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tas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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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1 15:10:46 작성 2019-11-12 01:18:50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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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9 블랙기업 프리랜서 3탄 - 야만적인 민속문화 두 번째 1/2


앞서 기술하였듯이 노승일은 2003년 7, 8, 9월 (주)애드물결 인터렉티브 알바를 하면서 2개월 넘게 JSP, Java AWT/Swing 일자리를 구하고 있었다.

2003년 7월 당시, Java개발자 구인게시물만 놓고 보면, 전문SI 10%, 보도방 55%, 자체서비스15%, 솔루션 20% 정도의 업종 비율이 검색되었고,

java 경력 3년 경력 이상, SI와 보도방 제외하는 1차 필터링 후, 일자리가 매일 십여 건 정도는 꾸준히 검색되었다.

그러나 1차 필터링 검색결과 십여 건 중 70%는 누가 봐도 업종,출퇴근 거리,학력에 상관없이 평일 23시 30분 막차타임에 토요일 17:00시까지 사람 인생 갈아먹는 블랙기업 티를 진하게 풍기고 있었다.

'건실한 당사와 함께 발전해 나갈 열정적이고 패기 넘치는 젊은 인재를 모집합니다.'라는 진부한 채용문구가 대부분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기성세대들이 열정과 패기를 구실로 세상물정 모르는 20대들을 꼬드겨서, 만성적인 주당 80~100시간의 근무와 고압적 업무환경, 퇴직 시도시 협박이나 위협, 심지어 공갈까지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노승일은 그 채용문구가 너무 거북스러워서 그런 업체는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피해다녔다. 회사는 사실 빈 껍데기에 불과하고, 뭘 만들어서 대기업에 판매하는지 쌈마이 인건비로 사장 혼자 돈 벌면서 버티고, 직원들은 프로그램을 개발을 하는지 3박4일 잠 안자는 고문을 당하는지 새까맣게 타서 숯덩이가 돼버리는 땔감 소모 기업이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블랙기업 냄새가 농후한 업체를 제외하는 2차 필터링을 추가해야만 하였다.

노승일은 이미 과거 경험을 통하여 장시간 무수면의 극심한 고통에 트라우마를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2차 필터링까지 완료하여 30%의 구인업체 2 ~ 4곳이 남았는데,

정규직의 경우, 50% 정도가 기업 측에서 요구하는 학력이 낮은 대신 월급이 130만~180만원 수준이었고, 40% 정도가 월급은 180만~200만원으로 준수하지만 노승일의 학력문제로 입사지원 불가, 10%가 지역(거리)문제 포기, 나머지 5%는 경력요건 등의 문제로 포기하게 되었기에,

또 학력으로 3차 필터링을 이행하여 입사서류가 통과 가능한 0~2개의 기업 중에서 골라야만 하였다.

그리고 모든 기업들은 '경력은 3년 이상 + 시스템 책임개발 + 회사내 전 개발자 Java 및 웹교육 전반을 통한 중급인재양성'을 공통적으로 요구하였다.

닷컴버블은 꺼졌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JSP로 개발된 시스템을 꾸미거나, 대기업으로부터는 대부분 JSP개발자 수요였기에 JSP개발자를 양성해서 대량으로 파견보내 한 몫 잡으려고 안달이 나 있었다.

그러나 투자를 할 생각들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사람은 많으니까, 눈 먼 떡붕어 한 놈만 걸려라!'는 식으로 벼르고 있었다.

S/W개발 정규직은 위에서 보듯이 월급이 터무니 없이 적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승일 입장에서는 일자리가 전부 그림의 떡이었고, 이력서 한 번도 못 넣고 일주일이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노승일: '여기는 양재라 패스, 여기는 경기도라 패스, 여기는 내 학력이 안되니까 패스, 여기는 일하면서 웹 개발자들 전부에게 JSP를 가르치라고? 그게 가능한가? 패스.'

