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편견과 의견으로 작성합니다.
결코 일부를 전체로 생각하지 않으며 오직 본인이 겪고 판단한 일들만을 내용으로 다룹니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취미로 공부했던 PHP가 주력 언어가 되어 웹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또 우연찮게 스타트업의 개발팀장이라는 자리를 맡게되어 어줍잖은 관리자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겪은 이른바 '비전공 학원 출신'에 대한 한계와 불편함에 있어서 언젠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한편으로 친척 중 한분이 직업전문학교를 운영하고 계시기에 학원측의 입장도 이해는 되나 결국 가장 크게 손해보는건 학생이고 졸업생이기에 꼭 한번쯤은 고려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비개발 다른 팀의 23살 직원분과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를 일찍 갔다와서 우리 회사에 취직한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미래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6개월 학원 공부를 하여 개발자로 취직하고자 한다더군요
비록 타 팀이지만 팀장이라는 관리자(?)에게 그만둔다라고 이야기하고 개발자에 대해 물어본다는건 어색하고 민망하지만 제 조언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고 건방질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 해줬습니다.
왜냐하면 조언을 구하며 한 첫마디가 너무나 많이 들었던 '평소에 IT에 관심이 있어서...'라고 이야기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야기의 결론은 '정말 개발자를 하고 싶으면 학원 말고 1년이라도 준비해서 대학을 가라, 그리고 그 전에 정말 개발자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보시라' 였습니다. 여기에 도달하기까지의 개인적인 생각을 풀어봅니다...
1. 학원 말고 대학을 가셔라
개인적으로 학원 6개월 과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싶습니다. 고작 6개월만으로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처럼 포장하고 현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좀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졸업했다, 4년제 졸업장이 있다의 '부심'이 아니라... 실제로 대학교 4년 전공자들 중에서도 전공을 포기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설령 졸업했다 하더라도 전공을 살리지 못하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엄청 많습니다. 몇년 지나서 보면 졸업 후 제대로 전공을 살려서 개발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이 몇 안됩니다.
물론 이건 학교 수준에 따라 비율이 다르겠지만... 하고 싶은 말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고 대학 4년 교육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아니 무엇보다 개발자는 나이 40이 되어도 공부해야하는 직업이라는 점 입니다.
대학 전공자 출신이 갖는 어드벤티지는 단순히 '전공자' 라는 것 외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4년이라는 시간동안 코딩을 했었고 많은 고난과 역경(?) 그리고 괴로움을 견디어냈고 할만하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포기하거나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상당 수 걸러졌다고 생각 합니다.
개인적으로 학원 6개월 과정은 이런저런 이유로 '버틸만한 수준'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학원을 다니면서 했던 난이도만 생각하고 취업하고나면 '이거 뭔데? 몰라 이런거 무서워' 라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2. 학원의 너무나도 뻔한 한계
이렇듯 4년을 배우고도 '한사람 몫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고 두려워하는 판국에 겨우 6개월 배워서 '빅데이터 전문가', 'IoT 전문가'를 칭한다는건 ...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의 한계는 뻔합니다. 불과 6개월만에 개발이 가능한 개발자를 만든다는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기초 지식도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말이죠. 쉽게 예를 들 수 있는 웹개발자를 육성한다고 하더라도 거쳐야할 과정이 상당히 많습니다. 웹서버에 대해 설명하려면 OS나 하다못해 네트워크 통신에 대해서 설명해줘야 합니다. 변수가 뭔지 모르는 사람에게 MVC 패턴이나 스프링 같은 프레임워크를 알려줘야 합니다. jsp와 css, javascript를 설명하려면 자연스레 서버사이드와 브라우저에서 작동하는 것들을 구분하는 것도 알려줘야 합니다. 웹개발은 거의 필수적으로 db를 써야하므로 db도 가르쳐야 합니다. select와 insert가 어떻게 다른지, mysql뿐 아니라 오라클이라는 것도 있다는걸 설명해야하고 관계형데이터베이스와 nosql까지 설명해줬다면 정말 훌륭한겁니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떠오르는게 이정도 입니다. 더 생각해보면 더 있겠죠. 이걸 불과 6개월만에 끝내야합니다. 불가능하죠. 결국 현실적으로 타협을 해야 합니다. 디비는 한가지만 쓰고 쿼리문은 그냥 '따라 쳐라' 정도가 될겁니다. 톰캣에 대한 설명은 '고양이 귀엽죠?'가 될 가능성이 높고 왜 80번 포트를 쓰고 테스트할때 왜 8080 포트를 쓰는지 설명하고 가르치는 대신 '그냥 일단 쓰세요'가 될겁니다. (물론 8080은 진짜로 그냥 이지만요...)
