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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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9 11:51:19.0 작성 2017-04-19 16:07:13.0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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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회사 다니는 친구를 위로한다고 삼성 신입사원 사직서 전문을 보냈지만, 저도 다시 감동받았습니다.


광고회사 다니는 친구가 이제 인턴빼면 저랑같이 곧 1년차가 되는데,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뭐 그렇구요. 그래서 삼성직원의 사직서 전문을 보내서 파이팅하자고 했습니다.
근데 친구가 이 퇴사한 분 밖에서 뭐하냐고 묻는데, 그 답은 제가 해줄 수 없었습니다.
인생에 선배, 후배님들은 회사에서 이런 고민이 들 때 어떤 생각들을 하시나요??

# 삼성 입사 1년만에 퇴직한 신입사원의 사직서 전문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글.
 - 회사라는 프레임에서 보지 말고, 개인의 가치관과 생각에 집중해서 볼 것을 권합니다.


1년을 간신히 채우고, 

그토록 사랑한다고 외치던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다른 직장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할 계획도 없지만

저에게는 퇴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회사에 들어오고나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술들은 왜들 그렇게 드시는지, 결제는 왜 법인카드로 하시는지,

전부다 가기 싫다는 회식은 누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정말 최선을 다해서 바쁘게 일을 하고  

일과후에 자기 계발하면 될텐데,  

왜 야근을 생각해놓고 천천히 일을 하는지,  

실력이 먼저인지 인간관계가 먼저인지  

이런 질문조차 이 회사에서는 왜 의미가 없어지는지..  

상사라는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도대체,  

문화는 유연하고 개방적이고  

창의와 혁신이 넘치고 수평적이어야 하며,  

제도는 실력과 실적만을 평가하는  

냉정한 평가 보상 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사람들은 뒤쳐질까 나태해질까 두려워 미친 듯이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술은 무슨 술인가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더라도,  

도대체 이렇게 해도  

5년 뒤에 내 자리가 어떻게 될지  

10년 뒤에 이 회사가 어떻게 될지 고민에,  

걱정에 잠을 설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이 회사는 무얼 믿고 이렇게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지

어떻게 이 회사가 돈을 벌고 유지가 되고 있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에 회사를 통해서 겨우 이해하게 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니부어의 집단 윤리 수준은  

개인 윤리의 합보다 낮다는 명제도 이해하게 되었고,  

막스 베버의 관료제 이론이 얼마나 위대한 이론인지도 깨닫게 되었고,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코웃음 치던  

조직의 목표와 조직원의 목표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대리인 이론을

정말 뼈저리게,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장 실감나게 다가오게 된 이야기는, 냄비속 개구리의 비유입니다.

개구리를 냄비에 집어넣고 물을 서서히 끓이면  

개구리는 적응하고, 변화한답시고, 체온을 서서히 올리며 유영하다가

어느 순간 삶아져서 배를 뒤집고 죽어버리게 됩니다.  

냄비를 뛰쳐나가는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그때 그때의 상황을 때우고 넘어가는 변화를 일삼으면서  

스스로에게는 자신이 대단한 변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위안을 삼는다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입니다.  

사람이 제도를 만들고, 제도가 문화를 이루고,  

문화가 사람을 지배합니다.  

하지만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모두가 알고 있으니  

변혁의 움직임이 있으려니,  

어디에선가는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으려니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문화 웨이브라는 문화 혁신 운동을 펼친다면서,  

청바지 운동화 금지인 ´노타이 데이´를 ´캐쥬얼 데이´로 포장하고,

인사팀 자신이 정한 인사 규정상의 업무 시간이 뻔히 있을진데,

그것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원과의 협의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업무 시간 이외의 시간에 대하여 특정 활동을 강요하는 그런,

신문화 데이같은 활동에 저는 좌절합니다.  

변혁의 가장 위험한 적은 변화입니다.  

100의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30의 변화만 하고 넘어가면서

마치 100을 다하는 척 하는 것은  

70을 포기하자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 미래의 70을 포기하자는 것입니다.  

더욱 좌절하게 된 것은  

정말 큰일이 나겠구나, 인사팀이 큰일을 저질렀구나  

이거 사람들에게서 무슨 이야기가  

나와도 나오겠구나 생각하고 있을 때에,  

다들 이번 주에 어디가야할까 고민하고,  

아무런 반발도 고민도 없이 그저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하시는데..

월급쟁이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구조와 제도를 만들어놓고

어떻게 월급쟁이가 아니기를 기대한단 말입니까.  

개념없이 천둥벌거숭이로  

열정 하나만 믿고 회사에 들어온 사회 초년병도  

1년만에 월급쟁이가 되어갑니다.  

상사인이 되고 싶어 들어왔는데  

회사원이 되어갑니다.  

저는 음식점에 가면 인테리어나 메뉴보다는  

종업원들의 분위기를 먼저 봅니다.  

종업원들의 열정이 결국  

퍼포먼스의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분당 서현역에 있는 베스킨라빈스에 가면  

얼음판에 꾹꾹 눌러서 만드는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주문할때부터 죽을 상입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꾹꾹 누르고 있습니다.  

힘들다는건 알겠습니다. 그냥 봐도 힘들어 보입니다.  

내가 돈내고 사는것인데도  

오히려 손님에게 이런건 왜 시켰냐는 눈치입니다.  

정말 오래걸려서 아이스크림을 받아도,  

미안한 기분도 없고 먹고싶은 기분도 아닙니다.  

