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e (12) — 별점은 만국 공통이 아니더라
줄 때, 받을 때, 다룰 때, 별은 서로 다른 말을 하는 듯했다
미국에서 우버가 처음 나오던 무렵, 차에서 내리려는 나에게 기사님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마음에 들면 5점을, 마음에 들지 않으면 4점을 달라고. 5점 만점에 4점이 낙제인 셈이다. 별점이라는 건 다섯 개의 별로 온 세상이 같은 잣대를 쓰는 것처럼 보인다.
먼저 짚자면 나부터가 일관된 리뷰어는 아니다. 기분도 많이 타고, 남들의 리뷰는 열심히 보면서 정작 내가 남기는 일은 드물고, yelp나 AirBnB처럼 실명이 걸리는 곳에서는 5점과 1점 사이를 오갈 뿐 3점과 4점을 첨예하게 나누는 세심함은 없다. 인터넷 설치를 해 준 업체가 0에서 10까지로 평가를 청해 오면, 나와 싸운 게 아닌 다음에야 어지간하면 만점을 주는 버릇도 있었고, 식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팁을 줄이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했지, 집에 와서 기어이 리뷰를 남기는 성격은 아니었다. 다섯 칸이든 열한 칸이든, 내 손에서 그 눈금은 사실상 두 칸, yes/no로만 쓰이고 있었던 셈이다. 아… 이 바이너리 인간이란…
도메인마다, 그러니까 동네마다 꽤 다르다. 영화라면 IMDb 점수와 RottenTomatoes 지수처럼 분포가 넓게 펼쳐진 체계가 있고, 아마존이나 구글맵은 5점 만점의 별로 돌아간다. 그리고 우버와 AirBnB처럼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는 상호 리뷰의 세계가 있는데, 이쪽은 앞의 기사님처럼 4점이 사실상 낙제가 되는 극단적인 상향 평준이 자리를 잡았다. 먹는 것이나 앱 리뷰는 또 사정이 달라서, 같은 다섯 개의 별인데 후하게 주는 기준과 짜게 주는 기준이 동네마다 갈린다.
나라를 건너가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미국의 우버가 5점이 기본이고 4점이면 불만이라면, 한국에서는 별점이 소통의 수단이 되어 불만이면 1점을 주었다가 해결되면 5점으로 고쳐 주는 식의 쓰임이 있었고, 우리끼리는 5점을 주고서 본문에는 험한 말을 쏟는 리뷰도 낯설지 않다. 평가라는 행동은 언어가 아니라 나라의 문화에 묶여 있었다. 같은 식당 리뷰라도 한일의 평균과 분포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런 편차는 먹는 것에만 있지 않아서, 같은 영화라도 국경을 넘으면 그 평균과 분포가 사뭇 다르게 그려졌다.
흥미로운 건 총점 자체의 무게였다. 일본의 타베로그나 미국의 yelp는 사이트가 매기는 점수의 권위가 커서, 3점대 중반만 넘어도 손꼽히는 집으로 통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개별 리뷰는 넘쳐도 총점은 그만한 무게를 얻지 못했는데, 애초에 식당 리뷰를 남기는 데에 심리적 벽이 있어서였다. 맛없는 집을 굳이 다시 찾아가 별점을 깎는 사람은 드무니, 총점은 자연히 위로 쏠렸다.
그런데 이 별점이라는 것을 주는 자리가 아니라 받는 자리에 서 보면 이야기가 사뭇 달라진다. 상호 리뷰의 세계에서는 사용자도 리뷰를 당하는 처지라, 괜히 4점을 받으면 마음이 많이 상한다. KAIST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던 시절, 학기가 끝나면 강의 평가가 도착했다. 부족함이 많았던 터라 각오는 했다. 별점은 평균이라는 하나의 숫자로 뭉개져 왔지만, 개별 코멘트는 낱낱이 펼쳐져 읽혔다. 불만이 글자가 되어 남는 쪽이 훨씬 오래갔다. 전체 몇 명 가운데 몇 명인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고, 블라인드나 면접 후기 사이트가 대개 칭찬보다 험담으로 북적이는 걸 떠올리면 조금 위안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주는 쪽일 때는 두 칸으로 무심히 쓰던 잣대가, 받는 쪽이 되면 비어 있는 별 한 칸이 상처처럼 남는다.
플레이스토어 고객들인 개발사들에게는 그 상처가 일상이자 업무였다. 앱의 리뷰란은 공식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자주 쓰였다. 전용 카페나 커뮤니티를 스토어 밖에 차려 두어도 할 말은 어떻게든 리뷰로 전해진다고들 여겨서, 담당자들이 리뷰란을 열심히 관리했다. 소위 진상 손님도 왕왕 나타났는데, 배달 음식이나 식당 리뷰 쪽에서 인플루언서가 별점과 후기를 빌미로 무리한 서비스를 요구하듯, 앱 스토어에도 별점을 협상 카드로 들고 오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과 같이 해결해 보려 애쓰던 기억이 난다. 그동안 스쳐 간 수많은 Customer Success / Customer Support 분들의 노고를 떠올리면, 조용히 응원을 보내게 된다.
별점 다섯 칸은 주는 입장에서는 binary 선택으로 무심히, 받는 입장에서는 빈 한 칸이 상처로, 개발사에게는 협상의 카드로. 그렇게 자리마다 나라마다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제각각인 목소리를 시스템이 받아 다루려 하면, 그 단순한 별 하나 뒤에서 그 뜻을 해석하는 쪽은 보기보다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원문은 브런치에 있습니다 → https://brunch.co.kr/@chaesang/1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