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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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2 16:46:59.0 작성 2016-12-09 12:05:20.0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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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 맵싹! 양파의 개발 이야기 - '나는 프로그래머다' 인터뷰 이후


얼마 전에 나는 프로그래머다라는 팟캐스트에서 인터뷰를 했다.

그 후에 본 감상 중에: "아이 뭐야. 초딩 때 남아공으로 이민가서 영어가 더 편한 사람이네. 아 짜증이야. 나 같은 말 못하는 어버버 외노자와는 출발선이 다르자나."  완전 샘남.



자. 나 역시 영국에 외노자로 왔다는 건 차치하고.

나는 남아공에서 거의 20년을 살았다. 유색인종으로, 여자로, 인종차별로 전세계에 명성을 떨친 남아공에서 학교를 마치고, 공대 1년 다니다가 취업하고, 대학교 중퇴하다시피 하고, 계속 일을 했다. 그러니까 내 커리어의 첫 10년은 - 고졸, 유부녀 (결혼을 23살에 했음), 유색인종, 여자...로 한 거다.


영국 오기 전에 학사는 마쳤다. 무려 전공이 정외과. 영국에서는 듣보잡인 아프리카 잡대에서 마친 전공. 그리고 유부녀, 생긴건 아시아계인데 아프리카 출신 외노자.

뭐, 네. 영어는 잘 해요. I got THAT going for me, which is nice.

남아공에서는 한국에서 넘쳐나는 정부 지원 코딩 학원도 없고, 인터넷 속도는... 음. 말하지 말자. 브렉시트 이전에 날 제일 열받게 할 수 있는 토픽이 남아공 인터넷상황이었다고만 하고 넘어가자.


영국에 와서 이민법이 바뀌고 석사 필요하고 머 어쩌고 해서 석사 시작한 거고, 옥스포드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석사를 몇 년 전에 마쳤다. 그러니까 내 커리어 10+ 년은 학벌 버프 없이 쌓은 거고, 솔직히 말해서 IT 에서 학벌, 특히 석사 어디에서 했다 이런 건 진짜 별 소용 없다. 면접까지 가는 데만 좀 도움 된다.



기술적으로 정치적으로 후진 남아공에서 20년을 유색인종 여자로 썩고, 거기에서 고졸 유부녀로 IT 경력 쌓아서, 영국에 아프리카 학사를 가진 아프리카 외노자로 와서, 역시 유색인종 외노자 여자로 취업해서, 일하면서 석사 마치고 애 낳고 지금까지 오는게 -


이래도 자신과 출발지점이 다르니까 (영어 할 줄 알잖아!!) 내가 이룬 건 별 거 아니다라고 생각하시는데.

나도 사실 동의한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1. 언어.


우선, 한국어-> 영어는 정말 진짜 어렵다. 언어 진짜 잡다하게 많이 공부해 본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다. 이 장벽 넘기가 쉽지 않고, 말만 통하는게 아니라 영어권 정서와 문화 이해하는 게, 기술직이라도 필요하다. 동료들이랑 사적인 얘기 안 할 건가? 농담 안 할 건가?


영어가 가능하다는 것, 그 동네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 정말 큰 이점이다.



2. 노동 분위기


나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 아니다. 그렇지만 커리어 17년 동안 회사 다니면서 늘 따로 공부하는 게 가능했다. 난 학사 석사 다 파트타임으로 마쳤다. 중간 중간에 IT 관련 온라인 코스 듣고 하는 것도 다 일하면서 했다. 참 많은 회사들을 거쳤지만, 그 모든 회사들이 그게 가능할 정도로만 일을 시켰다.

지금도 난 하루 아홉 시간 근무 딱 지키고 주말이 완전히 비니까 이렇게 글 쓰고 책 읽고 앉았지, 매일 야근시키고 주말 없고 하면 학사 석사 끝내는 건 택도 없었다.


아, 그리고 임신하고 아이 둘 낳고 또 그 아이들 키우는 동안 직장에서 그 어떤 차별도 겪지 않았다는 점도 추가.



