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유럽 취업 도전기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모바일 앱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직장인입니다. 또 소위 말하는 비전공자 출신 개발자이기도 합니다.
본래 개발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개발에 대한 적성과 흥미를 발견하고 열심히 독학하여 개발자로 직업을 얻게 되었습니다. 개발자로 일을 하면서부터는 늘 실수할까 두려웠고 자발적, 타의적인 야근이 일상이었으며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동료들에 비해 컴퓨터 공학 기초 지식이 부족하다는 콤플렉스를 지니고 살았습니다.
이렇게 부족함이 많은 개발자인 제가 최근에 프랑스 파리에 있는 두 곳의 기업으로부터 꽤나 괜찮은 연봉 조건으로 최종 오퍼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프랑스 파리에서 모바일 개발자로서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그간의 유럽 취업 도전 과정을 돌아보고 혹시나 저와 같은 길을 걷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조금의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이 글을 남기고자 합니다.
왜 유럽인가
보통 개발자로서의 해외 취업이라 하면 가깝게는 일본이나 싱가폴, 멀게는 미국이나 캐나다로의 취업을 생각합니다. 유럽 국가로 취업을 한다면 영어 사용이 보다 보편화되어 있고 스타트업이 많은 독일 베를린으로 취업하신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한국 회사에서도 주로 자택 근무를 하며 제 기준으로 만족스러운 연봉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의 기업 문화나 한국 사회에 대한 스트레스 혹은 도피의 의지는 없었습니다. 다만 직장인이 되기 전 무작정 떠났던 40일 유럽 배낭 여행의 기억이 아름답게 남아 있었고, 지금의 나이에서 더 시간이 흐르면 결혼이나 기타 자리잡음에 대한 압박 등으로 해외 직장 생활을 시도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아예 새로운 언어와 문화 환경에서 살아보자고 생각을 했고, 개발자 경력 상으로도 해외 취업이 마이너스가 아닐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해외 취업하신 분들의 수기 등을 읽으며 최종적으로 유럽 지역으로 도전을 해보자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돈을 생각했더라면 개발자 임금이 별로 높지 않고 집세와 외식 물가가 비싼 유럽은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습니다. 계산을 해 본 결과 유럽으로 취업을 한다면 한국에서 제가 매달 저축할 수 있었던 금액보다도 더 적은 금액을 저축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으며, 한국의 편리한 생활에 비해서는 훨씬 아날로그적이고 불편한 삶을 살게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연간 기본 5주의 유급 휴가, 노동자들의 권익이 가장 잘 보호된다는 유럽에서 일하는 삶을 누리고 싶었고 영어 이외의 새로운 언어도 제대로 배우고 싶었기 때문에, 돈보다는 경험에 중점을 두고 유럽 지역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파리, 베를린, 밀라노 등 유럽의 대도시에 위치한 회사들과 면접을 보았고 최종적으로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두 곳의 회사로부터 오퍼를 받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외 취업에 성공하였나
해외 취업의 첫 시작은 영문 이력서를 잘 작성하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유럽의 회사들에 지원은 하되, 공고가 그 나라의 언어로 올라온 기업에는 지원하지 않고 영어로 공고를 올린 회사들에만 지원을 했습니다. 이 경우 지원할 수 있는 선택지가 한없이 줄어들었지만, 굳이 불어 이력서로 지원해 놓고 “사실은 제가 불어를 못해서 그런데 영어로 인터뷰를 볼 수 있을까요?” 등의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으며, 최종적으로는 회사로부터 취업 비자를 지원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외국인 채용에 긍정적인, 인터네셔널한 업무 환경이 갖추어진 회사에 지원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링크드인이나 글래스도어, 인디드 등에 올라온 모바일 개발자 포지션 중에서도 영어로 작성된 구인 공고에만 지원을 했습니다. 그동안의 경력 사항이 잘 정리된 이력서 한 장과, 그 회사에 지원하는 동기와 개발자로서의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는 커버 레터 한 장, 이렇게 두 장의 서류를 약 20개의 회사에 집중하여 맞춤 지원했으며 그 중에 약 10곳의 회사와 HR 인터뷰를 보고, 4곳의 회사와 기술 면접을 보았으며, 선택과 집중을 위해 그 중 상대적으로 제게 덜 매력적이었던 2곳의 회사에는 중도 포기 선언을 하고 나머지 2곳의 회사에 집중하여 각각 연봉 한화 약 6500만원, 한화 약 7000만원의 조건으로 최종 오퍼를 받았습니다.
