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같은 사람들이 10여년 전에 발에 치일 정도로 많았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말과 똑같은 주장을 했었구요,
아래의 글은 글쓴이같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서 주장을 관찰한 결과로 사회가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간략히(?) 요약한 글입니다.
10여년 전 글쓴이같이 부동산에 매몰된 사람들 앞에 구세주가 등장합니다.
그분께서는 모두 집한채씩 갖고 잘사는 젖과 꿀이 흐르는 아파트를 약속하시고 마을 곳곳에 뉴타운의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가혹한 부동산 세금, 특히 종부세를 콕 찝어서 반드시 작살을 내겠다고 선포하셨고, 기업하기 좋은 세상을 만드시겠노라 천명하셨으며, 글쓴이같은 사람들은 구세주에게 환호합니다
하지만 지방 교부금으로 지자체에 내려보내던 종부세를 줄인다고 하자 지자체가 들고 일어났습니다.
[2008-09-23]종부세 완화로 지자체 예산 ‘직격탄’
정부 방침대로 종합부동산세 기준이 완화되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교부금이 상당 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 이럴 경우, 지방자치단체들은 특히 복지와 교육 분야 혜택이 축소
[2008-09-23]'종부세 후폭풍' 지자체 예산 비상
[2008-10-30]'정부안대로 종부세 통과하면 지방재정 파탄난다'
구세주께서는 지자체가 재정을 방만하게 쓴다며 일갈하시고 더욱더 허리띠를 졸라매라 교시를 내립니다.
그렇게 지방으로 내려가던 세금이 끊기자 2009년 2010년부터 그 효과가 선명하게 나타기 시작합니다.
충청북도의 경우 노인, 아동, 장애인, 여성, 청소년, 보건등 290억원의 교육, 복지 사업 70여개를 중단시킵니다. 중앙 정부에서 보내주는 돈이 없으니 지방의 저소득층 극빈층들의 타격을 입기 시작합니다.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기사가 2012년에서야 보도됩니다.
[2012-10-04]복지예산 97조…보육원 한 끼 식사 1,400원 '충격'
보육원 아이들의 한 끼 식대가 현재는 1,400원인데요.
정부는 내년에 선심 쓰듯 1,500원으로 100원 올렸습니다.
[2013-01-03]보육원 밥값 1520원, 지역구 예산 수천억원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동들의 한끼 식비로 1520원만 지원
엊그제 국회에서 처리된 2013년 예산안에 따르면 지난해 한끼 1420원이던 보육원 아동들의 식비는 고작 100원 오르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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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같은데는 지자체가 관리 및 운영을 담당합니다.
교부금 축소로 복지예산이 줄자 애들 밥 먹이는 돈 100원 올리는 것도 벌벌 떨던 시절이었고, 애들이 저녁이면 배가 고파서 빈 냉장고만 열었다 닫았다 하는 기가 막힌 일들이 벌어집니다
(국회에서 왕창 올리면 교부금을 더 보내줘야 하는데, 그러기는 싫으니 생색만 내려고 100원 올림)
일이 이지경이 된데에는 구세주께서 약속하신 비즈니스 프렌들리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전세계 국가들이 내수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어댈때 구세주께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감세와 규제완화, 그리고 4대강으로 상징되는 토목 사업에 올인합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야 할테고, 여기서 그 유명한 '88만원 세대'가 탄생합니다.
대기업 총수들은 앞다퉈 경제를 살려보자며 노동력을 싼값에 후려쳤고, 이를 본 중견 중소기업도 청년들을 값싸게 가져다 씁니다
2008년 12월 11일 구세주께서는 청년들에게 다음과 같은 복음을 내리시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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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해 "여러분들이 중소기업에 들어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 가봐야 꿈을 펼칠 기회가 별로 없다"며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창의력을 갖고 발전시킬 수 있다. 중소기업과 같은 조그만 데 가서 보람을 느껴야한다"고 말했다.
(인천 인력개발원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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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구세주께서 정작 자기 아들은 사돈 회사인 한국 타이어에 입사시킨건 비밀 ^^
구세주는 국가 경제를 짊어진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규제도 없애셨습니다
그러자 산업 현장에서는 온갖 종류의 불법 파견과 하청이 판을 칩니다. 공장과 조선소 등에서는 노동자들이 파쇄기에 갈리고, 와이어에 몸이 두동강나는 등 산재가 늘기 시작하지만 흔하디 흔한 통계 수치로만 기록될 뿐이었습니다
기업하기 얼마나 힘든데 사람 좀 죽었다고 회사를 건드리는게 말이 됩니까?
