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tas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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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9 12:31:32 작성 2019-12-09 15:38:15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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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18 블랙기업 프리랜서 5,6탄(S/W중세시대 - 불필요한 도덕성) - 2/5


[인간의 감각 의존 - 불확실을 만드는 행위]

감각에 의존하는 것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가장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감각을 논리적으로 규명하지 못한다면 단지 개인의 주관적 예측이라는 불완전성에 머물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감각 의존을 초월하기 위하여 따져보고 결론을 내는 일련의 행위들은 절대 피곤하거나 비효율적인 일이 아니다.

거액의 돈이나 시간, 노동을 투자하는 부자나 고액전문직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따져보고, 만약 따져보지 못하는 불확실한 범주의 문제는 본인이 어떻게 감수할지조차도 따져본 후에 투자한다. 만약 시간이 재촉된다면 차라리 투자를 포기해야 한다.

사기꾼들은 이런 점을 활용하여 언제나 사기 대상에게 불확실한 정보를 주며 시간이 없다고 빨리 결단을 내리라며 다른 이에게 기회가 가버린다고 종용한다. 이들은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어서 자기가 협상의 우위를 정하고 뜻대로 조종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가 이리 재고 저리 재면 오히려 자기가 더 초조해하며 짜증을 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같이 화를 내며 당신이 내 시간을 빼앗았고 다른 사람도 놓쳤다며 아직 발생되지도 않은 손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하는데, 그 보상은 수 천~수 억원의 계약서 또는 저단가의 도급계약서 또는 저임금에 수 개월 간의 노예노동 계약서에 싸인을 하라는 요구일 것이다.

그러므로 '따지지 않고 일하는 것',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 '빨리 빨리!를 강요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것 역시 노예들에게 강요되는 도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오히려 주인의 도덕을 가진 사람들은 '네가 제안을 했으면 나에게도 충분히 생각할 시간은 줘야지?'라고 되받아친다. 심지어 더한 경우에는 '당신 같으면 이런 계약서에 싸인할래?!! 이 부분! 이 부분! 문제가 너무 많고 불확실하잖아?!! 이걸 나더러 싸인하란 말이야???!!'라며 노발대발 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프로그래머는 주인의 도덕을 가지고 시장활동을 하길 바란다.


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18 블랙기업 프리랜서 5,6탄(S/W중세시대 - 불필요한 도덕성) - 2/5

※ 이야기 전개상 존대는 사용하지 않으며, 법인명과 인물명은 전원 일부가명 처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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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일: '그렇지!!', '그걸 하자!', '별 문제 없겠지?', '그걸 하고오~ 퇴근 후에 집에서 인덱스싸이드랩의 도급과업을 하면 되겠네~ 히히히~', '빨리 가자~ 빨리!'

노승일은 이전에 봐 두었던 뮤넥스네트워크 채용공고를 떠올렸다.

노승일은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인터넷에 접속하여 뮤넥스네트워크 채용공고를 찾아보았는데, 다행히 뮤넥스네트워크 채용공고는 아직 유지되고 있었기에, 빠르게 이력서를 보냈으나 저녁이 될 때까지 연락이 없어서 아쉬워하였다.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어서 며칠 간 기억의 파편을 모아서 분석하고 다시 기억을 돌이킨 결과 이 채용공고는 일반적인 채용공고가 아니다. 사정이 복잡하니 다음 편에서 추가로 작성하겠다.)

노승일: '아... 연락이 안오네...', '서류 통과가 안됐나...', '이런 일은 잘 나오지 않는데...', '낭패네...'

그런데 그 다음날인 2004년 5월 29일 토요일 오전에 뮤넥스네트워크 박현세 대리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전화인터뷰를 진행하였고 월요일에 홍대입구역에 소재한 회사에 방문하기로 약속을 정였다.

노승일은 전화를 끊고 나서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노승일: '으음?? 오늘 토요일인데 전화가 와?', '지금까지 토요일에 전화온 회사가 없었는데 뮤넥스네트워크가 최초네.'

그러나 노승일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이 당시의 노승일은 전산업종 관점에서든, 시장 관점에서든, 자본적 관점에서든 보든 아직 똥오줌 못 가리는 분별없는 어리석은 놈이 확실하다.


어쨌든 노승일은 그 날과 다음날 일요일에도 인덱스싸이디랩 도급일을 6시간 정도씩 널널하게 진행하였다.

노승일: '뭐 예상대로네. 다른 일 하면서 매일 4시간 이내로 작업하면 다음 다음주 화요일 정도면 충분히 되겠네.',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좀 더 하자.'

2시간 정도 더 작업을 해놓고 저녁식사 후에는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고 휴식을 취하다가 취침을 하였다.


2004년 5월 31일 월요일, 노승일은 집에서 출발하여 1200번 버스 정류장으로 가던 길에 일자리 관련하여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고 잠깐 통화를 하였고, 1200번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를 소비하여 홍대입구역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박현세 대리의 설명대로 대로를 건너 홍대 청기와주유소를 끼고 돌아서 서교동 주택밀집지역 속으로 들어갔다.

