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tas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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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1 20:23:20 작성 2019-11-01 22:47:19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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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개발자 이야기 #1 - 블랙기업에서의 프리랜서 경험 1탄-1/3


게시판에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특히 취업과 블랙기업, 계약직 프리랜서 이야기가 아주 핫한 것 같습니다.

굉장히 오래된 이야기인데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이것들은 저에게 씻을 수 없는 기억을 주었기 때문이고, 또 이런 악질적인 방법들이 15년이 넘은 현재에도 통용되어 많은 개발자들에게 시간적 금전적 손실을 주어, 기업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인적자원인 개발자들을 노예상태로 지속시키고 있는 부작용 때문입니다.

이제는 이런 악습이 그만 단절되어야 할 때입니다.

개발자들도 이 글을 보시고, '나는 부러지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차원에서 넘어서, 나는 이걸 초월해서 기업적 가치를 가진 S/W인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시기 바랍니다.


이야기 전개상 존대는 사용하지 않으며, 여기에 나오는 법인명과 인물명은 전원 일부 가명처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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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3년 1월,

2002년 12월에 국방의 의무를 마친 노승일(가명)는 열심히 프로그램 개발 일거리를 찾고 있었다.

당시에 닷컴버블이 꺼진 상태에서, 대학과 국비학원, 독학으로 여기 저기 개발자는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데, 일자리는 개발자의 1/10 밖에 수용을 못 할 정도로 시장수급 상황이 안좋았다.

그러자 대학들도 전부 전산, S/W관련과를 축소하거나 심지어 폐지해버리는 경우도 생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개발자 대우도 1997년 귀족에서 2003년에는 천민으로 전락하였다.

html단가도 페이지당 12만원에서 2만원으로 폭락하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사실 이것은 개발자들의 위치가 제 자리로 돌아온 것 뿐이다. 월드와이드웹이 생기기 전, CS개발자는 그저 행정직들 사무용 S/W 봐주는 반자동화 무형설비를 개발해주는 '행정직들의 노예'에 불과했기에 월급도 단순 월급쟁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미 대기업 NG의 프로젝트 일자리 소식을 들었는데, 사무실 하나에 웹개발자 2~4명을 뽑는데, 웹개발자 50명 정도가 빼곡히 모였다고 한다. 그리고 NG 정규직이 강당에 모인 개발자들에게 '밤 샐 자신 없는 사람은 이력서 내지 말고 지금 당장 나가라!'고 외치자, 몇 명이 짐을 싸서 돌아갔다고 한다.

나는 이 얘기를 접하고 '설마 NG가 그럴리가??'라고 생각하고 계속 검색해 보았는데, 전부 지옥이라고 아우성이었다. 나는 결국 포기하고 '아... 여긴 정말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다른 자리를 찾았다.

그래서 다른 프로젝트를 잡한국에서 검색하자, 천안이었나? 의왕이엇나? 이런 곳에 월급 320만원 일자리가 있기에 전화를 하자 나이가 40대 중반 정도로 되는 남자가 받았다.

전화인터뷰를 간단히 보는데, 뜬금없이,

그 남자: '체력은 튼튼하시죠?'

노승일: '? 네 튼튼하죠.'

그 남자: '허허~~ 그렇죠 이쪽 분야는 기술보다 체력이죠. 허허허~'

노승일: '하하하... ^^(안되겠다. 여기도 아니네.)'

화들짝 놀랐고, 여기도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다른 곳도 전화를 걸었는데, '아~ 밤 잘 새야 돼요. 밤 못 새면 안됩니다. 안돼요.'라고 끊었다.

이 대답을 듣고 완전히 나는 정신이 빠져 있었다.

그때는 내가 너무 어렸기에 사태파악을 못 했다. 큰 기업과 작은 기업 가릴 것 없이 기업과 업종이 다 그렇다는 것을...


그러던 어느 날 모르는 젊은 남자로부터 내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디자인주노(가명) 회사: '서초동에 있는 웹개발 회사인데, 혹시 채균환(가명)이라고 하십니까?'

노승일: '아~ 그 사람요? 우리 회사 사람이었죠.'

디자인주노: '아이고 정말 큰일 났어요. 채균환씨가 우리 일을 맡았는데, 세상에 개발을 하다가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노승일: '네? 채균환씨가요? 그사람 VC도 할 줄 알고 회사에서 웹개발 별 거 아니라고 큰소리 쳤고, 실제로도 제가 그 사람이 개발해 놓은 거 보긴 했는요.'

디자인주노: '그러니까요!! 그 사람에게 벌써 170만원 선금 입금했는데, 일이 안돼서 큰 일이네요.'

노승일: '그 사람 연락 두절됐으면 아마 찾기 어려울 거예요. 우리 회사에서도 문제가 많았던 사람이라, 아마 중간에 군대 징집됐을 수도 있을텐데요.'

디자인주노: '아... 아휴... 야단났네!! ㅜㅜ'

디자인주노: '아! 혹시!', '같은 회사에서 일 하셨으면 웹프로그램 개발도 해보셨나요? 만약 시간 가능하시면 우리 일을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지금 너무 급해서 그럽니다. 고객사 시연까지 3주 남았어요!!'

