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tas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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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6 03:36:36 작성 2019-11-07 07:36:34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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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6 - 컴공과 석사를 만나다. 3/3


누군가는 카드사는 금융사니까 칼같은 대금징수가 당연하다고 말할 것이고 나도 100% 동의한다.

그런데 인력은 하루 8시간 근무가 기준인데, 하루 16시간 심지어 주 168시간 중 140시간을 일할 때도 있지 않은가?

그러면 누군가 '일 못하니까 그렇게 밤 새거나 욕을 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착각을 하는 것이 있는데, 근로자는 정해진 시간 만큼 사업주의 노예가 되는 '일별 시간제 계약노예'이기에, 그 시간에는 자유를 박탈당하는 조건으로 돈을 받는 것이지, 기성(성과를 내 목표 완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즉, 남에게 일을 안 시켰어도, 대상 사람이 다른 학습이나 수익을 얻지 못하게끔 잡아놓고 인생과 시간을 소비시켰으면 당연히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시간은 금이라는 데에 동의 안 할 사람 없지 않은가? 인간은 자유를 누리는 동물이다.

만약, 일 시키지 않고 돈도 주지 않고 잡아두는 것이 무료로 가능하다면 노사관계를 악용하여 사가 노를 소극적인 방식으로 '자기 통제 범위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감금'하는 행위도 가능할 것이다. 이걸 당하는 사람은 죽을 맛이고, 이것이 몇 개월씩 장기화되면 그 사람은 바보가 되고 노예가 된다.

그러므로 근로자는 책임과 위험부담을 지지 않는 대신, 정해진 시간 동안에는 아무 일이나 시킬 수 있고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박한 임금마저 감수한다.

그러므로 근로자에게 동의받지 않고 8시간을 초과한 일을 시키는 것은, 단지 대금미지급의 범주 외에도, 인간이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는 행위로서 그 사람의 기회비용까지 날려버리는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금미지급은 일을 더 시키고 돈을 근로자에게 주었느냐 말았느냐인 거래 문제에 해당된다.

만약 사업주가 기성(성과를 내 목표 완료)을 목적으로 한다면 턴키, 도급 등의 계약을 발주낼텐데, 이러면 발주자가 '을'을 절대 통제할 수 없다. '을'이 출근 늦게 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으며 퇴근을 출근 시점 30분 뒤에 해도 통제할 수 없다. 또한 약정된 기성에 완전히 포함되는 업무 외에는 아무것도 시킬 수 없다.

턴키, 도급은 '을'을 완전한 독립개체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기성의 책임을 가지고 하루 20시간씩 일하면서 고용주에게 대박을 안겨주고 근로자 월급을 받는 근로자를 바라는 것은 탐욕이다. 그러나 위법상의 무리가 없다면 기업 뿐 아니라 누구든 그런 탐욕을 가질 자유도 있다.

그러므로 기업은 근로자를 고용해서 비용을 줄이는 대신 미미한 기성에 만족할 지, 기성에 중점을 두는 대신 비용을 늘리고 도급을 내릴 지 결정을 해야 한다.

만약 근로자를 사용한다면, 저렴하게 사용하기 위하여 비숙련직도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비를 완비하여야 한다. 설비를 포기하고 근로자의 능력에 기대면 기댈 수록 지불해야 할 인건비는 비싸진다.

그러므로 보도방들이 내놓는 도급계약서가 얼마나 검은 속내를 가진 위험한 계약서인지 느낌이 오지 않는가?

왜 개발자는 자기 자유의 시간을 타인을 위하여 소비하였는데 칼같은 초과근로수당을 요구할 수 없는가?

이미 상대는 남의 귀한 시간을 매달마다 수십 시간 자기 이익으로 활용하고도 그 대가를 아직 한 푼도 지불하지 않은채 연체하고 있다.

'인건비 따먹기'는 당시 뿐 아니라 지금도 모든 업종의 대세다.

자본과 능력만 있다면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다. 자본과 능력 말이다. 자본과 능력있는 개발자들은 직접 자기가 노동하지 말고 '양산체계' 마련 후 다른 인력을 도구화하여 자기 일을 떠넘길 생각을 해야 한다.


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6 - 컴공과 석사를 만나다. 3/3

※ 이야기 전개상 존대는 사용하지 않으며, 법인명과 인물명은 전원 일부가명 처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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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앞에 다가오는 신용카드 대금 때문에 노승일은 석사 김대은씨의 전화를 목 빠지게 기다려 보는데 도무지 전화가 오지 않았다.