노승일: '주택지역 같은데 건물이 많이 있네?', '아 헷갈려.'

그렇게 10분 정도 들어가서 좀 헤매다가 박현세 대리에게 몇 번 전화를 하여 길을 물었는데, 근처 마트 근처에 도착하면 전화를 달라고 하여 교서빌딩 인근까지 찾아가서 전화를 하자 박현세 대리가 밖으로 나와 노승일을 불렀다.

노승일은 담당자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와 걸어 올라가는데, 2층 왼쪽 홀은 25평 정도에 각종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더 들어갔나? 3층으로 올라갔나? 이어서 사무실이 나왔다.

사무실은 평범한 인테리어에 대략 40평형 정도 크기였는데, 맨 안쪽이 10평 정도의 공간으로 할당되었고 큰 책상에 의자, 액세서리들이 있었다. 나머지 중앙 공간을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측면의 5평 정도를 서버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직원들 자리는 10~12석 정도였는데 상주 직원들은 5~6명 정도로 얼마 보이지 않았다.

노승일: '자리는 많은데, 다 어디 간거야?', '뭐... S/W회사는 생산제조공장이 아니니까 직원 수가 적을 수도 있겠지...'

노승일은 일단 회의실로 보이는 공간의 임시벽으로 설치된 파티션을에 붙은 자리의 책상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앉아있는데, 박현세 대리가 바빴는지, 시간이 지나도 도무지 업무설명을 하거나 계약을 할 생각을 안 했다.

노승일은 몇 십분을 있다가 박현세 대리를 보았는데, 박현세 대리는 딱히 바쁜 일이 없이 널널하게 일하는 것으로 보였다.

노승일: '아 지루해. 계약이든 업무든 뭐 얘기를 해야 하는데, 사람 불러두고 뭐 하는 거지?'

그렇게 거의 1시간 가까이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한참이 지나서 노승일이 박현세 대리에게 말을 건냈다.

노승일: '저... 박현세 대리님? 일은...어떻게??'

박현세: '하하... 죄송해요. 업무가 좀 바빠서...'

노승일: '네에, 하하하...', '(그렇게까지 바빠보이진 않는데...)'

박현세는 노승일에게 머쓱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그러던 중 박현세 바로 옆 모니터에 매 분당 한두 번씩 로그가 올라가는 것이 노승일의 눈에 들어왔다.

노승일: '(저건 무슨 프로그램을 띄워놨길래 윈도우즈 도스창에서 로그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거지?)'


[말끔한 직원들과 사무실]

노승일은 다시 대기하면서 주변을 살폈다.

일단 직원들이 전부 키가 크고 인물이 좋았는데, 여직원들도 대기업 매니저같은 외모에 스타일도 캐주얼한 복장이었으므로 확실히 대기업 사람들 같은 느낌이 들었다.

노승일은 이후에 사회생활을 오래 하면서 대기업 뿐 아니라 중견기업에서도 매니징, 일반행정직들은 인물을 골라가며, 심지어 필요시에는 일부러 산 만한 덩치의 인재선발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컴퓨터나 복합기 등 각종 물품들이 기본적으로 전부 갖추어져 있는 것을 보아, 돈을 아끼지는 않고 아낌없이 필요한대로 들여다 놓고 사용하고 있었기에 몹시 좋은 회사로 보였다.


노승일은 앉아서 멍을 때리다가 앞에 올려놓은 노트북을 바라보았다.

동생에게서 잠깐 빌리려던 그 노트북은 노승일이 1년 넘게 사실상 자기 물건처럼 사용을 하고 있었다.

노승일은 앞뒤가 안 맞는 놈이다. 남에게는 염가봉사하면서도 읍소하면서, 동생으로부터는 돈을 받아쓰는 것도 모자라 노트북까지 공짜로 가져다 사용하고 있다.

노승일: ('아이... 이런 건 이제는 내가 돈을 벌어서 사용해야 되는 건데...')

어쨌든 인터넷도 연결이 안되고 전기콘센트도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이런 고민을 하면서 멍 때리고 앉아있는데, 지루함이 오래 지속되자 생각지 않던 또다른 잡념들이 몰려왔다.

사실 노승일은 막상 뮤넥스네트워크 출근 시점인 오전부터 알 수 없는 도덕적 의무와 죄책감을 동시다발적으로 조금씩 느끼고 있었는데, 시간이 한가해지자 이 도덕적 죄책감이 심각하게 커지고 있었다.

노승일: '아 근데, 자꾸만 죄책감이 느껴지네.', '남의 돈을 도둑질하는 느낌?', '인덱스싸이디랩 허락없이 이런 알바 해도 되나?', '죄는 아닌데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행위인데.', '인덱스싸이디랩 일에 전담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건 피해를 입히는 것이 분명한데.'

그러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노승일: '도급인데 어때, 어차피 일만 되면 되지.'

노승일: '아니...', '그래도 일 주신 분들인데, 허락은 받아야 되겠지?', '몰래 일 받아서 하는 나쁜짓 하지 말고 허락받고 하자.'