3. 입시


이거 좀 엉뚱한 얘긴데, 난 고등학교 1년을 두 번 했다. 외국 나오면서 보통은 한 학년 꿇기 마련인데 난 그냥 바로 들어갔거든. 마침 아프리칸스도 제 1외국어로 해야 한다 해서, 부모님한테 난 1년 번 셈이니 아프리칸스 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서 고등학교 1학년 내용 다시 하겠다고 하고 갔다.


6개월 하고 나서 음 별로 효과가 없군, 해서 나온 다음 집에 있으면서 내가 과외 선생님 부르고 내가 교과 과정 혼자 공부했다. 그 때 라틴어도 배우고, 별 희한한 책도 다 읽고, 뭐 그러다가 다시 영어 학교로 들어가서 고2 고3 마쳤다. 그 동안에도 내가 하고 싶은 공부 하고 읽고 싶은 책 다 읽었다. 한국에 있었더라면 과연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 많이 한다. 난 내가 싫은 공부는 정말 못하거든. 끈기도 없고.


외국 남자 개발자들 보면 대학 가기 전에 이미 5-8년 개발 경험이 있는 애들이 많은데, 한국에서는 입시에 신경을 썼다면 그냥 불가능한 얘기다.



4. 여자로 공대가기. 남초 직장.


내가 과연 한국에서 공대에 갔을지, 개발자로 일 했을지는 잘 모르겠으나, 공대에 가고 남초직장에서 일했다면 내가 겪은 환경과는 아주 달랐을 거라는 데에는 확신한다. 길게 말 하지 않겠다.


자. 똑같은 말 몇 번 반복한 것 같지만 다시 정리해보자.


한국에서 영어 못하는 개발자로 일하면서 해외에 나가려는 상황은, 무려 후지고도 후진 아프리카에서 인종차별 받으며 자란 유색인종 여자가, 있는 건 영어 할 줄 밖에 없고 그나마 고졸에 일찍 시집가서 취업하려는 여자가 개발자로 경력 쌓으면서 공부하려는 것보다.... 힘들다. 두번째 케이스 스터디인 내가 보증한다.


그만큼 한국인에게는 영어가 어렵고, 한국 노동시장이 후지고, 여자로 살기 힘들고, 입시 준비 드럽고, 대입을 실패하거나 첫 취업 잘못하면 돌이키기가 힘들다. 아프리카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인 한국이지만, 개개인에게는 절대로 쉬운 나라가 아니다.



--


그리고 다른 글에 썼던 내용 더하자면 -


나도 이기적인 사람이니까 내가 월급 50만원짜리 고졸 유부녀에서 지금까지 온 건 내가 잘났기 때문이고 내가 노오오오력을 이빠이 해서라고 말 하고 싶은 충동 있다. 그랬다면 내 글의 톤은 많이 달라졌을 거다. 그리고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거다. 상대방을 이해 못하고, 하려는 마음도 없고, 자신이 운 좋았던 상황을 이해 못하고, 이래저래 도움을 준 사회의 세팅과 특혜를 무시하고 개인의 성공으로만 쓴다면, 그 정도로 자기애 필터가 강한 사람의 메시지는 단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나나난나난난나난ㄴㄴ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 오마이갓 아임 퐌타스틱!!






by Yangpa : https://www.facebook.com/londonyangpa/posts/1776868489265297



♣에디터 : 양파님께서 나오신 팟캐스트 '나는 프로그래머다' 링크는 아래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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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3

  • 늘근아빠
    3k
    2016-12-02 17:57:39.0

    한국이 살기 어려운 것은...

    패자 부활전이 없는 사회죠.

    한번 낙오하면 끝입니다.

    1
  • 초오찌
    5k
    2016-12-05 08:47:27.0

    늘근아빠//패자부활이 없다는게 어떤경우가있는지

    궁금하네요..

    0
  • 늘근아빠
    3k
    2016-12-05 09:29:35.0

    //초오찌

    살아가면서 낙오하면 

    예전의 생활 수준을 회복하는게 거의 불가능 하죠.

    대입에서 실패하면

    대졸자의 생활수준이 거의 불가능하고

    대기업 퇴사자는 

    중소기업 들어가서 대기업 시절의 생활수준을 회복하기 불가능하고 ㅎㅎ

    0
  • 늘근아빠
    3k
    2016-12-05 09:31:21.0

    사업을 하더라도 한번 실패하면

    여간해서는 재기가 불가능합니다.