"한줄로 짤 코드를 누가 10줄로 만들어놨어요? 에러찾기 힘들게..." (...는 구구단)
코딩의 문제 해결 과정에 다양한 방법이 존재합니다. 개발자는 이 과정에서 여러 해결 방법을 생각하고 그 중 가장 타당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빠르고 정하게 해결하는게 경력이고 실력이고 노하우라고 생각하구요.
학원의 명확한 한계는 이러한 '탐구 과정'을 제공해줄 수 없다는 겁니다. 무식하게 100줄로도 짜보고 줄여서 10줄로도 해보고 코딩의 신이 강림하여 1줄로 만들수도 있어야 할텐데 (정말?) 이러한 탐구 과정은 진도는 나가지 않고 시간만 많이 잡아먹게 됩니다. 그러나 프로그래머라면 반드시 이러한 소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은 이게 불가능하죠
3. 졸업 후 진로, 그리고 연봉
본격적인 문제는 취업에서 또 들어나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엔 처음에 학원을 믿었습니다. 그러나 몇번의 채용 결과 한달 이내에 그만두는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물론 회사 자체의 문제일수도 있으니 채용되셨던 분들이 무조건 문제라는 말은 아닙니다. 퇴사 이전에 상담을 했을때 '학원에서 배운것과 너무 달라서 할 자신이 없다'라고 이야기 해준 분들이 많아서 하는 소리 입니다.)
몇번 데이고 나니 학원 출신에 대한 불신이 생기더군요. 겨우 개발자 1~2명 뽑는 중소기업 구인에서 채용 실패는 회사 운영이나 팀 관리에 있어서도 상당히 큰 리스크 입니다. 똑같은 업무 교육을 3~4번 해보면 '차라리 내가 해버리고 말지 힘들어서 채용 못하겠네'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이렇듯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되면 학원출신의 취직 범위가 줄어들 수 밖에 없고 끊임 없이 공급되는 학원 출신의 특성상 근무여건이 안좋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이건 필연적으로 저임금으로 이어질 것이고 낮은 연봉은 다음해 연봉협상에서 높은 연봉으로 올리기 힘든 악순환이 이어지게 됩니다.
(실제로 학원출신+1년 경력인 사람은 직전 연봉 1800에서 3000을 희망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이전회사에서 희생하며 충분히 배웠으므로 이런 대접을 받을 가치가 있다 였습니다. 기술면접 결과 채용이 불가능한 분이었습니다. 희생은 이전회사에 해놓고 보상은 왜 우리회사에서 받으려고 하는건지 모르겠더군요)
흔히 나중 연봉을 위해서라도 첫 직장, 첫 연봉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합니다. 같은 10% 인상이더라도 시작점이 다르면 매우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너무나 단순한 논리로 실력에 있어 큰 차이가 없다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공급이 많을 수록 가치는 낮아지기 마련 입니다.
4. 비슷비슷한 결과물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학원에서 졸업할때쯤 되면 포트폴리오 겸 결과물을 하나씩 만들어야 할겁니다. 문제는 대다수의 학원들이 같은 컨셉의 졸작을... 무려 3~4명이 협동으로 만든다는 겁니다.
정말 최악입니다. ㅡ.,ㅡ
변별력도 없을 뿐더러 지원자가 100명을 넘는데 그 중 90명이 비슷비슷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합니다. 나중에는 열어보지도 않게 됩니다. (그놈의 dothome 무료 호스팅...;;;)
오히려 고졸신입의 포트폴리오가 훨씬 낫습니다. 미림고등학교인가요? 거기서 3~4명 정도 지원자가 있었는데 매번 놀랍니다. 고등학교 3년동안 공부하며 개발한걸 전부 다 정리해놓는데 지원자 모두가 너무 깔끔하고 알차게(?) 내용 정리를 해놨습니다. 경력자 채용에 지원한 경우가 많아 미안하게도 면접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신입을 뽑게 된다면 꼭 뽑고 싶었습니다.
물론 대학 졸업자들의 졸업작품 역시 고만고만하기는 합니다만 최소한 종류나 범위는 꽤 달라서 들여다볼 생각이라도 듭니다만 정말 성의 없는 학원의 경우 소스코드를 복붙한 흔적도 역력하게 보입니다.