노승일은 2000년 6월에 입사한 직장에서 직장상사 이동설 팀장에게 카드사기를 당해 카드한도액 만큼의 부채가 생겨서 갚느라 쎄가 빠졌는데, 2003년 2월의 185,000원 납부를 마지막으로 드디어 해방되었다.

이전 직장의 동료 이동설이라는 사람에 대하여는 다음에 몰아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2000년 6월에서 2002년 12월까지 내가 한 일은 회사를 봉사하듯 다니고, 월급으로 카드값을 틀어막으며 청춘을 탕진한 것 말고는 아무 추억도 없었다.


<이미 2003년 2월까지 매달 일정액씩 카드값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2003년 1월 10일이 카드대금 결제일인데, 아마 2월부터는 23일로 결제일을 변경하였을 것이다. 쪼들리니 한 달 늦춰보려고 그랬던 것인데, 오히려 대금결제일이 당일 23일로 앞당겨졌다.>


기왕 작성하는 거 리얼함을 보여주기 위하여 '팩트'를 첨가하였다.

프로그래머들은 단지 독서하고 배우는 선에서만 끝나지 말고, 아예 체득 수준으로 소화하여 응용해서 유사상황까지 판단하고, 또 필요시에 역으로 기술을 활용하여 나처럼 부러지지 말았으면 한다.

프로그래밍 기술 말고도, 기술을 체득하고 활용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인생이 송두리째 날아가게 되는 경우도 정말 많다.

상관없다고 우물 안 속으로 피하지 말고, 다 배우고 활용하는 것이 훨씬 안전할 것이다.

이 바닥에 들어온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이미 2003년 5월 23일 카드대금을 한 번 연체를 했다. 납부 금액이 34만원 수준으로 이상하게 높은데,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카드대금 34만원이 뭔지 모르지만 연체는 확실하다.>


어쨌든 식대와 차비로 사용한 카드값 이체가 열흘 앞으로 다가올 때마다 초조해진다.

돈을 아무리 많이 절약해도 카드대금 5~6만원은 나오지 않겠는가? 그런데 1만5천~2만원이 나오는 걸 결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2003년 6월 23일에 납부할 카드대금 16,500원을 또 연체하였다.

6월 27일, 오전 10시 즈음인가? 신용카드사에서 전화가 왔다. 방에서 '어떡하지!', '어떡하지!' 전화를 받을까 말까 허둥대다가 전화가 끊어졌다.

그리고는 즉시 SMS문자가 연달아 날라왔다.

'노승일씨, 귀하의 신용카드 연체 및 잠적으로 신용불량자로 등재됩니다.', '신용불량자 등재시 모든 금융적 불이익을 받게 되며 금융거래가 제한됩니다.'

이 문자를 받자 마자 사형선고를 받은 것처럼 심장이 뛰고 한기가 느껴져 화들짝 놀라서 아무 생각도 없이 바로 전화를 했다.

노승일: '으아~~!! 갚을 거예요~!!! 내가 1만 6천원을 왜 떼겠어요??!! 근데 지금 당장 돈이 없어서 그래요!!!'

추심원: '오호호호~~(40대 초반 아줌마 목소리다.) 그러니까 전화 받으셔야죠. 왜 전화 안 받으세요? 카드대금 왜 입금 안 하세요?'

노승일: '하아, 돈이 없어서 그러는데 내일까지 입금하면 안 될까요?'

추심원: '안 됩니다!'

노승일: '돈이 없어서요...'

추심원: '오늘까지 시간 드릴테니 입금 안 하시면 신용불량 등재시킵니다. 오늘 5시 안으로 입금하세요!'

노승일: '아이고... 내일까지 드릴게요. 저도 돈 나올 데를 알아봐야죠.'

추심원: '안돼요! 입금 안 시키면 신용불량 등재시킵니다!'

2000년에 다니던 회사에 새로 들어오신 영어통역 대리님이 NG카드 12만원인가를 연체했다가, 추심센터 여직원에게 '야이 X팔X끼야 빨리 돈 갚아!'라는 소리를 들으셨는데, 2003년에는 내가 거의 같은 신세가 돼 버렸다.

전화 끊고 나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일단 긴급하니 택시기사인 아버지에게 손을 벌리자, '넌 도대체 뭐 하는 놈인데 갚지도 못할 카드를 쓰고 다니냐.'는 소리만 들었다.

세상물정 모르니 좀 혼나보라는 뜻이신 것 같은데, 나는 앞서서도 말했듯이, 직장 동료의 카드사기에 걸려들어서 감당하기 어려운 부채를 전부 완납하였다.

