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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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4 12:32:37.0 작성 2017-07-24 12:34:47.0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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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 맵싹! 양파의 개발 이야기 - IT 에서 잘 안 풀린 케이스 스터디


IT 에서 잘 안 풀린 케이스 스터디 - 4년 전에 쓴 글



제가 아는 케이스 중에서 IT 잘 안 풀린 케이스 보자면, 우선은 남아공/영국 배경이 대부분이고 한국 사정은 전 잘 모릅니다.

아, 그리고 저번에 제가 있던 팀 애들이 거의 다 잘 풀린 것은 빅 데이터가 요즘의 머스트 해브, 이번 시즌 잇 아이템 -_- 이라서 갑작스레 몸값이 마구 치솟아서 그렇습니다. 몇 년 갈지는 모르겠네요. 약 3-5년 지나면 좀 더 경력자도 많이 생기면서 몸값도 좀 내려가겠지요.



안 풀린 케이스의 대표적인 한 예는 남아공에서 CTO 로 꽤나 우대 받던 남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르는 사람입니다. 상당한 연봉을 받고 무지 잘 나가던 사람이었는데 영국에 와서도 비슷한 자리만 계속 찾았습니다.

남아공 그 큰 집을 다 정리하고 짐도 싸서 보냈는데 비슷한 생활 수준 유지한다고 한 달 천만 원 세 들어가는 큰 집을 샀습니다.


영국 시작을 좀 너무 만만하게 본 게 문제인데, 이 사람은 결정적으로 기술직이 아니었습니다. 개발자 출신으로 CTO 가 된 것이 아니라 매니저 역할이었죠.

남아공에서는 알아주는 회사였지만 영국에서는 잘 모르는 회사고, 영국 경력 없고, 영국 학력 없고, 영국 네트워크도 없고, 눈높이는 천정에 달렸고, 생활비는 무지막지하게 들어가고 해서 9개월만에 GG 치고 돌아갔다고 하네요.




두 번째는, 영국에서 괜찮은 대학 나왔으나 줄을 잘못 선 케이스입니다.

면접 병적으로 싫어하고 사람들이랑 잘 못 어울리는 애들 있는데 얘가 그랬습니다.

회사는 괜찮지만 일은 별로인데, 첫 1-2년 정도 경력 쌓고 금방 옮겼어야 할 것을 옮기는 것이 싫고 커리어 생각하기도 싫고 지금 있는 회사는 편하고 해서 한 5년을 눌러앉아버렸네요.


언어를 자바나 C++, C# 정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플래쉬 액션 스크립트를 좀 했고, 자바 스크립트 좀 했고, 하지만 디자인을 잘 하는 건 아니고, 백엔드를 잘 알 수 있는 업무를 맡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제 이직하려니까 잡다한 일 맡아서 했던 건 이력서에 쓰기 뭐하고,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언어는 경력으로 굳히기를 못해서 써먹기 뭐하고, 그렇다고 플래쉬나 자바스크립트를 아주 잘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고 해서 참 어중간합니다.

옮기더라도 받던 연봉보다 많이 받기는 힘듭니다.




두 번째의 경우는 기술이 있긴 하나 시장성이 없고, 그나마 깊게 배우지 않아서 틈새 시장 공략이나 전문가로 어필이 안 되는 케이스인데, 좀 많이 억울한 케이스는 세 번째 케이스입니다.


대학교 멀쩡한 곳 잘 졸업하고 나서 괜찮은 데 취업을 했습니다. 은행이라고 합시다.

하지만 능력에 조금 높게 지원을 해서, 좋은 팀에 못 들어가고 어플리케이션 서포트에 들어갔습니다. 은행 내부에서 쓰는 시스템을 서포트 하는 팀에서 그래도 열심히 일해 3년 만에 리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은 전혀 아닙니다. 프로그래밍이 아니라서 코딩 실력은 잃었고, 리드 하면서 매니저 역할을 맡았다고 할 수는 있으나 정식 콜센터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스템 애드민 기술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있던 곳에서는 꽤나 연봉은 많이 받았고 리드도 달았는데 낮게 옮기기는 싫어서 계속 버텼습니다. 이직은 점점 힘들어집니다. 얘는 그냥 있던 곳에서 뼈 묻으리라 포기해버립니다.