    0
  • 초오찌
    5k
    2016-12-05 10:22:34.0 작성 2016-12-05 10:23:26.0 수정됨

    늘근아빠//

    잘 모르겠어요 한국이 아닌나라는 위의 경우라도 

    재기가 쉽다는 말씀이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보기엔 다른 나라도 비슷비슷할텐데요..

    어느나라든 대기업 들어가려고 안달이구..


    0
  • dkb
    1k
    2016-12-05 11:16:36.0

    한국에서 사업하다 실패하면

    일반적으론 답이 없는게 맞습니다.

    경험자라 잘 알아요.


    0
  • 초오찌
    5k
    2016-12-05 12:45:42.0

    dkb//다른나라도 사업 실패후 재기하기 힘든건마찬가지인것 같은데 한국만 그렇다는 것인가요?

    0
  • dkb
    1k
    2016-12-05 13:03:12.0 작성 2016-12-05 13:05:56.0 수정됨

    초오찌/

    최소한의 사회안전보장망이라는게 없습니다. 빚지면 개인회생, 혹은 파산을 해야되는데 그럴 경우 전세금 대출조차 안됩니다. 아시다시피 주거형태중에 월세가 제일 비싸죠. 뭐 월세도 고사하고 보통은 고시원 직행코스가 됩니다ㅋ

    최소한의 생활비 외에는 빚을 갚아야 되고, 주거비... 월세등 빼고 나면 숨만 쉬고 살아야 합니다 ㅋㅋ 가족이라도 있으면 웰컴투헬이죠. 돈 모을수가 없어요. 핸드폰 약정조차 안됩니다 ㅋㅋ

    나라에서 해주는 창업 지원이라는 것들도 대부분 대출이라,

    신용에 한번 줄 그이면 다음에는 불가능합니다. 실패확률 90%인데, 다음이라는건 없어요. 제도권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90% 확률로 숨만 쉬고 살아야하는 노예 인생으로 전락하는겁니다. 개인 인맥으로 어떻게 하거나... 괜히 생존은 셀프라는 말이 나오는게 아니죠.

    보통 60개월 정도 갚아야 하는데, 5년 지나면 나이가 찹니다. 그러면 점점 취업시장 어려워지게 되는거죠.

    일반 실업자 지원도 굉장히 취약합니다. 조건도 조건이고 기간도 짧죠.

    괜히 자살률 1위인게 아니에요.


    또 사기꾼 천지라 아주 돈 떼이기 쉬운 나라입니다. 멋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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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오찌
    5k
    2016-12-05 13:50:01.0

    dkb//

    자세한 설명으로 말씀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 부분들

    ----

     빚지면 개인회생, 혹은 파산을 해야되는데 그럴 경우 전세금 대출조차 안됩니다. 아시다시피 주거형태중에 월세가 제일 비싸죠. 뭐 월세도 고사하고 보통은 고시원 직행코스가 됩니다ㅋ

    최소한의 생활비 외에는 빚을 갚아야 되고, 주거비... 월세등 빼고 나면 숨만 쉬고 살아야 합니다 ㅋㅋ 가족이라도 있으면 웰컴투헬이죠. 돈 모을수가 없어요. 핸드폰 약정조차 안됩니다 ㅋㅋ

    ---

    이런 점들이 있는건 알겠지만

    저는 위에 말씀중에 이해안되는데 위 문제들이 비단 우리나라만

    그렇다는건가요?

    제가 말씀드리고자 한것은 한국이 아니더라도 다른나라도 사업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렵다는것입니다.

    말씀해주신 부분들 미국도 마찬가지이며 제가 있는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만이 재기가 어렵다는게 아니라라는걸 말씀드리고 싶은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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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리스
    261
    2016-12-05 13:50:57.0

    와....

    dkb 님이 하시는 말씀보니 진짜 헬오브헬이 느껴지네요....한숨만 나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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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ddloop
    4
    2016-12-08 05:36:10.0

    힘이 되는 좋은 글이네요.

    요는 영어를 하면 장벽은 훨씬 낮출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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