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rm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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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5 16:54:16 작성 2020-01-25 16:57:19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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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IT 퇴사 썰...


누구나 아는 대기업 그룹군의 IT를 전담하는 IT 계열사에 1년 좀 넘게 다니고 퇴사했습니다.

거기 있는 동안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어요.


첫 부서 배치받은 첫날부터 회식 끝나고 가는 길에 

"앞으로 일하면서 깝치면 죽여버린다" 라고 말하던 선배

아무것도 안했는데 일단 첫날부터 욕을 박고 시작하니

그때부터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분위기가 좀 싸했어요..


그렇게 한 2달있다가 강제 워크샵을 진행합니다.

워크샵이라고 하면 그냥 강제 1박2일 MT라고 보시면 되요.

단, 선배들은 그냥 몸만 갔다 몸만 가는 워크샵이라면 막내들에게는 하나의 미션입니다.

도시 외곽지역 워크샵 장소 선정부터 음식 메뉴 선정, 장 다 봐오고 두손 가득 바리바리 음식들 사와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선배들 오기전에 세팅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선배들을 위한 술판을 위해 반나절 넘게 준비합니다.

저는 바로 위 막내 선배 둘과 같이 진행했는데 그때 막내선배중 한명이 하는말이

"내년부터는 ㅇㅇ씨가 혼자 다 진행해야 되요" 라고 하더군요...

그 말 듣자마자 내년 준비할꺼 생각하니 스트레스 때문에 뒷골이 당기더라구요.


워크샵 얘기가 나오니 회식얘기가 빠질수가 없네요. 아니 위에부터 이제까지 계속 회식얘기만 했군요.

그만큼 회식을 자주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한창 많이 했을 때는 거의 2주에 한번꼴로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중요한건, 술 좋아하는 지들끼리 마시지 않고 꼭 데려가려고 합니다.

업무 끝나기 30분전에 물어봐요.

"ㅇㅇ아. 좀 있다 술먹으러 갈껀데 너도 갈꺼지?"

"...네"

솔직히 막내는 거부할 권한이 없습니다... 저도 몇번은 선약이 있다며 뺏지만 워낙 회식이 많다보니 

선약있다고 빼는 것도 한계가 있더군요.

그렇게 술을 마시러 갑니다.

술은 당연히 잔돌리기에요. (선배가 먹은 술잔을 받아서 후배가 먹는 것)

술을 못마신다고 뺀다? 

"선배가 주는데 안받아?" 라고 말이 나옵니다.

그런 분위기에요.


분위기 얘기 나온김에 팀 분위기를 말해보자면, 위에서 쭉 읽고 내려오시면서 느끼셨겠지만 

그냥 한단어로 표현할 수 있어요.

'군대'

팀에는 막내들이 해야하는 잡일들이 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팀에서 사용하는 사무용품 신청이라던가, 회의준비, 그리고 주마다 혹은 월마다 작성해야 하는 지표들.

사실 사무용품 신청이나 회의준비까지는 그럴수 있다고 해도 월마다 작성하는 4~5개의 취합 지표들은 사실 담당자들이 따로 있어야 하는건데 그것들을 전부 막내한테 몰아주는 구조로 되어있었습니다.

제가 들어오기전까지 막내 선배 2명이서 맡아서 하는 것들을 저한테 전부 몰아주더군요.

사실상 제가 2명분의 일을 다 맡아서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걸 퇴사하기 전 거의 6달 가까히 했었는데 이런 잡무들이 잡아먹는 시간때문에 본업무를 할수가 없어서 무조건 야근을 할수밖에 없었어요.

근데 이런 상황에 대해서 누구 하나 공감해주지 않았고, 당연히 그래야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분위기쪽으로 더 얘기를 하자면 그 유명한

가 족 같 은 분 위 기

였습니다.

항상 가족이 되려고 했어요. 나는 싫은데 왜 가족이 되려고 하는지 정말 괴로웠어요.

회사 근처 자취방을 구하고 얼마 안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너네 집에 오늘 집들이 갈꺼니까 그런줄 알고 있어" 라고 선포를 하는 선배도 있었어요

정말 끝까지 오려고 하더군요. 간신히 말렸습니다...

한번은 사수가 일 끝나고 젊은 사람들끼리 한잔 하자고 그럽니다.

저는 속으로 기뻤습니다. 그래도 이 사람들은 저랑 나이차이도 얼마 안나고 내 마음을 어느정도 알아주겠구나...

