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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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2 02: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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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취업 후기


지난달 말로 수습이 끝나서 해외 취업 후기를 써볼까 생각했다가

자바!도 아니고 북미나 유럽도 아니라 딱히 도움 될 것 같지 않아 접었는데

명절인데 집에만 있다 보니 할 일도 없겠다 썰 풀어봅니다.


먼저 요약하자면

영어 완벽하게 준비한 후 나갈 생각이면 못 나감

정식 지원할 거면 ATS 점수 체크할 것(리쿠르터, 헤드헌터 통하면 가이드에 맞춤 )

만만한 회사부터 지원해서 인터뷰 경험 쌓고 원하는 곳 도전

급여 조건은 꼼꼼히 확인할 것(세금, 베네핏, 퇴직금, 연금, 보험 등)


일단 제 백그라운드는

어릴 적 C나 VB를 공부하긴 했지만, 펑펑 노는 바람에 대학을 디자인 학과 갔다가 중퇴하고

PC방 알바로 살아갈 뻔한걸 와이프가 프로그래밍 경험 있다는 얘기 듣고 국비라도 가보라고 해서

국비 수료 후 PowerBuilder로 전산경력을 시작했습니다.

뭐 일명 고졸 국비네요.

언어는 PB-C#을 주로 사용했고 가~~~끔 java, jsp로 인터페이스나 좀 건드려봤고

자신 있는 건 T-SQL, DBMS여서 DBA로 전직을 시도하다 1년도 안 돼 사업부 날아가서

안정적인 걸 찾다가 Salesforce라는 CRM 솔루션으로 5년쯤 경력 쌓아

총 12년 즈음 되는 경력으로 2020년 2월에 태국으로 넘어왔습니다.


태국을 선택한 이유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었습니다.

와이프나 저나 태국이 편하고 싸서 한 20번쯤 왔던 동네라

처음 생각했던 캐나다로 가기 전에 좀 쉬면서 영어나 싸게 공부하다 영어 준비되면

다른 데로 가야지 생각했었습니다.

뭐 코로나로 인종차별 관련 뉴스가 팡팡 터지고 와이프가 백인 국가는 아예 기피 하게 돼서

앞으로도 북미나 유럽은 갈 일이 없을 것 같네요.


처음 태국에 왔을 때는 코로나가 그렇게 심하지 않을 무렵이라

태국의 대기업이나 글로벌 Big4 컨설팅 펌 등에서 제안이 들어와서

아 영어 준비되면 태국에서도 일 구할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 심해지고 태국 내수가 악화되면서 나중에 본격적으로 구직을 시작했을 땐

좋은 일자리는 안보이더라고요.


영어는 어영부영 5월까지 허송세월하고 온라인 1시간 2달

오프라인 3시간 3달 정도 했습니다.

제는 이 정도로는 영어가 눈에 띄게 늘지는 않네요.

지금도 주변에서 이제 영어 잘하겠다고 하면 참…. 부끄럽습니다.


본격적인 구직은 8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중간중간 구인시장 정찰도 하고 들어오는 오퍼 보면서 긴장감이 별로 없었는데

LinkedIn의 Direct Message를 통해 받는 오퍼 중 구인하는 회사 소속 리쿠루터가 아니면

뭐 걍 우리나라 헤드헌터 인력파견업체나 다름없더군요.


채용 포탈은 LinkedIn과 Reed, GlassDoor, JobDB, Indeed를 통해서 했습니다.

주로 급여가 쌘 지역의 리모트를 지원해서

지원은... 한 300곳? 면접은... 10곳 정도 했습니다.


입사 지원하면서 느낀 점은

사내 채용담당자를 통해 진행하는 게 아닌

포털(내/외부)을 통해 지원하면 일단 ATS(Application Tracking System)으로 필터링 되기 때문에

ATS에서 까이지 않게 이력서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300곳이나 넣었는데 면접을 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밖에 못 본 건

ATS Score가 낮아 까이거나 VISA 때문에 아예 제외된 경우더군요.

너~~~~~~~~~~무 면접단계까지 못가다 보니 이력서에 문제가 있나 싶어

같은 업계 LinkedIn 1촌에게 물어봤더니 ATS에서 까인 거라고 ATS 점수를 높이라고 조언받았습니다.

실제 무료로 ATS score를 확인 할 수 있는 사이트에 이력서 넣고 돌려보니

100점 만점에 30점대였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서칭하고 수정하고 해서 최종적으론 95점까지 올렸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VISA 문제가 크더군요.

미국은 일단 VISA 없으면 안 되는 곳이고 북미 유럽도 역시 초청받을 정도로 아니면

VISA 있는 사람부터 뽑는데 한국인에다 해외 경험도 없는 저로선 회사 입장에선 모험이니

아예 다음 단계까지 가지 않더라고요.


