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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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3 08:44:48 작성 2019-02-23 08:52:41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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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9년차 재택 프리랜서의 개발 커리어 회고


안녕하세요. 다른 10년차 전후 경력을 가지신 개발자 분들의 회고를 보면서 언젠가 저도 회고를 한번 써봐야지라고 생각하던 차, 오밤에 잠이 오지 않아 글을 써봅니다.


이 글은 재치가 부족하고 딱딱한 인성을 가진 뚱땡이 개발자(게으른 개발자)의 연대기식 회고입니다. 고로 길고 재미가 없습니다. 저의 개발자 커리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건과 프로젝트와 생각, 반성을 나열할 것입니다.


저는 86년생 04학번의 전공자입니다. 학교는 지방의 국립대, 평범한 대학을 5년만에 졸업했습니다(반년 휴식 포함). 원래 누가봐도 게으른 천성을 타고난지라 학교공부는 굉장히 소홀히 했습니다. 당연히 개발 공부에도 별로 흥미가 없었구요. 컴퓨터공학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고등학생 때까지 컴퓨터 게임을 좋아했다는 이유 하나였습니다. 첫 두학기는 학교 성적이 0.6, 0.3이 뜨더군요.(네... 실화입니다.)


아시다시피 학교 초기 개발 언어 전공은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예제만 따라치면 되는 정도의 레벨이었으니까요. 다만 디테일하게 공부하지 않아 성적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어영부영 학교를 놀러다니다 보니 친구들이 하나 둘 군입대를 하고 홀로 남겨지자 저도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3학년 2학기)


제대 후에도 그닥 공부가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제대 후 첫 학기에서 제 개발자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전공과목을 만나게 됩니다. 그것은 알고리즘입니다. 이 과목 교수님은 출석 체크를 하지 않으시는 지라... 한달에 한번 정도 수업에 참석했습니다.


알고리즘 과제로 나오는 문제들을 풀다보니 밤을 새워 코딩하게 되었어요. 몇가지는 과제를 성공적으로 제출했고 몇가지는 역시 게으름 부리다가 실패했죠. 밤을 새워서 +1 -1에 씨름하다 보니, 개발이 쉬워보이는 겁니다. 첫 과제가 재귀와 관련한 문제였는데 이문제를 한달씩이나 머리속으로 생각했습니다.(사실 별로 어려운 문제도 아닙니다. 코드를 치는게 귀찮아서 머리속으로 끝내놓고 코드쳐야지라는 생각으로 미루고 있었던 겁니다.) 이 때 한달 정도 머리속으로 계속해서 코드를 시뮬레이션하다 보니 어떻게 손가락이 근질거려서 코딩을 시작합니다. 이때 밤을 새워 코딩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냐면... 머리속에 있던 그 개념들이 코드로 옮겨지는 느낌을 경험합니다. 저는 이 느낌이 개발자로서의 가장 중요한 경험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학교에서 배웠던 교과목들은 대부분 일을 하면서 써먹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린 것처럼 워낙 게을러서 디테일하게 기억하지 않고 대충 이런 이슈는 이 책을 뒤져보면 되겠구나 정도만 머리속에 담아둔채 졸업하죠. 그중에서도 제가 일을 하면서 많이 써먹었던 교과목은 알고리즘, 자료구조, 통신 정도가 되겠네요. 물론 OS, 보안, 개발방법론(소프트웨어 공학) 등도 그 개념이 필요한 경우가 제법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건 학교에서 리팩토링이나 디자인패턴 과목이 3학년이나 4학년 과정으로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대부분의 개발자 먹거리는 SI이니까요. 더 나은 SI를 하기 위해서는 정말 필수 과목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2011년에 졸업한 후, 역시나 취직 생각도 안하고 자취방에서 게임하면서 세월이 가네 마네 하면서 열심히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친구들이 취직한다고 바쁘고 놀 사람이 없어지는 겁니다. 졸업한 마당에 학교가서 놀기도 시선이 부끄러워 그러지 못하구요. 그러던 와중에 과친구 중 둘이 서울에 있는 개발 학원에 가겠다고 말을 합니다. 그 학원에서 대기업 연계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면서 저에게 같이 가자고 권유하길래 혼자 자취방에서 할 일도 없고 그냥 따라가게 됩니다. 아 저도 취직활동을 아에 안했던 것은 아니어서 부산에서 몇군대 면접을 본것같습니다.(면접 과정이 별로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기억인듯 합니다. 저를 오라고 부른 부산의 기업에서는 연봉으로 2500, 2800 정도를 제시한 걸로 기억합니다.)


