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tas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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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5 13:33:49 작성 2019-11-15 18:45:21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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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12 블랙기업 4탄(하드웨어 기업과 대중들의 환상) - 2/3


서열을 중시하는 동양국가에서, 경시당하는 자는 아무리 어려운 일을 고되게 하여도 절대 좋은 급여와 대우를 받을 수 없다.

낚시꾼은 낚시대가 아무리 탄력과 감도가 좋고 가벼우며 물고기를 잘 낚아도 브랜드가 싸구려라고 생각되면 손가락으로 브랜드 마크를 가리고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워하며, 더 비싼 낚시대를 알아보러 다니다가 새 낚시대가 생기면 싸구려 낚시대를 구석으로 방치하다가 부러뜨려 쓰레기통에 넣어 버린다.


개발자는 스스로 빛나고 무거운 사람이 되는 '브랜드가치 키우기'를 해야만 존중받을 수 있다.

항상 존재감이 없는 듯이 시끄러운 일에는 물러나 비켜있으면서도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고, 진지하게 행동하여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모두들 박장대소하여도 개발자 만큼은 절대 웃지 말고 분위기만 즐기면서 계속 경계해야만 한다.

일이 없어도 일이 있는 척 행동하고, 아무 생각이 없어도 고민하는 시늉을 보이면서 바쁜 척 해야한다.

쉬운 일 하면서도 어려운 척 일을 해야 하고 뻔뻔 스러워야 한다.

자기 일이 아닌 것 같으면 '이게 확실히 내 일이 맞아? 따져봐야 할 것 같은데?'라고 단호하고 무겁게 거절을 암시하며 말해야 하고, 그런 일이 발생하였을 때 '내가 이런 일 하는 사람이야?'라고 따져서 상대를 나쁜놈으로 몰아붙여서 다시는 호구대접을 못하게 혼쭐을 내는 정치질을 하여야 생존할 수 있다.

서열을 중시하는 동양사회에서 그렇지 않으면 상대가 프로그래머를 노예로 만들 목적으로 먼저 찌른다.

그리고 이렇게 정치질로 난장판이 되어 사용자가 소모적 논쟁으로 피해를 입어야만, 결국 사용자는 '지겹다. 이제 그만 일을 하자.'며 피하면서 프로그래머라는 존재 자체를 두려워하며 착취를 포기할 것이다.

상대를 떡실신 시키고 난 후, 그제서야 프로그래머는 상대에게 존중받을 수 있다.

본심이 후덕해도 인색하게 행동해야 호구대접을 피할 수 있고, 자기 기술은 최대한 숨기고, 상대가 분명히 돈이 드는 일인데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머리가 땅에 닿도록 인사하는 가치없고 잡스러운 일에만 덕을 베풀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나는 비싸고 일은 잘 하지만 돈 준 만큼까지만 하니까 돈을 더 줘. 나는 챙길 권익은 다 챙기며 성격이 아주 날카로운 사람이야.' 아예 얼굴에 써붙이고 다녀야 한다. 그래야 '저 분들은 원래 그 정도는 받으셔야 되는 분들이야'라고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다.

만약 정치와 투쟁으로 자기 권익을 지키지 못한다면 결국 노예가 될 것이니, 마지막에는 차라리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수난의 역사 -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대중의 시각]

2003년 11월 초 노승일은 클러스터러 모니터링S/W를 개발하기 위하여 일단 업무부터 파악을 하고 싶었다.

노승일: '정대은 팀장님? 모니터링 시스템에 데이터는 어떻게 보내주실 생각이세요? 만약 클러스터에서 직접 신호가 온다면 프로토콜을 분석해야 하는데... 그걸 알아야 제가...'

정대은: '아, 그거는 먼저 중구 정동에서 하던 거랑 똑같아요. 제가 C로 만든 데몬으로 받아서 파일로 떨어뜨려주면 받아서 화면에서 보여주면 돼요.'

노승일: '일은 편하겠군요.'

정대은: '그렇죠.'

노승일: '그럼 클러스터러는 테스트 환경이 되어 있나요? 개발에 참고하려고 작동하는 걸 좀 보고 싶은데요.'

정대은: '그거는 이혜윤씨가 담당하니까, 혜윤씨에게 얘기를 해드릴게요.', '아참, 그리고 제가 C언어 책 썼는데요. '배우는 C언어 제대로 배우자'이거든요.'

노승일: '오와? 책 쓰셨어요?? 오호호.. 바쁜데 언제 책 쓰셨대요?'

정대은: '네, 그 책 꼭 사서 보고, 리뷰 남기는 거 잊지 마세요. 별 5개 꼭 주세요.'

노승일: '네에~! 알겠습니다~'('오우... 책까지 쓰시다니 정대은씨는 정말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군.')


그리고 정대은 팀장은 곧바로 이혜윤씨에게 지시하여 노승일에게 클러스터 관련 업무를 알려주라고 하였다.

노승일: '이혜윤씨, 클러스터러라는 게 정말로 작동을 하긴 했었나요? 제가 입사한지 1주일이 넘어가는데,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걸 아직 한 번도 못 봐서요.'