인터뷰는 역시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첫 인터뷰가 액센츄어였는데 첫 영어 면접이라 망했습니다.

그 후로는 인터뷰어 레벨(영어, 스킬)에 따라 제 답변이 오락가락하더라고요.

스킬이 안되는 소기업 면접관이랑 면접을 보면 '그런 걸 나한테 물어봐? 이것도 몰라?'라는 느낌으로

정답만 말하고 대화가 매끄럽게 연결이 안 되었고

영어가 저한테 맞지 않는 면접관(인도인, 네이티브인데 말이 빠른 사람)은 질문 내용을 완벽히 이해 못 하고

감으로 답변하다 보니 동문서답을 많이 했습니다.


인터뷰는 지원 분야가 Architect다 보니 코딩테스트를 경험하진 못했고

보통 솔루션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어떻게 설계,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하는지에 대한

질의응답이 주였습니다.


구직활동이 2달이 넘어가니 말 그대로 생활비는 다 떨어지고

자신감도 떨어져서 고르지 않고 막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지금 다니는 딜로이트의 리쿠루터가 먼저 연락해서

서류전형 1번, 면접 3번, 평판 조회 절차를 2주 만에 끝내고 10월 말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돼서 그때 당시는 정확한 Job title이나 JD도 확인 못 하고 얼렁뚱땅 진행했습니다.


가장 길고 힘들었던 건 서류전형 2번 면접 6번으로 3개월 만에 불합격한……. ㅠ.ㅠ


입사하고 후회했던 게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을 때 진행했던 거라

처음 희망 연봉보다 낮춘 상태로 시작해서 연봉을 그다지 많이 못 받았습니다.

그래도 한국보다 25% 정도 더 받았지만, 퇴직금이 없고. 그래도 연 5000불 한도 실비보험을 온 가족 들어주니

흐음... 그리고 태국이니까 뭐 만족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더 받고 싶었던 게....


입사하자마자 정확히는 입사일 1주일 전에 한국으로 비자를 받기 위해 귀국해서

리모트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첫날부터 일을 받아서 시작했지만 쉬운 일이라 쉬엄쉬엄하다

한국 간 김에 한국 일도 도와 달라고 해서 한국프로젝트에 발을 담갔는데....

역시 한국 일은 하기 싫어지네요.

그리고 다시 태국에 들어와서 총 태국, 싱가폴, 한국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확실히 재미있는 점은 회사가 글로벌 원 펌이라 태국에 있지만, 세계 여러 국가의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네요.

들은 얘기로는 코로나 전에는 한 달에 한 두 번은 국외 출장이 있었다는 데;;@;;


수습평가가 끝나고 매니저와 미팅 때는

뭐 기술은 좋은데 너 매니저다 PPT도 좀 이쁘게 하고 리소스 관리도 신경 쓰면 더 좋은 매니저가 될 거다

라는 얘기를 듣었네요;;; 아 문서작업 ㅠ.ㅠ


입사하고 출근을 4번밖에 안 해서 사실 아직도 집에서 알바하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낮은 집중력으로 길게 일하고 있습니다. ㅎㅎ

아무래도 아이도 집에서 원격수업하고 방학하고 그러다 보니

불쑥불쑥 들어와서 봐달라고 매달리는데 재택근무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실 글을 남겨볼까 했을 때는 좀 정리해서 쓰려고 했는데

역시 전 글 쓰는 재주는 없는 것 같네요.


일단 수습은 넘어갔으니 앞으로도 잘 생존해 보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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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20

  • kenu
    56k
    2021-02-12 08:55:49

    멋져요~! 새복많!

  • 마라토집착
    5k
    2021-02-12 09:19:45 작성 2021-02-12 09:56:37 수정됨

    저는  몇년전에 딜로이트 일본에서 일할수 있냐고 연락이 왔는데  

    그때도 지금도 한국 si 하고 있는  회계시스템 ,  금융쪽 연체관리 콜센터 화면등 이런 기업 시스템을 일본에서 개발이라

    망설이다가 한국 프리급여랑 비슷 해서  안갔습니다

    애들도 당시 고딩만 3명이어서 ㅎ 일본이주가  한국 si와 돈이 같으면 메리트가 없어서

    기업 업무용 sw는 해외나 한국이나 같은것 같습니다

    금융회사 리스크관리 이런 전산도 전세계가 다 비수무리

    한놈만 패면 전문가 됩니다. 도메인지식 기술자가 되는거죠

  • zerosugar
    361
    2021-02-12 13:24:28

    소중한 경험 공유 감사드립니다.

    ATS라는 걸 처음 알았네요.