학원에서 3월부터 9월까지 있었는데, 전공자로서 학원에 대한 평가는 '쓸데없다'입니다. 정말로 언어의 기초도 모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었으니까요. 저는 학원다니는 동안 솔직히 이렇게 생각합니다. '같이 수업듣는 친구들의 수준이 이러하니 가만 있어도 대기업 가겠구나.' (ㅋㅋㅋㅋㅋ... 정말 웃기죠? 저도 웃깁니다.) 하지만 제 성적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역시 디테일하게 공부하는 습관이 없어서 1,2등은 못 되더군요. 결국 저는 대기업에는 떨어졌습니다. 아마 인성검사에서 탈락한건 아닐까라고 의심합니다.(ㅋㅋㅋ. 다음에 입사한 회사에서 인성결과를 알려주었는데 정말 입사할수 없는 정도의 인성이랍니다.) 같이 공부하던 반의 친구들 중 대기업에 들어간 비율은 5,6명 정도 된듯하네요. (SK CNC, KT, 농협 등입니다.) 대부분은 SI 업체에 일부는 솔루션 업체에 들어갔습니다.


학원에 다닐 때, 학원 공부가 별 재미가 없어서 '리팩토링'과 '디자인 패턴' 책을 수업시간에 보았는데 정말 흥미가 생기더군요. 더 좋은 코드란 무엇인가? 어느 정도 코드를 짜야 욕먹지 않을까? 혹은 남의 코드를 좋다 나쁘다 말할수 있을까? 라는 화두가 제 머리 속에서 생겨났습니다. 음...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천둥벌거숭이가 어떤 고수들의 영역을 엿본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더 정확히는 '개발자 세계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하는 고민'이 저것이구나 하는 느낌이랄까요? 아마도 저는 그 고수들처럼 고수인척 하고 싶었나 봅니다.


대기업에 떨어지고 나니 저는 그때부터 면접을 보로 다닙니다. 4,5곳 정도 지원을 했고 그 중 몇 곳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던 것 같은데, 그 중에 좀 있어보이고 면접비도 챙겨준 통신 솔루션 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연봉 2500). 통신 Access 관련 개발을 하는 팀에 소속되었고 이 회사에 다니는 동안 주로 간단한 에뮬레이터, 선임이 짜놓은 코드 유지보수, 프로세스 스케쥴러와 프로세스 상태 관리 및 로그 처리하는 어플리케이션, 제어용 Web 개발, Packaging 등을 하였습니다. 주사용언어는 c언어이고, 업무 형태는 거의 단독 개발을 했습니다. 별다른 레퍼런스도 없었고, 정말 소설 창작하듯 혼자 창작했습니다. 그런데 기능들은 왠만하면 잘돌아가니까 선임들이 제 코드도 안 봐주고 이게 맞나 아닌가? 수준이 너무 낮은 프로그램을 개발한건 아닌가라는 의심을 하면서 배포했었죠. 같이 입사한 몇명의 동기들은 모두 선임들이 개발하는 방법 테스트 하는 방법 이런거 갈켜주고 있는데 말이죠. 


