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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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5 03:55:11 작성 2019-04-25 03:59:17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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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기업 퇴사와 경찰청 출석 후기입니다.


2개월 전, 선배님들의 조언에 용기를 얻어 퇴사를 결심하였던 신입 개발자입니다.(https://okky.kr/article/540998)


저 글을 쓰게 된 이후 퇴사를 하게 된 후기와
퇴사한 회사 덕분에 경찰청 구경까지 한 후기를 간략히(?) 풀어봤습니다.


<퇴사 후기>

정말로 댓글의 선배님 말씀처럼 구두로만 좋은 조건으로 설득하려 들었습니다. 
(연봉 인상, 사수가 될만한 경력직 채용,  수익 분배 등)

처음엔 혹 했지만 대표가 거짓말 치는걸 하루이틀 본게 아니라서 "경력직 뽑을 여력 있으시면 저 같은 흔한 신입에 인건비 낭비 하지말고 그분 데리고 일하시면 될듯합니다." 라고 말하고, 동료 개발자에게 인수인계 후 퇴사 예정일에 나왔습니다. (퇴사하고 두달이 지난 지금도 경력직은 커녕 신입조차 안뽑았답니다.)

어찌됐든 마지막날엔 대표님과 웃으면서  악수도 하고 좋게좋게 마무리 했습니다.
회사가 싫어서 나갔지만, 그래도 같이 일한 정이 있었기 때문에 회사가 잘 크길 빌었습니다.


퇴사후 평화롭게 쉐이더 책을 보던 어느날

경찰청의 수사관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경찰청이요..?>

얼마전, 대표가 정부 연구 과제 지원금을 꿀꺽한게 들통났고,
제가 해당 과제의 담당자였기 때문에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을 해달라는 전화였습니다.

괜히 공범으로 의심받으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조사에 성실히 임했습니다.

그리고 조사를 받으면서 알게된 사실들...

1. 분명 나혼자 개발했는데, 서류상엔 5~6명 팀 단위의 인건비를 신청했다. 어쩐지 겁나 힘들더라.
2. 개발한건 난데 연구원 목록엔 내가 없다. 제품 시연 영상엔 내가 있는데...
3. 기본급 말고도 연구원에게 주는 연구수당이란게 있었다. 연구 수당은 커녕 야근수당도 안주던데
4. 서류상에 있던 가짜 연구원들은 누군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수사관 曰 : 대표 지인 & 친구들이에요)
5. 다른 사업에선 직원들 식대로 분류된 금액까지 대표 주머니로 들어갔다.

야근 수당도 안주고 야근한 사람한테 택시비 만원짜리 한장 조차 안주는 째째한 인간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저정도 일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직원들한테 돌아가야할 혜택을 본인이 고스란히 챙겨먹고 커피 하나 사주면서 생색이었을 줄이야...

저보다 오래다닌 (전/현)직원들은 이미 조사를 마친 상태였는데, 대표한테 워낙 당한게 많아서 그런지
단 한명도 편드는 사람 없이 최선을 다해 협조를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사람은 나쁜짓을 하더라도 주변부터 잘돌봐야 하는군요.

어찌됐든 대표 덕분에 처음으로 지방 경찰청 구경도 해봤습니다.
넓고 경찰도 많고... 의경 친구들은 참 친절하고.

수사관님께 물어본 바로는 대표가 정부 지원금 부정수급을 했기 때문에

추가징수를 포함한 지원금 반환 + 1년간(혹은 그 이상) 정부 사업  참여 배제 + 징역 3년 이하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이라는 종합 선물세트를 받게 생겼다고 하더라구요.


#뜬금없이 궁금한점...

반환 금액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그것 때문에 회사가 망할거라는 생각은 안되지만,

수익의 8~90% 가 정부 지원금, 나머지는 자잘한 외주로 버티던 회사라서
정부 사업 참여 제한 때문에 망한거나 마찬가지겠죠?

솔직히 실력있고 열심히 준비한 사람들이 이런 회사 때문에 기회를 빼앗겼다는걸 생각하면
쌤통이긴 합니다만 거기서 일하던 분들은 무슨 날벼락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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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3

  • 콘푸로스트
    1k
    2019-04-25 08:25:25

    시원하네요.

    나랏돈으로 장난치는 놈들은 벌금이 아니라 징역을 살아야할텐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5
  • pooq
    5k
    2019-04-25 08:58:11

    저런 놈들도 문제지만, 정부 지원금을 저렇게 허술하게도 따낼 수 있는 시스템도 문제라고 봅니다.

    최소한 서류상에 있는 사람들이 지정한 업체에서 일을하고 있는지 한두번 정도는 직접 확인하고, 진행 상황도 같이 체크해야 하는데, 인력 부족이란 이유로 손 놓고 있으니 눈 먼 돈이란 말이 나오는 거겠죠.

    6
  • 아이러니y
    1k
    2019-04-25 09:24:46

    정말 쳐죽일 ㄱH놈이군요

    1
  • yeori
    950
    2019-04-25 09:24:58

    크으~~ ㅎㅎ 왜 저러고 살까 ㅎㅎ

    능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성실하지도 않고

    돈은 많이, 쉽게 벌고싶고

    양심 좀 빻고...

    이러면 '사짜'의 길로 빠져드는듯 합니다...

    1
  • 개발자학도
    2k
    2019-04-25 09:48:56

    나랏돈으로 장난치면 진짜 다시는 장난못치게 만들어야되는데

    1
  • 3year
    115
    2019-04-25 10:15:32

    고생하셨습니다.

    더 좋은 직장 만나서 행복 생활 하시길

    1
  • onimusha
    7k
    2019-04-25 10:16:12
    추가징수 + 벌금 다 뱉고 그래도 남긴 돈 얼만지 계산기 두드릴 저 사장놈 속내를 생각해보면 열불나네요..
    2
  • 한량개발자
    1k
    2019-04-25 10:45:31

    사이다..!

    1
  • 주말은
    130
    2019-04-25 10:51:14

    '추가징수를 포함한 지원금 반환 + 1년간(혹은 그 이상) 정부 사업  참여 배제 + 징역 3년 이하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문제의 대표는 다시금 정부 사업에 참여할 수도 있겠네요. 이래서 사기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흔한 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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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ueCat
    149
    2019-04-25 11:18:08

    @onimusha
    저도 그게 너무 열받습니다. 사기치고 잡혀도 남는장사라니..

    그나마 위로가 되는 점은 분야가 워낙 좁아서
    관련 기관 사람들이 다 알아보기 때문에 어떻게든 지원 사업에서 제외될거란 점 입니다.

    0
  • 소불
    2k
    2019-04-25 20:32:22

    대기업 공공사업 입찰제한 이후로 중고기업이 입찰가능해지니 악덕업체들이 더 많이 생기는 느낌이네요

    IT 전혀 모르는데 보고서 몇장내고 서류 잘써서 국가재정 날로 먹으려고 뛰어드는 쓰레기들 왜일케 많은지....

    1
  • Aaron
    1k
    2019-04-29 17:21:46

    하.. 진짜 이런거 보면 개발자만 봉인가 싶습니다.

    나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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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6
    27
    2019-04-30 17:47:17

    인터넷하면서 사이다글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고생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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