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BE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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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6 12:34:27 작성 2021-05-26 12:35:56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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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직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낍니다.


개발 4년차, 첫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메이저 IT기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IT회사로 이직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에는 비IT회사 개발부서였거든요.

그런데.. 이직을 하면 홀가분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죄송한 마음이 생기고 마음이 쓰라리네요.

회사가 정말 잘 나가고 있으면 이런 감정없이 홀가분하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다보니 남아 계신 분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겠죠

이번에 이직을 하면서 배운 건, 타인에 대한 예의와 존중입니다.
기본이지만 다시 한 번 더 되새김 하게 되었네요.
퇴사한다고 얘기하니 고위직분께서 직접 저에게 책임, 신의, 배신자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

회사 프로젝트들의 히스토리를 아는 사람이 저 밖에 없으니 그렇겠죠
개발자도 제가 나가면 신입사원 한 분 밖에 없구요 ㅎㅎ

그래서 퇴사 전, 개발자분들을 많이 채용을 한 뒤에 나가려고 애썼습니다.
4년차인 제가 면접을 보고, 이력서를 전달드리고.. 재밌는 경험이였고 또 배웠습니다.

면접을 다 보고 채용 후보자 분들을 전달드리면.... 
이 사람은 4년제가 아니다
이 사람은 고졸이다
이 사람은 전공이 아니다
이 사람은 연봉이 너무 높다

별별 이유를 말하면서 채용취소ㅎㅎ
그래도 어찌어찌 뽑아놓으면 입사예정자 분께서 당일입사취소 통보를 하시지 않나
참 힘들었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 이직할 곳을 만들어 두고 퇴사얘기를 꺼냈습니다.

그랬더니.... 윗분께서 말씀하신 내용들을 기억나는 대로 가감없이 적어보겠습니다...




윗: 이제와서 왜 갑자기 퇴사를 하는데?
나: 출장이 너무 많아서 제 커리어가 꼬이게 될까 염려돼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개발업무가 너무 적습니다.

윗: 이직할 곳을 구한건가?
나: 아뇨. 출장이 너무 많아 면접을 볼 수가 없어 퇴사 후에 이직하려고 합니다.

윗: 지금 나가면 너무 책임감이 없는 거 아닌가? 이제 슬슬 안정화하려고 하잖아
나: 그래서 인수인계 받을 분들을 뽑으려 했습니다만, 이러이러한 이유로 전부 채용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윗: 그래서 너가 나가면 상황이 어떻게 될 지 뻔히 알면서 그러는거냐?
나: 프로젝트 리스크관리는 회사에서 하셔야지 저의 책임 소재가 아닙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뉘앙스가 제 책임이라고 은근슬쩍 넘기시는 거 같은데 굉장히 서운하네요. 제가 이 상태로 8개월 이상을 일했습니다.

윗: 6월에 나가기는 좀 그렇고 10월은 어때?
나: 싫습니다. 6월에 나가겠습니다.

윗: 처우를 개선해주면 남아있을거냐?
나: 아니요. 저는 어떠한 경우가 있더라도 무조건 나갈겁니다.

윗: 하... 그래서 너가 여기서 뭘 했는데? 난 이렇게 개판으로 만든 서비스를 본적이 없어요. 내가 3000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관리했던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중구난방에 엉망진창인 서버를 본적이 없어 내가
나: 아ㅋㅋ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사원 3명 뽑아놓고 기획도 없이 이렇게 만든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윗: 아키텍쳐도 개판이야
나: 그럼 아키텍트 시니어를 뽑아서 초기 기획때부터 아키텍쳐까지 잡으시지 그러셨어요

윗: UI/UX도 개판이야
나: 아무리 풀스택이라고 하더라도 디자인까지는 자신이 없어서 외주를 주거나 기획자분을 뽑아달라고 몇번을 말씀드렸는데 이정도 시스템에 기획이 왜 필요하냐고 말씀하셨잖아요?

윗: ....
나: ....

윗: 그래 그렇게 까지 얘기할거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너의 선택이 옳은 것 같지만 나중에 가보면 결국 후회하게 되어있다. 지금 프로젝트 안정화단계인데 너가 나가면 향후 커리어에 있어서 신의에 문제가 생기는거다.
나: 감사합니다. 나가서 후회하는 건 제가 하는 거니 후회하든 말든 제가 정하겠습니다.

윗: 내가 여기저기 전화하면 지인이 꼭 한 명씩 걸려요. 네트워크가 다 이어져 있단거야. 배신자!
나: 아 ㅋㅋ 네, 방금 그런말씀 때문에 제가 더 정이 떨어져서 나가는겁니다.
(이런 말을 할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이직할 곳을 구했으나 그냥 퇴사한다고 얘기한 것입니다.)