노성일은 뮤넥스네트워크 건물 밖으로 나와서 좌측으로 돌아 단독주택지 앞에 서서 인덱스싸이디랩 담당자 박성호 대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승일: '아 네, 박성호 대리님, 지금 일 말고도 다른 알바를 하는데요.'

그런데 처음에 박성호는 무슨 이야기인지 못 알아들었다.

반성호: '네에'

노승일: '그래서요...'

박성호: '네에. 그런데요?'

노승일: '알바 하나 더 하려구요.'

박성호: '네. 뭐...그걸 왜 저에게?'

노승일: '해도 되죠?'

박성호: '네.', '뭐...', '아...???', '아!!', '네???!!', '아~~!! 안돼요! 안됩니다! 절대 안돼요.', '우리 일에 전담해야죠! 조금이라도 문제 있으면 어쩔 거예요??', '안됩니다. 안돼요!'

노승일: '아... 안되나요?', '좀 하면 안되나요?', '어차피 일정 널널한데, 계약만 지키면 되잖아요?'

박성호: '안된다니까요!', '절대 안됩니다! 하지 마세요!'

노승일: '아이... 그러지 말고...', '허락 좀 해주시죠?'

박성호: '안된다니까요!! 그럴 시간에 우리 일 한번 더 보세요!!!'

노승일: '에...으...'

박성호: '안돼요!'

노승일: '네에...'

박성호: '안됩니다!! 안돼요!!'

노승일: '에이..', '에휴, 알겠습니다...'

노승일은 전화를 끊고 고민했다.

노승일: '아... 이 ASP 프로그램개발 꼭 해야 되겠는데...', '280만원이 생길 진짜 절호의 기회인데...', '그런데 인덱스싸이디랩에서는 내가 다른 알바 하는 거 알면 다음에 일 안 주겠지?', '아... 인덱스싸이디랩 같은 회사를 꼭 잡아야 되는데...'

이때 노승일은 여전히 S/W시장 개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인덱스싸이디랩을 주거래처로 잡고 싶어서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었기에 잘보이는 얼토당토 않은 시도를 하고 있었고, 일을 받아놓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문제가 없음에도 타인에게 폐를 끼친다고 '이념화되어 골수까지 스며든 세뇌적 죄책감'을 느끼면서 결정과 이행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아마 그것은 맨날 뒤통수를 얻어맞고 다니던 노승일에게, 개발자를 한 명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인덱스싸이디랩이 처음에 다른 일도 영업을 하고 있어서 일을 주겠다는 말과 도급계약시 제시한 과업명세서가 너무 인상 깊었기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도저히 놓칠 수 없다고 매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역시 SI든 웹에이전시든 웹사이트 개발업체들은 단 돈 10만원이라도 저렴한 프로그래머가 나타나면 여지없이 거래처를 바꾸는 것에 더더욱 거침이 없었다.

정보부재, 자아실종, 전형적인 노예의 속성에 해당되는 행동패턴이다.


그러나 노승일의 마음은 기대감, 초조함, 간절함, 실망감의 복잡한 심경 톱니바퀴들이 머릿속에 돌아가면서 실망감이라는 심경 하나가 특별히 돌출되었을 뿐이지, 모든 생각과 심경의 톱니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포기의 결과에 도달된 것은 아니다.

노승일: '아.. 그럼, 지금이라도 그냥 계약 못한다고 말하고 집으로 가야 되나?', '...', '...', '아니지.', '좀 하면 어때서?', '일에 문제 없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러던 중 노승일은 고등학교 동창 허도원과 얘기했던 호텔예약 웹사이트 생각이 또 떠올랐다.

'아 맞아. 호텔 웹사이트 생각해보기로 했지...', '생각해보니 펜션으로 바꾸면 돈이 될 것 같은데...'

노승일의 마음 속에는 근대적, 전통적인 관습과 교육으로 주입된 미덕과 사회적 의무를 사유재산의 소유욕이 누르면서 반발심이 자리잡아 커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당위성의 근거를 도저히 찾지 못하고 있었다.

노승일은 자기가 농사지은 수확물을 다 먹을 수 있는 봉토를 일굴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에서 현실화의 고민 영역으로 생각이 옮겨오면서 피가 끓고 눈이 뒤집혀 있었다.

노승일: '일만 잘 해서 보내주면 되는데, 왜 하면 안돼?', '문제 생기면 책임지면 되지.', '해야지.', '하자.'

건물 아래에서 15분 가량을 전화통화를 하고 이리 저리 우왕좌왕하며 고민하다가 마음을 굳히고는 사무실로 올라오려는데, 뮤넥스네트워크 박현세 대리가 내려오고 있었다.

박현세: '노승일씨? 아래에 계셨었네요.', '전 또 어디 가신 줄 알고.. '

노승일: '잠시 통화 좀 하느라 내려왔어요.'

그런데 노승일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노승일: '바쁜 것 같더니, 수시로 살피고 있었나??'