게다가 입사 직전에 보았던 그놈의 디자인패턴이 머리속에 남아서 정말 기상천외한 코드들을 짰었습니다. ㅋㅋㅋㅋ... 아무도 제 코드를 보고 싶어하지 않았었어요. C언어로도 디자인패턴을 잘 구현한 라이브러리나 프레임웍들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팀내에서 그것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이 회사에서 했던 일 중, 실패했던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LTE 통신에서 사용되는 헤더 압축 기능 구현입니다. 직접 구현은 아니고 회사가 사와서 상용화하길 원하는 프레임웍이 있었는데 그중에 그 기능이 들어있었는데 제한적으로 구현된 것을 확장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프레임웍을 제작한 회사에서는 기능 확장이 힘드니 불가능하니 그렇게 답변을 들었었죠. 그래서 잉여스러운 저한테 떨어진 일이었는데 아 저는 정말 그일이 너무 힘들었습니다.(못하겠다고 했으나... 팀장이 해랍니다.. 하는 수밖에요... ) 관련 소스가 너무 많고, 스펙문서도 수백페이지나 되면서 영어로 써제껴진 그딴 문서를 분석해서.. ㅜㅜ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게을러서 토익시험도 한번 쳐본적이 없는데 말이죠.


관련 소스양이 너무 많아서 한참을 멘붕 상태로 있었죠.(기억하기로는 몇 십 메가쯤되었던 것같습니다. 모두가 그 기능을 위한 코드는 아니지만 이 지랄맞은 코드는 자바라이브러리 처럼 기능분리가 잘되어 있지 않고 중복코드가 엄청나게 많다는걸 아셔야 합니다.) 선임들은 자기 업무로 항상 바쁜데다가 관련 일을 해본 사람도 없고 도움 받을 사람도 없었습니다. (모두가 처음 받아서 쓰는 프레임웍이었습니다. 그 전 3G 개발때는 전체 기능을 직접 개발했었답니다.) 그러다가 그 코드를 한달에 걸쳐 엑셀 시트에 정말 한줄한줄 읽으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분기들을 써놓기 시작합니다. a() -> b() -> c() 중요변수 a, b, c 이런씩으로요. 제가 이 짓을 한두달 하는 사이에 회사에서는 열심히 프레임웍 제작회사에 기능넣어달라 요청했으나 구조적인 문제로 안된다는 답변만 계속 들었죠. 그리고 진도가 안나간다는걸 안 팀장이 다른 업무를 저한테 전달해주어 해당 업무에서 탈출했습니다. 


이 실패한 프로젝트에서 전혀 건진게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많은 코드들을 한번 엑셀시트에 옮기고나자 많은 양의 코드도 시간을 들이면 읽을만 하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당시의 제품은 모든 코드들이 독립적이지만 또 연계성을 가지고 있어서 제품의 다른 파츠를 개발하는 동안 분석했던 것을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코드를 읽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입니다. 내가 해석한 코드 외 다른 영향을 주는 코드가 어디서 나타날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정말 저는 이 회사에 있는 동안 많은 시간을 일했습니다. 업무를 저한테만 단독으로 할당하여 저는 끝날때까지 자의반 타의반으로 기능을 시간내 완성하기 위해 밤을 새웠고, 하필이면 제가 만든 프로세스가 타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기능이라 여기 저기 끌려다녀야 했습니다.(해당 제품을 같이 만들던 사람들의 수는 기존 프레임웍 제작회사 인원 외 20명 정도 됩니다.) 이런 끔찍한 환경 속에서 일했지만 연봉은 쉽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첫해 2500, 둘째해 2800, 셋째해에 2950? 언제나 회사 내에서 내가 짜는 코드를 나 혼자만 보고 있으니 질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대외적으로 연봉이 늘어나지도 않는 것을 보면서 다른 친구들의 연봉과 비교를 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더 나은 것 같은데 난 왜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이렇게 힘들게 일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퇴사를 했습니다. 퇴사를 한다고 하니 그제서야 연봉을 올려주니마니하여 약간 마음이 흔들렸지만, 동기들 눈치보이게 나만 때써서 연봉올리는 것도 좀 마음에 걸리고 줏대없어 보이고 작은 인간으로 보일까봐 결심한바 퇴사를 했습니다. 