이혜윤: '저는 돌아가는 건 봤어요.'

노승일: '아 그래요? 잘 작동하던가요?'

이혜윤: '잘 되는 것 같던데요.'

노승일: '어떻게 작동해요? 서버 여러 대 붙였나요?'

이혜윤: '네 두 대로 했어요. 그리고 실행시키면 이렇게 글자가 출력되면서...'

노승일: '아~ 로그가 출력되면서...', '근데 좀 더 여러대로는 안 해봤나요?' ('결국엔 정대은 차장님이 떨궈주는 파일에 100% 의존하는 수 밖에 없겠군...')

'혹시 그리구요? 뭐가 더 없었나요?'

이혜윤: '네. 그게 전부였어요.'

노승일: ('아이고...') '아.. 네에...', '썬 나노시스템즈 채널사인 UCANS클러스터러 S/W를 라이선스까지 다 이전받는 조건으로 사왔다는데요.'

이혜윤: 저도 잘은 모르겠는데, 1억5천인가? 2억인가 주고 사왔다는 것 같던데요.'

노승일: '1억 5천이요???', '오우... 굉장하네요.'

이혜윤: '이거 개발할 때 10명도 넘는 프로그래머들이 했대요.'

노승일: '소스 같은 건 확인했나요? 어떻게 돼 있던가요?'

이혜윤: '아뇨.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도 8월에 들어와서요...'

노승일: ?????? '8월이요? 4개월 되신 거네요?'

이혜윤: '네...'

오승일: '그럼 학교는 언제 졸업?'

이혜윤: '올해 졸업했어요.'


자리로 다시 돌아온 노승일은 머리에서 쥐가 나기 시작했다.

노승일은 이혜윤의 자리에 꽂혀있던 여러 권의 자바책들과 '프리렉의 열혈강의 TCP/IP 소켓 프로그래밍'이 떠올랐다.

노승일: ('좋은 책이긴 한데, 지금 시점에 저 책들을 보고 나서, 뭘 분석하거나 만들겠다는 건 아니겠지?')

노승일은 일단 클러스터러고 뭐고 자기 앞가림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승일: '팀장 하나에 개발자 하나, 졸업한 지 10개월 된 신입 하나.', '도대체 뭘 하자는 거지??', '안되겠다. 일단 범용 모니터링 패널부터 개발을 하자.'

노승일은 가만히 있으면 나중에 가서 프로젝트가 다급해지면 조직 내에서 서로 책임을 던지다가 노승일에게 일 안했다고 책임을 돌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였기에 '나라도 살자'고 생각하였다.

이건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잘 한 것 같다.

그래서 서버 트리, 로그 스크롤 패널, 그래프 패널 등을 컴포넌트 형태로 일단 개발해 두고,

만약 클러스터서버로부터 전해지는 heartbeat신호 등이 들어온다면 받아 출력하기에는 시간이 좀 걸리니, 일단 인터넷에서 MRTG 그래프 이미지 몇 개를 다운받아 테스트데이터로 출력해서 보여주게 만들어 놓고, 나중에 그 부분을 그래프로 주면 그냥 출력해주고, heartbeat 신호를 주면 따로 컴포넌트 하나 만들어 조립하여 출력하기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노승일이 컴포넌트 개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지나, 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경영지원실 여직원이 퇴직한지 3일 정도 지났는데, 30대 초반의 마케터 아주머니가 대신 수신전화응대를 하다가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것이다.

그래서 사장과 이사가 마케터 아주머니를 불러서 면담을 하더니, 수신전화응대는 신입사원인 노승일에게 부여되었다.

그리하여 노승일 자리에 전화가 거의 10분 ~ 30분에 한 통화씩 오니 전화를 받고 연결해주느라, Swing컴포넌트를 설계하거나 개발하는 로직을 생각하는 도중에 잡음이 들어와 일을 못할 지경이었다.

전화내용은 사장님 개인전화, 거래처 전화, 잡상인들 홍보전화, 정부지원사업모집인들 홍보전화 등 다양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그렇겠지만, 노승일도 당시에는 '뭐, 다들 하기 싫은 일감이 나에게 떠밀려왔군'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여러분도 노승일처럼 웬만해선 안 떨어지는 똥을 밟고 있게 될 것이다.

이 문제는 절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며칠 뒤에 알게 된 사실인데,

마케터 아주머니는 국내 2류대인 페러그니아 베리타스대 국문과 출신이었다.

사장은 국내 최고 명문대인 내셔널 캐피털대 출신, 이사 역시 명문대 번영 누리대 출신이고, 기술팀 김과장(36세)도 명문대인 높은 마을대 전자 관련과 출신, 영업팀 박과장(34세) 역시 국내 2류대 센트럴 메트로 폴리탄대 출신,

그리고 이혜윤씨 역시 국내 2류여대 전산 관련과 출신이었다.

일주일에도 한두 번씩 이루어지는 회식. 회식일 때마다 100만원이 넘게 나가는 회식비용.