사무실로 돌아와 대기하는데, 박현세 대리는 여전히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노승일: '모니터를 봐도 아까나 지금이나 별로 변화가 없고, 행동도 아무리 봐도 바빠보이지 않는데...'

노승일은 또 지루해져서 전시실로 가 보았다.

전시실에는 여러가지 네트워크 실물장비들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중계기, 허브 등 다양했고 대부분 한자로 '電OO'라고 붉은 글씨로 쓰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의 '뮤넥스 네트워크 OO장비1호'라는 팻말이 놓여있었다.

노승일: '오우~! 뮤넥스네트워크에서 개발한 네트워크 장비를 중국에 수출한 건가?', '생산공장까지 있단 말이야?', '그럼 생산공장도 있다는 말이네?', '어쩐지... 사무실이 깨끗하고 좋아보이더라니...'

노승일은 전시실 제품들이 뮤넥스네트워크가 개발하여 중국에 수출한 제품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사무실로 돌아와 박현세 대리에게 말을 걸었다.

노승일: '박현세 대리님? 이 회사에서 네트워크 장비도 개발해 생산하나요?'

박현세: '네? 아 네에.'

노승일: '그럼 공장은요?'

박현세: '공장은 저기... 지방에 있어요.'

노승일: '지방 어디요?'

노승일은 눈빛을 반짝이며 꼬치 꼬치 캐물었다.

박현세: '아~ 공장이...', '경기도에 있어요. 저도 안 가봤어요.'

노승일: '공장에 직원이 많은가요?'

박현세: 작아요. '50명도 안 될걸요?'

노승일: ('공장이 50명이면 작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본사에서도 수익성 사업이 돌아가는데', '와~ 대박...')

노승일은 뮤넥스네트워크가 정말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였다.

노승일: ('아... 이런 회사에 취업해야 되는데...')


노승일은 다시 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회의실에서 사무실의 정숙함을 깨고 그룹 코요테의 '순정'(아니 passion이었나??) 노래가 엄청난 볼륨으로 들려오기에 깜짝 놀랐다.

노승일: '???, ('이게 어디서 나는 노랫소리지???'), ('무슨 행사라도 있나???')

백주 대낮에 뽕끼 충만한 노랫소리가 사무실 가득 울려퍼지는 상황을 생전 처음 겪었기에 몹시 당황스러웠는데, 소리는 또 얼마나 크던지 노승일 책상 자리에로 미세하게 느껴지는 진동은 마치 야구장에 온 것 같았다.

마침 노랫소리가 들리는 공간 파티션 바로 앞에 앉아있던 노승일은 고개를 슬쩍 옆으로 기울여 파티션 틈새로 그 안을 엿보아 살폈는데, 누군가 의자에 기대 앉아 책상 위에 반물색 양말을 신은 다리를 꼬아 올려놓고 노래 박자에 맞춰서 발가락을 까딱거리고 있었다.

노승일: '누구지???'

그리고는 주변의 눈치를 살펴보았는데.. 직원들은 눈빛조차 흔들림 없이 전화를 걸고 업무협의를 하며 일을 하고 있었다.

노승일: '(이건 아주 일상적인 일이군...)', '(아~~ 그럼 혹시 사장님? 근데 웬지 모르게 양아치같은 냄새가... 사장님이 아니신 것 같은데...)'


그리고 잠시 후에, 노래가 끝나고 또 몇 분 후에 전화통화 소리가 들렸는데 기억나는 부분만 간추려 보겠다.

회의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그만두고 나가겠다고 발악을 하고 그랬거든~~'

회의실(?): '보니까 여기저기 알아본 것 가튼데, 어딜 가도 여기랑 똑같다는 걸 알게 된거지. 껄껄껄~~'

회의실(?): '표정이~ 기가 죽어가지고~ 으하하히히~'

회의실(?): '그러니까~ 지깟게 가면 어딜 간다고 그래~ 허허허~'

노승일: '(전화로 신입사원 얘기를 하고 있는 건가?)', '(그럼 저 분은 사장님이시겠군)', '(그럼 저 넓은 공간을 혼자 다 사용하는 거야? 업무에 방해되라고 노래까지 시끄럽게 틀어놓고?)'

그리고 노승일은 다음날 전화 통화 대상이었던 주인공을 목격하게 된다,

사이즈가 두 치수는 커보이는 어두운 정장 차림의 20대 초반의 남자가 노승일 자리 왼쪽에 놓여진 프린터에  프린트를 하고 있는데, 어깨는 쳐져 있었고 고개는 앞으로 숙이고 있었으며, 얼굴 표정에서부터 불만이 가득하였기에 눈과 입의 모양새가 마치 체념한 망둥어 같았다.

노승일: ('아... 저 사람이로군...')

노승일은 대번에 어제 통화의 주인공임을 알게 되었다.

노승일: ('도대체 뭔데 저렇게 표정이 안좋지?'), ('내 생각에는 이 회사도 충분히 좋아보이는데?')