아, 첫 회사에서 들었던 가장 강려크한 기억 중 하나를 말하지 않았군요. 하루는 저보다 5,6년 위 선임과 같이 늦은시간에 퇴근을 하는데 그 분이 저한테 이렇게 말하더군요. 

- 우리는 상, 하의 관계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같이 일하는 동료(coworker)다.

저는 언제나 건방지기도 한지라 이 말을 듣고 다음과 같은 의식이 생겼습니다.

- 돈 받은 것만큼 일하겠다. 내가 받은 돈만큼 일하지 못한다면 난 내 발로 퇴사하겠다. 왜냐면 나는 돈을 대가로 일을 해주는 프로이니까. 따라서 회사는 내가 일한 것만큼의 돈을 지불해줘야 한다. 나는 기술을 공부하고 연마할 것이며 생산성을 높여 더 많은 돈을 받아야겠다.

저는 이것이 프로의 자세라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아는 분이 프리랜서 일을 소개시켜주어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이 사업자가 계속 일을 미루는 것입니다. 우정국사업이었습니다. 12월부터 일하기로 했었는데 2월이 되어도 말이 없었죠. 아는 형이랑 같이 패키지로 들어가기로 얘기가 되어 있었었는데 2월에 갑자기 이 형이 말도 없이 다른 일을 시작해버려서 저는 나이가 어려서 혼자서는 해당 사업에 참여를 못한다는 말만 듣고 3달을 통째로 날렸습니다. 이 기다리는 시간동안 사업자는 계속해서 1주일만 2주일만 기다리면 된다는 말만 반복했었는데 사실은 거의 기약없는 구라였던 것이죠. 역시 프리랜서 일은 도장이 찍히기 전에는 일을 한다라고 생각하면 안 될 듯합니다. 아무리 사업자가 1주일만 2주일만 기다려달라고 말하더라도 저처럼 마음이 약해지지 마시고 냉정하게 거절하시면 될 듯합니다.


그 뒤, 관련 업종으로 이직하려고 했으나 연봉이 짜더군요. 

그래서 조금 해본적 있는 웹관련 회사로 이직했습니다. 이 회사는 Java Spring 베이스의 기술스택으로 서비스을 만들고자 하는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저는 창립맴버로 입사하게 됩니다.(연봉은 3600) 저는 스타트업에는 딱히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제가 안해본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과 그 맴버들의 타이틀들이 다들 좋았던지라 참여했습니다. 교수에 개발관련된 단체의 협회장에 개발서적 저자에... 이정도 맴버인데 망할까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제대로 수익을 못내고(아니 수익 이전에 런칭도 못했습니다. 무슨 생각으로 스케쥴을 만든걸까요?) 회사는 망했습니다. 이제 완벽하게 깨닫게 됩니다. 

- 연봉만이 나를 나타내는 절대적인 지표이다.


이 회사에서 자바, 스프링, 웹에 대해서 많이 공부했습니다. 회사는 쓰레기였지만 개발을 매니져해주신 분과 그 분과 함께 개발하신 분들이 굉장한 개발에 대한 열정이 있으셨고 철학도 확고하신 분들이셨으니까요. 나중에 들으니 그분들 모두 굉장히 많은 돈을 버시는 개발자라고 하시더군요. (개발관련 주제로 논쟁하기 시작하면... 사실 저는 왜저렇게까지 흥분하시나? 나는 졸린데... 이런 마음으로 듣고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개발자분들은 회사 소속이 아니었어요. 개발자는 저밖에 없었습니다. 한분을 제외하면 회사에 놀러오시는 분들이었습니다. 그 한 분은 직접 개발은 안하시고 개발스케쥴만 매니져해주셨습니다. 또 저혼자 이것저것 검색해가면서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개발기간은 초도개발 3개월, 후속개발 1년. 중간에 회사가 어려워져서 SI파견도 한번 갔었습니다.