여름에는 전직원 가족동반 해외여행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사장이 왜 노승일에게 원래는 입사 자격이 안된다고 말하였는지, 노승일은 이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노승일은 여기서 또 한 번 멍청이같은 처신을 하고 만다.

들어가기 어려운 회사에 급여가 괜찮고 대접이 유지되는 것을 조건으로 '특채(특별채용)'되었다면 웬만하면 철판깔고 그대로 있는 것이 좋다.

그러나 급여가 업계 평균보다 낮거나 해당 조직에서 직급에 비해 낮다면 그것은 해당 조직에서 가두리를 쳐 놓고 그 인재만 특별하게 경시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 내에 하부 파견회사가 있는 것이다.

즉, 노승일은 '갑'으로 특채된 것이 아니라 '병, 정'로 특채된 것이다.


어느 날, 이혜윤씨가 노승일에게 서버기계 설정을 알려준다기에 회의실에 서버를 올려놓고 서버장비 작업을 하였다.

서버장비 작업을 하는데도 전화가 쉴 새 없이 오기에, 노승일은 전화를 받으러 갔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하였다.

이혜윤: '서버는 이렇게 위아래를 잘 구분해서 샤시(서버랙)에 넣으시면 돼요. 반대로 넣으면 기판이 타버려요.', '그리고 전원만 켜시면 돼요.'

노승일: '로그인도 일반 unix랑 같고, 종료도 shutdown에 스위치 구문 넣어서 하면 되겠네요?'

이혜윤: '그러기 전에 sync 눌러주고 20초 정도 기다렸다가 해줘야 돼요. 좀 더 확실하게 하려면 sync를 여러 번 쳐줘야 돼요. 이렇게요.'

노승일: '아 sync가 무슨 플러싱 작업인가 보죠?'

이혜윤: '근데 sync를 여러 번 해주고 리부트시켜도 어쩔 땐 기계가 부팅이 안 될 때가 있어요.'

노승일: '부팅이 안 된다구요? 왜요?'

이혜윤: '모르겠어요. 썬 기계가 좀...', '어머, 네, 이게 부팅이 안되는 것 같네요.'

노승일: '부팅 다시 해보면 어떻게 나오나요?'

이혜윤: '이런 식으로 부팅이 안돼요.'


부팅화면 전환 후 커서만 깜빡 깜빡 거리고만 있었다.

노승일: ('부팅이 안돼??? 부팅영역 쪽이 망가진 것 같은데?? 뭐지 이건??') '그런데 이걸 누가 저에게 가르쳐주라고 하신 거예요?'

이혜윤: '사장님이요.'

노승일: '사장님이요???'


확인을 해보니, 사장 지시로 노승일 사원에게 서버장비 설정을 교육시키라고 하였다.

노승일사원은 짜증이 나서 '뭐, 하시라면 해야죠.', '대신 Java Swing컴포넌트 개발을 틈틈히 하겠습니다.' 말하자, 정대은 팀장이 사장실로 쫓아가서 개발에 필요하니까 사무실에서 사용해야 한다며 무산시킨 것으로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기에, 당시에 영업팀 박과장이 XG에서 말을 함부로 하고 고압적으로 단가를 맞추라고 요구하여 하기 싫다고 기피했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그래서 사장 입장에서는 노승일 사원을 서버장비 교육을 시켜놓고, 평소에는 프로그램 개발을 시키고, 대기업으로부터 서버 납품이 들어오면 설치출장을 보내려 하였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그러나 사장은 가혹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다면 사장은 프로그램 개발이 너무 널널하다고 생각하여, 서버 납품 업무를 추가해서 업무균형을 맞추고 돈도 벌 생각이었을 것이다.

월급 250 주던 인력 대신 120 주는 인력에게 일을 시키면 월급 250 받는 인력을 잘라내고 나면 130이 굳지 않겠는가?

프로그래머들은 사장님이 아직도 사장님들이 사리분별이 명확하고 뭔가 용빼는 묘안을 가진 위대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면, 그 어리석은 믿음 때문에 노승일과 같은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노승일은 사실 여기서도 사장님이 어떻게든 경영하실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사장이라는 존재는 그저 프로그래머가 지식, 기술, 공정노동을 해주면, 그걸 다시 팔아서 돈 받아 자기 챙길 거 챙기고는 약속된 돈 주시는 옆집 런닝셔츠차림 아저씨에 불과하다.

다만 대한민국에서 돈줄 인맥이 있느냐, 사업을 크게 벌릴 자본이 있느냐가 사장의 자격 90%를 좌우하는 문제다.

2019년에도 대부분의 웹서비스기업, S/W기업들의 사장들이 S/W와는 상관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다.


노승일이 착실하게 수신전화업무를 잘 수행하자, 몇 주 뒤에는 발신전화 업무까지 넘어왔다.

사장이나 이사가 전화번호 알려주면서 전화 걸으라고 명령하면, 전화 걸어서 상대에게 소개와 인사를 하고 어떤 용무가 있으니 전화 연결해 드리겠다고 한 후, 사장이나 이사의 자리로 전화 연결을 해주는 '임원전용 공용비서'인 셈이다.