여기서 노승일은 이때까지도 자기가 살펴본 회사의 외형만을 보고 회사의 본질을 판단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닮아보이지만 실제는 전혀 다른 유사사례를 경험했거나, 누군가에 의하여 선동당한 사람들은 경험자를 단편적인 사례로 간주하고 자기 생각이 더 대중적이니 옳다고 생각할 것이다. 서울의 구석구석을 다 돌아다녀본 사람보다 안 가본 사람이 더 아는 체를 한다는데, 노승일이 딱 그짝이다.

그러므로 노승일의 회사에 대한 판단의 결과는 언제나 틀린다.

안좋은 회사가 자기네 회사가 안좋다고 순순히 남에게 외형적으로 보여주겠는가?

돈 없는 회사도 허름하지만, 안좋은 회사도 내세울 것이 없으니 이미지관리를 한다.


[인간의 노예화]

노승일이 뮤넥스네트워크를 첫 방문한 날 오후, 이제 시계는 저녁 18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노승일: '이제 슬슬 퇴근을 할 시간이 다가오는군. 빨리 퇴근해서 대한민국 쎄군 도급일 해야지.', '그런데 다들 왜 이렇게 바쁘지?'

박현세: '노승일씨, 저녁 먹으러 갑시다.'

노승일: '???', '뭐??? 퇴근이 아니고?', '...', '일단은 좀 참아보자. 괜찮은 회사일지 모르니...'

노승일은 박현세를 따라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노승일은 아직도 양계장이나 다름없는 기업을 노동자의 구세주인 줄 착각하고 있다.

아마 그것은 학창 시절에 배웠던 기업의 역할, 그리고 IMF 전까지 사업을 하면서 직원들에게 3박4일의 휴가를 챙겨주고 17시30분 조기퇴근이나 18시 칼퇴근을 시켜주,고 한 달에 두세 번씩 회식을 시켜주고, 초과근로수당을 꼬박 꼬박 챙겨주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기업을 개인소유의 봉건적 조직이 아닌 공공기여 사회봉사단체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녁식사는 박현세 대리가 사줬는데, 아마 식사 때 박현세 대리가 나이를 물어본 것 같다.

박현세: '그런데 나이는 어떻게 되세요?'

노승일: '2X살요.'

박현세: '나보다 3살 어리네?', '그럼 말 놔도 되지?'

노승일: '???', '(이미 말 놨으면서...)', '뭐, 그렇게 하세요.'

여기서 노승일이 또 멍청한 짓거리를 하였다.

이런 경우에 프로그래머는 상대를 이상한 사람 보듯 정색하면서 '저, 대리님, 우리는 지금 친목을 하려는 게 아니라 각자 돈을 벌려고 와 있는 건데요?'라고 냉정하게 이야기하면서 주의를 주어야 한다.

프로그래머가 일하는 기업 담당자의 아랫사람이 순순히 되어버린다면 스스로 노예를 자처한 것이다.

기업 담당자의 노예에게 기업 담당자보다 월급을 더 주는 조직은 없을뿐더러, 더 많이 준다고 하여도 해당 담당자와 그 직급의 담당자들은 불만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조직에게 항의를 할 것기에, 조만간 노예가 받는 월급의 액수는 담당자보다 낮아지게 될 것이다.

상대는 지금  지능적인 수법으로 당신의 존엄성을 훼손하면서 노예화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사람을 노예로 만들 때에는 언제나 자기보다 낮은 사람으로 만들거나 없는 죄를 뒤집어 씌우는 식으로 존엄성을 훼손하면서 시작한다.

나는 박현세가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노승일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법이 가만히 있다면 그것은 해도 된다는 뜻이니 개발자들도 똑같히 하면 된다.

프로그래머들 역시 타인을 노예화하여 280만원을 주고 외주비용 2천만원 어치의 일을 시킬 기회가 생긴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필요가 없다.

프로그래머가 자기 노동력과 시간, 재산을 지키려면 웃는 상대의 얼굴에 침 뱉는 걸 서슴치 말아야 한다.

차라리 웃는 얼굴에 침 뱉기 전에, 앞서도 말했듯이 '나는 인색하고 뻔뻔한 사람이다.'라는 표정의 얼굴과 태도로 만만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집어삼키는 법]

식사를 하고 들어와서 30분 정도 지나서 저녁 8시가 다 되어가자 박현세 대리가 드디어 일 얘기를 하자고 왔다.

박현세: '우리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려고 하거든.'

노승일: '네에.'

박현세: '그래서 우리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하려고 하는데, 그 회사 컨텐츠를 DB에 집어넣고 검색도 하고 관리를 하려고...'

노승일: '입력기를 만들어 달라는거네요?'

박현세: '그렇지.'

노승일: '컨텐츠 자료는 있어요?'

박현세: '아직 협상 중이거든.'

노승일: '혹시 자료가 딱히 유형이 없는 다양한 컨텐츠인가요?'

박현세: '그렇지.'

노승일: '아... 그럼 알바들이 일일이 입력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박현세: '사람이 많이 필요한가?'

노승일: '양에 따라 달라요.'

