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tas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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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3 23:43:21 작성 2019-11-05 08:37:20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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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3 - 블랙기업에서의 프리랜서 경험 1탄-3/3


[여행사 웹사이트 개발 이후]

월 카드값 3만~4만원의 공포 속에 하루 종일 돈 들어올 타이밍만 재고 있는데, 완료가 끝난지 이틀 뒤 낮에 웹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웹사장: '노승일씨, 76만원을 입금해주긴 할 건데, 기능 몇 개만 더 만들어주면 안돼요? 여행사에서 그걸 해달라고 하네요.'

노승일: '네에? 여기서 더요??? 일 잘되면 사례를 추가로 하네, 더 큰 건을 주겠네 하시더니...', '제가 3주 가까이 역삼동으로 2시간씩 출퇴근하면서 막차타고 간 거 알잖아요? 그런데 더 해줘요???!!'

웹사장: '아 그건 나중에 봐서 드릴 게 있어야 주죠. 당연히 줄 거예요. 그런데, 이번에 이거 몇 개만 더 해주세요. 기간 오래 안 걸릴 것 같은데요.'

노승일: '아니, 양이 문제가 아니라, 약속이 틀리잖아요.', '그럼 몇 만원 만 더 주세요.'

웹사장: '아이... 우리도 남는 게 없어서 그래요. 제발.. 부탁 좀 할게요. 이것만 해주시면 바로 입금해드릴게요.'

죽어도 자기네가 선점한 금액은 포기 못하겠다는 거다.

노승일: (으이.. 씨.. 진짜...)'... 에휴~... 알았어요.'

3~4시간 정도 몇 개 더 해주고 나서 다 됐다고 연락을 하자, 몇 시간 뒤에 돈이 들어왔다.

으아~! 일단 이번 달 카드값 메운다. 살았다!!!


- 나는 여기서 정말 큰 실수를 하였다.

웹사장은 채균환 때문에 매우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내가 왔을 때에는 제발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애걸복걸 졸라댔다. 계약서를 작성하였기에 웹사장은 내가 일을 안 했다고 주장할 수도, 또한 갑사에 납품은 되었기에 돈을 안 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계약서가 되려 웹사장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차라리 노승일이 웹사장에게 '사장님, 내 인건비가 하루에 얼마인지나 알아요?'라고 호통을 치고, 그렇지 않아도 기능 몇 개 때문에 곤란해진 상대를 약점잡아 다른 사람을 구하기도 애매한 금액을 달라고 요구했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명분이다. '나는 원래 월300짜리 인력, 3주면 260만원은 받아야 하는데, 당신이 너무 딱해서 불필요한 도의까지 베풀며 당신을 살렸다. 그러니 30만원을 추가입금해준다면 내가 바로 해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해주지 않겠다. 그렇게 해줘도 나는 손해다!!'고 상대를 나쁜놈으로 만들면서 엄포를 놨어야 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상대의 호의를 이익으로 이용해먹는 상습범들이 즐비해져 있었기에 이 정도 방어는 해야만 했었고, 현재에 와서는 이미 대중화되어 있다.

위기에 빠진 상대에게 내가 강요하는 당위성과 명분은 거절할 수 없는 수긍을 이끌어낸다.


[정산]

받고 나서 정산을 해보니 76만원보다는 더 받은 셈이네.

중식을 그쪽에서 사줬기 때문에 점심값은 안 들었다.

당시에 역삼동 순두부 찌개가 4천원, 부대찌개 1인분이 6천원 계산이었으니, 4천5백원으로 평균식비 계산해서 19일 출근했다면 85,500원의 식비가 지불된 셈이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19일 일해주고 845,500원을 받은 거다.

일당으로 따지면 44,500원, 그리고 매일 09:00 ~ 22:10까지 11시간 10분씩 일했으니, 근로기준법이 아닌 단순시급으로는 4,040원인 셈이다.

물론 당시 최저시급이 2,275원인데, 근로기준법 적용해서 초과근로 수당, 휴일특근수당 1.5배를 치면 시급 2,500천원 정도일 것이다.

그래도 2003년도에 단순시급 4,040원(근로기준법 적용시 2,500원)이면, 앞으로 몇년 후에 있을 거대한 시장지배조직의 일을 해준 것보다 훨씬 괜찮은 시급이다.

뭐? 더 있냐고 묻겠지만, 이후에 적나라하게 나올테니 보채지 마라.


그래서 결론.

1등: 여행사. 2,400만원 이득. (예상금액 3,000만원(최저가 2,000만원에 프로그램값 1,000천만원 가산)에 600만원 지불했으므로.)

2등: 디자인와노. 354만원.

3등: 채균환. 170만원.

4등: 노승일. 76만원. 


[최후의 승자]

어느 분이 이전 게시물에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여행사가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이 맞다.