노승일은 슬슬 Java Swing 컴포넌트 개발 일정이 너무 많이 밀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토요일, 일요일에 집에서도 붙잡고 개발을 하고 있었다.


서버납품을 하는 영업팀 박과장(34세)는 덩치가 있는데, 성품도 침착하고 젠틀한 사람이다.

연봉은 2003년 당시에 3,200~3,400, 출장일비 별도, 성과급 별도였을 것이다.

성격이 온화하고 붙임성이 있어서 노승일과 대화를 가끔 했고 어느 정도 사이가 친해졌다.

박과장이 어느날 노승일에게 물었다.

박과장: '노승일씨? 프로그램 개발 같은 거 배우려면 얼마나 걸리나? 한 3개월 정도면 되나?'

노승일: '프로그램요? 글쎄요... 음... 일반 홈페이지 같은 쉬운 거 만들려면 그 정도도 되죠.'

'4년제 안나오는 사람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 3~4개월 배우면 할 수 있음' 이것이 대중들의 공식이었다.

그런데 사실 노승일은 이때까지도 박과장의 말을 듣고도 '대중의 시각'을 이해 못하였다.


어느 날 마케터 아주머니와 노승일이 웃고 떠드는데, 프로그램 개발 얘기가 나왔다.

마케터: '어머, 승일씨는 프로그램 할 줄 알아?', '하긴, 프로그래밍 같은 거는 영어 잘 못해도 다 할 수 있는 일이잖아~~ 아하하하~'

노승일 기분 나쁘라고 한 말이 아니라, 지극히 대중적 시점에서 '프로그램 개발'이라는 일을 바라본 것이다.

사실 노승일은 이때 조금 빈정상하긴 하였지만 함께 '멍청하게 웃으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어 누적되니, 노승일은 조직 내에서 자기 입지가 어떤 위치인지, 왜 자기 연봉이 그 모양이고 전화응대 업무가 자기에게 넘어왔는지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었다.

정대은 팀장이 연구소장, 이혜윤이 연구원, 노승일은 인턴사원 딱지가 붙여진 것이다.

그러므로 조직 서열 상으로 사장 > 이사 > 정대은 팀장 > 영업팀 박과장과 김과장 > 마케터 > 이혜윤연구원 > 노승일사원 순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노승일이 버티고 신참이 들어온다고 서열이 올라갈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장 입장에서 서울 2류대 이상을 뽑았는데, 그 인재를 전화응대 시키는 데에 사용할 이유는 없다.


큰 일을 하고 싶다면 큰 돈을 받아라.

준 돈이 아까워서라도 큰 일을 시킨다.


그런데 이때 우연히도 노승일은 폴리텍을 졸업 후 인천에 소재한 자본금 20억원의 작은 금형설계제조 회사에 취업해 인천 선학역에서 자취를 하던 고등학교 동창 신영수의 자취방으로 퇴근해서 게임을 하고 놀면서 숙식을 하고 있었다.

신영수가 노승일에게 말을 했다.

신영수: '야, 승일아 너 이번에 들어간 회사 연봉 얼마 받냐?'

노승일: '나? 1,800'

신영수: '에휴, 야, 승일아, 네가 하는 웹프로그램인가 뭔가는 금형기술에 비하면 기술도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연봉 받지. 그러니까 폴리텍 가자고 할 때 폴리텍을 가지.', '그런 건 내가 배우면 10개월 정도면 승일이 너보다 잘 하겠는데?'

노승일: '아으.. 야, 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말고 게임이나 쳐하세요.'

신영수: '내가 연봉이 얼만지 알아? 내가 들어온 지 3년 만에 연봉 2,500이야. 거기에 초과근로비, 휴일 특근비 합치면 3천 가까이는 될 껄?', '내 여동생 알지? 영순이. 이번에 강원도 중소제약사 들어가서 초임연봉 2,800 받고 아파트 기숙사로 제공받는데. 쯧쯧쯧'

노승일: '알았으니까 니 혼자 많이 해라.'

신영수: '너, 나한테 금형 일 배울 생각 없냐? ', '야, 화낙CNC라고 아냐? 화낙CNC!', ' 그거 되게 어려운 건데. 아무나 안 가르쳐주거든. 근데 내가 그거 배웠거든.'

노승일: '아.. 진짜... 야, 너 미쳤냐? 미쳤어? 너까지도 개소리를 하고 앉았네. 개소리 그만하고... 너나 많이 해. 나는 관심 없으니까.'

노승일: ('x발 이제는 이런 새끼한테까지 천대를 받네.')

이제는 친구까지 속을 긁고 있다. 그러나 노승일이 반박할 수 있는 논리는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신영수는 연봉에 초과근로수당, 특근수당까지 받아서 3년 만에 5천만원을 모아 부모님에게 3천만원을 빌리고 나머지는 대출을 받아 1억2천짜리 24평 아파트를 마련하였기 때문에 노승일이 뭐라고 할 입장이 되지 못했다.