개뿔

술좀 들어가니까 하는 말이 

"너는 우리한테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아"

"너는 딱 봐도 나랑 친해질 마음이 없네"

어느 누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한테 이런말을 할까요? 상식적으로

그게 들어오고 2~3달정도 되었을 때 였던것 같아요.

그냥 이사람들은 나와 친해지고 싶은게 아니라 너의 밑바닥을 보여주고 나에게 모든것을 오픈해라

이런 분위기였어요. 즉 강제로 가족이 되려고 했어요

아마 그때부터 마음이 더 닫혔던 것 같네요.


그냥 퇴사한김에 의식의 흐름대로 그동안 느껴왔던 점을 쭉 써내려갔는데

원하시는 분들이 있으면 업무적인 얘기는 2부에서 풀던가 할께요.

1
  • 댓글 28

  • meaway
    366
    2020-01-25 18:41:01

    전형적인 옛날 회사의 악습이 남아 있는 곳이네요.

    이제 저런건 좀 없어질 때도 된 것 같은데.....

  • 뉴비개발자
    1k
    2020-01-25 18:44:39

    헐... 대기업중에 저런곳도 있나요,,

    군대서야말로 가족같이 지내자며 부조리를 일삼는 부류인 인간들을 정말 싫어했는데

    1년은 어떻게 다니셨는지 대단하시네요.


  • Lv. 31 라이츄
    3k
    2020-01-25 18:52:09

    대기업 중에도 저런 데가 있더니 충격이네요. 일일이 그런거 하면서 스트레스 받느니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알아서 일 잘 하라고 하고 나오는 게 답이죠. 

  • flydof
    440
    2020-01-25 19:08:00

    어딘지 써주세요.

    .가 족가튼 회사가....

  • 아오리사과
    927
    2020-01-25 19:15:16

    일부 어설픈 대기업에서 존재합니다 살짝 전산실 같은 곳... 일부 상급자의 맘대로 움직이는 조직


    가족(가축) 같은 분위기 완전 공감합니다

    하급 회사 문화가 IT직종 가리지 않고 설쳐댑니다


    사람 중심의 회사는 어디나 힘듭니다

    그말은 기술 중심의 회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 주위에도 혹은 자신이 그런지 되돌아 봐야 할 것입니다 

    2 부 기대합니다

  • 니즈루치즈롱
    103
    2020-01-26 00:36:50

    우왕~ 

    제 경험상 저런 얘종자는 대학생활때부터 그런 놈들이고

    멀쩡하면 다 퇴사하고 그런 놈들만 남아서 쌓이고 쌓여

    사해바다처럼 계속 순도 높이는 일종 아지트라 볼 수 있네요.

    2 부 기대합니다(2)

  • 초무쿤
    5k
    2020-01-26 04:27:00

    음.. 개발은 하나요.;;

    예전 같이 일하던 대기업 IT계열사 직원분은 

    입사하고 문서파쇄만 3년동안 했다고 하시면서

    A4용지 한박스를 1분만에 다 파쇄하는 개인기를 보여주셨는데.. ㄷㄷ

  • jja
    2k
    2020-01-26 08:45:06

    팀마다 다르자나요 일반화 오지네요

    그냥 재수없게 그런 팀에 걸린거고

    팀지원은 본인이 하신게 아닙니까?

    -18
  • 9rm엔지니어
    258
    2020-01-26 09:23:51

    jja///제가 언제 일반화를 했죠? 저는 단지 제가 겪은 일들을 그대로 쓴것밖에 없습니다만...?

  • 만년코더
    8k
    2020-01-26 10:34:11
    음 대기업도 대기업 나름 인듯 어설픈 대기업 걸치는 기업에 다가 전통적인 제조업 전산실이고 지방근무면 저럴지도...다만 LG 삼성 SK 신세계는 안저랬던거같은데요
  • Rawfish
    957
    2020-01-26 10:56:05

    @jja

    댓글 쓰신걸 보니 본인이 글쓴이가 다니시던 대기업 계열사 선배직원일 수도 있겠네요.

  • 9rm엔지니어
    258
    2020-01-26 11:20:07

    만년코더///어설픈 대기업 전산실이 아니라 IT계열사 였고요. 언급하신 기업중 한곳보다 오히려 더 큰 규모였습니다.

  • 파이썬초보..
    653
    2020-01-26 12:58:48

    요새도 이런곳이 있군여...