노승일: '아니! 회사가 엄청나게 많은데 내가 갈 데는 없단 말인가!! 아~ 정말 갈 데 없다~ 갈 데 없어~'

이렇게 되니, 문득 2002년 12월 말에 퇴직할 때 '갈 데 없으면 다시 오라.'는 WHAT'SCOM(주)의 은행원 출신 김사장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노승일: '아 X발, 재수없게 월급 66만원짜리 회사가 왜 떠오르는거야.', '아~ 진짜 짜증나네...', '하아... 그런데 이렇게 되면 WHAT'SCOM(주) 김사장이 옳게 돼버리는 건데...'

노승일은 자신이 알고 있는 비전과 현실이 전혀 다른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되었고 초조해지기 시작하였다.

3개월 내내 일자리 검색만 하다가, 결국 추석을 앞두고 극적으로 일자리를 하나 얻었다.

'발산역, 홈네트워킹 컨트롤 Java JSP개발자 모집. 2003년 9월 15일 출근. 1개월 300만원.'

노승일: '발산역이면 강서지역이니 집에서 가깝고, 학력도 맞고...', '이거라도 하자. 시간만 죽일 수는 없다. 입사지원 요청!'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추석 끝나고 2003년 9월 15일 월요일 발산역 3번출구 쪽으로 100여미터 정도 올라오면 우리은행 오기 전에 빌딩이 있는데 그 곳 3층?이라고 한다.


[노승일의 착각과 현실]

노승일은 이력서를 넣고 '제발 되어라~ 되어라~' 빌고 있었는데, 단지 기우에 불과했다.

(주)WINB**기업은 투자설명회 전 데모데이 1개월을 앞두고 있었는데, 자체적으로 해결을 못 하는 형편이었기에 JSP, Java Swing프로그래머가 절실히 필요했던 터였다.

기간이 1개월에 불과했기에 다른 프리랜서들 입장에서는 '1개월? 뭐 이딴 장난같은 일거리가 다 있어?'라고 무시했을 것이다.

당시 비SI 기준으로 중소기업들이 경력 5년 정도의 정규직 중급 개발자에게 제공하는 금액은 고작 월 200~220만원, SI보도방이 중급 개발자에게 지급하는 금액은 300~340만원, SI EJB프로젝트 파견은 등급에 상관없이(라고 하지만 중고급) 네고(협상)이었다.

그러니 대기업도 아닌 소기업이 입사자격을 최대한 낮추고 300만원을 인건비로 걸었을 것이다.

알바도 못 되는 1개월짜리 초단기 일에 노승일은 '제발 절 선택해 주십쇼.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빌고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노승일에게도 선택권은 없었다. 가방끈 짧은 노승일이 2003년 S/W업계판에서 찬 밥 더운 밥 가리다간 또 몇 개월 일을 못 구할지 모른다.


[발산역에 도착해서]

인천 마을버스 -> 부평역 -> 신도림역 -> 까치산역 -> 발산역. 총 1시간 30분의 아까운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노승일: '아.. 거리 가깝다고 좋은 게 아니네. 버스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잖아...'


발산역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지상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WHAT'SCOM 재직 시절, 종합세트 사기꾼 이동설과 많이 와봤던 곳이다.

종합세트 사기꾼 이동설은 2002년 당시 용산 우체국 인근의 직장 (주)WHAT'SCOM에서 발산역까지 카니발 자차로 운전해 와서 주차해 놓고, 발산역 7번 출구 건물의 8층 ZEST라는 바(현재 HAVANA로 바뀜)로 뻔질나게 드나들며 25만원이 넘는 발렌타인 18년산 또는 40만원이 넘는 로얄살루트를 키핑해가며 마시고, 바텐더 알바녀들에게는 8천원짜리 병맥주를 사주며 집요하게 추파를 던졌는데, 사실 알바녀들은 양주를 한 병이라도 더 팔려고 양주 한 잔 달라고 요구하였으나, 이동설은 양주는 여자에게 독하니까 맥주를 마시라고 하였다.

아마 이동설은 '네가 내 여자친구가 되면 병 째로 사줄게'라는 검은 눈빛으로 묵언의 압박적 요구를 함께 던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동설은 그렇게 놀다가 새벽 2시 즈음이 되면 2만5천원을 주고 대리기사를 불러서 김포시 풍무동 자택으로 돌아가곤 하였다.

