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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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6 16:35: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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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 맵싹! 양파의 개발 이야기 - 작년 진로상담 답변 (2/2)


작년 진로상담 답변 (2/2)



요즘 진로 상담 받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도 좋은 말씀만 해드리고 싶습니다. "꿈을 가지면 이룰 수 있다!!" 이런 자기계발서같은 말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는게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제 나이가 있기 때문에 제 주위에는 그런식으로 성공한 사람 많습니다. 노력하면 뭐든지 됩니다!! 뜻하는 곳에 길이 생깁니다!! 한국 사람들이 최고의 인재들입니다!!! 뭐 이런 식으로 마음 훈훈해지는, 페북에 공유하기 좋은 그런 글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20대들에게 "나는 그렇게 성공했다 너도 노력해라"란 식으로 말하는 건 주제파악 상황파악 못하는 꼰대짓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전세계적으로 고용시장과 사회 분위기가 완전히 변하고 있다고 믿고요, 이전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변할지는 내다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나름대로 살아남겠다고 머리써서 이래저래 버텨왔는데, 제 직종 가지고 철밥통이겠습니까 물으신다면, 전 10년 정도만 안전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좋은 대학 이공계 학사를 졸업하는 20대 초반이라면 앞으로 10-20년은 그럭저럭 안전하다고 보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이공계 학사를 해야 한다고는 조언 못하겠습니다. 제 자신이 문과 적성으로 이공계에서 버틴다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괴로워했던 역사가 있어서, 죽인다고 해도 못한다는 마음 이해합니다.



그렇다면 이 분에게 제가 드릴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은?


'기업 컨설팅'이라고 생각하시는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기술/특화 지식'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어떤 기업 컨설팅을 하시고 싶으십니까? 인사관리? 그렇다면 인사관리를 요즘 어떻게 하는지 연구하시고 어떻게 하면 그쪽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시는 쪽이 맞다고 봅니다. 탄력적인 인사관리를 위한, 해외 인력 공급 전문 에이전시를 한다면 낮은 가격으로 인력 공급이 가능한 나라들과 이민관련 법규를 잘 알아야겠지요. 어문계열쪽에 경험을 쌓으셨다면 소프트웨어 로컬라이제이션 전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한 특수 지식및 경험 쌓기가 먼저입니다. 좋은 대학교에 가서 석사를 해서 컨설팅으로 가겠다는 것은 성공확률이 훨씬 낮다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가고 싶은 분야의 경력직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쪽이 성공률이 더 높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나 그런식으로 경력직 포장은 어렵습니다.


질문 중 IT 쪽이 전망이 좋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였는데,

전 주의력 결핍으로 인해 손해도 많이 봤지만 이득 본 점 중에 하나가, 딴 생각이 많고 하라는 것 하기 보다는 잡다하게 넓고 얇게 파는 스타일인 것이 어릴 때도 그랬습니다. 내 적성은 아니지만, 이 쪽은 꼭 알아둬야겠다고 느꼈고, 부모님이 이민 나와서 이런 저런 장사하시는 걸 옆에서 도우면서 "돈 벌려면 대학교 가서 공부하고 어쩌고보다, 돈을 벌어야하는구나"를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먹고 사는게 쉽지 않다는 것도 그 때 알았고요.

그때가 90년대 말이니까 한참 닷컴 붐이었죠. 역사 좋아해서 많이 읽었는데, 어떤 분야든지 처음에 붐이 있고, 사람들이 몰려서 투자하다가 왕창망하고 나서 사람들이 슬슬 피하더라도, 실제적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면 천천히 퍼져나간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전화기가 그랬고, 기차가 그랬죠. 컴퓨터 상용화도 그랬고요.)

닷컴 버블 붕괴 후에, 이제야 제대로 IT 시스템으로 인한 사회 변화가 일어날 거라 생각했습니다. (십대 주제에 조숙하죠). 주위 이민 사회를 보면서, 학벌이나 "내가 이런 사람이야" 등등보다는, "실제로 니가 뭘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고요. 그래서 저는 무조건 기술 중심으로 팠습니다.


