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rm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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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7 02:03:17 작성 2020-01-27 03:05:08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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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IT 퇴사 썰...(2)


두번째글에서는 좀 더 업무적인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생각하다 보니 첫번째글에서 아직도 못풀어낸

이야기가 좀 더 있어서 좀만 더 쓰고자 합니다.


저는 회사 업무중 모르는 부분이 있었거나, 아니면 회사 업무 외의 개인적인 커리어 개발을 위해 

거의 매일 같이 퇴근후에 독서실이나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곤 했습니다.

하루는 퇴근하고 카페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밤 12시 넘어서 전화가 오더군요.

술 취한 직장 상사였습니다.

"뭐하냐?"

"카페에서 공부중입니다."

"너 요즘 oo한테 많이 혼난다며? 너 존나 못해"


...

순간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1년도 안된 신입이 퇴근 후 밤 12시 넘어서 공부하고 있다고 하면 잘하고 있다고 해줘도 못할망정

저런 말을 하더라구요.

솔직히 한밤 중에 공부중인데 술취한 사람한테 저딴 말을 들으니 기분이 정말 나빴습니다.

이딴말을 들으면서 까지 회사를 다녀야되나 싶었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위의 상사가 저를 부르더니 요즘 무슨 공부를 하고 있냐고 묻더군요.

자기가 술취해서 했던 말은 까맣게 잊은채요.

나 "요즘 뭐 AWS공부도 하고 있고, 도커나 그런것들 만져보면서 따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상사 "하...왜 그런거 공부하고 있냐?(진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겉멋만 들어가지고. 그런거 공부하지 말고 리눅스 공부를 해. 그런거 정하고 싶으면 딱 말해 모듈(팀) 옮겨줄께. 난 내가 데리고 갈 애들만 데리고 간다. 난 내가 버릴 애들은 그냥 무시하는거 알지?"

혼자 급발진을 합니다. 항상 대화가 이런식이에요.

업무시간에 공부한것도 아니고 퇴근하고 따로 시간내서 공부한다는데 

오히려 공부 안하는 사람보다 욕을 더 먹습니다.

제가 뭐 뜬금없이 공무원 공부를 한다는 것도 아니고...

시간내서 공부했다가 혼나는 경험은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또 위의 상사 얘기입니다. 유독 에피소드가 많네요.

근데 더 무서운건 앞의 1부글은 다 각각 다른 선배들의 얘기였습니다...

한 두사람이 아니였단 말이 되겠죠..

위의 상사가 하루는 절 부르더니 특정 날짜를 짚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 이때까지 OOO자격증 내 눈앞에 가져와"

"자격증 이때까지 따서 내 눈앞에 안가져오면 내가 어떻게 사람 버리고 가는지 보여줄께"

참고로 그 자격증은 40만원짜리 자격증이었고, 해당 날짜까지는 딱 3주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막내에게 몰리는 잡무 및 본 업무로 공부를 절대 못하는 상황이었고, 

오히려 매일같이 야근하고 7~8시에 퇴근하는 상황이였습니다.

자격증을 따려면 무조건 퇴근하고 새벽까지 자격증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너무 스트레스 받았습니다. 

왜 내 개인적인 시간까지 내가 어떤 공부를 해야되는지 다른 사람에 의해서 컨트롤받아야 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다른 이유이기는 했지만 해당 시험을 보러가지 못했고, 쌩돈 40만원을 그냥 날렸습니다.



자격증 얘기를 하니 갑자기 또 다른 선배가 떠올라서 글을 수정하여 끼워 넣습니다.

회사 KPI로 특정 자격증을 따야했어요.

근데 그 자격증은 개인이 시간 되는 날 각자 신청해서 KPI상에 명시된 날짜까지만 취득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하루는 제가 다른쪽에서 정신없이 일을 하다와서

제가 자리에 앉자마자 선배가 저를 보면서 이렇게 혼잣말하더라고요.

