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ck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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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0 18:20:28 작성 2019-05-21 09:15:57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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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학원을 수료하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국비지원학원 자바 웹 개발자 과정을 갓 수료한 개발자 지망생입니다.

한창 이력서를 쓰다가 제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게 되어서

부끄럽지만 이렇게 첫 글을 남겨봅니다.


저는 예체능 전공으로 전문대를 졸업했습니다.

전공 분야에서 일하며 겪은 열정 페이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었습니다.

생계 유지는 커녕 교통비 조차 벌기 힘들어서 이런저런 일을 겸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죠.

지인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무슨 안해본 일이 없다며 허언증 취급을 받을 정도로 여러가지 일을 했습니다.

대부분 극단적인 육체 노동이나 정신 노동이었습니다.

그렇게 그 분야에 쏟아 부은 시간이 10년이더군요.

포기해야만 했지만 포기하는 순간에 제 자신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불안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고생만 하다가 10년만에 종지부를 찍게 됩니다.


저는 다른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작성한 이력서를 보니 저는 그저 알몸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우려했던 대로 아무런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고 이력서에 쓰여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학력 경력 능력...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죠.

저는 그저 증명할 수 없는 추상적인 능력만을 강조해서 이력서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체력.. 젊음.. 인내심.. 성실함..

심지어 젊음은 점점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저는 도망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로 작정하고 외국으로 떠났습니다.

예상과는 다르게 해외 생활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되려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외롭지도 않았고 항상 즐기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잘 적응을 하고 지냈더니 꽤나 매력적인 정착 기반을 제안을 받기도 했었죠.

그럼에도 가슴 한 쪽이 뻥 뚫린 듯한 기분은 메워지질 않았습니다.

그저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가기에 위해 매진할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그 무언가를 찾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귀국을 하게 되었습니다.


끔찍히 더웠던 작년 여름에 건설현장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제 자신을 채찍질하기에 정말 좋은 환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길을 택해서 매진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정해진 후보 두 개가 인테리어와 프로그래밍이었습니다.

고민의 흔적으로 제 책장에는 아직 실내건축기능사 책이 꽂혀있습니다.

그 후 개발을 선택하게 된 저는 국비 학원에서 웹 개발을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 자바를 배우는데 정말 얼떨떨했습니다.

저만 얼떨떨한 건 아니었는지 개강 첫 주에 1/4이 수강을 포기했습니다.

매진할 일을 찾으려고 온건 맞는데 보통 매진해서 될 일이 아니었습니다.

한 가지를 배우기도 어려운데 이 세상에는 배워야할 기술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학원을 가며 만원 지하철에서 동영상 강의를 듣고

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수업을 마치면 남아서 자율학습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모르는 단어나 기술들을 찾아보고

집에 도착하면 씻고 쓰러져 자는 일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었습니다.


그렇게 한두달 얼떨떨하게 지내고 났더니 슬슬 결과물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그게 또 아주 재밌더군요.

모르는 기술을 하나 정해서 공부하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무언가 하나 만들어내고

만들어내다 보면 부족한 부분이 보여서 또 다른 기술을 공부하게 되고

공부하다 보면 좋은 정보인 것 같아서 블로그에 공유도 해보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이제는 공부하는 생활이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이 분야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공부할 게 있다는 장점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단점

제 성향에는 아주 큰 장점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제 이름으로 약소한 서비스도 출시를 하게 되고

출시하고 나니 문제가 많아서 또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개발 공부를 시작한 이후로 저녁과 주말의 여가 시간은 남김 없이 빼앗겼지만

개발 결과물들을 보며 기뻐하는 걸 보면 마치 아빠가 된 기분입니다.

얼마 전에 오키에서 본 '개발이 쉬웠으면 대우 받지 못했을 것이다.' 라는 댓글이 기억납니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는데 이 말이 제게는 아주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이력서를 작성하다 보니 제 자신이 많이 변한 것 같더군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막막하지만

무언가를 배우는 일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진 것 같습니다.

구글이 있다면 로켓도 만들어서 발사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이제 취직을 하게 되면 좋지 않을 일도 당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슬럼프도 겪겠지만

지금 같은 마음가짐으로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각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 개발자 분들

피곤한 월요일인데 고생 정말 많으셨습니다.

저도 곧 함께 고생하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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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9

  • 니플
    31k
    2019-05-20 18:26:51 작성 2019-05-20 18:28:24 수정됨

    왜 개발을 하게 되었는지 동기가 안적혀있는 것 같은데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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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eelingXD
    21
    2019-05-20 18:33:25

    이 필력이시면 전업작가하셔도 될거같은데요 ?