저야 성격적으로 시키는 대로 차근차근 밟아가지 못하는 애라서 그렇지만, 다른 이들 중에는 "확실한 성공 방법" 레시피를 찾아서 따라가는 쪽을 선호한다는 걸 압니다. 공부 열심->명문대->취업 이런 공식처럼 말이죠. 그리고 이들에게는 "알아서 찾아가는 길"이 쉽지 않다는 거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조언은 잘 안 먹히더라고요. 제 방식이거든요.

저는 "그러니까 해결하려는 문제가 뭐야"부터 시작합니다. 기업 컨설팅? 그렇다면 어떤 분야? 거기서 필요로 하는 건 뭐야? 이걸 하면 가능성이 얼마나 올라가? 저걸 하면 가능성이 얼마나 올라가?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심심할 때마다 계속 찾아보면서 감을 쌓습니다.

하지만 보통은 "좋은 대학 석사를 끝내서 컨설팅"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석사부터 준비합니다. 그 준비는 낯익거든요. GRE 준비 등등은 확실히 트랙이 정해져 있거든요. 석사 끝낼 때까지는 다른 걱정 안해도 되거든요. 글치만 주의력 결핍인 저는 GRE 공부할 시간에, 컨설팅 회사 찾습니다. 입사요강 찾고, 인터뷰 스타일 봅니다. 아무래도 난 이거 아니다 싶으면 아예 석사 신청도 안합니다. 딴 거 찾습니다 (이래서 손해 본 것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조언은 "내가 만약 기업 컨설팅 쪽으로 튼다면..." 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제 성향에 따른 리서치 방법이 들어갔습니다. 평생을 이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저는 익숙하고 쉽지만, 원글님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해결 방법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하게 풀고자 하는 문제를 적으시고, 그 파라미터를 정하셔야 합니다.

"좋은 직장에 취업"이라고 할 때, 좋은 직장은 연봉 x 이상, 정규직, 외국계 기업...등등으로 말이죠.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말까는 우선 배제하시고, 정확하게 내가 뭘 원하는지 적으셔야 합니다. '사회 과학과 연계된 컨설팅'이라고 하셨죠. 이런 글 보면 잔소리 할 사람들 많습니다. 네가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도 모르잖아!! 버럭!! 이렇게 말이죠. 글치만 뭐 그쪽으로 일 안해봤는데 어떻게 알겠습니까. 많이 알아보고 사람 만나보고 하면서 감 잡는 거죠.

막연하게 스무살 학생이 '저는 구글에서 일하고 싶은데요 꼭 프로그래밍 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 했다가 대박으로 구박당하는 것도 봤습니다만, 저는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원하는 것은 '구글, 혹은 그 비슷한 회사에서 일하되 비 이공계 전공으로 일하는 것'이 풀고자 하는 과제죠. 그렇다면 구글에서의 여러가지 직종을 알아보고, 그에 필요한 요건을 보고, 내가 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타진해보고, 그렇게 리서치 하다가 거기 말고 다른 회사도 알아보고, UI 디자인은 내가 할 수 있겠다 싶으면 거기엔 뭐가 필요한가 보고, UI 디자인 공부를 시작할 수도 있겠네요.


컨설팅이라고 하셨습니다. 컨설팅 회사 찾아보세요. 어떤식의 기업 컨설팅이 있나 보시고, 그 중 관심있고 할 수 있겠다 싶으신 분야 적으시고, 그 중에 최대로 쉽게 (...) 공략할 수 있는 부분 보시고, 원했던 연봉이 좀 높다 싶으면 약간 조정하시고, 석사가 꼭 필요한지 보시고, 이왕이면 일하면서, 경력 쌓으면서 준비할 수 있는지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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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진로상담 별로 안 좋아합니다 ㅠ.ㅠ 뭔가 나도 할 수 있다!! 이런 가슴벅참으로 터지는 글 쓰고 싶은데 그러면 제가 강연 다니지 여기서 이러고 있겠습니까 (...)

그리고 저에게 상담하시는 분들 보면 보통은 다 저 20대때보다 훨씬 더 스펙 좋으시고 준비도 많이 하신 분들인데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오오오오..란 질문이 솟아납니다. 제가 엘리트길, 정도만 밟고 간 사람도 아니고요.


어쨌든. 무지막지하게 긴 글 끝.






by Yangpa : https://www.facebook.com/londonyangpa/posts/1807179312900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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