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이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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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1 00: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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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들어가고 싶었던 스타트업에 인턴으로 들어가서 한달만에 짤렸네요


취업 준비와 학교 생활을 같이 하던 작년 여름부터 스타트업 찾아보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어 그 때부터 회사에 맞는 기술 스택으로 간단한 게시판, 크롤러, 포트폴리오 사이트, 즐겨찾기 사이트 등을 만들었습니다.

이후에 자소서 열심히 쓰고 면접 준비해서 붙었습니다. 몇 달 뒤 일어날 일도 모른 채 정말 기뻤습니다. js, 알고리즘, css 등 공부하라고 해서 공부도 했죠. typescript, react는 혼자 공부하면 헷갈리니까 와서 배우면 된다고... 하셔서 잘 안했네요 ㅋㅋㅋ

올해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여러가지 협업 도구를 동시에 쓰고 바로 프로젝트의 이슈를 해결하는 일을 하니까 넘 힘들었습니다 ㅋㅋㅋ... 머릿 속에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들이 뒤죽박죽이었습니다. 상용 프로젝트 코드를 까보니까 이것저것 많고 이슈 설명은 엄청 간단한데 코드 보니까 어딜 손대야할 지 모르겠고, 계속 보다가 시간만 가니까 사수분께 질문해서 겨우 해결하고 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참 답답해서 주변 분들에게 원래 이러냐고 여쭤봤더니 다들 겪었고 몇 달 지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 말 믿고 지금은 열심히 나중에는 잘하자는 마인드로 시간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며칠 지나도 제자리인 것 같고 위에 분들은 빨리 적응해서 뭔가 하길 바라고.. 부담감이 엄청났습니다. 제 또래 분들은  부담갖지 말라고 하셔서 위안이 좀 되었습니다.

자잘한 이슈들을 처리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상용 페이지 보수 작업을 좀 미흡하게 했지만 분명 처리한 것도 있고 사수분 도움 받아서 하고 있는데... 일 한지 이제 한달이 되려고 하는 찰나에 그만 두라고 하시네요... 위에 분들 하는 얘기를 듣는데 기대가 컸는데 생각보다 너무 못한다는 말을 들으니까 ... 어느 정도 수긍은 하면서도 이제 한달인데...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곳에 와서 일을 하면서 참 다양한 기술, 도구를 쓰는 구나. 어서 성장해서 회사에 기여하고 윈윈하고 싶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루하루 프로젝트 전체의 흐름도 잘 모른 채 문제 해결하는 데 급급했죠. 그렇다고 결과가 빠르고 훌륭하게 나온 것도 아닙니다. 제 자신도 답답했고 위에 분들도 좀 그랬겠죠.

회사 직원분들도 너무 착하시고 사업성도 좋은 것 같아, 저만 잘 적응해서 기여도를 높이고 의견도 내면서 구현까지 다 하고 싶은데. 그런 꿈을 가졌었는데 한 달만에 모자란 실력과 이윤을 내야 하는 회사의 입장 때문에 이렇게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인턴 계약서도 그냥 무시하셨네요. 하하....

기존에 계시던 분들도 처음에 저보다 몰랐고 똑같은 심정이었다고 해서, 좀 더 잘하면 되겠지.. 하면서 인턴 나부랭이 주제에 자진해서 야근까지 하고 주말에도 나오면서 상용 페이지 작업을 마감기한도 못지키고 질질 끌면서 겨우겨우 배포했습니다. 약간의 뿌듯함과 사수분에 대한 미안함, 관련 업무 하시는 분들에게 민폐구나.. 생각했습니다.

좋은 개발자 사이에서 어깨넘어로 기술 배우고 스스로 성장하겠다는 다짐이 많이 흔들립니다. 나중에 보면 왜 이런 멍청한 생각을 혼자 하면서 속앓이를 했지? 하겠지만 지금은 마음이 너무 안좋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가시방석에 앉아 이슈를 끄적이다 집으로 돌아가겠죠.