선배 "아 이거 자격증 볼수 있는 센터가 없네"

나 "음..."

선배 "뭐가 음이야 뒤질래? 이새끼가 지가 쳐 알아봐서 가져와야지 뒤질라고"

자격증은 피어슨 뷰로 개인이 시간 되는 특정 날짜에 열리는 센터를 확인한 뒤

각자 신청해서 시험을 보고 오는 거기 때문에

날짜별로 센터도 다르거니와 각자 카드로 신청하기 때문에 제가 대신 신청해줄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냥 다른데서 바쁘게 일하다 와서 앉자마자 영문도 모르고 욕을 먹는 상황이었어요.

근데 다 떠나서 음 이라는 한마디가 그렇게 욕을 먹을만한 것이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딱 군대구나 싶더라구요


결국 저는 퇴사했습니다.

퇴사 후의 이야기는 3부에서 이어나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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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6

  • 즈루시
    2020-01-27 02:11:48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간듯한데...

    40만원짜리 자격증이 뭐였나요?

    -1
  • 9rm엔지니어
    113
    2020-01-27 02:12:46
    즈루시///그냥 겪은 그대로 적은거라 조미료는 없고요. 리눅스 자격증이었습니다.
  • 박가사탕
    2020-01-27 02:25:06 작성 2020-01-27 02:26:09 수정됨

    그 상사가 존댓말도 하지 않고 하대하는 것은 완전 에러인데요.

    그 "겉멋"이란 충고의 맥락은 저도 똑같이 생각합니다.


    당장 쓸지 안쓸지도 모를 최신기술, 남의 상품을.

    다음 회사 면접때나 "해봤다"고 말하기 위해서 배우는 것들.

    그러기 위해서 회사에 필요도 없는 도입을 주장하는 것들.

    다음 면접때를 위해 "사용해" 보기 위해서..


    커널을 이해하고 OS의 기본구동원리를 배우는 것이 훨씬 실무에 도움되겠죠.

    상사의 매너는 쓰레기일지 몰라도

    업무감각은 진짜라고 느껴지네요. 실적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전부 안고 가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회사에 도움되고 열심히 진짜 노력을 하는 직원들의

    수익성을 극대화해주려면 이익이 도움이 안되는 분들을

    쳐내고 욕먹는 진짜 용기도 필요하죠..

    -2
  • 9rm엔지니어
    113
    2020-01-27 02:33:03 작성 2020-01-27 02:33:15 수정됨

    박가사탕///네 맞습니다. 저도 그 부분은 많이 느껴서 요즘은 OS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요.

    근데 표현을 꼭 저런식으로 하시는게 최선이었을지요. 업무감각을 떠나서 사람 대 사람으로서요

  • 초무쿤
    5k
    2020-01-27 03:20:05 작성 2020-01-27 03:48:54 수정됨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냥 쓰레기급 인성인데요 ㅋㅋ

    보통 쓰레기급 인성들 실력도 허접한 경우가 대다수이더군요.
    자기가 허접하다는거를 감춰야되니 방어적이되고 드러워지는거죠.
    그리고 항상 자기정치를 위한 분쟁을 몰고 다니고 
    밑으로는 찍어누르는 성향이 강하고 위로는 아첨에 능하죠. 
    이것은 진리인듯 합니다 ㅋㅋ

    잘하시는 분들은 그만큼 인성도 좋은 경우가 대다수고
    대부분 오픈마인드가 많습니다.
    그리고 분쟁을 해결하려고 하지 몰고 다니는걸 그리 즐기지 않죠.
    빈깡통이 요란하다는 옛말은 정말 틀린게 없더군요.

    그냥 미친개한테 한번 액땜한번 하셨다 생각하시고 그냥 잊어버리세요 ㅎㅎ 이제 퇴직도 하셨는데.

  • 박가사탕
    2020-01-27 04:33:51

    표현을 저런식으로 하는 것은 쓰레기 맞습니다.