노승일은 이동설이 영업활동 한답시고 회사에 둘러대 데리고 나오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발산역까지 따라와서, 옆에서 양주 한 잔 받아놓고 들러리로 우두커니 앉아서 콜라와 우유나 마시면서 이동설이 노는 걸 구경이나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민망하고 아픈 기억이다.

'나에게는 자아라는 것이 있었나?'

마음에 안 들어도 참고, 마찰은 무조건 피하고, 숨 죽이고 복종하며 모든 것을 양보하는 것을 예절과 도덕으로 착각하고 살아온 노승일은 인성에 있어서는 독재전체주의 노예 땔감에 불과한 완전히 잘못 교육받은 '인간실패작'이었다.

'왜 나는 기회가 있어도 주인공이 되지 않았는가?', '왜 나는 야망이 있음에도 야망을 펼치지 못하였는가?', '왜 나는 스스로 아무 이득도 없는 노예로 자처하여 살아왔는가.' 이런 생각이 이제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떠오른다.

차라리 '영업하러 가는 게 아니예요? 그럼 나 내릴래요. 차 세워줘요.' 또는 '이동설씨, 잘 놀다 와요. 나는 내 개인 생활이 있어서 그만 가볼테니까.'라고 내 독자적인 행동을 실천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까운 시간을 나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런 기억이 있던 발산역 3번 출구 방향으로 100m정도 올라가자 건물들이 여럿 보였는데, 건물 맞은 도로 건너편은 매우 넓은 노지 밭과 비닐하우스(현재 마곡지구인 듯)가 있었다.

도착해서 (주)WINB** 박병후 팀장과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박병후 팀장은 본인이 국내 유수의 워드프로세서 기업의 수입 패키지S/W 자회사 연구원 출신이라고 소개하였다.

(주)WINB** 박병후 팀장은 노승일보다 나이가 한두 살? 많았는데 20대임에도 기혼자였고, 국내 유수 워드프로세서 회사 기업 직원들과 자주 연락을 하였고, 실제로도 그 회사 연구원 출신이 맞았기에 노승일은 안심하고 일할 수 있었다.


[도급계약서의 문제]

도착하고 나서 오후 시간대였나? 이틀 정도 지났나? 날짜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박병후 팀장이 계약서를 쓰자고 계약서를 노승일에게 내밀었는데,

타이틀이 한자어로 적혀 있었고, 일부는 일본어로 작성되어 있었다.

노승일은 익숙한 그 한자어를 보자 마자 용역계약서아니면 도급계약서라는 걸 대번에 알아차렸다. 확실한 건 근로계약서는 아니었다.

노승일은 부담감을 느끼며 말을 꺼냈다.

노승일: '이거 도급계약서 아니예요?', '한 달 짜리에 무슨 도급 계약서를 써요?', '기간도 고작 1개월인데 이거 잘못되면 제가 책임져야 되는 거네요?', '저 이 계약서 못 씁니다.'

박병후: '훔... 어떻게 하지.'

노승일: '어차피 1개월 짜리인데요..'

박병후: '이거 원래 작성해야 하는 건데...', '대신 나중에 (돈 더 달라고) 딴소리 하실까봐 그러죠.'

노승일: '난 그런 사람 아닙니다.'

박병후: '훔... 좋습니다. 그럼 그냥 계약서 작성하지 말고 진행하세요.'


그리고는 일을 개시하기 전에 현황을 듣는데, 일단 손을 갖다대면 센서가 인식하여 백열전등이 켜지고, 다시 또 손을 갖다 대면 백열전등이 꺼지는 가로세로 30Cm*30Cm 정도 되는 상당히 큰 기판장치는 개발이 완료되어 있었다.

박병후: '일단, 기판장치를 제어하는 컨트롤 프로그램은 이미 다른 사람이 Java Swing으로 만들었습니다.'

노승일: '네, 그럼 전 뭘 하면 되죠?'

박병후: 'Java Swing으로 개발된 제어 프로그램을 JSP 홈페이지에 연동해야 하는데, 홈페이지가 아직 안 돼 있어요.'

노승일: '아, 홈페이지 기본 윤곽이랑 컨트롤 프로그램만 되어 있고, 나머지는 제가 다 하면 되는군요?'