박현세: '뭐, 입력할 알바들은 모집하면 되니까.'

노승일: ('오우... 쿨한데?', '돈은 어느 정도 있는 회사가 맞는 것 같은데?'), '인수하려는 회사는 작은가요?'

박현세: '아하하~', '아니, 우리 회사가 훨~씬 작지.', '사실 우리 회사보다 몇 배는 훨씬 큰 회사거든.', '근데 우리가 전략을 잘 짜서 그 회사를 헐값에 집어삼키는 거지. 하하하~~ 완전히 바보들이라니깐~', '그 회사가 가진 컨텐츠 제작금액을 알아봤는데 너무 비싸더라고. 그래서 회사를 인수해보기로 한 거지.', '우리쪽 영업이 계속 상대에게 시장성 없는 컨텐츠 헐값에 사주겠다는 식으로 뻥카를 쳐가지고~~ ', 사실 '컨텐츠만 해도 가치가 굉장한데, 그 회사는 정말로 겁을 집어먹었더라고.', '컨텐츠 제작만 하는 회사라 자기네 컨텐츠 가치도 모르나봐. 하하...'

노승일: '(아... 사업으로 대박 내는 건 이렇게 속이면서 키우는 거구나.)', '그럼 인수된 회사의 컨텐츠나 기술이 전부 뮤넥스네트워크 것이 되니까요?'

박현세: '그렇지'

노승일: '얼마에 인수하는데요?'

박현세: '그건 나도 모르지.', '일단 내가 급한 게 있어서 뭘 좀 해야 되니까 잠깐만...'

노승일: '일단 일은 일부라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뭘 만들어달라는 건지 알겠네요.'

그리고 박현세는 자리를 떴다.

노승일은 ASP 개발환경부터 셋팅을 하고 환경 테스트를 하기 시작했다.

노승일: '아... 근데 지금 밤 9시가 지나가는데, 이 회사는 도대체 몇 시에 퇴근이야?'

그렇게 일을 하면서 눈치만 보고 있는데, 밤 9시 30분 즈음이 되자 갑자기 사무실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와글거리며 어수선해졌다.

그러자 박현세 대리가 노승일에게 오더니 자리를 옮겨달라고 요구하였다.

노승일: ('하... 도대체 자리를 왜 자꾸 옮기라는 거야...')

그래서 노승일은 자리를 서버실로 옮겨서 일을 하는데, 밤 10시가 조금 넘어서자 사무실이 더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계속 회사로 들어와서 회사 안에 꽉 찬 것이다.

노승일: '뭐지 도대체? 이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쏟아져 들어온거야??', '밤 10시에 이게?? 대체???'

이것은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회사 사장이 낮에는 거의 없다가 밤 11시에 들어와서 직원들이 자리에 상주하고 있는지 감시를 하고 있는 회사였다.


[뮤넥스 네트워크는 정상적인 회사인가?]

당시에는 지극히 정상적인 회사라 할 수 있다.

이때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랬고 지금도 이런 회사들이 상당히 많다.

앞서 설명한 노승일의 첫째 삼촌도 뮤넥스 네트워크 사장과 같은 부류였다.

노승일의 첫째 삼촌은 2003년 당시 나이가 42? 43? 정도였는데, 낮에는 잠을 자고 저녁 7시에 작업현장에 나왔다. 직원들 근퇴체크는 안 했지만, 필요시에 호출했는데 퇴근해서 없으면 불같이 화를 내면서 다음날 사람을 1시간~1시간 30분을 현장에 세워놓고 훈계를 하였다. 그리고 밤10~11시 즈음에 일을 끝내고 술집으로 직원들을 몰고 가서 업무이야기를 하고 2~3시간 정도 훈계를 하다가 새벽 2~3시 즈음에 직원들을 퇴근시키고, 자기는 술에 얼큰하게 취한채 공장으로 돌아가 일을 좀 하다가 다음날 점심 때까지 잠을 자고 점심때 일어나 점심먹고, 직원들 일 하는 거 체크하고 다시 들어가 잠을 자고 저녁 7시에 나와서 업무진행 사항을 체크했다.

이렇듯 회사 사장이 낮에는 거의 없다가 밤 11시에 들어와서 직원들이 자리에 상주하고 있는지 감시를 하고 있는 회사는 흔했다.

그래서 평일에 아침 8시~밤10시까지 일하고, 토요일에 아침 8시~오후5시까지 일하고, 주당 2~3회 새벽 2~3시까지 동생에게 훈시받으며 월급170만원을 받던 노승일의 아버지는 오래 있지 못하고 1999년 즈음 퇴직 후 법인택시(택시회사 소속 근로자) 운전을 시작했는데, 당시 인천은 시장상황이 좋지는 않았지만 서울 옆에 근접해 있음에도 23시에 버스 막차가 끊어지는 등 마을버스와 야간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기에, 법인택시 운전으로도 사납금을 매월 입금한 후 회사에서 주는 지급액과 사납금 초과수익을 합쳐서 170만원은 충분히 가져갈 수 있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랬고 전반적으로 시스템이 삐걱거렸는데도 대한민국 산업은 항상 돈을 벌었다.

