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25살(대학교 3학년 1학기 재학 중)인 (수도권 사립대 4년제 자동차학과) 학생입니다.
학교는 좀 말하기 그렇지만...공과에 랩실이라곤 전혀 없는, 연구하는 모습은 하나도 안보이는 그냥 인지도 없는 학교 입니다. 그리고 당시 제가 입학한 년도에 학과가 신설한거라 선배는 없습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부터 자율주행자동차에 관심이 많았고 수학, 영어, 과학은 잘하지는 않았지만 하나를 하더라도 몇시간이 걸려도 해결하는 순간의 맛에 좋아했습니다. 성적은 안좋았지만 그래도 학과 하나만 보고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지금까지 다니면서 프로그래밍언어, 수학(선형대수, 확통), 전기전자 등 모두 공부하면서 성적도 잘 나왔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거 아니면 먹고살 길은 없다는 생각은 더더욱 굳혀져 갔습니다. 혼자서 아두이노, 라즈베리파이 등 구글링하면서 독학도 해보고 '카메라 하나로 차선따라가는 모형자동차'도 만들어보고, 군대 제대하고 복학하기 전 6개월 정도? 동안 ROS(로봇운영체제)도 만져보면서 모형자율주행차도 만들어봤습니다(물론 결과물은 안좋았습니다).
하지만...군대를 갔다오고 3학년이 되어 이번 학기에 복학을 하니, 2학년 후배님들이랑 java를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2학년때는 학과에 없었단 java고 굳이 java를 안들어도 되지만 뭐 하나라도 배울 수 있을 때 배우자는 생각으로요. 그런데, java수업을 들으면서 제 생각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딱 한번 실시간 강의를 했는데, 교수님께서 "10분 동안 문제를 줄테니 eclipse돌리지 말고 종이에 적으면서 계산하여 결과값을 제출하라)" 라는 점수 걸린 문제를 주셨는데, 대부분 2학년 후배님들은 채팅창에 적어 올리더라구요. 그리고 어제는 녹화강의 2시간 짜리를 저는 5시간동안 앉아서 이전 시간 대로 돌려 보고 일시정지하여 왜 저렇게 나오지? 하면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우여곡절 끝에 강의를 다 듣고, 수업 중에 실습한 거를 올리려고 하는데 교수님이 우연찮게 실수로 과제를 올리는 공간을 만들지 않았더라구요, 충격받았던건 이미 제가 강의 수강을 끝내기 2시간 전에 다른 애들은 "실습제출할건데 언제 가능하냐"는 반응이 많았어요. 더 충격 받은건...군대 있을 시간 동안 프로그래밍에서 손을 떼어 다 까먹긴 했지만, 복학하기 전에 프로젝트를 하면서 남들이 만들어놓은 코드를 이해해보려 했고 그걸 내가 원하는 의도로 바꿔보기까지 하면서 나름 친숙했는데, 이러한 경험이 전무하다 싶은 후배들이 나보다 더 잘한다고....?였어요.
이제서야 느꼈어요. 대학교1학년부터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건 동기들이 공부안해서였다는걸...머리좋은 후배님들이 공부를 좀 하니깐 저보다 한참 위에 있다는 걸요. 중고등학교때를 돌이켜보니 그동안 나는 머리가 안좋았던거구나...머리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지식의 습득시간이 또래보다 현저히 느리고 멍청했구나....그래도 그때는 남들보다 노력을 안했으니 그런가보다 했는데, 대학교 올라오면서 어디 놀러간 적 없고 남들 놀때 공부만 했는데...시험 전날에만 벼락치기로 대충 공부하고 과제도 제출안하는 녀석이 짧은 시험 시간에 오픈북 시험에서 제일 먼저 풀고 나가는데 난 뭐했나...막 자괴감이 들더라구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저는 그동안 학과개설된 과목 + a를 미친듯이 했습니다. 특히 이 a를...대학교 1학년 1학기 끝나고(c언어, 선형대수학만 끝냄) 우연히 유튜브로 본 모형자율주행자동차에 빠져서 이걸 만들려면 내가 뭘 해야지? 혼자서 구글링하면서 얻은 결과로 라즈베리파이, 아두이노, opencv를 먼저 독학을 하고 카메라로 차선인식을 하려고 하니 이미지처리 기초부터 배워햐 하는 결론을 얻어 digital image processing 책을 사서 공부해보고 그러나보니 이제는 수학이 중요함을 알고 선형대수학, 확통을 사서 유튜브, 칸아카데미 켜놓고 공부하고...수학을 좀 해놓고 보니 이걸 이제 어디에 어떻게 적용하는건 다른문제더라구요. 그래서 계량경제학(한글)을 사서 공부하고 있는데 어제 받은 충격으로 의욕을 잃었어요...
아, 그렇다고 다른 학교로 편입하거나 자퇴는 무섭더라구요. 저한테 지원을 해주신 교수님들에 대한 배신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떻게는 이 학교에서 잘해보자라는 마인드로, 공부할때 마치 내가 명문대에 있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영어 원서를 구해서 읽고 유튜브강의도 일부러 영어강의로 듣고...프로그래밍빼고요(덕분에 군대는 카투사갔어요). 물론 문제 해결 할 때는 물어보지도 않고 전부 구글링하여 해결했습니다. 그게 몇일 몇시간이 걸리든...여태까지 그렇게 문재해결해왔고 남들보다 문제해결 시간이 느리다고 해서 별 문제는 없겠지 하며 스스로를 위로해왔어요...
단순 코딩노예는 싫고 코딩실력을 떠나 설계하는게 재밌더라구요 다만 그걸 현실로 옮기는게 문제지...수학은 하루 1장이라도 맨날 공부해왔는데 어제의 일로 진로를 지금이라도 바꿀까 생각이 드네요...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천지차이...앞으로 몇분 뒤에 있을 수업도 듣기 싫고 위에서 언급한 java수업의 또다른 과제는 이번 주 주말까지인데 벌써부터 제출하기도 싫어집니다. 원래같았으면 절반 이상은 끝냈는데...
이제서야 나는 '자동차에서 생성되는 그 어떠한 주행데이터를 수집하고 이걸 어떻게 분석하여 알고리즘을 생성하여 자율주행차를 연구하고 싶다' 라는 틀이 생겼는데.....하....지금이라도 포기하고 다른 길 찾아봐야 할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민거리를 이렇게 적고 조언 구해보는 것도 인생에서 처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