박병후: '그렇죠.'

노승일: '그럼 이전 프로그래머가 웹까지 마저 다 하면 될텐데요, 왜 제가??'

박병후: '그 친구가 다른 일이 있다고 해서 더 이상은 진행하기 어렵다고 해서요.'

노승일: '아 그런가요?'

박병후: '일단 게시판이랑, 일본어,한글 처리, 관리자 아이디/패스워드 처리, Java Swing으로 개발된 제어 프로그램이 웹페이지에 심어지도록 좀 해주세요.'

노승일: '그럼 DB는요? 규모 있게 사용하실 건가요?'

박병후: '그냥 투자자들 상대로 데모할 거예요.'

노승일: '그럼 간단한 관리자 페이지인데 그냥 MySQL로 사용하시면 되겠네요.'

박병후: '그렇게 해주세요.', '단, 일본어 입출력은 문제 없이 되는거죠?'

노승일: '예, 됩니다. 제가 해봤습니다.'

박병후: '훔.. 잘 돼야 할텐데...'


박병후: '작업은... 노트북 가져오셨나요? 노트북이 좋아보이네요.'

노승일: '아, 이거요? 컴팩 프리자리오인데, 동생 거예요. 제가 빌려쓰고 있죠.'

박병후: '아, 본인 노트북이 아니예요?'

노승일: '네, 제가 돈이 없어서요. 하하...'

박병후: '그걸로 작업하시고 FTP로 올려주시면 되겠네요.'

노승일: '네에.'


2003년 당시 내 모습은 6~7년은 족히 입은 헐거운 면티에 면바지 아니면 청바지, 끈 매듭 부위가 일부 떨어진 백팩 가방 차림이라 누가 보기에도 없어보였고, 패션만 따지고 보면 1990년대 초반 사람이었다.

노승일은 그 곳에서 일하면서 박병후 팀장을 따라다니며 맛집을 많이 다니며 좋은 대접을 받았다.

어느 날은 박병후 팀장이 연예인들이 자주 다녀간다는 붕어찜 전문점에 두어 번 노승일을 데려가서 붕어찜을 사줬는데, 처음에 나왔을 때 양도 푸짐하고 냄새도 안 나고 맛은 있었는데, 겉 살을 발라먹고 나면 가시만 너무 많아서 별로 먹을 게 없었다.

하루는 박병후 팀장이 낚지 덮밥이 맛있다고 데려가서 저녁으로 낙지 덮밥을 사주었는데, 고추장에서 독특한 신선함이 전해졌는데 너무 매워서 땀을 뻘뻘 흘리며 먹었다.

노승일은 그때 생전 처음으로 붕어찜과 낙지요리라는 걸 먹어보았다.


어느 날, Java Swing으로 개발된 제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프로그래머가 와서 박병후 팀장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박병후 팀장이 돈을 입금시켜준다는 얘기를 듣고는 목동? 문래? 어디로 프로젝트하러 간다고 말하고 돌아갔다.


일의 양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고, 기술적인 문제는 두어 가지 정도가 있었는데, 이미 다음 날 출근 전에 집에서 별도로 테스트까지 다 해보고 테스트까지 완료한 걸 일터에 가져와서 했기에 3주 정도 만에 웹페이지의 상당한 부분이 완료가 되었고 마무리와 테스트만 남겨두고 있었다.


어느날 박병후 팀장이 중간점검을 하였다.

박병후: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노승일: '관리자 아이디/패스워드 처리, Java Swing 제어프로그램 홈페이지에 넣는 건 완료했구요. 공지사항(お知らせ) 게시판 개발 중입니다.'

박병후: '노승일씨, 혹시 홈페이지 전체를 Java Swing으로 꾸미는 건 어떤가요? 더 좋아보이는데요.'

노승일: '그렇게도 한다면 하겠지만 작업이 커지고 기간도 많이 늘어날텐데요', '브라우저에 올라간 Java Swing을 다운받아 실행하려면 용량이 좀 되는데, 지금 제어 컨트롤 프로그램도 상당히 무겁잖아요.', 'Java Swing은 디자인 문제도 있구요.', '브라우저에서 실행하는 건 JSP가 가장 적합하고 지금 과업에는 Java Swing이 할 수 있는 건 JSP도 다 할 수 있어요.'