결국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2만원만 입금해달라고 미안하다고 부탁을 하자 4만원을 입금받았고, 입금시킨 후에 연체된 카드값 16,536원이 빠져나갔다.


<동생에게 카드값을 부탁하니 4만원을 보내주었다.

동생 주머니에서 꺼내 충당한 셈이다. 이게 정상적인 일인가?>


자, 노승일은 이렇게 궁핍한데 과연 노승일은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될 것인가?

앞으로 노승일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구경을 해보자.


어쨌든 이 과정에서 소유한 삼성카드를 2003년 초에 완전히 해지당해버리고 말았다. 내 금융신용도는 완전히 바닥을 치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에 고등학교 친한 친구의 여동생이 맹장이 밤중에 맹장이 터져서 친구가 긴급하게 3만원만 빌려달라고 하였는데, 카드 연체된 내가 빌려줄 돈이 어디 있겠나?

나는 친구에게도 신용도 빵점짜리 인간이 되고 말았다.


이 문제 때문에 석사 정대은씨에게 약간 야속한 게 있긴 했지만,

이후의 일은 그냥 잊어버렸고, 새로운 알바자리를 구했다.

나는 이때까지도 '일하고 돈 받으면 되지'라는 단무지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여러분은 이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거래는 전쟁이다.'

전쟁은 전략이 동원돼야 하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이길 수 있다.


나는 오늘도 열심히 잡한국 알바를 찾아보고 있다.

'SI는 제외하고, PHP프로젝트도 제외하고...'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이 있다. Java Swing을 키워드로 넣어놨더니, 이미 2003년 초부터 여기 저기 솔루션 업체에서 연락이 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어느 곳도 가지 않았다. 직원 수가 7~8명에 불과하고, 영세하였기 때문에 이런 곳이 얼마나 안 좋은지는 이전 직장에서 경험으로 터득하였기 때문이다.

여러분도 너무 작은 솔루션 업체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솔루션 개발이야 어떻게 저떻게 하겠지만, 그 수준이 높지 않아 경쟁사가 많아지고, 가격 또한 시장법칙에 의하여 바닥을 친다. 게다가 솔루션의 대기업 납품 과정이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솔루션에 대한 얘기는 2005년도에 또 하게 될 것이다.

'선릉역 선생천국저축은행 홈페이지 설치 및 게시판 개발 알바?? 1주일 일하고 60만원? 저축은행이면 SI인데?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다.' 해보자.


- 이어서, '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7 블랙기업 프리랜서 2탄 - 야만적인 민속문화 첫번째 1/2'로 넘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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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3

  • SolarGrace
    863
    2019-11-06 03:50:36

    ㅇㅅㅇ 재밌는 소설을 읽는거 같아여 작가님 분량이 너무 짧습니다!! 궁금해서 잠이 안오잖아여! 

    근데 설마 주인공 노승일이 .......... 본인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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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Y
    98
    2019-11-06 04:50:50
    계속 연재하시고 책 내셔도 될거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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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심히배우자
    431
    2019-11-06 07:37:57

    글 재미지게 잘 쓰시네요

    잘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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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기봐라
    871
    2019-11-06 09:06:31 작성 2019-11-06 09:07:07 수정됨

    블랙기업에서 끝까지 피빨리는 분 보면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 보다는

    당장 재정에 빨간불 들어와서 시야가 극단적으로 좁아지고 생각도 짧아진 사람이 많더군요

    1
  • errthin
    389
    2019-11-06 09:42:56 작성 2019-11-06 09:43:47 수정됨

    소설이 아니라는 게 정말 소설 같네요 재미있으면 안될 거 같지만 재미있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란 찰리채플린의 명언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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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까스
    2k
    2019-11-06 09:44:06

    와 진짜 스펙타클하네요

    과장 조금 보태서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습니다.


    1
  • abilists.com
    1k
    2019-11-06 13:48:57

    재미 있네요

    1
  • 슈베어
    31
    2019-11-06 14:58:20

    결국 돈을 받은건가요 못받은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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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uewas88
    269
    2019-11-06 15:48:34

    왜이러세요. 빨리 글 올려주세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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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깨찰
    16
    2019-11-06 18:01:40

    쿠키라도 구우라면 굽겠어요 !!!

    1
  • XeO3
    521
    2019-11-07 01:19:46

    논픽션 소설로 내셔도 될듯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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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가방가2
    1k
    2019-11-08 01:25:19

    배운 사람이 오히려 더 그런다더니, 세상이 요지경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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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nuxer
    1k
    2019-11-15 22:57:09

    소설 작가하셔도 될듯 ㅎㄷㄷ

    빨리 다음편을 봐야지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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