(대학 후배들에게도 꼭 강조하는게 죽이되든 밥이되든 졸작이나 포폴은 꼭 아이디어 내서 만들라고 합니다. 망할 아두이노좀 그만 쓰라고... 하나도 안 신기하다는 이야기는 덤)
5. 정말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들
타 팀 직원분의 이야기에도 있지만 6개월 학원을 다닐까 말까 고민하거나 결심하는 분들 중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평소 IT에 관심이...'
글쎄요. 전 이분이 말하는 IT는 'IT 강국 한국'에서 말하는 IT 일 것 같습니다.
개발자들에게 "우리나라 IT 강국이잖아?" 라고 말하면 느끼는 씁쓸하고 찝찝한 그 느낌 입니다.
"IT 창조 경제"
어떤 게임 개발자분이 게임 개발자를 꿈꾸던 저에게 해주셨던 말이 있습니다.
"게임을 하는 거랑 만드는건 완전히 다르다. 네가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만드는걸 좋아한다는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라."
"네가 정말 만드는걸 좋아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비슷한걸 하고 있을 것이다"
뉴스나 TV에서 나오는 IT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개발자'와는 거리가 조금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미빛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 '빅데이터', '블록체인', 'IoT'는 일종의 키워드 마케팅을 위한 것이지 아직은 현실이 아니라 봅니다.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고 활용하는 회사가 몇군데나 될까요? 블록체인이나 IoT도 마찬가지 입니다. 아직은 일반론적인 이야기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언론에서 나오는건 아니죠.
또 한편으로 이른바 '보안 전문가'라며 짧은 기간내에 보안전문가를 육성한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 볼때 '보안 전문가'는 계속해서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분야 입니다.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그걸 모를까요? 따로 보안을 관리할 사람까지 둘 정도 규모 회사에서 보안 관리자를 비전공 신입을 채용할까요 경력 있고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뽑을까요? ...
정말로 IT가 아니라 개발에 흥미가 있다면 하다못해 개인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만들어봤거나 관심있었을 것입니다. 그럴 기회가 없었다면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면서 말로만 듣는게 아니라 실제로 행해보는게 좋습니다.
첫 주제이기도 했지만... 코딩이라는거 자기 적성에 맞지 않으면 정말 하기 힘들고 괴로운 직업입니다.
6. 그래서 결론은?
우리회사 직원분에게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시간이나 비용, 나이에 대한 우려와 걱정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분도 지금 23살이니 올해 잘 준비해서 24살에 대학 간다 해도 졸업하면 28이고 중간에 휴학이라도 한번 하면 29에 사회에 나오게 되겠죠. 그동안 돈 버는건 커녕 등록금으로 수백, 수천만원이 깨질겁니다.
당연히 부담이죠. 그러니 대안으로 6개월 학원을 선택하게 됩니다. 비교적 만만하니까요. 그러나 학원의 한계는 위에 서술한바와 같습니다.
이걸 극복하려면 누군가가 대학에서 4년동안 들이는 노력 이상을 6개월 동안 해야하고 뛰어나야 합니다. 천재가 아닌 이상 일반적으론 다른 사람들보다 8배나 더 노력할수는 없습니다. 대학다니는 사람들도 놀면서 다니는게 아니기 때문이죠.
물론 무조건 불가능하다는건 아닙니다.
OKKY 미니세미나 <비전공 학원출신 SI개발자, 유명스타트업 들어간.ssul> 참석 후기
이분은 저보다 훨씬 뛰어나시고, 훨씬 더 많은 노력과 고생을 하셨습니다. 무척 유심히 보았던 세미나 후기였고 스스로도 더 노력해야한다고 채찍질을 하게 된 사례이기도 했습니다.
옆길로 샜지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 정말로 코딩에 흥미가 있고 적성에 맞는지 테스트 해보셔라
(생활코딩을 보며 간단한 웹싸이트라도 만들어보시길. 미래의 내 직업을 정하는데 고작 며칠~몇달 정도 투자해서 테스트해보는건 반드시 필요)
- 여건이 된다면 준비해서 대학을 가셔라.
- 그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학원을 가더라도 반드시 그 뒤를 생각해둬라 (편입 등)
- 아는게 힘이다. 최대한 주변에서 많은 조언과 정보를 수집해라.
- 본인을 과신하지 말고 냉정하게 스스로를 평가
- 결국 선택과 책임을 지는건 본인
글이 매우 건방져 보이시겠지만...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무조건적인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보다 현실과 어려움들을 설명해야 짧게는 6개월, 길게는 몇년에 해당하는 시간과 노력낭비를 하지 않을거라 생각하여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