노승일은 중국산 제품에 밀리며 버텨보다 1996년에 사업을 접으신 아버지의 사업을 가끔 생각하는데, 이때도 생각이 났다.

이미 대한민국 산업은 1992년 8월 중국과 수교를 하면서 1994년도부터는 본격적으로 액자, 거울, 복조리 등 가내수공업에서 플라스틱 성형품, 식기 등등까지 고만고만한 일반제조업들은 모조리 박살나고 있었다.

노승일은 아버지처럼 중국산 제품들과 경쟁하고 싶지 않았고, 일반 제조업은 미래가 없었다고 생각하였다.

부모가 한 실수를 자식이 똑같이 할 수는 없잖은가?


그런데 위와 같은 이벤트들이 발생한다면 프로그래머들은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비상상황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해당 직업 자체가 '보세 싸구려'로 경시를 받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직장 내에서 이런 소리를 듣는다면 정중하게 바로 사표를 쓰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다른 프로그래머들이 이런 소리를 들면서 인내하는 것을 수십 번 보았지만, 결과적으로 더 심해지기에 자기 급여와 대우를 온전하게 보전한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노승일도 그 중 하나였다.

물이 돈을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닌데 돈만 들고 공간만 차지한다고 떠들어대는데, 물이 필요없는 자에게는 물을 끊어야지 별 수 있는가?

특히 행정조직과 제조업 총무 쪽에서는 전산보다 상위기관으로 배치된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전산팀을 직속기관으로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전산팀 프로그래머들을 자기네 노예 정도로 알고 즉흥적 프로그램 개발 요구 뿐 아니라 PC 119, 심지어 외부작업 동원시키는 사례가 많았고 지금도 그렇다.

서버H/W회사, 제조업체 뿐 아니라 병원도 마찬가지이고, 대중들은 ERP를 그림판 그리듯이 화면을 그리고, 프로그램에서 직관적으로 연결하면 되는 줄 안다.

그렇기에 이들은 적정 금액을 지불하고 싶지 않아하고 S/W회사와 개발자들을 사기꾼이라고 욕한다.

그들은 개발자가 18시 30분 퇴근을 하면 '최대한 빨리 오픈해야 하는데 일찍 퇴근을 해?'라며 속으로 화가 치민다.

개발자 앞에서 겉으로는 웃고 정중하게 인사하지만, 속으로는 '이번 사업이 끝나기만 해봐라. 넌, 곧 백수가 될거야.'라고 칼을 갈고 있다.

같은 조직 내에서도 개인적으로 프로그램에 바랬던 기능이 없으면 '월급받고 이런 기능도 안 만들었냐'고 호통을 치는 것을 넘어서 '행정팀, 총무부들은 이런식으로 허술하게 일 안한다.'며 인격을 바닥까지 떨어뜨린다.

조직 내에서 말이 많아지면서 딸려들어오는 보너스는 소명과 연봉 동결이고, 결과적으로 자발적 사직서 제출로 끝나게 된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프로그래머들은 즉시 골칫덩어리가 된다. 심지어 전문S/W개발업체에서도 그렇다.

사업을 할 때에는 '우리는 같은 배를 탔다! 조금 더 힘내자, 도착하면 공평하게 나눠주겠다!'며 휴일 야간에도 일을 독려한다.

위에 계신 사장님, 사모님, 이사님, 상무님, 부장님, 팀장님이 개발 좀 잘하는 개발자에게 정말로 나눠줄까? 그렇게 생각해?

제품 생산이 완료될 때 즈음이면 회사는 일 잘 못하는데 비싸다고 생각했던 놈, 말 안들었던 놈, 고개가 뻣뻣했던 놈, 개인적으로 싫었던 놈 등을 살생부에 빼곡히 적는다.

회사 내에서는 남아도는 프로그래머들을 어떻게 신속하게 내쫓을 지, 후임 프로그래머는 얼마나 '저렴한 놈'이면 될 지 대책회의를 연다.

일 잘하고 비싼 놈이 제일 1순위로 퇴출된다.

어차피 유지보수/운영에는 일 잘하는 놈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개발이 끝나고 쉽지 않은 시스템인데다 납품처로부터 커스터마이징, 개선요구가 들어오면 뻔뻔스럽게 전화를 해서 '네가 개발했으니 네가 책임져야지'라며 떠들어대고,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반협박을 한다.

그렇기에 프로그래머는 평생 메뚜기처럼 직장을 옮겨야 하고, 결국엔 자기 시스템 사업을 벌리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프로그래머들은 경시당하지 않기 위하여 어떻게 처신해야 할 지, 경시당한다면 어떻게 타계할 지 고민을 하고 정치스킬을 익히기 바란다.


[개발자들의 처우가 어떻게 개선되었는가?]

개발자들이 걸핏하면 집요하게 항의하여 시끄럽게 만들고, 중도 퇴직, 경쟁사 취업으로 권익을 쟁취하였기 때문이지, 조직이 스스로 반성하고 개발자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 아니니까 착각은 위험하다.