그럼에도 이 모든게 구세주가 보기에 기쁘지 않았습니다
구세주는 한국 경제를 먹여살리는 수출 대기업들의 수익을 늘려주기 위해서 '고환율 정책'을 밀어붙입니다
수출 대기업들은 환차익으로 즐거운 비명을 질렀지만 환율이 오르자 원유, 곡물, 원자재 수입 가격이 폭등하며 수입 물가를 가파르게 올립니다
그리고 대기업에 부품을 대주는 중소업체들의 이윤을 갉아먹고, 이윤이 줄어드니 노동자 급여 인상은 요원해지고, 대기업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수입 물가가 상승하니 다시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고, 물가를 때려잡겠다던 MB 물가가 역설적으로(물론 당연하게도) 치솟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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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언장담하던 MB 물가, 왜 이 지경 됐나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B&nNewsNumb=201110100017
정권 초기부터 물가를 잡겠다고 공언, 이 52개 품목의 가격은 평균 20.42%나 증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같은 기간 13.21% 증가한 데 비해 두 배 가까이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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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는 돈은 늘지 않는데 물가 상승으로 나가는 돈은 늘어나고, 이렇게 내수가 쪼그라 들다못해 작살이 납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하자 신도들도 구세주에 대한 믿음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구세주께서는 모두에게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아파트로 신도들의 마음을 다잡아 주셨고,
이에 글쓴이처럼 신실한 자들은 구세주의 가르침을 따라 믿음을 지켜나갑니다
가끔 너무 힘들면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책을 읽으며 힐링도 합니다
그리고 구세주의 뒤를 이어 좀 모자란 시녀와 무당이 엉뚱한 짓을 하다가 쫓겨나고 이 잔인한 블랙코미디는 잠시 끝을 맺습니다
이것이 글쓴이같이 부동산에 매몰된 사람들이 "부패가 무능보다 낫다"면서 구세주를 받들어 모신 결과입니다
청년과 서민을 대기업 성장의 불쏘시개로 갈아넣던 시절
사병들 부식도 줄이고, 심지어 사병 월급도 무려 3년간 동결시킬 정도로 청년들 마지막 피 한방울까지 쥐어찌고 비틀던 시절
제 친구는 일본에 유학가서 공부하다가 환율때문에 못버티고 박사과정을 접어야 했었습니다. 부모님이 보내주는 돈을 엔화로 바꿀때마다 줄어줄고 저한테 돈까지 빌리다 결국 못해먹겠다고 접고 들어와서 울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또다른 애는 집주인이 전세를 후려쳐서 돈을 빌리러 다니고, 그럼에도 '자유시장질서'에 따라서 집주인의 권리를 무제한으로 보장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다들 집 한채 가지게 해주겠다고 말은 해놨으니, 세입자들 돈 가져다 집을 사라, 이렇게 갭투기판이 본격적으로 벌어집니다.
5억짜리 아파트 살때 자기돈은 5천~1억 들이고, 심지어 이것도 대출로 땡기고, 세입자 전세금 4억을 가져다 자기집으로 둔갑시킵니다
전세금이 없을 노비들을 위해서 전세 대출을 정책적으로 추진해줍니다
이렇게 자기돈 한푼 안들이고 집한채 거저 갖고 너도나도 구세주를 칭송합니다
이게 바로 글쓴이가 그렇게 애닳아하고 간절히 원하는 세상의 모습이었는데...
이런 시절이 다시 도래하면 과연 글쓰신 분은 행복할거 같나요?
최저임금은 어떻게든 찍어누르지 못해서 안달을 내던 시절인데...
공무원 많다고 교사, 경찰 채용도 다 없애서 행정고시 경찰고시 준비하던 애들 멘붕 빠지고 그때 개발자로 들어온 사람도 꽤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지금와서 그 시절을 가만히 돌아다보면서, 대체 어쩌다 그지경이 됐을까 생각해보곤 하는데...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구세주는 당시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 지글지글 시뻘겋게 끓어오르던 그 욕망의 발현체였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글 쓰신분 아마 애가 닳아 미치겠죠
어휴 저거 대출 받아서 집 한채 빨리 사둬야 하는데,
아휴~ 저거 또 올랐네,
아휴 저거 빨리 사둬야 하는데 더 오르면 나중에 사기 더 힘들어지면 어쩌냐 진짜,
문재인 이 XX 는 왜 대출을 틀어막아서 집도 못하게 하고 진짜 비트코인도 때려막아서 이 XX은 국민이 잘사는 꼴을 보기 싫은가? 이 XXX의
이를 갈고 있겠죠
근데 글쓰신분 그렇게 집한채 턱턱 가지고 살게 해준다고 삶이 나아질 확률보다는 다같이 X될 확률이 더 높습니다
이미 말했듯이 10여년 전 글쓴이같은 사람들이 찐득찐득한 욕망을 투사해서 그 구세주를 만들어낸 결과로 지금 사회가 더 난장판이 됐거든요
사람이 술에 취하면 다음날 깨기라도 하는데, 자기 욕망에 코가 비뚤어질 정도로 취하면 뭐 답이 없는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