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되어 하는 푸념입니다
올해 1월,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습니다.
31살, 개발자로 5~6년 정도 일했고
마지막 회사에서는 초기 멤버로 합류해 개발팀장까지 맡았습니다.
5명 정도였던 회사가 80명 가까이 커지는 과정을 함께했습니다.
회사가 커질수록 책임감도 커졌던 것 같습니다.
팀원들의 PR을 보고 코드 리뷰를 하고,
개발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주말에도 자진해서 출근했고,
한창일 때는 일주일에 120시간 가까이 일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그게 좋았습니다.
회사가 성장하고 투자를 받고,
내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몸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일하다 쓰러지기도 했고,
결국 더 이상 일을 계속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퇴사했습니다.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7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이제 다시 백엔드 개발자로 취업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이력서를 쓰다가 자꾸 손이 멈춥니다.
7개월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집니다.
지금 취업하지 못해서 10개월이 되고,
1년이 되고,
그 이상이 되면 어떡하지.
회사는 이 시간을 어떻게 바라볼까.
내 밑에서 함께 일했던 팀원들이 좋은 곳으로 이직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한 두려움이 생깁니다.
혹시 나는 이제 그 친구들보다 못한 개발자가 된 건 아닐까.
10월이 되어 올해를 돌아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분명 살기 위해 쉬었고,
회복하기 위해 필요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취업시장 앞에 서니
그 시간이 이력서 위에서는 그냥 '공백'이라는 두 글자로 보이는 것 같아 무섭습니다.
개발이 싫어진 것도 아닙니다.
저는 아직도 개발이 좋습니다.
다시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막연하게 겁이 납니다.
다시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있을까.
지금까지 쌓아온 5~6년보다
앞으로 더 길어질지도 모르는 공백이 더 크게 보이지는 않을까.
오늘도 이력서를 쓰다가 몇 번이나 손을 멈췄습니다.
그러다 어디엔가 그냥 이런 푸념이라도 한번 남겨보고 싶어 글을 적어봅니다.
아직은 저도 답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