회사가 망할때 쯤에는 저한테 굉장히 많은 연봉을 준다는 약속과 몇가지의 약속이 있었지만 결국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망해버렸죠. 제가 okky에 들어와서 눈팅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시점이 그 쯤입니다. 회사가 지겨웠으니까요.

- 타인의 사회적인 지위와 명성은 나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자신의 이득이 결정되는 때는 그 타이틀을 이용해서 나와 같은 부하직원을 이용해먹기도 한다.


그 뒤, 처음으로 프리랜서를 시작합니다. 일 찾는 것은 okky, devpia, 사람인을 통해 알게된 업체 메일로 제 이력서와 받고 싶은 금액을 써서 쭉 돌렸습니다. 대략 30 곳 정도 돌렸습니다. 음 아마 이때 제 경력은 만으로 4년반정도 된 것같았고, 희망금액은 월에 500만원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인터뷰할때 저는 최대한 자신있다라고 말을 했던 것같네요. 이후 대충 30곳의 업체중 제가 원하는 금액을 맞춰줄수 있다고 연락이 온 곳은 4,5곳 정도됩니다. 그 중 프로젝트 시작일이 빨랐던 업체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두번째 회사 퇴사 후 3,4일 뒤부터 곧장 일을 했습니다. 금액은 월에 450만원, 제가 일을 잘하면 @를 주겠다는 조건으로 일을 했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한 사업장은 개발자 6,7명 정도에 디자이너 겸 퍼블리셔 3명, 관리자 3명 정도가 있었던 것같습니다. 개발자 회사와 디자인 회사는 각기 다른 회사이며 대기업 을사가 별도로 계약한 회사들이었습니다. 이 사이트에서 만난 개발자들은 대부분 저보다 10살 가량 많으신 분들이었고, 프로젝트 후반기에 한두사람 제 또래가 들어오긴 했습니다. 저는 저보다 나이가 다들 많으시길래 배울게 많을 것같다고 좋아했지만... 이 첫 사이트의 개발은 굉장히 실망스러웠습니다. 관리자한테도 실망했고 디자이너한테도 실망했고 개발자집단에도 크게 실망했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고 혹은 비리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선배 개발자들의 실력에도 실망했구요.


결국 이 프로젝트는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최대한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고 싶어서 이전 회사에서 배웠던 것들과 썼던 코드들을 활용해서 기능들을 거의 다시 개발했습니다. 야근도 하고 주말근무도 하면서요. 회사에서는 이렇게 일한 저를 인정해주었는지 월급은 450, 500, 600, 700 이렇게 올라갔습니다. 발언권도 개발자집단에서 가장 크게 주어졌구요.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너무 몇년을 힘들게 일한 것같아서 베트남으로 생전 처음 배낭하나 메고 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많이 일했으니 왠만하면 나 찾지마'라는 마음이었던 것같네요.


이 후, 대기업 SI에 두차례 참여를 하였고 ETRI 연구과제에 한차례 참여하였습니다. 2017년에는 월에 500만원, 2018년에는 600만원을 기준으로 받았습니다. 이것은 프로젝트에 따라 +-@ 되기도 했습니다. 수십명씩 일하는 대기업 SI는 정말 적성에 안 맞는다고 생각이 드네요. 일의 양은 적게 주어지는것같은데 쓸데없는 야근 강요에 기술스택도 뻔하고 개발자를 부품취급하니... 맡은 일 끝내놓고 눈치보면서 노는것도 제 취향에 맞지 않는 것 같구요.