    특히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이 반말하는 것은 이미 아웃입니다.

    당하는 내가 언제든지 배신을 해도 상사가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예전에 진짜 상관이 나한테 반말쓰는 이유로 퇴사한 적 있습니다.

    퇴사이유에 "상관의 반말이 기분나빠서"라고 쓴 적이 있음.

  • 아무르
    507
    2020-01-27 06:27:31

    그냥 상사가 여러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 뒷담화 까는 것인데 군대문화라고 볼수도 있고 참석하지 않은 사람은 그런 소리 들으면 황당하고 기분나쁘겠죠.

    계속 같이 근무하려면 그러한 사정을 미리알고 어느정도 대비해야합니다.

    나쁘다고 말하면 나쁘다고 볼수도 있는데 그런 것도 조직에서 생존하는 하나의 기술입니다.

  • CometLake
    2020-01-27 07:09:13

    3부 기대합니다..

  • 거시적관점
    630
    2020-01-27 10:01:25

    저는 대기업도 아니고 대기업에서 하청이나 하는 주제에 저딴 마인드로 사람 대하는 선배 한명 만난적 있습니다. 자격증이 어쩌니 OO씨는 직장인으로서 마인드를 좀 가지세요니 옷 입는게 그게 뭐니 하는 놈 말이죠. 


    무려 일본이었는데 말이죠. 물론 한국계이고, 그 이후로 한국계 회사는 안 다닙니다.

  • 팩트폭행범
    1k
    2020-01-27 17:33:34

    거시적관점  

    한국의 보편적인 it회사 개발팀은 본글같은 일도 없고 si막장이라고해도 사람간의 터치는 없습니다.

    오히려 개인주의적이고 누가 머리카락을 태워먹든 빨간색으로 염색을하든 그냥 

    본인일만 잘하면 터치안하는게 다반사입니다.


    직급도 연차or 나이로 나누지만 아무도 개의치않고요.. 애사심도없어서 그냥 저냥 정규직이지만 1인프리랜서 마냥  다니는사람이 태반이고 

    입사동기나 맘 맞는 후배,선배하고만 잘 지냅니다. 이것도 그냥 인간적으로 지내요


  • 돈까스
    4k
    2020-01-27 17:51:47

    대단한 회사네요.

    일이 제대로 돌아가나요?

  • 가즈아아!!!
    52
    2020-01-27 18:26:59

    일단 고생많으셨어요 ㅠㅠ

    글쓴이 본인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면 분명 좋은 사람을 만나는 날이 올겁니다.

    대기업에 저런 사람이 일을 한다는 것자체가 너무 말도안되지만

    사실 어느 기업이나 저런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죠.

    본인이 열심히하고 있다면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하기보다 또는 누군가가 나를 욕한다 하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일로 커리어를 쌓으셔서 다른직장에서도 더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시길 바라겠습니다. 

  • 9rm엔지니어
    113
    2020-01-28 07:57:21

    축구좋아함///너무 부럽네요. 개인주의. 전 회사 분위기도 그랬으면 아마 퇴사 안했을꺼에요

  • 만년코더
    7k
    2020-01-28 09:56:30

    고생하셨습니다..

    뭔가 되게 대기업치고는 되게 군대 식이네요

    요새도 저런데가 있나 싶네요 ㅋㅋㅋ

    새로운 직장에서는 잘해나가길 빕니다.

  • 딸기케이크
    167
    2020-01-29 07:31:31

    저라면 저런상황이었으면 계급장 때고 존나 반병신 만들고 평생 장애인으로 살게 만들었을 것 같네요. 어떻게 1년이나 참으셨어요. 부처도 울고갈 인내심이네요.

  • lIlIlIlIlI123
    272
    2020-02-02 02:06:19 작성 2020-02-02 02:06:58 수정됨

    ㅋㅋㅋㅋㅋㅋ 별 미친;;

    찐따새끼들이 더 하네

    모니터에 대가리 통과 시켜 주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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