제가 많이 서운했나봅니다. 글이 길어졌네요.
위에서 보다시피 나가는 사람을 배신자취급하고 신의따져가면서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타인을 존중하고, 상대에 대한 예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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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39

  • 맥키드
    97
    2021-05-26 12:38:54
    보는 제가 다 속상하고 열받네요!
  • ISA
    5k
    2021-05-26 12:43:05

    잘하셨습니다. 

    저도 저런 소리 몇번 들었는데 오히려 그래주면 고맙다고 생각들었죠. 비상식적으로 막장인 곳은 그곳에서 걸러주니 좋고 상식적인 곳은 내가 한게 얼마나 잘한 케이스인지 알아서 검증 과정을 안거치려고 할테니까요.

    실제로 레퍼런스 체크 하더라도 개인적인 악의를 가진 회사가 아닌한 나쁘게 말해도 오히려 좋게 체크가 되더군요 ㅋㅋ

  • ercnam
    6k
    2021-05-26 13:13:40

    책임자 직급이 책임을 안질려고 하는 똥회사...진절머리가 나는군요 ㅎㅎ

    그래도 탈출하셨으니 다행입니다!

  • 굿모닝
    127
    2021-05-26 13:15:48
    원래 첫회사 나올때가 가장 서운한법인것 같아요 
  • 구르
    25
    2021-05-26 13:30:39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제가 겪는 일처럼 글이 읽혔네요

    안그래도 정 떨어진 회사 더 떨어졌겠어요

  • 조리링
    359
    2021-05-26 13:35:54

    저도 비슷한경험했습니다.

    손해배상청구한다고까지 했네요 ㅋㅋ

    암튼 더러운곳 나오셔서 다행입니다.


    앞으론 꽃길만 걸으시길..!

  • jw_891
    712
    2021-05-26 14:05:48

    양아치 밑에서 고생 많으셨네요. 이직할 회사에서는 좋은 사람들 만나실 겁니다.

  • d487bb
    134
    2021-05-26 14:08:30 작성 2021-05-26 14:08:45 수정됨

    가지가지 나뭇가지네요 ㅋㅋ

    화이팅이십니다..!

  • onimusha
    9k
    2021-05-26 14:36:38

    답변 한마디 한마디에 cool 사이다 잘 마셨습니다.

  • sbroh
    11k
    2021-05-26 14:47:16

    대단하십니다. 저런 사람 밑에서 3년을 넘게 일하셨다니.. ㅠㅜ

  • 초보.
    5k
    2021-05-26 14:52:18

    이직 축하드립니다.

    추천을 안드릴수 없는 경험담이네요.

  • 안전라이딩
    1k
    2021-05-26 15:18:42

    굉장하네요... 탈출 축하드립니다.

  • jjavaman
    8k
    2021-05-26 17:32:55

    어쩜 저의 전직장 부장이랑 똑같은 이야길 하는지...

    아파서 그만둔다니깐 어디가 아프나고 꼬치꼬치 캐묻더니 

    그것도 병이냐고 이러고

    자기도 타회사 갔다 왔는데 다른회사 가도  다 똑같다

    이소리 시전 하고 ㅋㅋㅋ

    제가 그회사 그만두고  병원 생활을 1년 했죠... 


    잘 그만 두셨습니다

  • Dive_Drink_Develope
    6k
    2021-05-26 17:48:01

    별 개q신같은 소릴 다하네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응 정말 잘하셨다고 생각합니다. ㅡ.ㅡb

  • 장독깨기
    3k
    2021-05-26 19:15:49

    대응 잘 하셨습니다. ㅎ

    이직 축합니다..

  • Carefully
    466
    2021-05-26 23:14:44
    축하합니다.
  • 한량개발자
    1k
    2021-05-27 01:24:40

    보..보살?!

  • 민오라방구
    529
    2021-05-27 08:58:52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려요!

  • 라이칸
    691
    2021-05-27 10:19:17

    위에 상사놈들 믿지마세요

    물론 좋은 상사도 굉장히 많습니다

    근데 위에 대화내용을 본다면 저사람은 상사가 아니라 님을 갉아먹는 그냥 대충다니는 사람입니다

    절대 배우지도 마시고 말도 섞지마세요

    그리고 인생에서 저런사람들은 잊어버리시고 지워버리세요

    평생 기억에 남고 좋은 상사도 얼마든지 많습니다

    저도 지금 다니는 상사 제가 몇년차인지도 (심지어 전산2명저포함)  모르고 그냥 본인이 마음에 안 들면 가스라이팅합니다 본인이 무조건 100%정답 이라는듯한말투 

    근데 그냥 그만둘준비하고 너떠들어라 나는 내꺼 공부한다입니다  힘내세요

    그리고 저런 상사가 어디든 있겠지만 지금처럼 대응하세요 가치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 exexexe
    348
    2021-05-27 11:01:20

    아직도 저런 인간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이러니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IT 인력 따먹기 형태가 아직도 똑같지...

    저런 회사에 오래 있으면 안됩니다.

    적은 연봉을 받고, 사장, 임원 돈 벌게 해주면 안됩니다.