    사용하시는 기술 스택은 어떠신가요? 비슷한가요? 궁금합니다


  • 인사동
    2021-02-12 14:07:45

    공감가는 내용이 많네요

    느슨한 집중력으로 길게 일하기...아웃풋이 안나와서 나중에 슬픈건 본인이니까요 ㅜ.ㅜ

    유아 있는 집의 재택근무는 더욱 어려운거 같습니다. 

  • 재현아빠
    3k
    2021-02-12 14:21:33

    축하드립니다. 모쪼록 가늘고 길게 일하시길..해외에서 직업 구하는 거에 많이 공감하고 갑니다.

  • 후니
    2k
    2021-02-12 15:22:40

    //kenu 새해 복!

    //마라토집착 일본은 신입급아님 메리트 없죠 차라리 일어 영어 같이 한다면 동남아가 더 좋은듯

    //zerosugar ATS 때문에 이력서 수정만 몇번을 한건지 ㅎㅎ

    기술스택은 Salesforce가 전부입니다 뭐 나머지야 필요하면 그때그때 공부하는거죠 솔루션 아키텍트라 ㅎㅎ

    //인사동 근무시간은 긴데 뭐 어쩔수 없죠 그래도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니 ㅎㅎ

    //재현아빠 가늘고 길~게!!


  • 알렌
    2021-02-13 01:35:24

    저도 고졸로 해외와서 영어 공부후 취업. 한 20년되었네요.
    다 사람사는 곳이라, 별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에 차별이 있듯, 모든곳에 차별이 있죠
    열심히 사시네요. 보기 좋습니다.

  • bkgttmg
    2k
    2021-02-13 17:46:26

    해외 취업한 사람은 왜 굳이 후기쯤은 한국말로 해도 될걸 영어로 쓰는건가요

    -3
  • 후니
    2k
    2021-02-14 10:59:00

    뭐요? 딱히 영어쓴거 없는데 ㅋㅋ

  • linuxer
    4k
    2021-02-15 00:47:46

    소중한 경험글 감사합니다 ^^

    새복많^^

  • linuxer
    4k
    2021-02-15 00:48:49

    알렌//님도 경험  썰좀 ^^

  • 알렌
    2021-02-15 01:37:19

    @linuxer 확답은 못드리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두시간 후딱지나가는 일이라서... :(

  • tangibleidea
    393
    2021-02-15 11:16:43

    오 저도 태국 좋아하는데.. 멋있으십니다!

  • tangibleidea
    393
    2021-02-15 16:59:39 작성 2021-02-15 17:03:56 수정됨

    @클로바21 생각보다 동남아 안전해요! 유럽도 살아보고 태국도 살아봤지만.. 한국/일본이 진짜 치안에 넘사벽으로 안전한 편에 속해서 다른 나라들은 다 비슷비슷하죠.

    유럽은 테러 위험, 집시나 좀도둑이 많아서 비싼 핸드폰은 지하철에서 진짜 가리면서 써야되죠.. 지하철 문 열리는 곳에 못 앉는건 당연하구요..

    태국은 인도나 말레이 필리핀처럼 다국이 몰리는 방콕 몇몇 시내만 살짝 위험하고.. 대부분 도시들이 넘 친절해요. 미소의나라에요 힐링됨... 막연히 위험할꺼야라는 생각으로 카페에서 작업하다가 화장실 갈떄마다 노트북 가지고 갔는데.. 애덜이 맥북프로도 그냥 놓고 가는걸 보고 깜놀해서..  불교국가라서 사람들이 넘 착해요.

    베트남, 필리핀이 상대적으로 좀 위험한 것 같아요.

    열심히 적었는데 댓글이 사라졋네.. ㄷㄷ

  • BigKimchiMan
    287
    2021-02-17 09:51:01

    해외취업을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말 좋은글 잘봤습니다 :)

  • jjavaman
    8k
    2021-02-17 13:40:48

    동남아쪽도 나름 괜찮나보네요 
    좋은 경험 공유 감사합니다. 

  • manggo
    54
    2021-02-18 14:21:13

    세세한 후기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도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CRM이 해외에서도 수요가 많은 편인가요?

    저도 세일즈포스는 아니지만 CRM 솔루션 개발을 하고 있는데 해외 취업이 유리한지 궁금해져서요..

  • 후니
    2k
    2021-02-18 16:47:04

    CRM은 물건 팔면 다 있는거죠

    많습니다 ㅎㅎ

  • sbroh
    11k
    2021-02-18 21:04:50

    몰랐는데 고생 꽤 하셨구만. 

    이제 꽃길만 걷길! ㅎㅎㅎ

  • 후니
    2k
    2021-02-18 23:36:25

    sbroh//무작정 나왔으니까요;;;; 이제 잘풀려야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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