박병후: '아.. 디자인 문제.. 그러네요.', '그럼 그냥 JSP로 하세요.'

노승일: '그런데, Java Swing 제어프로그램이 기계에 연결이 된 건가요? 창문, 커튼, 전등 버튼 눌러도 '커튼 열렸습니다.', '불 켜졌습니다.' 이러고 말지, 별 작동을 안 하네요.'

박병후: '어차피 그건 데모니까 나중에 알아서 할 거니까 놔두세요.'

노승일: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네, 데모면 무선이든 시리얼이든 붙어서 작동돼야 할텐데? 일본 쪽에서 알아서 한다는 건가? 시연을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네~'


노승일은 사실 제어프로그램이 연동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의심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오전, 박병후 팀장이 일본에 있는 (주)WINB** 본사와 인터넷 전화로 통화를 한 후, 한국인 대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번역업무 알바비용 이야기가 들리자, 통화를 들은 노승일이 박병후 팀장에게 물었다.

노승일: '일본 회사인데 한국인에게 알바를 시키나요?'

박병후: '회사는 일본에 있지만 한국인들에게 알바 시키는 게 가장 싸게 먹히죠.', '일본에서 이런 알바 12일? 보름? 정도 시키려면 8만엔(922,400원)? 12만엔(1,383,600원)? 그 정도는 줘야 돼요.', 반면 '한국에서는 알바비가 저렴해서 그 정도 기간에 3만엔(345,900원)이면 되죠. 후후후...'

(엔화 환율: 1,153원. 2003년 9월 22일 기준)

박병후: '일본인들에게 일 시키려면 인건비 감당 못해요.'

노승일: (일본 본사에는 직원 두어 명이 전부인가보군)


노승일은 문득 회사의 규모가 궁금했다.


노승일: '그런데 일본 회사에도 일본인 직원들이 있나요?'

박병후: '많이는 없고 몇 명 있죠. 그냥 작은 회사예요.'

노승일: '그럼 사장님은?'

박병후: '사장님은 자본을 대시고, 저는 기술을 담당하고...', '한국인이 사장이예요. 한국인 소유 일본 회사예요.'

노승일: '박병후 팀장님이 기술 담당하시고요?', '사장님이 한국인?? 아~ 한국계 일본회사?? 그런 건가요?'

박병후: '맞아요. 한국계 일본회사예요.'

노승일: '일본인들이 한국인도 모시긴 하나요? 선진국 국민들이고 자존심이 있을텐데...'

박병후: '월급 주는 사장인데 모셔야죠.'


그 후 어느 날, 박병후 팀장은 노승일에게 일본에서 전자 엔지니어가 온다고 하였다.

그 엔지니어는 오전 10시 즈음 도착했는데, 흑빛의 피부(地黑)에 키는 165Cm 정도 되는 아저씨였다.


박병후 팀장이 일단 식사를 하러 가자고 하기에 셋이서 회사 뒷편의 칼국수집으로 가서 아주 진한 사골칼국수를 주문해 먹었다.

아저씨, 아주머니가 다정하게 함께 찍은 사진을 간판으로 내건 이 칼국수집은 부부가 영업 개시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아직도 영업중이네. 발산역 부부칼국수)

일본인 전자 엔지니어는 사골칼국수를 먹고는 국물을 들이키면서 국물이 진하다며 아주 만족스러워 하였다.

점심 식사 후 사무실에 돌아와 일을 하는데, 일본인 전자 엔지니어가 일본 현지의 (주)WINB**회사 일본인 직원과 통화를 하는데 마치 만담처럼 매우 빠른 속도로 통화를 하였다.

그 장면을 본 노승일은 '일본에서 일 하려면 저 정도는 해야 되나??', '난 이제 더 이상 일본어에 관심이 없는데...'라고 생각하였다.

이것은 노승일이 이미 고2 때부터 준비해오던 일본 해외 취업을 포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중 한 가지로 추가되었다.