그만 두라는 얘기 들으면서 오만생각이 들고 몸에 불이 붙은 것처럼 화끈거렸습니다. 바랐던 곳에서 잠시나마 일을 하다가 갑작스럽게 떠나게 되니까 멘탈이 안좋습니다. 하하..

okky에서 면접 준비도 하고 교훈도 얻고 이런 저런 뼈와 살이 되는 글을 읽기만 하다가...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어서 착잡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덜어질까 하고 글을 끄적여봤습니다. 역시 아직도 혼란스럽네요. 마지막 날 일하다 울컥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다들 안녕히 주무시고 저는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현명하게 삽질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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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1

  • xhfpxhfp
    16
    2019-01-31 01:04:13

    괜찮아요!! 

    지금은 그 회사밖에 없는 것 같지만 세상에 좋은 회사는 많은 것 같아요 

    분명 그 한 달 동안 엄청 성장하셨을 겁니다. 

    그게 어딘가요? 분명 본인이 부족한 점이 어디어디인지 확실히 아셨고,

    고민하시는 것 보니까 그 부족한 점들을 그냥 비워두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채워나갈 분이신 것 같은데,

    각성하게 되는 계기로 삼고 더 노력해서 다음에 좋은 회사 들어가면 되죠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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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거소년
    2k
    2019-01-31 01:05:05

    말이 좋아 스타트업이지 실상은 그냥 소기업(벤처)입니다.

    열악한 근무환경, 낮은 페이, 낮은 고용 안정성을 지니고있습니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일당백 해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스타트업 임원입니다.

    분명 글쓴분을 채용할 시점에도 요구되는 실력이 있었을 겁니다. 대략 3~4년차 되는 정도의 실력이죠.

    그런데 그 부분에 미치지못해 떨어진겁니다.

    페이는 인턴인데 실력은 3~4년차이길 바랬던 것이죠


    의식이흐름님의 문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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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식이흐름
    10
    2019-01-31 01:08:51 작성 2019-01-31 01:09:05 수정됨

    독거소년

    네.. 빠른 적응과 질 높은 결과를 원하시는데 전 너무 서툴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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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거소년
    2k
    2019-01-31 01:17:55

    그정도 실력 되는 사람이 인턴급여받고 거길 가겠습니까?

    아주 양아치 회사입니다.

    다른사람들이 인생낭비하지 않게 잡플래닛에 좋은 후기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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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oq
    2k
    2019-01-31 03:19:10

    님이 일을 못해서 짜른게 아니라, 다른 안면있는 사람을 데려오기 위해 짜른걸겁니다.

    그게 아니고서야 겨우 한달 일한 인턴을 일 못한다는 핑계로 짜르지는 않습니다.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다른곳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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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co99
    1k
    2019-01-31 04:38:21

    경력직도 아니고 인턴을 한달만에 일을 못한다고 자르는게 말이나 되나 모르겠네요. 그런 회사는 오래 안다니는게 더 다행일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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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irheeoj
    7k
    2019-01-31 08:21:19

    일단 싸게 사람 쓰고

    버텨주면 이득이고

    원하는 만큼 성과가 안나오면 자르고 딴 인턴 뽑고.. 


    정규직 고용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싸게 사람 돌려막는 수단으로 전락한 대표적인 악용 예네요. 


    글쓴 분 본인 잘못은 없으니 잘 준비하셔서 좋은 회사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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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ffpro
    528
    2019-01-31 09:08:54

    그런회사는 오래 안다니는게 서로에게 좋더라구요 

    전 스타트업 중에 인턴 100명 넘게 써봤다고 근데 정직원 된 건 한명이라고 당당하게 말해서 되게 웃겼던 적이 있어요

    지금은 거기 나오고 여건 더 나은데 잘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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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고파서서러워요
    2k
    2019-01-31 10:36:41

    저런데 안가시는게......

    말이 저런거지 신입비용으로 고급 개발자 쓰고싶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쓴이의 잘못이 절대 아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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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샬쿰
    110
    2019-01-31 15:58:30

    고생하셨어요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윗분들도 말씀하셨지만 말이 좋아 스타트업이지 그냥


    영세한 기업인거 같네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자로서


    능력을 키울 수 있는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세상에 회사는 많아요  자신과 맞는 회사를 찾는게 어려울 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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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식이흐름
    10
    2019-01-31 23:22:34

    네 짐 싸서 집에 도착했습니다!

    한 달 간 뭘 위해 그렇게 달려왔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

    더 좋은 직장에서 더 좋은 개발자 분들과 만나 성장하기 위해 다시 취업 준비하겠습니다.

    글 써주신 분들 다들 감사드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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