다음은, 기술직이긴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직급이 아주 높은 테크 리드 혹은 팀장으로 있다가 굳어버린 케이스입니다.

딴 데 옮길라니까 직급은 안 쳐주고, 낮게 옮기려니까 자존심 상하고, 한 곳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까 있던 회사의 시스템은 잘 알지만 새로 유행하는 기술은 잘 모르며 새 직장에 들어가서 초보 되는 것도 싫습니다.

지금 있는 곳에선 가장 기술적인 사람으로 우대해주고 성질 안 건드리려고 하고, 일도 편하고, 근무 조건도 편하고 하니까 눌러 앉을까 하다가도 예전에 자기 밑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번듯한 데로 옮겨가면서 연봉도 두 배 받는 거 보면 밸이 꼴립니다.




마지막으로, 20대에 어쩌다 운이 좋아서 대박을 치고 큰 돈을 번 다음, 이것이 자기 실력이라고 생각하여 계속 사업을 시작해서 망하거나, 20대에 대박친 나는 대단한 천재라고 생각하여 빡센 박사 학위 시작하여 십 년 낭비하고 결국 흐지부지 된다던가 뭐 이런 사람도 몇몇 봤네요.




그 외 케이스들도 몇 가지 요소 짬뽕된 것이 대부분인데 정리하자면:


-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회사 간판만 보고 기술 경력은 고려 안했음. 줄 잘못 섰음. 


- 기술력 확실히 쌓기 전에 관리직으로 샜음. 관리직으로 새는 것이 문제는 아니지만 이직이 좀 더 힘들고, 그 회사에 믿음이 훨씬 더 있는 편을 추천함. 제일 어중간하고 옮기기 힘든 경우가 중소기업에서 꽤나 높은 제네럴 관리직 경력. 


- 기술력을 쌓았지만 잠시 유행하는 신기술이었거나, 그 회사에서만 쓰는 언어/프로그램이거나, 그 외 시장성이 떨어지는 경우 


- 작은 회사에 일찍 들어가서 오래 있는 바람에 실력에 비해 직급이 왕창 오른 경우. 그 회사에만 올인해서 보편적인 기술은 없고 직급은 너무 높고 자존심 때문에 낮추기도 싫어함. 


- 연봉 네고를 안 해서 너무 낮게 시작하다보니 연차에 비해 연봉이 낮고, 그래서 옮길때도 오히려 좋은 자리 가기가 힘듦 (받는 연봉으로 그 사람 실력을 가늠하려는 경향이 좀 있다보니)



이 정도입니다.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에서 큰 회사로 옮기는 것이 쉬운지 잘 모르겠어서 조언하기 뭐한데, 영국이라면 -

- 대학 졸업하고는 회사 간판이나 초봉보다는 확실히 시장성 있는 기술 쌓는 기회를 잡을 것. 

- 2-3년에 한 번씩 이직하면서 네트워크도 쌓고 여러 분야 경험도 하고 기술력 굳힐 것. 

- 연봉 네고 계속 빡세게 할 것. 연차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직급이랑 연봉이랑 별 상관 없음. 

- 직급에 욕심내지 말고, 남는 것은 기술이고 기술 있으면 내가 이득이니까 그럴듯 해 보이는 직함이나 연봉 상승 노리기 보다는 쉽게 경험하기 힘든 프로젝트에 들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 

- 관리직으로 빠진다면 최대한 전문화된 분야로 가던가 아니면 10년 몸바쳐 충성할 수 있을 거 같은, 미래가 보이는 회사를 선택할 것. (기술직이라면 회사가 1-2년 내에 망할 거 아닌 이상 걱정할 필요 없음.)





by Yangpa : https://www.facebook.com/londonyangpa/posts/1894234477528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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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8-16 09:23:16.0
    취준생이지만 앞으로 취업하고 이직할때 참고하면 좋은 글이네요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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