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Z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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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8 17: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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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회사 일주일 근무 후기


안녕하세요! 간만에 오키에 글을 남기네요.

저번에 올린 글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 지 모르겠는데, 2018년 한 반년간 해외 취업을 준비해서 독일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후 그간 준비하랴, 짐풀랴 바빴는데 어느 새 독일 회사에서 일한 지 일주일이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간 느낀 것들을 공유하러 왔습니다.

원문은 http://hero0926.tistory.com/36 에 있습니다.

분위기

저는 유학을 가본 적이 없고 여행도 대학때 배낭여행 서유럽 50일 간 것 외에는 자취한번 해본 적 없는 토종 김치국 인간인데요. 오죽하면 일본, 중국, 동남아도 안 나가 본 클린 비자 피플입니다. 그래서 사실 붙어놓고도 와 영어로 어떻게 일하지? 해외에서 어떻게 적응하지? 등의 고민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 쓸 데 없는 고민이었습니다.


1일차

12시 반 출근 - 2시반(새벽아님) 퇴근

첫날에 회사에 12시 반에 나오래서 9시에 안가도 되냐니까 아니 뭐 어제 와놓고 9시에 오냐 피곤해서 안된다 이러길래 ㅇㅋ 알았음(제가 출근전 일요일날 밤 12시에 호스텔에 도착했습니다 ㅠㅠ) 하고 월요일 12시 반에 출근했습니다.

회사 사람들이 다 건물 밑에서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간단하게 카페에서 인사하고 포옹하고 오느라 수고했어 시차는 없니 이런얘기 하다가 건물 소개받고 층 소개받고 팀원 소개받고 먹을거 먹는데 소개받고 계정 만들다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습니다.

2시쯤 되어서 계정 다 만들어갈 쯤 너 피곤해서 더이상 일하면 안된다고 집에 가라길래 ???? 하고 짐싸서 집에 갔습니다.

2일차

11시 반 출근 - 8시 퇴근

다음날 9시에 나오려고 했는데 사장이 난 절대 그시간에 못일어난다 11시 이후에 우리 팀 미팅을 하자 해서 11시 반쯤 나갔더니 저밖에 사무실에 없어서 뭐지 했더니 다들 재택하다가 아차 신입이 들어왔지! 하고선 부랴부랴 회사에 나왔습니다.... 그래서 또 회사 가자마자 밥먹으러 가고 핸드폰 계정, 은행 계좌 만드는거 도움받고 하다보니 3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에는 컴퓨터 세팅잡고 코드 깔다보니 시간이 훅훅 흘러서 6시가 넘어가는 바람에, 저녁 같이 먹으러 나가서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하다 집에 갔습니다.

3일차

9시 출근 - 5시 퇴근

아무래도 전 9to6이 편해서 9시에 회사에 갔지만 역시 아무도 없습니다. 웃긴게 건물을 돌아보면 9시에 사람들이 한 1/3도 안왔어요... 대략 회사에서는 9-11시 사이 자율 출근을 선호합니다. 저는 일찍 끝내고 가서 자고싶었기에 9시에 갔지만 아무도 없어서 그냥 회사 키친에서 아침이나 해먹고 차좀 끓여마시고 오늘의 CI빌드 확인하면 10시 반쯤 되고 사람들이 슬슬슬 옵니다.... 드디어 첫 일을 받았는데 어떤 코드 속도가 너무 느려서 옵티마이제이션을 좀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병렬처리 코드로 구조를 바꾸다 보니까 5시 반이 되어서 빨리 집가라기에 집에 갔습니다() 집에 빨리 보내려는 회사의 강한 의지...

4일차

9시 반 출근 - 6시 퇴근

이제 너무 일찍오는게 아무 의미가 없는 거 같아서 걍 저도 느긋이 오기 시작합니다. 와서 혼자 밥해먹고 있어도 다들 아무말도 안 합니다. 사무실에 안 앉아있고 밖에 카페에 나가서 코딩하던, 공용 주방 소파에 누워서 코딩하던 아무 말도 안 합니다. 막말하자면 막 사무실 책상에 발올리고 코딩해도 발로 남의 맥북 차지만 않으면 괜찮습니다. 지금 4일차인데 너무 웃긴게 전혀 안어색하고 원래 알던 사람들 원래 일하던 코드 같습니다 -_- 다행히 제 병렬처리가 잘된건지 속도가 x35배로 늘어서 사장이 너무 신나서 점프하면서 까까랑 치즈 사줘서 그거 먹다가 집에 갔습니다^^;;