일본에 여행갔을때에 베스킨라빈스는 아닌 다른 아이스크림 체인에서

똑같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먹어보았습니다.  

꾹꾹 누르다가 힘들 타이밍이 되면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모든 종업원이 따라서,  

아이스크림을 미는 손도구로 얼음판을 치면서  

율동을 하면서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어린 손님들은 앞에 나와서 신이나 따라하기도 합니다.  

왠지 즐겁습니다. 아이스크림도 맛있습니다.  

같은 사람입니다.  

같은 아이템입니다.  

같은 조직이고, 같은 상황이고, 같은 시장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사무실에 들어오면 한숨부터 나옵니다.  

하루하루 적응하고 변해가고,  

그냥 그렇게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배워가는 제가 두렵습니다.

회사가 아직 변화를 위한 준비가 덜 된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준비를 기다리기에 시장은 너무나 냉정하지 않습니까.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일에 반복되어져서는 안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조직이기에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말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조직이 가진 모든 문제들을 고쳐보고자 최선의 최선을 다 한 이후에

정말 어쩔 수 없을때에야 할 수 있는 말이 아닙니까.  

많은 분들이 저의 이러한 생각을 들으시면  

회사내 다른 조직으로 옮겨서 일을 해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어느 조직을 가던 매월 셋째주 금요일에  

제가 명확하게,  

저를 위해서나 회사에 대해서나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활동에

웃으면서 동참할 생각도 없고  

그때그때 핑계대며 빠져나갈 요령도 없습니다.  

남아서 네가 한 번 바꾸어 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이 회사에 남아서  

하루라도 더 저 자신을 지켜나갈 자신이 없습니다.  

또한 지금 이 회사는 신입사원 한명보다  

조그마한 충격이라도 필요한 시기입니다.  

제 동기들은 제가 살면서 만나본 가장 우수한 인적 집단입니다.

제가 이런다고 달라질것 하나 있겠냐만은  

제발 저를 붙잡고 도와주시겠다는 마음들을 모으셔서  

제발  저의 동기들이 바꾸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사랑해서 들어온 회사입니다.  

지금부터 10년, 20년이 지난후에  

저의 동기들이 저에게  

너 그때 왜 나갔냐.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정말 잘 되었을텐데.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10년 후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오늘의 행복이라고 믿기에,  

현재는 중요한 시간이 아니라,  

유일한 순간이라고 믿기에  

이 회사를 떠나고자 합니다.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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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8

  • 늘근아빠
    3k
    2017-04-19 12:40:19.0

    군사문화죠.

    사단장에게 병사는 탄약하고 크게 차이나지 않는 물건(?)입니다.

    회사의 직원을 사람이라 생각지 않고, 생산수단이라고 보는 시각에서

    대한민국의 현재의 모든 문제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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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djo
    225
    2017-04-19 15:35:42.0

    전왜 이글을 이제봤죠? 멋있네요...

    1
  • AbI
    1k
    2017-04-19 16:26:48.0

    하지만 금방 잊혀지고 회사는 항상 제자리라는거,,,

    1
  • modjo
    225
    2017-04-19 16:48:16.0

    ..... 저도 백번은 공감하는말이지만


    실현하기어렵죠..

    1
  • SteveH
    571
    2017-04-19 17:26:21.0 작성 2017-04-19 17:31:03.0 수정됨

    제가 그래서 막스베버의 '관료제'이론까지 찾아봤습니다.
    근데 이게,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얘기처럼, 사람에게 이상적인 이론같더라구여.


    관료제가 왜 문제점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의견이 있다.

    • 경직성: Merton 모형. 여기서는 최고관리자의 지나친 통제가 관료제의 병폐를 유발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 분할성: Selznik 모형. 여기서는 권한의 위임 및 전문화가 이해관계의 분열, 훈련된 무능 등을 초래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 무사안일성: Gouldner 모형. 여기서는 관료들의 규칙에 의거한 소극적 행동이 병리현상을 초래한다는 점을 다룬다.


    막스 베버 역시 관료제의 한계점을 의식하였고, "쇠우리"(Iron Cage)라는 독특한 표현을 사용하여, 본래의 개신교적 윤리라는 색채를 잃어버린 관료제가 껍데기만 남은 채로 굴러가게 되는 것을 경계하였다. 개신교 윤리를 간직한 "관료"(bureaucrat)에 대해 베버가 그렸던 모습을 대강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사심이 없으며 공명정대할 것.

    • "Job"이 아닌 "Vocation"으로서 필요한 전문적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

    • 개인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라, 자신의 맡은 역할에 충성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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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라
    1k
    2017-04-19 18:38:51.0
    좋아요 누르고가요~
    0
  • 모모는철부지
    1k
    2017-04-26 11:36:11.0

    재미있는 글이군요... 잘읽었습니다. ㅎ


    저는  저 글쓴이의  이상?을  비꼬는게  아니고,  

    저 글쓴이는  10년뒤 20년뒤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궁금하네요.

    결국에는  한국사회에 동화되서   비슷한 사람이 되어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저렇게  강하고 이상적인  사람으로  남아있을까?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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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eveH
    571
    2017-04-26 13:03:30.0

    저는 이민을 생각하고있습니다.ㅠㅠ
    그래서 조용히 실력을 쌓으려고 하는데, 방법이 부족하네요. 그냥 열심히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소통하는 오키인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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