제가 "재택프리랜서의 회고"라고 했으면서 언제 재택프리랜서 이야기가 나오냐고 생각하실겁니다. 저의 "재택프리랜서" 스토리는 별거 없습니다. 이렇게 프리랜서 업체를 두어번 거치고나니, 제가 일했던 것에 만족한 것인지 이렇게 일했던 업체들로부터 가끔 연락이 옵니다. 보통 상주일로 연락이 오는데, 보통 제가 참여할수 있는지 아니면 아는 개발자를 소개시켜줄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그러면 제가 비상주로 일을 해도 괜찮은지 여쭤본 후 괜찮다고 하면 미팅 후에 일을 시작하죠. 처음에는 상주일을 하던 중에 비상주일을 투잡으로 일을 했습니다. 금액은 상주일보다는 조금 적은 금액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비상주일과 상주일 같은 금액을 받고 있습니다.


처음 이렇게 상주일과 비상주일, 그리고 여러 비상주일을 겹쳐서 할때는 제가 스케쥴 관리을 잘못해서 일정을 제대로 못지키기도 했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돈욕심에 일 3개를 겹쳐서 진행한 적도 있는데 정말 그 한달동안은 잠자는 시간외에는 모두 일만 했고, 일주일에 하루는 밤을 새워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일을 했지만 일정이 안 맞춰지면, 한 곳에는 가서 거짓말하고, 한 곳에 가서는 어쩔수 없이 욕을 먹기도 했습니다. 비상주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가장 큰 실수 중 하나가 이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난 후에는 아무리 돈 욕심이 나더라도 무리하게 일정을 잡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실수하고 나면 저에 대한 평판이 엉망이 되니까요.

- 동시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최대 두가지만...


비상주일과 상주일에는 장단점이 있는 것같네요. 업체의 규모에 따라서도 장단점이 있구요. 비상주일은 월급여로 계약을 해도 막상 일을 진행하면 텀키처럼 돈을 수령하는 경우가 꽤 많네요. 그래서 돈이 지급되는 시점이 불규칙적입니다. 예상일은 잡을수 있지만 완벽하면 어느날짜에 돈이 들어올지 알수 없습니다. 상주일은 왠만하면 그런일은 없더군요. 정해진 날짜에 전달받았습니다. 업체의 규모가 크면 돈 지급을 받는데 정해진 날짜에 꼬박꼬박 잘 들어옵니다. 반대로는 융통성이 없습니다. 일 더 많이해도 돈더 많이 받는 경우를 상상할수 없습니다. 일시키는 사람과 돈주는 부서가 다르기 때문이죠. 반대로 규모가 작으면 할당된 일의 규모를 늘리고 돈을 더 받는걸로 협상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대신.. 업체가 망하거나 제때 돈이 안나온다거나 하는 경우도 많이 겪었습니다. ㅜㅜ.


개발일을 하면서 자랑스럽다, 뿌듯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2017년에 프리랜서일을 분당에서 했는데, 첫회사가 근처에 있어서 방문했었습니다. 대부분은 그대로 일을 하고 계시더군요. :) 팀원이었던 선임과 얘기를 하는데 예전에 처녀개발자 시절에 만들었던 프로세스 상태관리 모듈을 아직도 이용하시더군요. 붙은 살들은 수정이 많았지만 그 스켈레톤은 그대로 사용하신다면서요. 코드의 생명력이 그렇게 길줄은 몰랐지만, 제가 한참을 고민하면서 만들었던 첫자식들이 아직 잘 살아있다는 걸 들으면서 스스로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


개발을 잘하는 사람과 일을 잘하는 사람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 것같습니다. 일을 잘한다는 사람과 못한다는 사람이 있는데 제가 생각할때 일을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었습니다.

