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R(AI가 썼으니 안 읽음)
이걸 내가 먼저 생각해 내지 못했다니 정말 너무 질투 난다…
아쉽지만! 이 기막힌 표현을 이틀 전 트윗으로 알린 seclilc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 뒤로 줄곧 이 표현을 생각했다. 왜일까? AI가 쓴 글을 두고 여기저기서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나도 그렇다! 존중하는 사람이 아무런 검토나 편집도 거치지 않은 AI 출력을 보내면 이제는 몸이 저절로 움찔할 지경이다. 가끔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몸을 웅크리거나 눈가가 살짝 떨리기도 한다.
물론 이해한다. 지금은 2026년 3분기다. 아이디어를 찾거나, 개요를 만들거나, 문장을 다듬는 등 누구나 작업 과정의 어딘가에서는 AI를 활용한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나는 새 원칙을 세웠다.
당신이 검토하고 편집할 수고조차 하지 않았다면…
…나도 굳이 읽는 수고를 하지 않겠다.
물론 100% AI가 생성한 문구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고객 지원이 딱 맞는 예다. 우리는 “휴대폰을 초기화해 보셨나요?” 같은 대화를 장인정신으로 한 땀 한 땀 써 주길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내 동료이고, Slack에서 대화하던 중 Claude가 내놓은 장문의 답변을 통째로 붙여 넣는다면 유감스럽게도 나는 당신의 의도와는 다른 메시지를 받게 된다.
사람들이 발행하는 뉴스레터와 소셜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거기에는 당신의 이름이 걸려 있다. 글 곳곳에 이상한 AI 특유의 표현이 섞여 있어도 그 문장이 자랑스러운가? 그렇다면 좋다. 하지만 그럴 거라면 나도 Claude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다.
TL;DR(너무 길어서 안 읽음)는 소셜 미디어를 위한 해법이었다.
AI;DR(AI가 썼으니 안 읽음)은 AI가 쏟아 낸 저질 콘텐츠를 위한 해법이다.
당신도 이 원칙을 받아들이길 바란다. 그리고 당신과 이야기할 때 사람의 손길을 우선할 만큼 충분히 신경 쓰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길 바란다.
source https://www.rickmanelius.com/p/aidr-ai-didnt-read
HN에서는 AI를 썼다는 사실보다, 작성자가 검토와 판단의 책임을 독자에게 넘기는 태도를 더 큰 문제로 봤다. 사람들은 상대의 생각과 경험을 알고 싶어 글을 읽는다. 다듬지 않은 생성 결과를 그대로 보내면 발신자의 의도는 흐려지고, 독자가 사실성과 타당성을 처음부터 검증해야 한다. 쓰는 비용은 크게 줄었지만 읽고 확인하는 비용은 그대로라는 불균형이 거부감의 중심에 있다.
실무에서는 이 부담이 더 뚜렷하다. PR마다 수백 줄의 문서와 과도한 주석이 붙고, 사람이 작성한 리뷰에도 AI 답변이 돌아온다는 사례가 나왔다. 조직의 제약을 모르는 장황한 보고서를 팀원이 다시 해석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거나, 글쓴이가 직접 겪지 않은 사례를 담아 후속 질문에 답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문서는 노력이나 전문성을 보여주기보다 검토 비용을 동료에게 미룬다.
그렇다고 AI 문체처럼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글을 배척해서는 곤란하다. 간결하고 유용하며 통찰이 있다면 초안 작성 수단은 중요하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비영어권 작성자가 번역과 표현을 다듬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특정 문장 부호나 상투적 표현만으로 단정하면 사람이 직접 쓴 글을 잘못 의심할 수 있고, ‘AI가 썼다’는 낙인이 불편한 의견을 무시하는 구실로 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작성자는 최종본의 핵심을 추리고 사실성과 현실성을 확인한 뒤, 질문을 받으면 자신의 판단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협업 자료라면 긴 출력물만 넘기기보다 사용한 프롬프트와 출처를 함께 공유해 상대가 직접 검증하고 탐색하도록 돕는 편이 낫다. 독자 역시 문체를 추정하는 데 머물지 말고 정보의 밀도와 맥락 반영, 작성자의 이해와 책임이 실제로 드러나는지 살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