조직은 윤리와 도덕을 모른다.

조직은 정도조차 모르는 폭주시스템 기관차와 같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 노승일은 동등한 대우 이상을 요구하고 자기의 룰을 조직에 강요해 폭주시스템에 강하게 제동을 걸어야만 한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내가 나가서 잡음을 제거할테니 깨끗한 당신들끼리 잘 해보시라.'며 하루 빨리 사직서를 내고 빠져나와 시간적 손실을 줄여야 한다.

노승일이 입을 다물고 인내한 것이 오히려 상황악화 뿐 아니라 인식악화까지 만들고 만 것이다.

위와 같이 노승일의 어리석은 처신 하나로, 개발자라는 존재 자체가 '저렴하고 아무렇게나 써먹을 수 있는' 흔한 국받침용 신문지 정도로 인식이 전염될 것이다.

'우리 회사에 개발자 하나 뽑았는데, 월급이 130인데, 쓸만해~'

'싼 프로그래머들로 써도 개발도 잘하고 전화도 잘 받고 다른 업무도 잘 하는데, 전문 개발프리랜서나 전문 S/W개발기업들 따위가 왜 필요해? 순 도둑놈들이지. 분명히 업체들이 이익 80% 이상 남길 거라니까?'

'그래? 우리도 이번에 ERP 하나 구축하는데 1년에 3억 달라는 전문 S/W개발기업에 발주내지 말고, 130에 하나 뽑아서 3개월 만에 만들면 되겠구만~'

반면 서버H/W에 대해서는 대중들의 환상이 어마어마했다. 죄다 시스코 장비 자격증 따겠다고 난리들이고, 콘솔에 접속해서 뭘 하기만 해도 누구든지 '우와~'라고 하였다.

당시 '저 분들은 원래 그 정도는 받으셔야 되는 분들이야'의 주인공은 서버 업체 쪽이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어떤 분 댓글대로 노승인을 일을 하는 동안 며칠에 한 번씩은 물 없이 고구마를 몇 개씩 먹고 있었다.

노승일은 여기서 동양권에서의 프로그래머라는 인적 자원의 가치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노승일: '학력이 낮아서인가? 프로그래머라서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결론은 자기를 '자유주의자'라고 소개하며 '시장주의'의 가면을 쓰고 다니는 공산독재전체주의자들은 인재의 지식과 기술, 노동력은 저렴하게 써야지, 비싸게 주고 쓰면 부조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내가 벌어야 너도 월급 가져갈 면목이 있지.'는 주장이다.

제조업은 생산라인에 맞추어 출하될 물건을 생산하므로 매출액이 즉시 계산되기에 그 인건비가 계산 가능하다.

영업인력들은 직접 돈이 되는 주문을 가져온다.

총무팀, 경영지원실 등 행정팀은 정치에 능한데다 총괄업무를 맡기에 일정관리, 업무관리, 노무관리, 실적관리, 재고관리 등 회사의 심장과 혈관과 해당되는데다, 자금관리는 회사의 혈액에 해당될 '돈'이 들어가 있다. 사장들은 행정팀이 무너지면 회사가 무너진다 생각하기에 무조건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S/W는? '없으면 불편하니까 ERP를 개발하긴 하는데, 개발해봐야 돈도 안되는 거. 에이씨! 돈도 못 벌어오고 돈 되는 시스템도 못 만들면서 돈이나 많이 달라는 밥버러지같은 프로그래머들!'

컴퓨터 프로그램은 돈벌이와 직접 관련이 없기에 S/W개발자들이 수난을 당하는 것이다.


[문득 떠오르는 (주)WINB** 박병후 팀장]

나는 이 부분을 작성하면서 앞서 설명한 (주)WINB** 박병후 팀장이 떠올랐다.

(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7 블랙기업 프리랜서 2탄 - 야만적인 민속문화 첫 번째)

일본인 전자 엔지니어가 온 당일, 나는 박병후 팀장에게 뭔가를 컨펌받고 빨리 진행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박병후 팀장은 일본인 전자 엔지니어와 30분이 넘게 붙어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겨우 일이 끝나고, 두 사람이 오와리!(おわり!)라고 외치자 마자 다급해진 노승일은 '끝났어요? 그럼 이것 좀 빨리 봐주세요!'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박병후 팀장은 '하하~, 아는 일본어 단어 하나 나왔나보네.'라며 경시적으로 반응하였다.

박병후 팀장이 약정한 돈 300만원을 노승일에게 주기 싫었던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노승일은 이때 박병후 팀장이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아직 런칭이 안 된 서버에 올린 소스를 다운 받고 60%를 얼토 당토 않게 수정하고 일부 삭제해버린 후, 박병후 팀장에게 '아직 미완료 공정이 60%가 남았는데, 금액과 기간을 적어넣어 근로계약서를 써야 나머지 60%를 진행하겠다'라고 반협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냉정하지 못한 노승일의 잘못인 것이다.


12월 중순 몹시 추운 탈이었다.

정대은 팀장이 노승일에게 함께 토요일날 회사에 나와서 일 좀 하고 놀자는 것이다.

