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SI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개발자입니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 보겠습니다..
저의 지난 글을 보고 오셔도 되겠지만 다시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현재 지방의 모 대기업 ICT에서 수주한 프로젝트에 투입 중입니다.
저는 SI 회사에 1년 6개월째 근무중인 정직원입니다. 월급 실수령은 209만원 정도 받고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처음 투입될 때부터 어떤 내용인지 전혀 듣지 못한 채로 들어왔고, 경력이 2년도 안된 저와, 또다른 한 분(부장, 23년차)이 함께 투입됐어요.
시스템 1개를 두 개발자가 개발할 프로젝트다 라고 처음엔 듣고 왔지만, 막상 까보니 2명의 개발자가 2개의 시스템을 각각 개발... 처음부터 끝까지(설계~개발~안정화) 하는 프로젝트였던 것이죠.
7월부터 시작해서 이제 벌써 12월 말이면 원래는 프로젝트 기간이 끝나야(6개월짜리) 하는게 정상입니다만, 현 상황으로선 도저히 마무리가 될 것 같지 않습니다.
개발으로 말씀드리자면 처음 해보는 설계 단계에서 일정에 쫓기면서 많이 헤매면서 도움을 받아 진행했지만, 막상 개발을 시작하니 미비하거나 잘못된 것도 많아 수정을 하면서 진행 중이구요.
이번에도 역시나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지네요. 고객측에서 관심이 1도 없다가, 설계가 끝나니까 수정 사항이랑 추가 요구사항들을 잔뜩 내밀더군요. ㅎㅎ
화가 나는건 PM이라는 사람은 제가 개발하는 시스템보다는 다른 분이 하는 것에 거의 신경이 쏠려있더군요.
요구사항대로 구현하려면 필요한 도구들도 많은데 이걸 개발 환경 구축도 잘 안되는 곳에서 하고 있네요.
(그 이유를 얼마 전에 들었는데, 원래 제가 만들고 있는 시스템은 곁다리에 불과한 작은 서비스 개념이라고 하는데 일이 이만큼 커진 거라고... 하네요)
개발 기간이 끝나가니까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더니, 추가 인력 투입을 저희 회사에 요청했습니다.
지금 테스트 결과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참... 제가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습니다.
피엠이 처음부터 일관적으로, 개발이 어떻게 되고있건 크게 신경 안 쓰고 마치 로봇처럼 그냥 일정대로 본인 행정 업무만 처리하다가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는 걸 이제야 파악한 겁니다.
일단 이렇게 만들어줄테니(어떻게든 완성을 시켜줄테니) 도장 찍고 정산을 받아내고, 미완성된 부분은 그 후에 하자고 자꾸 주장을 하네요.
그 정산 절차 때문에 저는 데이터가 아무것도 뿌려지지 않는 빈 껍데기 화면을 스크린샷 떠서 넣어야 되니까 html에 아무 숫자나 막 넣습니다. 여기서 화의감이 확 밀려오네요...
작년 이맘때도 저는 야근을 하고 있었고, 사장님 왈, 조금만 고생하고 마무리 잘 하면 휴가 보내줄게. 야근비 더 챙겨줄게.
휴가요? 못 갔습니다 ㅎ 야근비는 거의 두달 내내 9시에 퇴근했는데 30만원 두 번 받은게 다입니다.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시는 이런 일 안 받는다...라고 직원들에게 약속한 건 까맣게 잊으셨네요.
제가 보기에는 갑질해서 미친듯이 비용 후려치는 대기업이 제일 잘못됐고, 그걸 당하고 있는 저희 사장님같은 윗선들도 정말 잘못된 것 같습니다.
결국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건 저같은 말단 직원인데요.
처음부터 개발자 인원을 넉넉히 투입하든, 개발 기간을 길게 잡든 했어야 했고요.
특히 제가 만들고 있는 시스템은 최초에는 단순 입력 기능에 약간의 난이도가 있는 정도였지만, 현업이 요구하는 게 추가되니 무슨 웬만한 회계 프로그램이 되어있네요 ㅋㅋㅋ
프로젝트 기획 단계 때부터 그 분들도 함께 참여해야 했고, 개발 방향이 정해지면 실제 개발할 사람들이 미리 가서 개발 스택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봅니다.
정작 개발에 필요한 절차들이 너무 많이 생략돼있고요. 덕분에 적합한 무료 그리드 라이브러리 겨우 찾아서 어찌어찌 구현은 하고 있습니다.
사장님의 항상 같은 레파토리에 또 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다음은 이런 일 없다.
저는 지난번 프로젝트가 제 인생 최악일 줄 알았는데, 이번 일은 더 심합니다ㅎㅎ
퇴근해서 공부하며 이직 준비를 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는 있는데 많이 지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2년 채우기 전에 빨리 퇴사하는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모바일로 썼는데, 정리 안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