순에 처음 콘택트 후, 그 메일 받은 게 6월 중순), 조건이...
- 월급: 23만 엔 (월 45시간 잔업 포함)
- 교통비 지급
- 주거비 지원 없음
제 조건이 좋은 것도 아니니 별로 눈을 높게 두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잔업은 하기 싫었고, 한다고 하더라도 잔업비라도 줄 줄 알았는데, 잔업비도 없이 월 45시간 잔업이라면, 거의 하루에 두 시간을 잔업해야 하는데, 월 230만 원 버는 셈이었습니다. 사실 한국이었다면 230 만 원이라도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위치가 일본 도쿄이니까 도저히 감당이 안 되겠더라고요.
모르고 있다가 지원하고 나서 알아 보니, 일본 집은 빌리려면 보증인이 필요하고, 기타 초기 비용이 매우 크더군요. 저는 일본에 아는 사람도 없고 하니, 일반 집은 못 빌리고, "레오팔레스"인가 하는 것을 이용해야 하겠는데, 처음에는 기본 설정인 "임대"로 된 비용을 보고 "이 정도면 어떻게 되겠다" 싶었는데, 저처럼 보증인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는 외국인은 월 단위 계약을 해야 하더군요. 설정을 "3개월 월 단위 계약"으로 바꾸고 가격을 보니, 정말 좁고, 도쿄에서 거의 한 시간 걸리고, 소음도 심하다는 30년 된 목조 아파트가 250만 원 정도 나오더군요. 제가 하도 한국에서 층간 소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아무리 일본 사람이 조용해도 목조 아파트 소음은 감당이 안 되니 콘크리트 아파트로 가라는 글을 봤었기에, 콘크리트로 검색해 보니 월세는 더 올라갔습니다.
23만 엔 월급이면 각종 세금 제하고 20만 엔 정도 받는다고 하던데, 잔업 하루에 두 시간 하고 잔업비도 없으니, 20만 엔 받아 한 달 집세로 8만 엔 가까이 내고, 그 좁은 목조 아파트에 음식을 할 부엌 공간도 제대로 없으니 밥은 사 먹으면 아무리 못해도 한 5만 엔은 월 식대로 나갈 것 같고, 매일 아무 것도 안 하고 회사 왕복만 하고 살아도 모을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5만 엔도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나이가 한 20대 중반으로 젊었으면, 미래를 보고, "처음에는 적게 벌어도 나중에는 많이 벌겠지" 이런 생각으로 저 조건으로라도 일본에 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최소한 잔업했을 때 잔업 수당이라도 나왔으면 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 조건으로 가서는 월급이 오를 때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도 의문스럽고, 아마 결국 밤 늦게까지 일만 하고 돈도 거의 못 모으다가 결국 나이 많아서 일본에서 집 살 돈은 없고 한국으로 돌아 오게 될 것 같아서, 그 회사에 안 간다고 하고, 일본에 취업하는 것도 포기했습니다.
내용이 길어 지루하실 것같아 죄송합니다만, 결론은, 별 개발 경력이 없어도, 나이가 많아도, 일본어만 좀 되고, 눈을 많이 낮추면 갈 곳은 있는 것같은데, 가는 게 나은지 어떤지는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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