디자인와노가 앞잡이를 서서 호구놀음을 하고, 내가 디자인와노의 떡밥을 물고 아등 바등 한 덕에, 여행사는 디자인만 따서 관리페이지로 상품등록을 하고 상품문의 예약까지 받는 강력한 영업수단을 2003년도부터 가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실 디자인와노 웹사장도 여행사 사장에게 잘 보이면 큰 건이 들어오거나 뭔가 신뢰가 생기는 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큰 착각이다.

기업은 특히 큰 기업으로 갈수록 절대 이심전심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해결 방법은?]

덤핑치는 기업을 시장에 참여할 수 없도록 보이콧 시키는 '시장 퇴출' 밖에 없다.

디자인와노가 그런 일을 안 받으면 되고, 만약 디자인와노가 600만원에 받아서 어떻게든 400을 남기고 200에 일을 내리면 아무도 일을 받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디자인와노가 지체보상금을 물다가 망해버려서, 결국 시간적 손실만 보게 된 여행사는 '싼 게 비지떡'임을 알게 되어 기존에 견적 알아보던 2,000~6,000만원짜리 중에서 고르든지, 아니면 웹디자이너 개인이 만든 200만원짜리 웹브로셔를 설치해놓고 영업을 하는 수 밖에 없다.


망할 프로젝트는 망하고, 망할 회사는 망하는 것이 옳고, 퇴출될 근로자는 퇴출되는 것이 옳다.

퇴출되어야 할 주체를 산소호흡기 씌워서 유지시키면, 주변 주체들의 희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유지시킨 것보다 못해지게 마련이다.


[그 후]

그런데 나중에 디자인와노 웹사장이 나에게 맡길 만한 일을 땄을까?

잘 나가는 웹에이전시들도 전부 쓰러지는 상황인데, 웹디자인을 모르는 프로그래머가 봐도 체계도 없고 디자인 별로인 기업에 누가 일감을 주겠는가?


그리고 몇 개월 뒤인 2003년 10월 즈음? 다른 알바를 하고 있는데, 웹사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아마 내가 어딜 다녀오는 도중에, 웹사장이 전화를 해서 나더러 만나자고 하였는데, 마침 자기도 방향이 같으니 가면서 얘기를 하자고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지하철을 타고 같이 오는데, 웹사장이 요즘 중소형 마트 POS 도입이 대세라며 POS기를 조달할테니 나더러 설치작업을 하고 매달 150만원 정도를 용역비로 받으라는 제안이었다.

노승일: '아니 POS기 설치하러 다니면서 누가 월 150만원을 용역비로 받아요?'

웹사장: '잉? 그 정도면 괜찮은 금액 아닌가요? 괜찮은 금액인 것 같은데..'

이것은 사람을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처럼 취급해서 승기를 잡으려는 것이다.

노승일: '아니.. 제가 그런 인건비 받을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요.'

웹사장: '그럼 얼마나??'

노승일: '저 같은 경우는 요새 300만원 정도 단가로 다니는데요.'

웹사장: '잉? 프로그래머 인건비가 그렇게 높다고요? 그게 말이 되나? 말이 안되는데...'

노승일: '아 그리고, 만약 POS사업 끝나면 나는 고작 그거 먹고 끝나는거네요? 안 그래요?'

제안이 너무 얼척이 없어서 아예 대놓고 말을 했다.

웹사장: '뭐.. 그건.. 계속 일이 있겠죠. 제가 계속 고용을 해주면 되죠.'

얼버무면서 둘러치고 + 나더러 월150짜리 노예가 되란다. 모욕적으로 느껴지는데?

-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만약 이 제안을 받고 POS기 설치가 끝나면 월150이 유지되었을까? 아니, 최저임금(60만원)으로 줄어들 것이고 휴일도 없고 연차도 없으며 '안 받을거면 나가라.'고 막 대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해야 할 일, 자기가 하기 싫은 일 등 시켜먹을 것은 다 시켜먹는다.

우리는 이 웹사장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윤을 최우선시하는 시장참여자들은 모두 같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역시 이윤을 최우선시하는 교활한 시장참여자가 되어, 무법이나 다름없는 시장속에서 우리의 권리(이익)을 침해하는 상대가 방어를 준비할 시간조차 주지 말고 힘으로 눌러야만 한다.

웹사장: '일 없을텐데 이거라도 하지 그래요?', '합시다~ 이거 합시다~'

이제는 아예 말을 막 던진다.

노승일: '아, 됐습니다.'

그리고는 한 동안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웹사장은 계속 같이 하자고 떼를 쓰다가 목적지 역에 도착하는 바람에 내렸다.


여기서 웃기는 점이 있다. 3주 가까이 일하고 85만원 정도를 받은 셈인데,

그렇다면 웹사장은 내 계약직 인건비를 월150만원으로 본 거다.

그렇다면 3주당 110만원 정도 줘야 될 금액을 25만원 적게 줘서 그게 미안하다는 것 뿐인가????


2003년도에 POS단말기 같은 경우는 괜찮은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부분의 업종 영업수수료는 30% 정도 지급한다. 이것도 웹사장이 먹을 것이고.