그것은 개발도상국에게 용인되는 고환율(달러에 비해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자국돈)을 바탕으로 한 저가 물품 수출이 호조세였기에 가능했다.


[시장이 만들어준 호황]

전반적으로 시스템이 삐걱거렸는데도 대한민국 산업은 항상 돈을 벌었다.

1992년 8월 중국과 수교 후 중국산 물품이 쏟아져 들어오기 이전인 1970~1992년까지는 월급을 모아서 사업을 한 것이 아니라,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빨랐기에 월급을 어느 정도 모으면 서울 외곽에 소재한 쓰러져가는 집부터 대출받아 사고, 대출금을 조금씩 갚아나가는 사이에 집값은 매년 10% 정도씩 계속 올랐다. 월급보다 빠르게 올랐기에 사람들은 다들 부동산에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유한 주택이 재개발되면 대박이 나는 것이고, 아이디어가 생기면 기술이 없더라도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만들기만 하면 팔렸기에 당연히 이렇게 하는 것이 정석으로 통했다.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해서 많은 돈을 벌었고 노승일의 아버지 역시 그렇게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번 돈 일부로 집을 사서 또 담보로 현금을 마련해서 또 부동산을 사들였다.

자금을 차입하여 또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는 투기가 분명했지만 이미 국가경제의 볼륨을 지탱하는 하나의 조력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어차피 국민의 95%가 무식했던 1980~1990년대 시절에 시작된 사업체는 시스템이나 기술이 없는 중구난방 사업체들이 99.9%인데, 전적으로 대기업의 하청 밑의 하청에 납품하거나 수출유통업체에 매달려서 물건을 팔아먹는데, 수요가 공급보다 많았기에 돈을 벌었다.

시장이 만들어준 호황인 것이다.

그러니 1992년까지도 몇 몇 기업들을 제외하고 시스템이나 기술, 공정기술, 마케팅이라는 것은 거의 없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1996~1997년에 중국과 경쟁구도에 놓인 가내수공업 전부와 단순제조 전부, 일반제조 일부 대기업들이 쓰러지면서 많은 채무불이행이 이어졌고 담보로 잡힌 부동산 처분과 담보권 실행이 개시되어 폭탄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 와중에 은행이 현금확보를 하려고 대출금을 갑자기 다음 달 갚으라고 기업과 개인들을 압박하였는데, 금융기관의 압박을 받은 사람들 중 상당수가 겁을 집어먹고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았기에 부동산의 가치는 깡통이 되었다. 은행은 담보가치 1억이 내년에 1억1천, 5년 뒤에 1억5천이 될 것을 믿고 1억을 빌려줬는데 담보가치가 8천~1억이 되어버려 경매집행비를 제하면 은행들이 20~30%, 심하면 경매물건의 낙찰금액이 30~40%까지 떨어져 70% 가까이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여기에 장기간 미수 이자까지 포함하면 손실금액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중국산이 쉽게 밀어내지 못하는 공정 기술 기업 등은 건실했기에, 4~5년 뒤에 미국발 세계 호황기가 도래하면서 대기업 제품은 만드는대로 전부 수출되었고, 부품은 중국산보다 잘 만들기만 하면 무조건 납품되었기에, 2000년대 초반까지도 중소기업들에게까지 큰 기술 보다는 일정 품질만 맞춰서 싸게 대기업으로 납품하면 되는 시대가 잠깐 다시 돌아왔는데, 이런 경제 호황은 시장을 주도하던 미국이 휘청거리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채권 부실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였기에 오래 가지 않았다.

그만큼 시장이 중요하다.

정말 큰 돈을 벌어주는 것은 시장의 상황이다.

그리고 그 다음이 자본이고, 마지막에 가서야 마케팅, 시스템, 기술이다.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면 개발자들이 직접 증명을 해주면 된다.

대박나는 시스템, 이른바 부가가치를 개발해 시장에 내놓아서 벼락부자가 되는 개발자가 여럿 탄생하면 정부의 개발자에 대한 시각도 바뀌고 세상은 바뀔 것이다.

영주님 밑에서 농노로 일을 잘해서 칭찬받는 것은 영주님 말고 누구도 관심이 없다. 영주님은 농노를 호구로 알고, 정부 관료들은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니까 영주님 밑의 농노로 일하면서 단 한 평의 작물도 못 받아가는 처지에서 기술의 우월성을 부르짖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어쨌든 노승일은 퇴근시간이 길어지며 후회를 하고 있었다.

노승일: ('아... 여기 괜히 온 것 같다.', '이제보니 여기 영 아닌데?', '설마 막차 타고 집에 가는 건 아니겠지?', '아...?? 잠깐만, 맨날 이렇게 퇴근하면 인덱스싸이디랩 도급일은 어떻게 하지?')

