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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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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인턴쉽 얘기 (3)

안녕하세요. 최근 몇주간 인턴쉽에 학교 수업에 면접까지 겹쳐서 정신이 없었네요.

세번째이자 마지막 글에서는 오퍼와 회사생활, 그리고 코비드로 인한 재택근무에 대해 다뤄볼 생각입니다.


오퍼

이전 글들의 단계를 거치면 오퍼가 옵니다. 이전 단계에서 개발자 면접까지 얘기를 했었는데, 테크니컬 인터뷰를 잘 본다고 해서 무조건 오퍼가 온다는건 아닙니다. (물론 잘 못하지만 거의 떨어지는게 확정적이라 봐야지만요)

예전과 달리 면접에서 물어보는 문제의 난이도가 막 엄청나게 어려워진 수준이 아니게 되면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문제를 잘 푸는게 지원자를 합격시키는 척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그만큼 팀 핏이 잘 맞는지, 즉 말이 잘 통하고 느낌이 오는지를 좀더 중시하는 느낌입니다.

지난 가을에 MS의 테크면접은 무려 피즈버즈를 물어봤었고, 지난주에 봤던 구글 면접에서도 특별한 알고리즘이나 데이터 구조를 요구하는 문제는 물어보지 않고 간단한 API를 만들면서 엣지 케이스와 테스트를 본다던가 하는 식이었네요. 둘다 잘 했는데 MS는 탈락했고 구글은 아직 맘졸이며 기다리는 중입니다 ㅠ

어쨌던 이 단계를 거치면 오퍼가 옵니다. 오퍼레터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충 아래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개인정보는 대충 가렸습니다)


오퍼레터에서는 보통 비밀유지라던가 계약 종료 조건, 계약기간 등등이 씌여있지만 가장 중요한건 역시 보상이겠죠. 풀타임이면 이 단계에서 기본급, RSU, 이사비, 계약금 등 복잡한게 많지만 인턴쉽 레벨에서의 보상은 그런거 없고 월급과 기타 복지로 나뉘고, 그나마도 기타 복지는 (풀타임과 비교했을때) 없다시피 한 정도라서 결국 월급 (+포지션, 회사의 명성, 팀, 도메인, 할 일)이 인턴쉽 레벨에서는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월급은 회사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아마존과 도어대쉬가 제가 아는 바로는 캐나다에서는 최고 레벨 수준으로 약 8000불 정도이지만 Cockroach Labs같이 월급만 1만불 넘게 주는 회사도 있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었네요.

구글/마소/코세라/링크드인/쇼피파이는 이것보다 6천불쯤 주고, 그 외 은행이나 SAP는 4천불정도 주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외에 Relocation (이사비)나 Housing stipend (월세), WFH stipend (공과금) 명목으로 챙겨주는 회사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월 1875불의 월세 지원금이 나오고, 웰스심플은 월 75불의 공과금 지원이 주어집니다.


회사생활

인턴쉽 기간은 대략 10주에서 16주까지가 보편적입니다. 미국 회사는 비자라던가 여러가지 문제 때문에 보통 10-12주를 많이 시키는 편이구요. 캐나다는 미국에 본사를 둔 좀 큰 회사 (구글, 아마존, 마소 ..) 들은 12주를 기본으로 하되 학교의 Co-op 프로그램이 요구할 경우 16주를 줍니다. 그보다 좀더 규모가 작은 회사들, 예를 들어 SAP나 EA같은 회사들은 8개월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IBM Canada같은 좀 미친 회사들은 12-16개월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 입사하면 같이 입사한 인원들과 약 1-2주에 걸친 온보딩 기간이 주어지고, 이 기간동안 각종 개발환경 설치, 셋업, 회사 문화와 필요한 교육 세션들을 이수해야 합니다. 이 시기가 지나고나면 회사에서 무엇을 하느냐는 포지션에 따라, 회사에 따라, 팀에 다라 전부 다릅니다만 크게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1. 풀타임과 똑같은 일하기

제가 처음 들어갔던 SAP가 이런 식이었습니다. 물론 난이도는 적당히 조절이 되어있지만 인턴쉽 기간동안 해야하는 고립된 프로젝트가 아니라 1년차 주니어와 동일하게 배울만큼 배우고 조금씩 작은 일부터 시작해서 팀원들과 동일한 일을 합니다.