  • gugudan
    24
    2021-05-27 12:48:20

    진짜 "윗"은 꼰대의 정석이네

  • DevAndy
    247
    2021-05-27 17:07:15
    답변을 통쾌하게 하셔서 사이다를 마신것 같네요! 고생많으셨습니다!!
  • codej625
    34
    2021-05-27 22:19:21

    정말 뭣같은..

  • 릴리노리
    195
    2021-05-27 22:41:37

    윗사람 누군지좀 알고싶네요.. 소문내고 거르게..

  • 만년코더
    9k
    2021-05-28 07:47:46
    고생하셨습니다.
    앞으로 좋은 일만 있기를
  • 양파마늘
    1k
    2021-05-28 09:59:10

    붙잡을려면 월등히 좋은 대우를 해줘야지


    깍아내리기부터하다니

  • C#린이
    2k
    2021-05-28 15:13:05

    회사 이니셜이라도 알고싶네요ㅋㅋㅋ

  • curtwolf
    257
    2021-05-28 15:37:15

    멋진 결정하셨네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좋은 분, 좋은 조직 만나시어 승승장구 하시길!

  • 키류
    357
    2021-05-28 21:25:21

     글쓴분과 대화한 윗분의 얘기는 별 영향력이 없으니, 안심하고 이직터에서 일하시면 됩니다. 뭐 자기의 인적 네트워크가 거미줄처럼 쳐져 있더라니 이런 건 개소리입니다. 저도 개발자 11년차라서 그 사람들 심리를 알고 있습니다. 

  • 재리파이
    30
    2021-05-28 22:40:21

    저런사람 네트워크에 있는 사람한테 밉보인다고 크게 손해는 아닐듯 합니다ㅎㅎ

    이직한 곳에서는 꼭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 무무백수
    281
    2021-05-29 00:02:32
    탈출 잘 하셨습니다 사장놈 지가 말하는 네트워크도 지금 이직한 회사에서 쌓을 네트워크보다 보잘 것 없을 겁니다

    이직 성공 부럽습니다. 고생하신 보람이 있으십니다
  • 코딩을지켜츄
    1k
    2021-05-29 21:59:01

    그래도 4년제가 아니다 고졸이다 전공자가 아니다 이건 좀 편협한 생각이신거 같네요. 포폴을 보고 커리어를 보고 실력이 된다 안된다 판단하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회사 입장에서도 인재를 놓칠수도 있는거니까.

    회사 입장에선 엄청 절실하니까 저러는거 같네요 ㅎㅎ 잘 탈출하셨네요 ㅎ 그리고 생각보다 업계가 좁지 않은게 네카라쿠베 아니면 개발회사들이 엄청 많아서 거의다 모르던데요 ㅋㅋㅋㅋ 

  • gonasooc
    4
    2021-05-31 07:15:28

    글 보니 고생 많으셨네요.. 지금이라도 탈출하신 거 축하드리고 더 좋은 곳으로 가실 거 같습니다!

  • 아슈
    973
    2021-05-31 09:18:11

    왜 이제사야 나오신건지...지금이라도 엄청 다행입니다~

    저런상사밑에서 뭘배우겠어요. 딴데간다면 응원은 못해줄망정

    업계가 좁네 어쩐네 맨날하는얘기들인데 웃기고 너무 넓어서 한번본사람 다시보기 힘듭니다.

    그리고 저런말 하는사람들치고 똑바로 일하는 사람 본적이 없네요.

  • M N
    458
    2021-05-31 14:35:21

    개꼰대 병신이 있는곳에서 4년이나 버티셨군요 앞으로는 잘되시길 빌어요

  • 애아빠
    1k
    2021-06-01 17:15:54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른거 같습니다... 

    시간 지나서 되돌아 보면요.


    잘 하셨습니다.

    앞으로 무조건 이전보다는 좋아질겁니다.

  • 나는 꿈이있어요
    8
    2021-06-01 17:55:07

    잘 이직 하셨습니다 맘고생이 심하셨겠네요

    저도 이직 자리가 나서 간다고 해도 일부 인원에게만 이야기할 수 있지 모든 사람들에게 이야기는 못할 것 같네요 공감가는 부분이 참 많은 글이었습니다


    이제부터 꽃길만 걸으시길 기원합니다

  • Bohemiann
    6
    2021-06-01 19:02:13

    저런... 그분이 너무 말을 심하게 하시네요

    마음이 많이 무거우셨겠어요


    훌훌 터시고 앞으로 좋은것만 생각하세요!!

    응원하겠습니다!

  • 모란트
    29
    2021-06-02 09:38:24 작성 2021-06-02 09:38:48 수정됨

    예상 질문에 대한 반박을 정말 잘 준비하셔서 대응하신듯.


    막장 플젝 대부분 사람 잡으려고 안달이죠 ㅎㅎ 


    기존사람 나가고 플젝 개판되봐야 똥줄타고 정신 차리죠 후임자들 들어오고 계속 나가는 


    플젝도 많이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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