- 업무시에 좋지않은 매너는 약속된 완료시각을 넘기는 것이며, 최악의 매너는 진행상황을 공유하지 않아서 관련자가 대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는 언제나 지맘대로 살아온지라 고객상대나 타인과 협업하는게 어려울줄 알았는데 별로 어렵지 않더군요. 대부분은 저를 사교성좋은 사람으로 보더군요(!) 저는 기분이 나쁘면 나쁜티를 팍팍내고 하고싶은거 못하면 징징거립니다. 친구들은 저를 보면서 '살얼음을 걷는 것같다', '너는 입사하면 한달만에 짤릴꺼다'라고 말했는데 말이죠. 저도 신기합니다. 다만 오래 저를 상대하다보면 저라는 인간을 다들 완벽하게 알아차리죠. ㅎ

무엇때문에 협업이나 고객상대가 힘들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보면... 저는 인사를 잘하고 다닙니다. 음.. 제가 생각하기에 제가 사교와 관련해서 장점은 오직 그하나뿐이지 않을까라고 생각되네요.


그래서 끊긴 인연도 꽤 많습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합니다. 제가 사교성이 좀더 있었다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지 않았을까? 혹은 더 좋은 기회가 나한테 돌아오지 않았을까?


프리랜서 일을 하는 중간중간, 어떻게 보면 저한테 정말 좋은 기회들이지 않았을까 하는 경우가 두어번 있었습니다. 빅데이터 업체, 인공지능 프로젝트... 정말 기초도 없는 저를 데리고 같이 일하자는 경우를 두번이나 차버렸네요. ㅜㅜ. 새로운 것을 할때마다 공부하는 시간이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같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여행의 맛도 알아버려서 중간중간 여행도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구요. 지금은 일년에 한두달씩 혼자 여행하고 돌아오곤 합니다.


최근에는 IOT 관련 관리 사이트를 많이 만듭니다. 혹은 IOT 관련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생각하시는 그 보통의 웹 개발일을 합니다. 프론트 백 DB 가리지 않고 일을 하며, 수준은 딱 원하는 기능을 구현시키는 것까지만 할 줄 압니다. 물론 성능에 대한 이슈가 있다면 고민은 합니다. 간단한 수준의 SQL 튜닝, 서버 성능.. 하지만 혼자 일하는 수준의 일, 딱 거기까지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제가 일종의 공장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저 찍어내는... 저도 고인물로 접어든 것이겠죠?


스스로 불안한 마음에 이것저것 신기술이라는 책을 가끔 뒤적거려보지만, 뻔하지 않은 기술을 프로젝트에 쓰자고 하면 저한테 일을 주는 업체가 싫어합니다. 코드 받는 사람이 힘들어 한다고... 그러면 저는 또 돈벌이에 활용도 못하는 기술에 관심이 없어져버리죠.


따라서 최근하고 있는 고민은 나의 개발자로서의 생명은 언제까지일까?입니다. 이렇게 공장장이 되어버리고 나니, 공부도 등한시하게 되고, 나의 생명도 곧 끝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듭니다. 어떤 공부가 돈이 되는 공부인지 나의 생명을 연장시켜줄 것인지 고민스럽습니다.



정리(연혁)

2011년: 첫 취직, C언어

2014년: 첫 퇴사

2015년: 이직, JAVA 웹

2016년: 퇴사, 첫 프리랜서

2017년: 첫 비상주, JAVA 웹, Android, JavaFx, Java RCP

2018년: 대부분 비상주, JAVA 웹, JavaFx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재택일로 보통 밤에 일하다 보니 낮에 자고 자정쯤 일어났습니다. 밥먹고 새벽 한시에 '사바하' 보고 걸어서 돌아오는 길에 커리어 회고를 써보고 싶어져서 글을 썼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저 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혹시나 누가 저의 감정에 공감해 주시는 분이 나타나지 않을까해서 글을 썼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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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22

  • 제운
    1k
    2019-02-23 09:31:22

    유익한 정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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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eestyle
    2k
    2019-02-23 10:31:07

    음... TL;DR이 필요한 글인듯 싶네요... 아무튼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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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글러
    25
    2019-02-23 11:48:26
    좋은 이야기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독했네요..초보 개발자로써 부럽기도 하고 내용도 전혀 지루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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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로마
    780
    2019-02-23 12:54:46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34세 9년차 개발 경력 스토리

    정말 열심히 사신것 같습니다.