게다가 POS를 설치해주면서 VAN사 연동을 해야 할텐데, 이것도 분명 VAN사들이 피 튀기게 POS기 회사나 영업회사에 고율의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자기네 결제회선을 연결하려 할 것이다.

2003년 당시에 ADSL 설치기사들이 평균 설치실적으로 200~220만원 정도를 받고 일했는데, POS 설치 150만원이면 전혀 말이 안되는 금액이었다.

사람이 딱해서 도와줬는데(사실 돈도 좀 필요했지만) 은혜를 베푼 나를 완전히 만만한 머저리 호구로 대한 것이다.


POS기 영업수수료 30% + 이윤 15%~20% + VAN사 영업수수료까지 웹사장이 다 먹는거다.

결국 웹사장이 97% 먹을테니 실제 용역일 한 노승일은 3% 먹으라는 얘기나 다름이 없다.

내가 한 달에 30~40군데씩 POS기 설치하러 야간까지 돌면서 150만원 벌 때, 이 사람은 수퍼마켓 협회나 옐로우페이지 전화번호부를 구해다 편하게 사무실에 앉아 수퍼마켓이나 중소형 마트마다 전화만 걸고 매달 2,000~3,000만원씩 벌어가겠지.

여기까지는 이 사람이 잘못한 게 아니다. 꼬우면 프로그래머가 그 사업을 해서 빼앗아 먹으면 되는 거다.


그런데 정말 나는 우스운 놈이 돼 버렸다.

사람 좋아보이는 줄 알고 관계를 잘 가져가기 위하여 굉장히 잘 해줬는데, 이제보니 완전히 사기꾼에 뒤통수 치는 놈이었다.

왜 제왕학에서 이유없이 상을 내리거나 덕을 베풀지 말라는지 절실하게 깨닫고 있었다.

그래도 이때까지 운이 없어서 안좋은 사람을 만났을 뿐, 좋은 사람들은 많이 있고 신뢰로 함께 뭘 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선의는 돌에 새겨질 때에나 베풀어라.]

흐르는 물에다 선의를 베풀었다고 글을 새기는 것보다 더 우스운 꼴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는 또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일을 찾는데...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자바서비스넷이고 자바스터디고 온통 밤 새는 SI일이었다.
'서울시 중구 정동? 2개월 JSP 개발? 한 달에 120만원? 그런데 컴공과 석사님이 창업 준비라? 사업이 잘되면 현실적으로 급여 올려주고 대우해준다고? 이거라도 해보자.'

- 이어서, '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4 - 컴공과 석사님을 만나다.'로 넘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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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6

  • 방가방가2
    1k
    2019-11-04 00:21:05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돈까스
    4k
    2019-11-04 07:59:35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파다다닥
    2k
    2019-11-04 08:39:01

    재밌게 잘 읽고있습니다

    그러니 다음 글 빨리 또 써주세요ㅋㅋ

  • abilists.com
    1k
    2019-11-04 08:40:24
    이 업계에 들어 오려고 하는 분들을 말리고 싶은 마음은 다른 분들과 같을 거라 생각 합니다.
    외국은 벌써 기피 직종입니다.
  • 컴터하는여웅
    146
    2019-11-04 09:08:38

    재밌어용

  • 열심히배우자
    658
    2019-11-04 09:42:41

    잘보고 있습니다

  • 보해잎새주
    507
    2019-11-04 14:28:02

    정말 저 시절 웹시장은 암울했군요

    잘 봤습니다 

  • 꾸미만두
    423
    2019-11-04 15:32:55

    재밌어용 잘 읽고 갑니다.

  • 퓨리오사
    2k
    2019-11-04 17:07:10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저도 입이 근질근질하네요.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저도 과거에 겪었던 고초(?)와 호구짓(?)이 생각나네요.


  • 아날로그를지향하는개발자
    94
    2019-11-05 09:35:15
    4편이 기대됩니다 :)
  • alan77
    292
    2019-11-05 11:05:48

    이런 헬같은상황에 개발자들이 많이나가서

    요즘에는 프리시장에서 개발자들이 부족한 현상이 나오고있나보네요ㅜ

  • 허허
    1k
    2019-11-05 16:49:09 작성 2019-11-05 16:51:13 수정됨

    올해 3월 플젝 생각나네요


    개발자 야근 안하는게 자랑이냐며 책임감좀 가지라고 닥달하던  


    갑도 아니고 병 정도되는 업체

    그 작은 감투에도 미친짓을 하던 

    쉰~~ 같은거 


    그래도 11번가는 잘돌아가것지~~

  • 라이언킹
    91
    2019-11-05 22:00:55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linuxer
    3k
    2019-11-06 01:36:45

    소중한 경험글 감사합니다 

    이런 글 재미있어요^^

  • leetk77777
    177
    2019-11-06 10:44:45

    여기 예상대로 사장이 딴소리 하네요...

  • linuxer
    3k
    2019-11-17 22:53:10

    열받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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