박병후가 상주하던 그 사무실은 본래 조경업체가 임대받아 사용하였는데, (주)WINB**가 인맥을 통하여 무료로 할당받아 사용하고 있었기에, 사무실 하나를 조경업체 직원 3인과 (주)WINB** 사람들 2인을 합하여 총 5인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이 부분에서도 (주)WINB**를 신뢰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경업체 직원들이 하는 이야기가 귓가로 들려왔다.

직원1: 'OOO길을 오면서 보는데, 도로 새로 깔았어.', '근데, 아유~ OOO묘목을 아주 이쁘게 잘 심어놨더라고~ 보니까 물 뿌려놓은 게 안 말랐던데~ 방금 심고 지나갔나봐~',

직원2: '에이~ OO묘목 그건 별로 안 비싸지~ 그거 뽑아와봐야 처치곤란이야~'

직원1: '아니, 그래서 더 오다 보니까 거기에는 OOO묘목이 있더라고~', '에~ 그래서 그것만 죄다 뽑아서 싣고왔지 ㅋㅋ'

직원2: '그게 있었다고? 와~ 그거 돈 되는데!! 잘했어! 잘했어! 껄껄껄껄~'


가만 듣고 있으니 다른 조경업체가 신설된 도로에 심어놓은 묘목들 중에 비싼 건 죄다 뽑아온 것 같았다.

노승일: (어우... 그거 범죄인데 그래도 되나?), (아니 그럼 기존 조경업체는 어떻게 하지? 자비로 또 인력들여 설치해야 되나???)


어느 날 박병후 팀장은 몹시 분주하였다.

낮에 어디 다녀오더니 물건이 담긴 듯한 롯데백화점 쇼핑백을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전화를 하는데 '어, 그래. 그 앞에서 6시에 기다려'라고 하는 걸 보니 배우자를 만나나보다.

박병후 팀장이 6시 전에 나가야 되겠다고 하여 문을 잠가야 하니 노승일도 그 날은 일찍 퇴근하였다.

다음날 박병후 팀장이 1시간 정도 지각을 했는데, 박병후 팀장이 출근하고나서 사무실에서 비누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노승일: (이건 분명 호텔 비누 냄새인데... 데이트하고 호텔에서 자고 왔구만.), (아, 나도 혼기 차기 전에 돈을 좀 모아야 될텐데. 새도 암컷이 둥지 모양부터 보고 결정하는데, 집은 한 채 있어야 뭘 할 것 아닌가...)


그렇게 일을 하던 중 먼저 서울 중구 정동에서 잠깐 함께 일했던 정대은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4 - 컴공과 석사를 만나다." 편의 인물)

정대은: '노승일씨? 돈을 못 줘서 정말 미안해요.'

노승일: '아뇨, 뭐 일이 잘 안되면 그럴 수도 있죠.'

정대은: '아니예요. 돈을 어떻게든 지급해줘야 하는데.. 아유 미안해요. 저도 거기서 물려서 손해가 엄청 막심해요.'


정대은씨가 돈을 어떻게든 받아줘야 하는데 못 받아줘서 간곡하게 미안하다고 하자, 마음 한 쪽에 섭섭했던 노승일의 마음이 풀렸다.


정대은: '아참, 제가 강남에 있는 아주 좋은 회사에 들어갔거든요.'

노승일: '오?? 그래요? 와! 그것 참 잘 됐네요. 정대은씨는 능력이 출중하시니까 갈 데도 많으시고 진짜 부럽네요.'

정대은: '네에, 근데 지금 노승일씨가 필요할 것 같아요. 노승일씨가 꼭 와줬으면 좋겠어요.'

노승일: '제가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요?'

정대은: '서버 클러스터링 데몬 개발하는데 관리자 모드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노승일: '아~ 웹으로요?'

정대은: '뭐, 웹도 상관없고... 그건 오시면 설명해줄게요.', '회사가 강남 대치동이거든요.'

노승일: '강남 대치동이요??? 아으.. 거기 너무 멀어요.'

정대은: '아이~ 일단 와보세요. 여기 사람들도 좋고 다 좋아요. 꼭 오세요!! 진짜 노승일씨가 필요해요.'