5일차

10시 출근 - 5시 반 퇴근

아침에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탔다가 조금 늦어서 10시에 갔지만 아무도 뭐라고 안합니다. 아침 먹고 일 시작하다 점심 먹고 다시 회사 관련 OT듣고 팀원들하고 얘기하는 시간 갖고, 회사가 한국 스타트업 자생도와 비슷합니다. 매주 팀 미팅 있고, 1:1 있고... 대신 차이가 난다면 전혀 부담감이 없네요. 정말 편하게 대화합니다. 호스텔 불편하지 않냐 내가 빨리 네가 살 집을 대신 찾아주겠다 등등 그냥 편하게 편하게 대화하고 기술적인 대화도 편하게 해요. 병렬처리로 해볼까? 하면 네가 원하면 해보셈 이지 시니어가 저보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 없습니다. 금요일이기 때문에 5시에 이미 사무실에 저랑 사장밖에 안 남아서 또 5시반에 집에 갔습니다()

저희 팀은 상주 5인 + 외주 5인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제 초기 스타트업이고 공용 사무실을 이용합니다. 한국에서 스타트업에서 일해본 적은 없지만 공용 사무실이나 스타트업 분들과 함께하는 해커톤과 오픈소스에 많이 참여했었는데요... 딱 그런 느낌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위워크 생각하시면 아마 상상하기 쉬우실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아무도 저를 터치하지 않고, 제 기술적 의견이던 사업적 의견이던 존중해 줍니다. 매일 3시 팀미팅이 있고 만약 일이 있으면 재택을 그날에만 알리면 재택 할 수 있습니다. 어 아들 유치원 데리러갈 시간임 하면 3시 반에 퇴근해도 됩니다. 집에서 재택하면 되거든요. 구글 행아웃으로 같이 통화만 하면서 회의하면 됩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다가와서 저한테 혹시 서울로 돌아갈건지 물으며 그렇다면 휴가를 사용해도 된다고 합니다. 22일의 휴가(독일에서는 작은 편입니다. 보통 24-26일 사이가 평범하다고 하네요) 를 언제 쓰던 제 맘이고 대략 2주전에만 통보해주면 됩니다. 저는 돈이 없어서 못돌아갑니다

보통 주 40시간을 계약하면 주에 그시간을 채우기만 하면 집중 업무시간 대략 12-3시 를 이왕이면 사무실에 있으면 재택하던 밖에서 춤추면서 코딩하던, 별 상관 없는것 같습니다. 너무 웃긴게 자취도 처음, 독일도 처음, 영어로 일하는것도 처음인데 일련의 불편함이나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팀원들은 만약 제가 영어 단어가 기억 안나하면 사전을 뒤져볼 시간을 주는 사람들입니다. 아주 아주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박사님은 쿼리 스피드가 35배가 되서 저에게 거의 절하고 있으니 안 짤릴 것 같아요(?)

독일 분위기?

독일에 처음 와 봤는데 무진장 재미있습니다. 여긴 아싸의 국가답게 처음엔 저에게 얘기하는 건지 몰랐는데 뭔가 고개를 숙이고 웅엉웅엉 하는걸 잘 들어보면 저한테 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 등을 얘기하는 독일인들이 많습니다 -_-

아침마다 조깅을 하고 있는데요, 할일이 없으니까 그냥 뛰어놀자 하고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나가려 했지만 해가 안 떠서 EPIC FAIL 해서 조깅시간을 7시 이후로 옮겼습니다. 그때가 되어야 해가 뜨거든요 ㅠㅠ 쨍쨍하지는 않아요. 낮에도 0도, 밤에도 0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직 영하로 떨어지지는 않았어요. 한국보다 절대온도는 따뜻한데 해가 없고 바람이 뺨싸다구를 갈구게 불어서 따뜻하다! 까지는 아닙니다.

대중교통은 아주 이용하기 쉽고 또, 한달권, 일년권 사용시 아주 심각하게 비싼 수준은 아닙니다. 대략 월 10만원? 안팤을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제가 공항에서 호스텔까지 택시를 타봤는데 4만원 정도였습니다. 생각보다는 괜찮은 가격 같아요.

물가는 정말 미친듯이 쌉니다. 제가 오자마자 가계부를 쓰고 있는데요. 지금 일주일을 지냈는데 대략 60만원을 썼는데,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12월 호스텔 숙박비 35만원

교통비 15만원(한달권+택시비 썼던 것)

식비 8만원

마트에서 장본거 2만원

카페 간거 4만원

밖에서 식사를 하면 6천~1만 5천원 사이로 식사할 수 있고, 마트에서 장을 보면 두끼어치는 7천원 만원이면 사고도 남습니다. 아침이랑 저녁을 마트에서 산 음식들로 어떻게든 제조해서 먹고 있는데 살만합니다. 생활물가가 굉장히 저렴해요.