영문 이력서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사실 긴 글을 쓸 수 있을만큼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단순히 단어나 문법적인 오류가 없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을 잘 세일즈할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하는데, 한국의 많은 개발자들의 경우 개발 실력으로서는 결코 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기 세일즈에 약해서 서류 통과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됩니다. 사실 개발자 이력서든 다른 직군 이력서든 통과하는 이력서와 커버레터에는 어느 정도 정해진 공식이 있고, 이걸 그대로 잘 따르기만 해도 (관련 경력이 전혀 없다는 등의 특이 사항만 아니라면) 웬만해서는 서류에서 걸러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서류를 통과했으면 이제부터는 개발 실력 싸움입니다. 알고리즘 코딩 테스트, 기술 퀴즈 혹은 시험, 사내 엔지니어와의 기술 면접, 라이브 코딩, 정해진 시간 내에 간단한 앱이나 서비스를 구현하는 등의 기술 과제 등 회사에 따라 지원자의 역량을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면접 방식이 동원될 수 있으며 보통의 경우 이 중 여러 방법이 혼합되어 1차, 2차, 3차 기술 인터뷰 형식으로 연이어 진행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 이번 유럽 이직 과정에서 현존하는 모든 기술 인터뷰 방식은 다 경험해 본 것 같습니다.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에서 기술 문화가 갖추어진 서비스 기업에 면접보고 합격할 정도의 수준이 되는 개발자라면, 유럽에 있는 웬만한 좋은 회사들의 기술 면접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당연히 영어로 자신의 답변을 표현할 수는 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한국 개발자들은 상당히 성실하고, 그들이 지방에 있든 작은 회사에 있든, SI 회사에 있든, 여기 프랑스 회사에 합격만 시켜놓는다면 자기 몫은 분명히 제대로 할 개발자들이 한국에는 차고 넘친다고 믿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회화 및 작문 수준이 된다는 전제 하에서 말입니다.
영어는 유창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코리안 악센트가 있고 악센트가 심한 것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같이 일을 함에 있어서 필요한 정보를 서로 잘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면 됩니다. 그래서 본인이 어느 정도 영어를 할 수 있고, 개발 실력으로 팀원에게 폐를 끼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신다면 망설이지 말고 세계 어느 곳이든 지원서를 넣어보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끔 비자가 없어서 지원을 하기가 두렵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같은 외국인이라도 비자가 이미 있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훨씬 간단할 겁니다. 하지만 회사가 자신을 안뽑아야 할 이유를 없애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회사가 본인을 뽑아야만 하는 이유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해외취업을 포함하여 모든 일에 대한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자 해결, 언어 공부와 같이 회사가 자신을 안뽑을 것 같은 요인을 없애려는 것은 결국 취업을 위한 기본 요건 선상에 자신을 맞추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것보다는 회사가 모든 수고를 감내하고서라도 자신을 뽑게 만들 요인(실력, 관련 포트폴리오, 탁월한 인터뷰 스킬)을 발전시키는 것이 해외 취업을 달성하는 더욱 빠른 길이 될 것입니다.
기타 인터뷰 성공 팁
각 단계마다 제가 사용한 효과적인 인터뷰 방법들이 있습니다만, 이는 개인적이고 지엽적이기도 하고, 분량이 많이 길어질 것이기에 제 수고를 덜고자 이 즈음에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저의 인터뷰 성공 팁을 한 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상대방이 100을 말할 때, 120을 주라는 것입니다. 인터뷰어가 ~을 하면 보너스 점수가 있다,고 말한다면 이를 보너스 일 뿐이니 안해도 되고 하면 좋고, 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절대 안됩니다. 그 말을 듣는다면 ~을 안 하면 떨어질 것. 으로 생각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인터뷰는 상대평가로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지원자들보다 내가 더 잘 해야 성공하는 싸움입니다. 무조건 기대 그 이상을 보이려고 노력을 하십시오. 그러면 성공하실 수 있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번쯤은 해외취업을, 그것도 유럽 지역으로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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