정대은: '노승일씨, 토요일날 나올래요? 나하고 회사에서 게임이나 하고 영화나 봅시다.'

노승일: '토요일날요? 아휴~ 거리 멀어서 안돼요. 집에서 여기까지 2시간 거리인데, 토요일은 더 늦을 거예요.'

정대은: '집에 있어봐야 할 일도 없잖아요. 같이 나와서 놀다 갑시다.'

노승일: '아음.. 그럴...까요?'

정대은: '나도 이번 주 토요일에 나올 거니까, 노승일씨도 나와요.'

그래서 노승일은 그 주 토요일날 출근하였다. 아침 11시 즈음에 도착했는데, 회사 내에서는 양주냄새가 온통 진동을 하는 걸 보니 인근 룸에 가셔서 또 술을 드신 것 같다.

사장님은 이사님 자리에서 코트를 뒤집어쓰고 주무시고 계셨고, 사장님 친구라는 분은 사장실에서 코트를 뒤집어쓰고 주무시고 계셨다.

사장: '노승일사원? 오늘 토요일인데 왜 나왔어?'

노승일: '???'


다음 월요일 노승일은 정대은 팀장에게 말을 건냈다.

노승일: '정대은 팀장님? 토요일날 나오자면서 왜 안 나오셨어요?'

정대은: '아, 그건 제가 집에 일도 있고 해서요.', '노승일씨, 일 좀 하고 들어갔어요? 잘했어요.'

정대은 팀장은 나름 토요일 시간도 업무에 활용해서 뭘 좀 해보겠다고 했던 것 같다.

이걸 받아주면 그 다음에는 의무적으로 나와야 한다. 딱 잘라서 무시하고, 하라고 다그치면 '당신이나 하라'고 깔봐야 한다.


그런데 12월 말 어느날 정대은 팀장이 노승일에게 말을 했다.

정대은: '노승일씨? 혹시 Java에서 CPU 사용량 알 수 있는 방법 없어요? 아니면 C에서라도요,.'

노승일: 'Java 1.4에서는 없는데요.'

(이후 Java가 버전업을 거듭하면서 CPU 관련 메소드가 추가되어 방법이 나오게 된다.)

정대은: '아... CPU 사용량을 측정해야 하는데...'

노승일: '많이 급하신가요?'

정대은: '아니... 급하진 않은데요...'

노승일: 'C 관련 시스템 라이브러리도 있지 않나요? 그거 이용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정대은: '제가 분야가 달라서 이쪽은 안 다뤄봐서요.'

노승일: '그럼... 인터넷에서 top나 mpstat 관련 소스를 다운받아서 분석을... 좀 하시는 게... 어떠하실... 지...?'

정대은: '아음... 오래 걸리겠죠?'

노승일: '후움... 어떻게 한다...', '아니면 급한대로 top 호출해서 결과 잘라내는 방법은 없을까요?'

정대은: '아음... 생각을 해봐야 되겠네요.'

딱히 방법이 없었다.

이래서는 클러스터러 문제 해결도, 모니터링 툴 개발도 진행이 안 되는데...


앞서서 나는 한서테크(주) 경영지원실 직원이 퇴직하였다고 기술하였는데,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후 경영지원실은 계속 공석음을 알 것이다.

이것도 기업의 상태를 설명할 수 있는 중대한 실마리다.

기업이라는 봉건조직이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경영상황이 매우 악화되어 더 이상 정상화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이미 11월 말에 내가 오기 전인 9월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회사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마 이때 당시 영업이 안되는 것은 아닌데, 구매자들이 서버 원가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원가대비 딱 5~10%의 마진만 여유를 주고 납품가를 정해 납품을 요구한 것으로 생각된다.

박과장: 'CPOOOO을 2,200에 달라는데요.'

사장: '뭐? CPOOOO을 2,200에? 우리가 2,000에 가져오는데?', '팔지마.'

얼토당토 않은 주문을 잘라내다 보니 팔 게 없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소비자는 상대의 사정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한서테크(주)는 유통경쟁에서 밀려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당시에 노승일은 정대은 팀장과 이런 얘기를 한 것으로 기억된다.

노승일: '서버기계가 충분한 마진에 안 팔리나보죠?'

정대은: '그래서 서버 클러스터러를 개발해서 납품하겠다는 거죠.'

노승일: '아... 클러스터러 S/W를 탑재해서 가격을 지키겠다?'

정대은: '그렇죠.'

그런데 한서테크(주) 뿐 아니라, 서버 및 장비회사들이 떨어지는 서버기기 가격을 방어하기 위하여 S/W탑재에 시도하였으나 대부분 실패하였다.

그런데 HP나 IBM은 별 타격이 없는 것 같은데(아니 오히려 수익이 증대되었는지도.), 썬 나노시스템즈만 유독 어려워지고 있었다.

Java가 흥행했는데도 궁합이 맞는다는 썬 서버와 OS를 소비자들이 절대 안 사가고 HP나 IBM서버를 선택하는 기이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노승일은 한서테크(주)에 있으면서 건진 것은 썬 서버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알게 된 것 같다.