기술적인 스택은 한국하고 큰 별세계가 아니라서 여기도 막 테스트 코드 없고 CI 도입 안했고 그래요. 한국에서 열심히 하셨던 분들이라면 여기서도 잘 해나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신 정말 워라밸이 확  달라진게 일주일만에도 느껴집니다. 편안한 근무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어요. ㅎㅎㅎ 나중에 좀 더 시간이 지나서 비자 처리나 독일의 오픈소스 환경, 개발자 행사 참여기도 적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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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5

  • 썰렁해
    167
    2018-12-18 17:38:30

    저번에 작성하신 글 잘봤습니다 ㅎ

    근무환경 너무 부럽네요


    0
  • pooq
    3k
    2018-12-18 17:41:09

    직원들이 그렇게 일을해도 회사가 굴러가고 수익까지 발생한다는게 더 신기하네요

    0
  • ilcake
    1k
    2018-12-18 17:54:36

    훌륭하네요.

    0
  • okjspedi
    126
    2018-12-18 18:04:29

    그러게요. 진정한 워라벨입니다 ^^

    0
  • 롤플레이어원
    561
    2018-12-18 18:58:31

    직원들 실력이 좋아야 꾸준히 유지가 되겠죠 ㅎㅎ

    잘해주는만큼 잘하셔서 오래오래 잘 다니시길

    0
  • LetsGo_IT
    1k
    2018-12-18 19:19:08

    멋있습니다. 자주 올려주세욥

    0
  • 김매드
    117
    2018-12-18 20:56:37

    독일어는 어떻게 공부하셧나여??

    0
  • someday
    21
    2018-12-19 09:13:28

    제가 독일에 정말 가고 싶은데... 따로 조언을 얻어도 될까요!?

    0
  • baltasar
    7k
    2018-12-20 02:57:26 작성 2018-12-20 05:21:38 수정됨

    적당히 하세요 적당히.

    그 사람들도 시기심이 있습니다.

    호주 사람들이 아시아 사람들을 정말 싫어하는 이유 중 한 가지가 너무 열심히 하고 1인당 몇 인분 치 너무 많은 퍼포먼스를 내서 자기네 일자리를 다 빼앗아간다고 합니다.

    신분상으로 그 사람들 위에 완전히 올라서서 그들을 부리지 않을 이상, 사람은 누구나 신분상으로 같은 사람을 시기하기 때문에 특출난 사람은 타인의 시기심으로 인한 위험에 노출됩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 오픈하면 5년, 10년 뒤엔 뭐 먹고 삽니까. 독일도 시장주의 국가이고, 노동자 생존 투쟁이란 것도 있습니다. 장거리 마라톤이니까 적당히 달리세요. 물론 국내 개발자들 들어가는 데에 긍정적으로 보이게끔만 해주세요.

    거기서 가장 잘 하는 사람 수준의 한 20% 정도만 더 잘하시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다 가끔 놀라운 뭔가 하나 보여주고요.


    물론 디렉터 등으로 신분상승을 하시겠다면 능력을 다 보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3
  • 보해잎새주
    384
    2018-12-21 14:19:19

    무엇보다도 시차 때문에 피곤하지 않냐며 출퇴근 시간 조정해주고,

    집도 알아봐준다고 하는 업무 이전에 사람과 사이 에서의 배려심이 눈에 띄는군요.

    우리나라 스타트업도 요즘 많이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독일은 정말 넘사벽이네요.

    그곳에서 행복한 개발 생활 하시기를 바랍니다

    독일 애기 또 올려주세요^^

    0
  • Karen
    14k
    2018-12-21 14:36:22

    글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D

    1
  • HANZO
    901
    2018-12-23 19:15:00

    @김매드


    독일어는 전혀 할 줄 모르고 영어로 근무 중입니다!


    많은 관심과 격려 응원 감사드립니다, 오키 여러분. 즐거운 새해 되세요!

    0
  • 에스파뇰조금합니다
    159
    2018-12-24 01:38:13
    몇 달 전 작성하신 독일 취업 도전기 아주 잘 읽었습니다. 저도 해외취업에 대해 고려하고 있었는데 과정을 아주 상세하게 적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끔씩 이렇게 글 올려주세요 너무 좋네요

    👍

    1
  • onimusha
    7k
    2018-12-24 14:59:24

    "22일을 휴가 주는데 왜 가짎못..;;"

    (돈이;;)

    근데 하나도 안 슬퍼보이셔요 ㅋㅋ

    0
  • spaceLamb
    882
    2018-12-24 23:57:24

    부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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