    예체능 전공이아니라 국문학과 전공이라해도 믿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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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ckies
    195
    2019-05-20 18:36:02 작성 2019-05-20 19:27:58 수정됨
    글이 너무 길어져서 많이 잘라냈는데 궁금해하신다니 남겨보겠습니다.
    여러가지 정보를 취합해보니 일단 건설직 개발직 양 쪽 다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습니다. 장단점을 정리해보니 건설직은 워라밸이 보장되는 대신 근로 환경이 안좋은 편이고 개발직은 워라밸이 보장되지 않는 대신 노력과 운 여하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해외에서 주 30~35시간 근무를 했던 경험에 따르면 제 성향상 워라밸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고 조금 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 싶었습니다.
    작년 여름이 너무 더웠던 점도 한 몫 했던 것 같습니다.
    0
  • 니플
    31k
    2019-05-20 18:55:12

    개발직과 건설직 말고 선택할 직업이 없으셨나요?

    개발을 하고 싶어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건설직이 어려우니 개발직을 선택했다가 아닌 개인적으로 개발을 해야만하는 이유가 있으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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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ydo_
    442
    2019-05-20 18:57:39 작성 2019-05-20 18:58:07 수정됨

    (어이쿠 여기 면접 중인가여ㅋㅋ?)


    글쓴이님, 글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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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넨
    607
    2019-05-20 19:01:59

    좋은 곳에 취업하셔서 즐겁게 일하시길^^  

    2
  • Wickies
    195
    2019-05-20 19:12:02
    되려 그 반대입니다. 건설직은 오히려 리스크가 굉장히 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건설직은 항상 인력이 모자라고 금전적인 대우가 매우 정직합니다. 야근을 했을 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룰이 적용되어 있죠. 사업을 하거나 다니던 회사가 망하지 않는 이상 제 기준 이상의 연봉을 보장받으며 안정적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경험을 통해 적성에 대한 판단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는 상태였죠.
    반면에 개발직은 제 적성에 대한 판단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리스크가 굉장히 컸습니다. 일단 개발을 잘 할 수 있을지도 몰라서 불안했고, 저는 앉아있는 것 보다 움직이는 일을 좋아했기 때문에 쉽지 않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오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줄은 몰랐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더 어려운 길을 택해야 만족하며 살 수 있을거라 판단해서 개발직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일을 시작 안해서 섣부른 판단은 못하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행복한 것 같습니다.
    0
  • Wickies
    195
    2019-05-20 19:14:09 작성 2019-05-20 19:17:25 수정됨

    그리고 다른 직업에 대해서 물으셨는데

    서비스직이랑 대학교를 다시 가야하는 직업을 제외했더니 아이러니하게도 1차 산업과 4차 산업만 남더군요..


    그리고 다른 분 면접 말씀도 하셨는데 실제로 면접을 준비하는 느낌이라 좋은 것 같습니다. 안그래도 자소서에서 막혀있는 상태였는데 니플님이 말씀해주신 덕에 이러한 부분도 잘 녹여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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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린이
    396
    2019-05-20 20:23:33
    경험하신 시행착오가 자양분이 될꺼라 믿습니다. 응원합니다.
    1
  • Wickies
    195
    2019-05-20 20:42:35

    응원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ㅎㅎㅎ

    모두 복받으실거에요!

    0
  • 독거소년
    2k
    2019-05-20 21:35:08

    글을 잘 쓰시는것 보니 컴퓨터 언어도 잘 하시게 되리라 믿습니다.

    2
  • ignoreOrange
    665
    2019-05-20 23:38:04

    인간승리 갑시닷

    1
  • 지나갈게요
    7
    2019-05-21 00:01:48

    멋집니다. 응원해요.

    1
  • mrforever
    3
    2019-05-21 02:16:57

    응원합니다. 

    개발자는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라 생각하는데, 글쓴님의 자기 고민의 흔적이 담긴 글을 보니 잘 되실 거라는 느낌이 듭니다 :)

    1
  • gamza
    395
    2019-05-21 16:20:54

    잘읽었습니다 ㅎㅎ

    1
  • HelloBoy
    183
    2019-05-22 13:26:24

    멋지네요.

    아...나이만 먹은 제가 좀 부끄럽네요. ㅠㅠ

    1
  • laravel.kr
    34
    2019-05-22 21:03:06

    잘 될겁니다! 

    1
  • Wickies
    195
    2019-05-23 19:32:29 작성 2019-05-23 19:32:54 수정됨

    헛.. 제 글이 위클리 베스트에 올라오다니 당황스럽네요..

    중간보고 드리자면

    현재 구직활동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오늘 한 곳 코딩테스트 봐서 합격했고 

    내일은 두 곳 면접 보기로 되어있습니다.

    응원해주신 분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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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fine
    119
    2019-05-24 00:27:16

    가독성 오지네요

    코딩도 깔끔하게 잘하실듯 합니다

    주제넘었다면 죄송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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