오라클은 2009년 4월에 썬 나노시스템즈를 인수하였고, 2017년에는 사실상 Java만 남기고 전부 내다버렸다.


그러니까, 문제를 타개하기 위하여 영업직원들이 알아보자 H/W보다 S/W가 급하니, S/W를 H/W에 장착해서 판매하면 기존 납품가를 보장해 주겠다는 말을 듣고서 클러스터러 S/W를 1.5~2억에 구매하여 납품하려 했던 것이다.

유통을 하던 회사이니 유통의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클러스터러 S/W에 결함이 있고, 커맨드라인 방식이다보니 XG 측에서 결함 해결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대은 팀장은 GUI로 상품화해서 팔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서테크(주)는 앞서 말한 [영업,기획 기업들이 먹고사는 방법]처럼 되어가고 있었다.

(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10 블랙기업 프리랜서 3탄 - 야만적인 민속문화 두 번째 2/2 - [영업,기획 기업들이 먹고사는 방법])

내가 보기엔 이것은 XG에게 한서테크(주)가 낚인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XG는 컬러링 서버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클러스터러와 로드밸런서는 XG에서 퍼서버 방식으로 패키지당 몇 천만원씩 지불을 하고 구매해야 하는 것인데, 그걸 하기 싫으니 한서테크(주)에게 떠넘긴 것이다.

그리고 한서테크(주)는 클러스터러 개발이 뭔지도 모르고, 서버H/W보다 수준이 떨어져보이니까 자기네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와! 그거랑 같이 납품하면 서버 괜찮은 가격에 사주실 거죠?'라며 덥석 문 것이다.


노승일은 서버H/W 분야가 S/W분야보다 한 단계 더 수준높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에, 서버H/W회사에 들어가면 신박한 개발방법론이 있고, S/W도 더 과학적이고 규모있게 개발할 줄 알았다.

노승일의 완벽한 몽상이자 착각이다.

서버H/W회사는 단지 유통사에 가까웠기에, 노승일의 머릿속에는 서버H/W 회사에 대한 환상이 전부 깨져가고 있었다.


제일 중요한 문제는 12월 말까지도 CD에 담긴 클러스터러 S/W를 사장님이 주지 않고 있으니, 설치를 못해보고 있다.

노승일: '일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사장이 비싸게 주고 라이선스까지 이전받아온 것인 만큼, 외부 유출을 두려워하여 신주단지 모시듯이 모시고 절대 안주고 있었던 것이다.

노승일: '아니, 소스를 설치를 해봐야 신호를 확인하든 프로토콜을 비교하든 하지...'


그러던 중 12월 31일에 11월 급여가 들어왔다.


<첫 급여가 들어왔다. 121만원>

처음에 회사에서 인보증을 요구했는데 보증보험이 안되자, 보증 문제로 한 달씩 늦게주는 '깔아두기'를 하고 준 것으로 생각된다.

이걸로 블랙기업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시엔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랬다.

평일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당 40시간에 120만원이면 월 209시간, 시급 5,741원이니까, 이후에 나올 블랙기업 중간보스와 블랙기업 최종보스에 비하면 크게 나쁜 것은 아닌 셈이다.

시급제로 계산해보니 그냥 평범한 기업이다.

당시에 대기업에 사내하청 파견나가도 이 시급 못 받는다. 주당 120~140시간씩 일하고 월 320만원 받아봐야 골병만 들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이 회사는 아직은 블랙기업은 아니다.

궤변처럼 보이지만 충분히 시급까지 따져보았으므로 이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한서테크(주)는 당시 프로그래머 평균 시급을 고려하여 따지면 급여가 적은 회사는 아니다.


- 다음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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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8

  • 돈까스
    2k
    2019-11-15 14:37:45

    이게 중간보스도 안된다고요?


    2
  • bluewas88
    269
    2019-11-15 15:48:27

    저도 저 당시 개발일은 밤샘에 야근에 늘 했지만 전화응대나 서버관리는 안했는데 ㅠ.ㅠ

    1
  • 귀찮은곰
    147
    2019-11-15 15:59:01

    이게 중간보스도 안된다니? ㄷㄷㄷ

    노승일씨 참 험난하네요 

    다음편이 벌써 기다려지네요

    1
  • Rayor
    99
    2019-11-15 16:48:00 작성 2019-11-15 16:48:06 수정됨

    설마 이거 실화기반은 아니죠? ㄷㄷ..

    중간보스라니

    1
  • 칼레신
    14
    2019-11-15 18:01:35

    노승일 씨가 한 방 먹일 날이 올까요?

    1
  • birewall
    175
    2019-11-16 12:04:49

    이번화는 보기가 너무 힘겹네요..

    2
  • linuxer
    1k
    2019-11-17 02:11:26

    다음편! 다음편이요! ㅎ

    재미있지만

    우리나라  인간들. 습성에 화가나네요. 

    2
  • 방가방가2
    1k
    2019-11-17 20:39:03

    치가 떨립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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