노승일이 후회의 마음을 가지며 일을 하는데, 밤 10시 30분 즈음 키180 정도에 정장 차림의 나이 30초반 정도 되어보이는 영업직원이 밖에서 서류가방을 들고 돌아오더니 누군가에게 '다녀왔습니다.'라며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는데 그 대상은 아마 사장이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는 사장과 영업인력의 대화내용은 다음과 같은 식이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사장: '그래 영업은 어떻게 됐냐?'

영업: '네, 오늘 얘기를 했고요. 그 쪽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하겠다고 자료를 더 달라고 합니다.'

사장: '그래. 수고했고. 그럼 스펙에 대해서는 알려주고 왔고?'

영업: '네, 그것도 했습니다.', '그리고 확정이 되는대로 저희 쪽 기술인력을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사장: '그래', '그럼 납품할 서버 사양는 어떻게 되느냐?'

영업: '네 OO기가 하드디스크에 메모리 OOOO메가입니다. 서버 모델은 OOOO입니다.'

사장: '그럼 하드디스크와 메모리는 어느 회사 제품이냐?'

노승일: ('뭐야?', '유명회사 통서버인데 부품 브랜드를 물어봐???', '어째 트집잡는 느낌이?')

다음 대화에서 노승일의 예상이 바로 맞아떨어졌다.

사장: '왜 말을 못하고 있냐? 어떻게 '

영업: '그거는...', '...'

사장: '넌 영업이 지금까지 그걸 모르느냐?'

영업직원은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었다.

사장: '영업이면 당연히 알아야 되는 거 아니냐?'

노승일: ('?????', '뭔 개소리야????')

사장: '네가 지금 받는 월급이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다.', '그래가지고 네가 일을 한다고 볼 수 있냐?'

영업: '...'

사장: '넌 조직을 위해 일할 자세가 안 되어있다!, , '어!! 네가 과연 월급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잖아!!!''

영업: '...'

사장: '도대체 무슨 일을 그따우로 하는 거야!!', '아주 엉망이야!'

사장이 소리를 지르자 일하던 직원들 전체가 부드럽던 표정이 굳어졌고 말수가 적어졌다. 조직 분위기가 완전히 얼어붙은 것이다.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영업직원은 눈물을 흘리더니 온 몸을 들석거리며 흐느껴 우는 소리가 노승일의 귀에도 들렸다.

그러자 사장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사장: '형재야... 이리 와봐라...'

영업이 사장 앞으로 가까이 갔다.

사장: '너 그렇게 일해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겠냐?',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거다.'

어린 노승일의 귀에도 이런 말은 멍멍대는 소리로 들렸다.

영업: '으흐... 흐흑...'

사장: '우리 잘 하자. 알았지?'

노승일: ('호오... 트집잡아서 야단치고 주눅들면 당근을 주네?', '노예 길들이기를 하고 있구만...')

노승일은 낮의 코요테 사건 때문에 양아치라고 느겼는데, 어설프게 교주님 흉내까지 낸다고 생각하였다.

노승일: '아, 여기는 영 아니다.', '이렇게 운영하고도 유지가 된다고?', '도대체 이런 식으로 다른 회사들을 몇 곳이나 헐값에 잡아먹은거지? 잡아먹힌 멍청이들은 또 뭐야?'

지금 생각해보니 노승일도 개인일 뿐 잡아먹히려고 입안까지 들어간 멍청이 중에 하나가 되겠다.

노승일은 저런 사장을 제일 재수없게 생각했다. 왜 그런지 규명할 수는 없지만 정말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노승일: '아~ 이런 식으로 조직관리를 하는구나~', '그런데 이게 과연 효율적일까?'

노승일은 의심을 하고 있다.


- 다음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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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8

  • errthin
    2019-12-09 14:31:44 작성 2019-12-09 14:36:19 수정됨

    정말 기업들이 제가 짠 프로그램 같네요 개같이 짜도 돌아가니까요 

    4
  • 만년코더
    6k
    2019-12-09 14:40:24

    노예에서 영주되기 ㄱㄱ

    1
  • 귀찮은곰
    162
    2019-12-09 15:12:41

    정말 잘봤습니다.

    연재가 진행되면 될수록 등장하는 인물들이 ㄷㄷㄷ


    1
  • 보해잎새주
    486
    2019-12-09 16:13:56
    트집잡아서 혼내고 풀어줘서 노예 만들기 ㅋㅋㅋㅋㅋ
    1
  • 거시적관점
    630
    2019-12-10 09:44:46

    양아치들은 한번 들이 받으면 조용해 지는데 말이지요. 어째선지 모르겠는데 양아치 같이 굴어서 같이 양아치 같이 성질 함 부린것 뿐인데 매우 당황하더군요.

    1
  • joy
    688
    2019-12-10 10:27:33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벌써 다음편이 기다려 지네요 ^^

    1
  • 방가방가2
    1k
    2019-12-10 20:40:43

    노예 교육....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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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nuxer
    2k
    2019-12-16 20:00:52

    와~~~ 정말 스토리가 무궁무진하네요 ^^

    책 내셔도 되실듯 ㄷㄷㄷ


    다음편~~~~~기다려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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