이 제안을 받았으면 안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통장에 돈이 고작 몇 만원 남아 있었고, 나는 완전히 거지였기 때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노승일: '아니, 뭐 웹프로그램이야 할 수는 있긴 한데요. 게다가 3주면 너무 촉박한데... 그게 많이 어려운가요? 어려우면 제가 못 하잖아요?'

디자인주노: '아뇨, 그냥 여행사 웹프로그램입니다. 많이 안돼 있긴 한데 그냥 최선을 다 해주세요. 부탁 좀 드릴게요. ㅜㅜ'

노승일: '여행사 웹프로그램요? 관리자 프로그램도 복잡하고... 제가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디자인주노: '채균환씨도 한 일인데요! DB도 되어있고 최대한 좀 해주시면 돼요! 제발요 우리 죽게 생겼어요!!'

노승일: '아 그런가요?(웹프로그램은 채균환씨보다는 내가 더 잘하니 자신감이 생겼다.)'

디자인주노: '근런데 채균환씨가 선금 170만원을 가져간 바람에 지급해 드릴 수 있는 돈이 120만원 밖에 없네요. 저기 이거 일 해드리면, 다른 일도 많으니까 그 일도 맡겨 드리겠습니다. 그 일들은 돈 더 드릴게요!! 부탁 좀 드릴게요!!'

노승일: '아.. 어쩌지... (내가 돈은 없고...일감을 들어왔는데...)', '일단 제가 가서 보고 말씀드릴게요. 회사가 서초동이라고 하셨나요?'

디자인주노: '네 역삼역 NG아트센터 쪽으로 나오셔서 차병원으로 나오시면...어쩌구, 거기로 오시면 됩니다.'

노승일: '서초동이라면서요?'

디자인주노: '서초동 맞습니다.'

노승일: '?? 어쨌든 가 보겠습니다.'


이렇게 블랙기업에서의 3주짜리 계약직 프리랜서 생활이 처음 시작되었다.

나는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주면 좋은 거래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 다음에 계속됩니다. -


['위대한 시장'과 노예마인드]

과거에, 기성화가 출현하면서 염천교 수제화 공방은 그야말로 줄초상을 이루었다. 수제구두장인들이 월급을 많이 요구했기에 대기업의 미움을 받아서 기성화가 나타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당시 수제구두장인들 월급이 지금으로 따지면 800~1,000만원 정도 되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월급을 저렴하게 받고 노예처럼 살았다면 기성화가 출현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인가?

그럼 수제구두화 가게들은 온전했을까? 내가 알기로는 수제구두화 가게 사장들도 기성화에 밀려 장사가 안돼 몇 명이 자살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거래 대상에게 알아서 기고 비유를 맞춰준다고 어차피 달아날 목이 붙어있는 건 아니다.

모든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고, 각 주체가 가져가는 돈은 '위대한 시장'이 결정할 뿐이다.

기고 복종하는 것은 절대 해답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이 '위대한 시장'의 변화에 적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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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8

  • ISA
    3k
    2019-11-01 20:28:47

    무섭다...

  • 방가방가2
    1k
    2019-11-01 21:12:17

    읽으면서 울컥 했습니다. 

  • linuxer
    3k
    2019-11-02 07:54:10

    글 잘 쓰시네요 ㅎ

    감사히 읽고 있는중 ^^

  • 라이언킹
    91
    2019-11-05 21:53:24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ㅋㅋ 

  • leetk77777
    177
    2019-11-06 10:14:05

    전 현재 고급개발자 인데요.. 제 경험으로 저런건 절대 받으면 안됩니다.

    그때는 나이도 어리고 잘 몰랏으니 그랫다고 처도 저 회사에서 빼먹을거 다 빼먹고 짜르면 그만인게 프리이죠.. 하지만, 지금은 문재인이 만들어 놓은 법들이 프래랜서도 포함되는거 같더라구요..

    저시대 2003년 이면 제가 24살 때이네요.. 정말 암울한 시대 였네요..

  • pannet15
    2k
    2019-11-07 08:12:17

    2편이 기대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 Private
    3
    2019-11-07 11:02:45

    이글 보고 예전생각이나 회원가입에 댓글까지 씁니다.

    제가 아마 처음 개발사들 면접을 보러다닌 시기가 98년으로 기억됩니다.

    게임 개발을 해보고 싶었던 저는 몇군대 면접을 보게 되고

    대부분의 면접봤던 곳에서 들었던 말이

    '집이 너무 먼데'였습니다.

    그땐 그말 뜻을 이해못한 열정만 가득한 저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만 했죠.

    글보다가 비슷한 시기의 글인것 같아 과거 생각이 나네요.

  • 오늘도힘차게~~!
    232
    2019-11-07 11:53:15

    읽다보니 예전에 망가진 프로젝트에 투입된 경험이 생각나네요

    회사 상황어렵다고 힘들거알면서 단가만 보고 투입되었었는대 ㅎㅎ

    갑을병정 딱 정으로 투입되었었네요  

    수주사 을, 을의 하청의 협력업체로 투입되었으니..

    ㅎㅎ 다신안하고 싶은 경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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