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e (13) — 클릭 공장과 싸우던 날들
숫자를 부풀리는 손과, 그 뒤의 사람을 찾는 손
선반 가득 꽂힌 수백 대의 핸드폰이 일제히 같은 앱을 내려받는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인데, 클릭팜이라 불리는 곳들이고, 새로운 앱을 초기에 유명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업으로 하는 곳이었다. 사실 새삼스러운 풍경은 아닌 것이, 컴퓨터를 창고에 잔뜩 모아 두고 똑같은 일을 반복시키는 짓은 사람이 하든 로봇팔이 하든 늘 있어 왔고, 코인 채굴이나 게임 아이템 파밍도 같은 느낌일 테다. 모바일이 나오기 한참 전부터, 자동화라는 게 쓸 만해질 때마다 이런 일들이 제일 먼저 거기 올라왔는데, 클릭팜은 한 사이클 지난 값싼 중고 안드로이드 폰이 중심이라 눈에 더 잘 띄었다.
스토어를 담당했을 때 꽤 많은 시간을 이들과의 싸움에 보냈다. 우리의 고민은 결국 나쁜 트래픽, 나쁜 클릭, 나쁜 설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였는데, 막상 들여다보면 아주 새로운 문제는 또 아니었다. 웹 검색의 세상에서는 이미 20년 전부터 있던 문제라, 비슷하게 정의해 놓으면 꽤 잘 걸러지곤 했다. 자기 앱을 설치했다 지웠다 하는 것도, 임자 없는 남의 디바이스에 그러는 것도, 계정을 만들었다 없앴다 하는 것도 — 생각할 수 있는 기법들은 이미 꽤 커버가 되어 있었다. 트래픽을 의심하고, 세션을 의심하고, 계정을 의심하는 각각의 층위에서 열심히 걸러 냈고, 100%는 아니지만 best effort로 업계 최고의 노하우를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으리라.
나쁜 사용의 상당수는 선의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어디까지가 선의이고 어디부터가 사용자를 해치는 것인지, 무엇을 막아야 하는지를 가리는 일은 검색이 오래도록 해 온 싸움이다. 남의 사이트를 통째로 긁어 모으던 crawl(요즘의 distill이 그 자리에 닿아 있다), 크롤러에게 거짓을 흘리던 SEO hack과 GEO hack, 페이지마다 '세계 최고'를 도배하고 안 보이는 곳에 흰 글씨를 숨기던 수법, 남의 검색 결과를 긁어 제 것인 양 내놓던 서비스. 좋은 것을 흐리려는 손이 부지런해질수록, 지키려는 손도 그만큼 바빠졌다.
그 오랜 싸움에서 배운 것 중 인상적인 것은 개별 기법보다 문제를 대하는 태도였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유리한 전장에서 싸우라는 선승이후구전(先勝而後求戰)과 같은 맥락으로, 낯선 문제라도 만나면 그걸 기존에 잘 하던 영역의 익숙한 문제로 변환하는 것 — 그러면 그동안의 레거시와 경험에서 얻어 올 수 있는 것들이 꽤 많다. 실제로 당시 우리는 스토어의 스팸 문제를 웹 검색 팀의 spam fighter들에게 익숙한 문제의 모양으로 바꾸어 의뢰하는 방식으로 많은 것을 대처했다. 검색이 오랫동안 쌓은 싸움의 기술이, 문제의 옷만 갈아입혀 놓으면 스토어에서도 꽤 많은 부분에서 통했다.
물론 그늘도 있었다. 쇼핑몰의 반품처럼 앱을 지우는 uninstall은 검색의 방문과는 성격이 다른 신호라, 그 값을 어떻게 볼지부터 논란이 많았다. 게다가 설치 뒤에 몇 번을 실행했는지는 알아내기 어려운 값이어서, 좋은 설치를 가려내겠다고 '며칠 안에 몇 번 실행했는가'를 잣대로 두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표가 그 며칠만큼 늦게 올라오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걸러 내는 그물을 촘촘히 칠수록 아무 잘못 없는 새로운 앱에게는 그 그물이 진입 장벽이 되기도 했다. 스팸을 막는 일과 좋은 새 서비스를 맞이하는 일은 같은 그물의 양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locale로 내려오면 한층 어려워졌다. 글로벌로 뭉쳐 보면 규모가 커서 웬만한 잡음은 묻히던 숫자도, 나라별로, 그중에서도 한국어로 쪼개는 순간 표본이 확 작아진다. 나쁜 트래픽을 가려내는 로직이 많은 경우 통계에 기대다 보니, 그 작은 표본 위에서는 같은 잣대가 훨씬 쉽게 흔들렸다. 색인만 되고 나면 SEO 업체든 누구든, 직원이며 지인 몇이 IP와 기기를 바꿔 가며 하루 세 번쯤 검색하고 눌러 주는 것만으로도 순위가 금세 올라오곤 했고, 나라와 언어를 따로 세울수록, 지키는 쪽의 그물은 그만큼 성글어졌다. 다른 나라를 참고하겠다고 비교하고 싶은 유혹은 언제나 있었고, 그것이 새로운 논쟁의 시작이 되곤 했다.
AI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요즘, 공격수와 수비수 같은 쫓고 쫓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이전과 비교해 보자면, 둘 다 AI를 무척 열심히 쓰고 있을 것이고, 수법은 진화해도 문제의 뼈대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예를 들면 가짜를 만드는 쪽은 언제나 숫자를 부풀리고, 가려내는 쪽은 언제나 그 숫자 뒤의 사람을 찾는다 — 별점에서도, 리뷰에서도, 특히 정체 모를 무언가들이 쏟아내는 글 더미에서도, 같은 싸움이 옷만 갈아입고 이어지는 중이리라.
원문은 브런치에 있습니다 → https://brunch.co.kr/@chaesang/1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