    제 인생과 많이 비교되어 제가 많이 부끄럽습니다.

    제가  7년전 34세 나이에 남들보다 힘들고 더 어렵게 살면서도 나름데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으나,

    그때 인생이 망가지고 여기저기 뜯겨져서 현재 40대를 넘어섰죠.



    2
  • 스텁
    758
    2019-02-23 13:20:05

    내가 하고 싶은일만 하고 싫은일은 거절할줄 아는게 필요하다라고......이제와서 느끼는건데...처음부터 하신거같네요

    2
  • 민리
    239
    2019-02-23 14:06:29

    잘 보고 갑니다. ;-) 

    1
  • jja
    2k
    2019-02-23 19:07:53

    근데 재택은 중소말곤 안되지않을까요. 

    대부분의 대기업은 pc 반출조차 안되고 외부 메일도 승인받아야해서ㅜ

    투잡이 부럽긴하지만 요즘 세금 생각하면 적당히 받고 복지 좋은곳이 좋은듯하네요. 

    시간 남으시면 일하나 더 할 시간을 투자해서 회사를 차리심이

    1
  • dongwoo00
    157
    2019-02-24 07:55:21 작성 2019-02-24 07:58:11 수정됨

    필력이 상당하시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반갑네요. 저도 2011년부터 첫 취직을하고 2014년에 첫 퇴사했으며, 2015년에 첫 이직을 한것까지 동일합니다!

    1
  • gorun999
    39
    2019-02-24 10:59:30

    잘읽었습니다 

    저보다 열심히 사시는거 같아서 많은 자극이 돼네여. 


    1
  • loxxi
    29
    2019-02-24 15:45:55

    글 잘 읽었습니다

    아직 신입이지만, 작성자님 처럼 좋은 회고글 쓸수 있는 개발자가 되도록

    살아봐야겠습니다. 자극 감사합니다!

    1
  • sunni80
    652
    2019-02-24 17:49:5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
  • linuxer
    937
    2019-02-24 23:05:16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

    저는 역시 이런 경험의 글이나 

    최신 흐름의 글 딱 두 분야가 

    제일 관심 있더라고요 ^^

    1
  • exexexe
    101
    2019-02-25 10:40:07

    좋은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1
  • jamieyoung
    358
    2019-02-26 01:03:28 작성 2019-02-26 01:04:06 수정됨

    잘 읽었습니다! 남의 커리어를 이렇게 상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신입 취준 준비하는 입장에서 제게 필요 지식과 자신의 커리어를 끌고 가는 지혜가 무엇인지 배우고 갑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
  • C#린이
    239
    2019-02-26 08:01:31

    필력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올 하반기에 프리를 목표로 하는 저에게는 자양분이 되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1
  • 보해잎새주
    203
    2019-02-27 10:22:53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남들이 뭐라하든 자신만의 길을 가시는게 좋아보여요.

    그래서 평범하지 않은 재택 9년차 프리랜서 이신것 같네요 ^^

    1
  • 슈베어
    25
    2019-02-27 13:34:07

    부지런....하신 것 같은데..........머리도 좋으시고..........

    1
  • ydhoney
    104
    2019-02-27 15:27:10

    소스 난독증이 있는데 좋은 글 읽고 갑니다.

    1
  • chalres
    268
    2019-02-28 10:07:44

    잘보고 갑니다~ ^^

    1
  • 전재형
    4k
    2019-03-02 17:35:45

    댓글 달아 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언젠가 산업현장에서 같이 일하고 저녁에 같이 맥주 한잔 하길 원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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