장단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 인턴쉽으로 별다른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바로 이런 일에 투입되는건 크게 성과를 내기 힘들어서 별로 선호하진 않네요 ㅠ 처음부터 끝까지 완결성을 지닌 프로젝트가 아니라 작은 태스크 위주로 일을 받게 되고 그 일을 하는 와중에도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성취감을 느끼기 힘들고, 평소에 무슨 일을 했는지 꼼꼼히 기록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내가 거기서 뭐했지 할수도 있습니다. 네 제가 그랬어요..


2. 프로젝트

이 경우 해당 팀의 하는 일에서 크게 중요도가 높지 않은 일을 분리해서 완결성을 지닌 프로젝트로 만들고, 이를 인턴쉽 기간 동안 1-2명의 인턴이 혼자 하거나 팀으로 일하게 됩니다. 보통 시니어급이 멘토로 붙어서 정기적으로 진행을 체크합니다.

장점으로는 아무래도 end-to-end로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일하기 좋습니다. 디자인 문서부터 테스트 계획과 코드, 테스트, 테크니컬 블로그 포스트와 프레젠테이션까지 해야하기 때문에 한번 해내면 전반적으로 경험이 많이 쌓이더라구요.

단점은.. 음 글쎄요. 팀바팀이지만 처음에 난이도 조절이 안된 플젝이 떨어진다거나 멘토가 안챙겨준다거나해서 플젝 완성을 못시키면 완전 망하겠죠? 그리고 너무 쉬운 플젝이 주어질 경우 이것도 딱히 도움이 되는 것 같진 않았습니다.


3. 테스팅

이건 1의 파생일거 같은데 좀더 나쁜 버전이라 볼 수 있습니다. 개발자로 들어갔는데 도움될만한 건 안시키고 기간내내 테스트만 주구장창 짜다가 나가는거죠. 여기도 흔치는 않지만 있긴 합니다. 월급 많이 주는 회사는 이런 경우는 드물고 저는 SAP 다닐때 동기가 이런 팀에 걸려서 개고생하는걸 본적이 있네요. 


인턴 생활동안 회사 분위기에 따라 회사 업무 외에 친목활동이 많기도 하고 아예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SAP나 웰스심플은 꽤 많은 편이지만 아마존은 한번도 안했었네요.

그밖에 보통 2주에 한번 매니저와 30분간 면담을 하고, 멘토라고 시니어급을 붙여줘서 멘토와 매주 면담을 하고, 온보딩 버디라고 해서 주니어급을 붙여줘서 역시 매주 면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멘토나 주니어급과는 좀더 가벼운 얘기를 하는 반면 매니저와는 보통 하는 일에 대해 리뷰와 피드백 받는 시간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인턴십을 종료할 때가 되면 했던 일을 갖고 성과측정을 하고, 졸업이 1년 이내로 남을 경우에는 리턴 오퍼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인턴에서 정직원으로 얼마나 전환이 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엔 어지간히 못하지 않는 이상엔 리턴 오퍼는 다들 주는 편입니다. 졸업이 1년 이상 남았을 경우에는 리턴 인턴 오퍼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위에 링크한 계약서가 아마존의 리턴 인턴 오퍼레터네요.


재택 근무

북미는 지금 거의 대부분의 IT회사가 재택 근무가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2020년 3월 코비드가 한참 유행할 무렵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전원출근을 강제하는 회사는 없고, 하이브리드 (주 3회 출근) 정도를 하는 회사가 조금 있고, 앞으로도 직원이 원하면 풀 리모트로 일하게 해주는 회사들도 꽤 되는 편입니다.

이 재택 근무 시스템이 사실 자기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짬이 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데, 아직 개발환경과 도메인 등 모든것에 낯선 인턴과 주니어급에게는 효율이 낮은 시스템이라 힘듭니다 ㅠ 

가장 힘든건 아무래도 '질문하기'입니다. 사무실이면 그냥 찾아가서 간단하게 물어보고 해결해야할 것도 온라인은 줌으로 콜을 해야하니까요. 그래서 제가 보거나 들은 회사들에서 도입한 방식은 보통 오피스 아워를 운영하기도 하고(SAP, NetApp), 페어 프로그래밍을 정기적으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MS, Wealthsimple)

개인적으로도 출근길에 시간 쏟는걸 싫어하는지라 언젠가 혼자 힘으로 회사 일을 처리할 레벨만 되면 집에서 재택근무로만 살아가고 싶긴 한데, 얼른 더 배우고 성장하고 싶네요.


어쩌다보니 가볍게 써야지 하던 글이 3편짜리가 되어버렸는데 도움이 되기는 커녕 재밌게 읽혔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혹시 궁금한게 있으시면 언제든 물어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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