노승일: '아... 거긴 못 갈 것 같은데요. 거기 출근 시간만 2시간 20분이예요.'

정대은: '내 얼굴이라도 보러 와요. 사람들 소개해줄게요. 한 번만 와보세요. 정말 좋은 곳이니까.'

노승일: '아니.. 사람들을 제가 어찌 알아요? 하...하..;; 사람들은 됐고 정대은씨 얼굴이나 보고 가죠. 나중에 연락 주세요.'


이 전화 통화는 다음 에피소드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이제 마감이 2~3일 남았다. 다국어 처리는 사실 처음부터 다 해놨다. 막판에 와서 DB를 엎는 건 비용이 크니까 처음부터 다 해놓고 일을 진행했다.

박병후: '일본어랑 한글, 영어 함께 사용 안되는 문제 해결됐나요? 그게 아무리 해도 해결이 안되었는데?'

노승일: '아, 다국어 문제요? 그것도 해결했어요. 확인해보세요.'

박병후: '어? 그래요? 해결됐어요? 어디.. 어? 해결했네?', '근데 폰트가 이게..'

노승일: '입력하고 조회도 해보세요.'

박병후: '어디... 입력하고... 조회버튼 누르면..', '오~ 잘 나오네요.'

노승일: '아직 UTF-8은 다국어 폰트가 좀 약간 뭉개지는 느낌이 납니다. 향후에 개선되겠죠.'

박병후: '허허.. 일본어랑 한글이 함께 HTML에서 보이다니... 신기하네.'

노승일: (이걸 해결 못하고 있었군...) 'JIS문서로 처리하셨었죠? 그건 한글이 함께 표현 안돼요.', 'UTF-8로 처리하고 저장하시는 게 최선이예요.'

박병후: '아, 그래요. 먼저는 SHIFT-JIS로 처리를 했었죠... 아하...'

지금 생각해보니 박병후 팀장이 SHIFT-JIS문자인코딩 얘기를 꺼내는 걸 보니, 본인이 해보다 해보다 안되니까 나를 부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모든 업무가 완료가 되었고, 테스트도 완료되었고, 외부 접속도 가능하다.


그리고 데모데이라는 날 오전, 아마 마지막 근무일이었을 것으로 기억된다.

박병후 팀장은 나에게 전혀 일정별 업무현황을 알려주지 않았다. 박병후 팀장 뿐 아니라 지금의 대부분의 업체들이 프로그래머에게 일정별 업무현황을 알려주지 않았다. 지금도 그럴 것이다.

노승일은 마지막 근무일 오전이 데모데이인지 알지도 못했다.

아침에 오자 마자 데모데이라길래 놀라서 뭔가 안 된 것이 있나 미친듯이 머리를 굴리며 긴장하고 고민하였으나, 전부 다 되어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초조하게 데모 시연을 대기하고 있는데, 일본에서 전화가 왔고 박병후 팀장이 전화를 받았다.

박병후: '네에.', '네.', '네??', '됐어요?', '아 네에!!', '네!!'


전화를 끊은 박병후 팀장이 노승일에게 말했다.


박병후: '야하~', '박수 나오고 아주 잘 됐답니다.'

노승일: '아~~ 그것 참 잘 됐네요. 하하~~'


노승일도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떼돈 버는 건 저 사람들이고, 나는 사업의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알바비만 받고 끝낸 후 일자리를 또 찾아 해메야 하는데, 왜 내가 저사람들 데모시연 잘 됐다는 걸 좋아해야 하지?'

여러분들은 이상하지 않은가? 아니면 남 돈벌이에 내가 동원됐으니 당연한 거야?

오히려 다음 직장을 또 구할 생각에 걱정이 가득해야 하는데?


- 다음에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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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3

  • bluewas88
    269
    2019-11-11 15:30:15

    오늘 출근하고 글 언제 올라오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을 못하겠어요.  책임지세요. ㅋㅋ



    1
  • 저기봐라
    871
    2019-11-11 15:43:25

    벌써부터 정대은씨가 불안하군요

    1
  • 방가방가2
    1k
    2019-11-14 20:27:03

    ㅜ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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