    대기업 it계열사가

    기피 회사가 된 이후로는

    더더욱 이러지 않을텐데ㅣ

  • linuxer
    3k
    2020-01-27 01:05:19

    부러진 개발자 글 당시 분위기 그대로인데요?  ㄷㄷㄷ

  • linuxer
    3k
    2020-01-27 01:07:13

    Rawfish//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ㅎ

    jja // 후배좀 잘 대해주시지 그러셨어요  ㅎ

  • Frudy
    6k
    2020-01-27 14:41:46

    세상에 아직도 저런곳이 있군요.

    1년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저라면 정신병걸리기전에 나왔을거같아요.

    같이 좋은 기업 노력해서 가요 ㅠㅠ

  • choju
    1k
    2020-01-27 16:03:17

    후... 저도 생각나내요...

    족발먹을껀데 얼른와라....

    축구할껀데 와라...

    막걸리 먹을껀데 같이먹자...

    기본적으로 갈굼문화가 살아 있었는데..

    제가 퇴사한 이유도좀.. 제 위로 12년차이신분 계셧는데.. 그분이 15년차이신분한테 깨지는거보고..

    바로 나도 저렇게 꺠지겠내 싶어서 그만뒀었내요..

  • 에스카노르
    59
    2020-01-28 08:39:01

    글 읽는 내내 분노를 감출수가 없네요. 개.꼰.대.마.인.드  

    다들 대기업 들어가고 싶어서, 열심히 배우고 노력해서 들어간 회사인데,

    막상 그런 일들이 생기셔서 허탈하고, 마음 고생이 많이 심하셨을것 같아요.   


  • 똘똘이박사
    1k
    2020-01-28 08:47:10

    공감 합니다.

    저도 그럼 곳에서 잡일 10년 하다가

    경력 다 망치고 퇴사 했거든요 ㅎㅎ

  • 딸기케이크
    168
    2020-01-28 19:03:31

    학창시절 못 놀던 찐따놈들이 나이 처먹고 그때 그시절 찌질해서 쌘척하고 싶어도 못 하던 시절이 그리워 회사에서 그 G랄병을 떠나보네요.. 잘 나오셨어요. 나이를 똥꼬로 처먹은 놈들 우한바이러스나 한 사발 먹여주고 싶네요.

  • 치킨마요
    151
    2020-01-29 10:19:42 작성 2020-01-29 10:20:07 수정됨

    9rm엔지니어 삼성 LG SK 신세계 중 한 곳보다 규모가 큰 곳이라면 H사인가요.

  • 한든
    459
    2020-01-29 10:58:18
  • ramisiel
    3k
    2020-01-29 11:05:39

    그 선배 어렸을때부터 쓰래기인듯

    그놈 자식도 똑같은 취급 당했으면 좋겠네요.

    글쓴이님 힘내세요!!

  • Courage
    2k
    2020-01-30 15:01:37

    막장인거 보니 느낌이 k사인거 같은데..


  • 플래니타
    491
    2020-01-30 15:08:32

    LG SK 삼성은 그런 분위기 없을텐데 H나 K사 정도 될 것 같네요.

    21세기에 아직도 그런 회사가 있다니 신기하네요. 

  • jja
    2k
    2020-01-30 21:05:49 작성 2020-01-30 21:07:05 수정됨
    대기업 다니시면 퇴사기념으로 블라인드에 글 쓰시고

    해당 내용 회사 신문고에 올리세요.

     여기 올리면 바뀌지도 않는데 의미없는 회사 뒷담화...

    요즘 누가 저런다고...

    그리고 신입한데 일 잘 안 맡겨요... 해결도 못하고 리뷰하기도 힘들거든요.. 

    그리고 내가하면 3~4시간인데 시키면 3일이 넘어도 안오고 일정도 못 지키거든요. 제대로 만들지도 못하고 오만 핑계는 다 대요.

    물론 글쓴이는 회사상사가 저런 사람만나서 운 없었나본데 제가 왜 꼰대인짘ㅋ 

    우린 서로 돈 받고 일하고 급여도 얼마 차이 안나요. ㅇㅈ?




    -2
  • shaffron
    4k
    2020-01-31 09:01:23

    현x오x에x 여기가 좀 군대식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

    고생이 정말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오래있으면 사람이 정말 망가집니다.

    망가지지 않으려면 더욱 막나가야 하는 그런 절망적인 현실 (토닥토닥..)

  • linuxer
    3k
    2020-02-02 15:10:47
    의외로 그런 문화에서 고생하신분 많네요?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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